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0
오랜만에 뵙습니다 (4)
“… 진짜 저자가 백의검룡이라고?”
“우리가 들었던 거랑 다르잖아. 백의검룡은 분명 흑사회와 전쟁 때문에 난하 근방에 있어 이 일에 관여할 일이 없다고···.”
“잠깐.”
“왜?”
“진짜 백의검룡이라면 여기 있다가 개죽음당하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도 없잖아···. 돈도 선금으로 받았으니까.”
송삼현이 나타나자 흑의를 입은 자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독노군이 턱수염을 쓸며 입을 열었다.
“백의검룡? 아, 요새 강호에 소문이 자자한 후배님이시군.”
“은퇴하신 선배님들께서 어찌하여 강호에 다시 나타나셨습니까?”
“나를 아는가?”
“그럼요. 십 년 전, 정파의 추격이 무서워 꼬리를 감추고 도망친 쥐가 아니십니까.”
“….”
“아, 쥐가 아니라 개지요. 천독노군이 아니라 천독노견으로 불러드리면 됩니까?”
“어린 녀석이 말하는 게 참으로 거칠구나.”
“제가 사람이 아닌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을 보면 말이 좀 거칠어집니다. 천독노견의 곁에 계신 분은···. 아, 힘 약한 아녀자들과 아이들만 골라 죽인 똥개군요.”
콰직.
“이 노오오오옴!”
똥개라는 말에 열화마군이 진각을 하며 달려들었다.
열화마군의 손에는 뜨거운 열기의 내공이 휘감겼고 송삼현의 목을 움켜잡으려고 했다.
‘화련장(火漣掌).’
뜨거운 열기가 물결처럼 요동치는 장법은 숱한 이들을 죽이며 익힌 사특한 무공이었다.
송삼현은 왼쪽으로 피한 뒤에 열화마군의 복부에 천무장을 먹였다.
퍼어어어어억!
천무장을 맞은 열화마군은 열 장 거리를 날아가며 바위에 처박혔고 송삼현은 그곳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천독노군과 그 뒤에 있는 자객들을 봤다.
“담소를 나누러 온 것이 아니니, 모두 한 번에 덤비시지요. 시간도 없는데.”
“…. 오만하군.”
“전혀요. 짐승에게 예를 갖추는 사람을 보셨습니까? 저는 짐승들에게 갖출 예가 있지 않습니다.”
“그 입을 어디까지 놀릴 수 있는지 보자꾸나!”
천독노군은 정파의 추적을 피해 산에 숨어 살며 백의검룡 송삼현에 대한 소문을 전해 들었다.
그가 들은 소문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송삼현이 화경에 올랐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였다. 그래서 천독노군은 눈앞에 있는 송삼현이 자신과 같은 경지라고 착각을 하며 달려들었다.
‘경지는 나와 같다. 그렇다면! 독공으로 단숨에 제압해야 한다.’
스르르르륵.
독기를 머금은 용조수가 날아들었고 송삼현은 맨손으로 그걸 잡았다.
그때 천무장을 맞고 날아간 열화마군이 내공이 역행하는 데도 억지로 내공을 운용해 신형을 날리며 장법을 펼쳤다.
“네 놈의 배에 구멍을 뚫어주마!”
송삼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침착하게 바닥에 떨어진 검 하나에 내공을 흘렸다.
두두둥.
검이 허공에 뜨자 천독노군은 그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 이놈! 설마! 현경에 올랐더냐!”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들만 다룰 수 있는 이기어검의 경지.
검은 허공을 가르며 신형을 날린 열화마군에게 날아갔다.
검을 본 열화마군은 아슬아슬하게 오른쪽으로 피했지만, 검은 경로를 틀며 열화마군의 목에 꽂혔다.
“꺼억!”
피를 토한 열화마군은 뒤로 고꾸라졌고 일순간 달려들려던 자객들의 다리가 멈췄다.
“여, 열화마군께서···. 저리도 허망하게 가시다니.”
초절정의 끝자락에 오른 인물.
