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
금호무회 (1)
금호무회(金虎武會).
중원 전역에 알려진 비무회 중, 명성이 높은 대회로 매년 이 시기만 되면 남경 일대에는 축제가 열렸다.
중원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 저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금호무회가 열릴 금호장 대장원은 가운데 비무가 펼쳐질 연무대를 제외하곤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저기 지부 대인도 오셨군.”
곳곳엔 고관대작들도 있었고 남경사람들 눈에는 지부 대인이 제일 먼저 보였다.
“매년 금호무회에 진왕에게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려는 고관대작들도 오지 않나. 지부 대인 정도면 어디 가서 말도 못 붙일 거야.”
“그렇게까지나?”
“저기 보시게. 저기 붉은 실로 된 옷을 입으신 분이 감찰어사시고 그 오른쪽에 계신 분은 도독부 도사시지.”
그들을 제외하고도 통판대감, 시독학사와 한림학사까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고관대작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 계신 진왕 전하께서 들어오시네.”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됐다.
“진왕 전하 납시오!!!”
커다란 소리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장원 안으로 들어오는 진왕에게 예를 갖췄다.
황제 바로 다음의 권력자, 몸에 흐르는 기품과 위엄은 대장원 전체를 뒤덮고도 남았다.
진왕은 마차에서 내려 단상으로 올라 상석에 앉았고 왕비와 자제들이 그 뒤를 따라 올랐다.
“사람들이 군주마마를 천하제일 미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군. 왕비마마도 그렇지만, 멀리서도 군주마마의 미색에 눈이 부시네.”
“왕세자마마는 또 어떻고, 진왕 전하를 닮으셔서 그런지 어린 나이신데도 불구하고 기세가 대단해.”
그들의 뒤를 따라 금호장의 가족들이 올랐다.
“응?”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두 사람이었다.
“이번 해의 금호무회에는 금호장의 작은 마님과 삼 공자도 구경하시는 건가?”
“뭐라고?”
“여태껏 온 적이 없었잖나.”
“금호장의 삼 공자라면 내놓은 자식으로 유명하지. 그래서 지금까지의 금호무회에 오지 않았었고.”
사람들은 송삼현과 작은 마님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금호장에서 외면을 받는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알 정도로 소문이 파다했으니까.
웅성거리는 것도 잠시, 금호무회의 개최 시각이 되자 송우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왕에게 예를 갖췄고 진왕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하시게.”
“예, 전하.”
송우태는 뒤로 돌아 금호무회를 찾아온 이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그의 말에는 내공이 실려 있어 대장원 내에 있는 모두에게 말이 전해졌다.
무공을 익힌 이들은 태산 같은 기세를 내뿜은 송우태를 보며 놀랐다.
“이번 대의 금호장이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다 있군. 가히 천하를 호령할 재목일세.”
진왕일가에 쏠렸던 시선이 어느덧 송우태에게 모였고 진왕은 그런 송우태를 보며 흡족해했다.
“이번 해도 이리 많은 분이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은 재능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꽃을 피울 수 있는 텃밭이니 가진 무위를 마음껏 뽐내어 부디 바라던 열매를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금호무회의 개최를 선언하는 바요!”
*
나는 자리에 앉아서 금호무회에 참가한 무사들이 비무하는 걸 지켜보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오오오오오!
다양한 검법들의 향연, 사람들은 환호했고 난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했다.
상승 무공을 익힌 자들도 간혹가다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본 검법에서 조금 더 나은 수준의 검들 뿐이었다.
‘저기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더 나은 검이 될 수 있는데.’
‘뒤로 물러날 게 아니라 반보를 나섰어야 상대의 공격을 흘리며 반격할 틈을 잡을 수 있잖아!’
‘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검을 들고 있는 거지? 저 자는 가벼운 검을 들어야 더 나은 검술을 펼칠 수 있거늘.’
답답함만이 커졌다.
“오! 형님, 이번 금호무회는 뭔가 보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그렇구나. 작년보다는 수준이 높아졌어.”
송일현과 송이현이 하는 말이 들렸는데 이것이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천하에 모든 검과 싸워봤던 나의 시선에선 비무를 펼치는 이들은 고작해야 일류 수준의 무인들이었고 후에 이름을 날릴 법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후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이번 금호무회에 오지 않은 건가.’
사실 내가 이 금호무회에서 목표로 한 것이 후에 무림에 이름을 남길 무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이들은 있지만, 굳이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무인들은 후에 기껏해야 웬만한 문파의 하위 제자들에게도 밀릴 수준이었으니까.
“이제 흑월창의 차례군.”
흑월창 마청두라면 창술의 대가 창월문 출신으로 전쟁 당시, 보표 임무를 하던 중, 흑사칠견에게 죽임을 당한 무인이었다.
협보다는 실리에 무게를 둬서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던 인물로 기억한다.
그래서 재능은 있는 자지만, 내 수하로 두기는 좀 꺼려지는 이였다. 언제든 실리에 따라 배신할지 모르는 인물이니.
“아니, 저자는?”
마청두는 자신의 별호에 맞게 흑색의 고풍스러운 복장과 기다란 창으로 위용을 뽐냈지만, 상대는 거적때기의 옷에 금방이라도 이가 나갈 것 같은 낡은 검 한 자루만 들고 있었다.
어?
벌떡.