그런 자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다루는 모습에 자객들은 다리가 굳어버렸다.
두려운 거였다.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까 봐.
“무림 공적 신분으로 강호에 다시 나오셨으니 죽으셔도 할 말이 없으시겠군요.”
그 말을 한 뒤에 송삼현은 보법을 펼쳤다.
탓.
탓.
탓.
세 걸음을 딛자 그 후에 송삼현의 기척은 사라졌다.
‘이게 뭐냐. 이런 보법이 존재한다고? 유령신보도 감지할 수 있는 내가 예상도 못 하는 보법이라니!’
천독노군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기척을 숨긴다고 해도 사람이 내뱉는 숨소리와 바람 소리는 들리는 법인데 송삼현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기척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풍류운산(風流雲散).
송삼현의 기척은 사라졌으나 검 끝은 살아있었다.
흑의를 입은 자객들은 송삼현이 옆에 있어도 그를 보지 못했고.
“꺼억!”
목이 베어졌다.
“으아아아악! 어디야! 어디에 있는 거냐!”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송삼현의 검은 미꾸라지처럼 자객들 사이를 지나갔고 순식간에 열 명의 목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송삼현이 기척을 드러냈을 땐, 수많은 적들 가운데 천독노군을 빼고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스윽.
송삼현은 천독노군의 목에 검을 겨눴다.
“…. 왜 바로 베지 않았지?”
“한 가지 묻고 싶어서요.”
“….”
“황궁에서 대체 어떤 걸 받기로 했기에 이런 일에 발을 들인 겁니까?”
대체 황궁에서 뭐라고 했기에 무림 공적들이 은거를 깨고 세상에 나왔을까.
“….”
천독노군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관과 엮인 강호인들의 최후를 모르지 않으실 텐데.”
강호인이 가진 강한 무공.
권력자들은 강호인들의 힘을 이용할 때는 실컷 이용해놓고 나중에 두려워서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
“돈과 권력을 준다는 데 마다할 일이 있겠느냐?”
그런데도 강호인이 관과 엮이는 이유는 이리도 단순했다.
‘돈과 권력.’
이거라면 목숨을 거는 이들이 태반이었으니까.
“역시. 군(君)이 아닌 견(犬)자가 어울리는 분이시군요.”
천독노군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뒤로 신형을 날리며 입으로 독을 뿜었다.
스르르르륵.
“내 평생을 쏟아부은 독공이다! 같이 죽자꾸나!”
독 연기가 주변에 퍼졌다.
천독노군이 입으로 내뿜은 독은 독곡의 입구에 있는 독처럼 진한 독이었고 주위에 있던 식물은 독 연기에 스치며 죽어갔다.
천독노군이 평생을 바쳐 만든 극독 중의 극독이었다.
허나 단점도 있었다.
아직 온전히 다루지 못하는 극독이라 스스로도 목숨을 걸고 펼친다는 점이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천독노군이 하려는 것은 송삼현과 같이 죽는 거였다.
저벅.
저벅.
그러나 펼쳐진 상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어떤 생명이든 앗아가는 지독한 독 연기 속에서 송삼현은 아무렇지 않게 독 연기 사이를 헤집으며 걸어갔다.
“… 뭐, 뭐냐!”
자신의 목숨도 걸어서 세월이 담긴 최고의 절기를 썼는데도 송삼현에겐 상처조차 없었다.
주르르르륵.
천독노군의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독공에 의한 부작용이었다.
자기 몸을 망칠 만큼 강력한 독공에도 송삼현은 태연하게 귀혼편으로 만든 검을 허공에 휘둘렀고.
휙.
검풍으로 무거운 독 연기가 날아갔다.
검이 독 연기를 가를 때, 독의 기운은 귀혼편이 모조리 흡수했다.
“…. 내 평생이 담긴 무학이 이리 끝나다니.”
망연자실한 천독노군을 향해 송삼현은 신형을 날렸다.
삼 장.
이 장.
일 장.
점점 송삼현이 가까워지자 천독노군은 놀라며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러나 송삼현의 옷깃을 스치는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고 어느덧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좁혀지자.
촤아아아아악!
송삼현의 검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천독노군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검의 형태를 한 귀혼편이 송삼현의 몸을 휘감으며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고 송삼현 주위엔 진왕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은 자객들의 시신으로 작은 산이 만들어졌다.
*
“오셨습니까, 주인이시여.”
무조가 공손하게 예를 갖추자 송삼현은 웃으며 말했다.
“고생 많았다.”
“고생이라니요. 주인의 명령을 들은 것뿐입니다.”
“무조 쪽의 사상자는?”
“작은 생채기만 있고 다들 괜찮습니다.”
무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송우태가 다가왔다. 그의 양옆에는 송일현과 송이현도 있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송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흑사회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까지는 어찌 왔느냐?”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급한 볼 일?”
송우태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 진왕과 그의 가족들이 호위를 받으며 다가왔다.
진왕을 본 송삼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송가 삼현이 진왕 전하를 배알합니다.”
“예는 됐으니 어서 일어나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진왕은 송삼현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이리 도움을 줘서 고맙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진왕의 뒤에 있는 왕비와 왕자, 그리고 군주에게까지 인사를 했다.
“자네의 무학이 대단한 줄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네.”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고 긴 이야기를 나누기엔 장소가 좋지 않아 송삼현은 무례를 무릅쓰고 본론을 꺼냈다.
“그보다 전하, 전해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전해줄 것?”
“예,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송삼현은 품에서 장부를 꺼내 진왕에게 건네줬다.
“이게 무엇이냐?”
“흑사회 본산에서 꺼내 온 장부입니다. 묵왕과 흑사회가 거래한 모든 내용이 적혀 있어 혹시라도 전하께 도움이 될까 싶어···.”
묵왕은 송삼현을 말을 듣고 황급히 장부를 열어 안을 살펴봤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읽자 진왕의 입가는 슬며시 올라갔다.
“…… 이것이 사실이냐?”
“맨 뒷장에 흑사회주와 묵왕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장부의 뒤에 찍힌 묵왕의 직인.
일반적인 직인도 직인이지만, 황족의 직인은 위조하는 게 불가능하게 만들어져서 이것은 곧 사실을 의미했다.
“묵왕의 직인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여기 적힌 내용은 모든 게 사실이구나, 그런데 흑사회 본산에 있다는 장부를 얻었다는 것은···.”
“흑사회는 엿새 전, 무너졌습니다.”
흑사회가 무너졌다는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송삼현의 뒤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선무정이 입이 근질거리는지 입을 활짝 열었다.
“흑사회주 철패흉을 목을 벤 것이 바로 저의 주군! 백의검룡 송삼현 대협이십니다!”
철패흉의 목을 베었다고 하자 진왕을 비롯해 모두가 놀랐다.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주었구나.”
“제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으로···. 참으로 고맙구나.”
“전하, 한 가지 부탁이 있사옵니다.”
“말하거라! 어떤 부탁이더냐?”
“제가 광주까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천하제일인 백의검룡의 호위를 왜 마다하겠는가! 내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네!”
“마차에 오르시지요. 제가 마차 옆에서 호위하겠습니다.”
진왕은 호위를 받으며 마차에 다시 올랐고 송삼현은 군주와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꾸벅.
가볍게 인사를 하자 군주는 싱긋 미소를 짓고선 진왕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어찌하겠느냐? 네가 앞장을 서겠느냐?”
“장주님께서 서십시오. 저는 마차를 지근거리에서 호위하겠습니다.”
“…… 알겠다.”
아버지가 아닌 장주라고 말하는 것을 듣자 송우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렇게 일각이 지나 대열이 빠르게 정리가 되자 송우태의 손짓에 맞춰 기수가 ‘金’자가 새겨진 깃발을 휘날렸다.
펄럭.
그것을 본 송우태는 크게 외쳤다.
“다시 행렬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