‘저자가 금호무회에? 내가 아는 이라면 검술에 전혀 재능이 없던 것으로 아는데.’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비고 내공을 눈에 집중시켜 다시 쳐다봤다.
상세히 보이는 그의 생김새.
이제 갓 약관의 나이를 지난 모습에 입가에는 칼로 베인 상처가 있었다.
주변인들은 그의 행색을 보고 무시하고 있지만,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맞았다.
‘풍천신보(風天神步) 선무정!’
훗날 풍천신보라고 불리는 경신술의 천재였다.
“하하하! 저런 놈이 흑월창의 상대가 되겠는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는 게 빠를 것이네!”
“저런 놈이 금호장의 세 가지 시련을 통과했다고? 정말인가?”
금호무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금호장이 내는 세 가지 과제를 통과해야 했다.
힘.
지혜.
의협심.
이 세 가지 과제를 통과하는 자만이 대장원에서 비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금호무회의 규칙이었다.
“흑월창의 낙승이군.”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잠시 차단하고 귀로 내공을 집중시켜 흑월창과 풍천신보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호무회에 참가한 이상, 상대를 얕볼 생각은 없소. 그러니 그대도 온 힘을 다해주시오.”
흑월창의 말에 풍천신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흑월창의 검은 창이 연무장 위에서 마치 뱀처럼 이리저리 춤을 췄고 풍천신보의 목을 노렸다.
단 일격에 이 비무를 끝낼 요량으로 뻗은 초식이었다.
“꽤 날카로운 일격이었소.”
하지만 유려한 창술에도 풍천신보는 여유롭게 피하며 창끝에 서서 흑월창을 내려다봤다.
“그나저나 정말 좋은 창이오. 이거 정말 비쌀 텐데 대체 얼마를 주고 산 거요?”
깃털같이 가벼운 움직임, 내가 아는 풍천신보가 확실하다.
자존심이 상한 흑월창의 창은 더욱 매서워졌고 연무장에 바람을 일으키며 풍천신보를 덮쳐갔다.
흑월창이 펼치는 창술은 가히 감탄스러웠다.
사람들은 그의 창술에 점점 빠져들었지만, 풍천신보는 그 변화무쌍한 창술을 모조리 피했다.
“창끝이 매섭군. 하지만 그러한 창술은 내 옷깃을 스치지도 못할 것이오.”
“그것은 해봐야 아는 법! 그것이 강호의 법 아니겠소!”
흑월창의 창이 순식간에 풍천신보를 덮쳐갔지만, 풍천신보는 그것을 피하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 ’
슬쩍 옆을 보자 송우태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풍천신보가 펼치는 보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보통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무인들의 눈에는 신묘하기 그지 없었다.
아아아아아!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오자 바로 연무장을 바라봤는데 풍천신보가 머리를 긁적이며 연무장 밖에 서 있었다.
“… 어, 떨어졌네요.”
금호무회의 규정 중 하나인 장외 패, 풍천신보는 다양한 신법으로 흑월창을 괴롭혔지만, 연무장의 크기는 풍천신보의 신법을 담아내기엔 너무 작았다.
만약 연무장이 아닌 일반적인 싸움이었다면 풍천신보가 흑월창을 이겼을 거다.
“쳇, 재미없군. 도망만 치다가 장외라니. 저러면 흑월창도 찝찝하겠어.”
흑월창은 이긴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상대가 펼치는 신묘한 경공에 그가 내뻗은 창은 허공만 가를 뿐, 그의 몸에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신묘한 신법 사이에 나오는 단 한 번의 검격에 흑월창의 왼쪽 옷깃이 찢겨 있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른 보법, 아직 대성하지 못했을 터인데도 저리 신묘한 경공이라니 괜히 천음산보(天蔭山步)의 진전을 잇는 제자가 아니구나.
“왕야, 잠시 쉬시지요.”
“그리하지. 한 시진을 봤더니 몸이 좀 찌뿌드드하네.”
“한 식경 후에 다시 비무회를 이어가도록 하겠소!”
대장원에 울려 퍼진 송우태의 목소리와 함께 비무회가 잠시 멈췄다.
이 사이에 풍천신보를 만나봐야겠군.
“어딜 가느냐?”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님이 물었다.
“잠시 소피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에 대장원을 나왔다.
*
패배한 자는 일정의 수고비를 받고 나오기에 그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거적때기 차림의 풍천신보 선무정이 걸어 나왔다.
“이왕 주는 거 조금 더 챙겨주면 안 되나?”
저리 떠드는 거보니 저번 삶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몰래 만두를 훔쳐 먹다가 무림 맹주에게 늘 귀를 잡혀 끌려다니던 그의 모습이.
“어디 가십니까.”
“… 뉘시오?”
경계하는 선무정에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비무를 인상 깊게 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국수 한 그릇 드시겠습니까?”
“… 국수요?”
역시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여기서 쐐기를 박는 한 방을 날렸다.
“만두도 같이 사겠습니다. 원하는 만큼.”
어릴 적부터 못 먹고 자란 기억 때문에 선무정은 먹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걸 잘 다룬 것이 무림 맹주 구창룡이었고 이번 삶에서는 그게 내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내 예상에 맞게 선무정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혹여 황주도 먹어도 되오?”
훗날 천하 제일보로 불릴 자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 정도면 저렴한 편이지.
“대국주(大麴酒)로 사지요.”
선무정의 두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