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3
형산의 미래 (3)
광주에서 북서쪽으로 반나절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숲.
그곳에선 형산파의 제자들이 마교도들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바닥에 흥건한 피.
그 피는 형산파 제자들의 피만 아니라 마교도의 피도 있었다.
“사매! 이제 그만하시고 진으로 들어오셔서 쉬십시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난 괜찮으니 너희들은 절대 진을 흐트러트리지 말고 서 있거라! 진이 무너지면 저것들이 개떼처럼 달려들 거다!”
형산파 제자들이 펼친 진은 운행검진(運行劍陳).
다수의 상대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진이었다.
바깥에 있는 열은 왼쪽으로, 안쪽에 있는 열은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돌면서 마교도들에게 혼란을 줬고 형산파 제자들은 마교도의 검에 베이면서도 버티고 섰다.
“왼쪽으로 다섯 보!”
“오른쪽으로 삼 보!”
푹.
철벽처럼 방어하며 마교도의 접근을 막아냈다.
“이놈들이!”
“조장! 무작정 덤비면 안 됩니다. 오악검파의 검진은 철벽과도 같습니다.”
“오악검파의 검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놈들은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봉오리다! 그런 놈들에게 우리가 망설여야 한단 말이더냐!”
“하오나···.”
“창마장님께 죽임을 당하기 싫다면 그 입은 닥치거라!”
오악검파의 검진.
그 검진은 곱절의 수로도 뚫기 어려웠다. 그리고 틈을 찾은 마교도가 검을 들고 달려드는 그때, 섬광처럼 빠른 검이 마교도의 목을 베었다.
촤아아아악.
부드럽게 일렁이는 검의 주인은 유화였다.
“물러서지 말고! 서로의 등을 지켜! 향천이가 반드시 대협을 모시고 올 것이니! 그때까지만 버텨라!”
유화의 경지는 절정의 끝자락.
쫓아온 마교도들 사이에서도 초절정의 경지는 없어서 최대한 막아내고 있었다.
‘벌써 다섯을 베었지만, 벌떼처럼 계속 늘어나 줄어들지 않는다. 대체 어찌해야 하는 거지?’
허나 수적인 열세가 너무 컸다.
형산파 사제들은 이런 경험도 거의 없고 무학도 아직 배우는 단계라 오랜 시간을 싸우지 못했다.
유화는 그 뒤로도 여섯의 마교도를 베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뒤에 있는 사제들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슬쩍 뒤를 보는데 사제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쓰러진 사제들은 진의 안쪽에서 회복했고 회복을 마친 뒤에 곧바로 진으로 복귀하며 다시 검을 들었다.
하지만 검이 떨렸다.
두려운 거였다. 지금 이 상황이.
그것을 보자 유화는 손에 든 검을 더 꽉 쥐었다.
‘내가 물러서면 안 된다. 사부님이 나에게 사제들을 맡겼으니, 이제는 내가 목숨을 걸고 사제들을 지켜야 한다.’
유화는 형산파의 일대 제자들이 익히는 낙성유혼검(落星幽魂劍)을 펼치며 마교도들을 베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차오르며 검이 서서히 느려졌다.
“허억···. 헉···.”
입고 있는 옷이 너덜너덜해졌다.
곳곳에서는 상처가 났고 오른쪽 뺨도 살짝 베이면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매!”
“사매!”
“사매!”
사제들이 울먹이면서 말하자 유화는 웃음을 지으며 사제들을 안심시켜줬다.
‘내가 흔들려선 안 된다. 내가 흔들리면 사제들도 흔들리니까.’
애써 검을 잡으며 이를 바득 갈았다.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마교도들의 사악한 손길이 사제들에게 닿지 않게 하려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 자들이 어째서 이곳까지 온 거지?’
‘형산파를 무너트리고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생각이 충돌했다. 그렇게 충돌하고 충돌하던 생각은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 설마, 이들이 원하는 건 문파의 멸문만이 아닌 문파가 가진 비급서인가?’
*
호남성 형야의 북쪽에 있는 형산.
이곳의 중턱에는 형산파가 있었다. 형산파의 전각은 마교도들로 인해서 불에 탔고 그 재가 하늘을 뒤덮었다.
“창마장님!”
소실되지 않은 전각에서 쉬는 창마장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창마장 곁에서 온갖 일을 계획한 노부였다.
자글자글한 주름, 약간 굽은 허리.
마을 어디 가나 있을 법한 평범한 외견이었으나 그의 눈은 달랐다.
‘욕망.’
어떤 것이라도 가지고 말겠다는 욕망이 가득한 눈이었다.
“어찌 됐느냐? 도망친 쥐새끼들은 잡았더냐?”
“경공이 빠른 아이들로 추려 보냈으니 곧 소식이 당도할 것입니다.”
창마장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어떻게서든 비급서를 회수해야 한다. 그래야 암운뇌마님이 세운 계획이 이뤄지니.”
“계획에 대해 자세한 것은 모르오나, 정말 마기와 정기가 어우러질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
암운뇌마 심우명.
그가 원하는 것은 정파 무림의 멸문과 더불어 그들이 쌓아 올린 무공서 전부였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곤륜파의 무공을 익힌 아이들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것을.”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희생이 동반되는 것이다.”
노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순한 기운과 탁한 마기가 섞이면 몸에서는 반발이 일어나며 죽게 된다는 건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표정을 보니 이해가 안 됐구나.”
“….”
“정파 무림의 무공과 우리가 익힌 무공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느냐?”
“그야···. 과정의 차이지요.”
정파 무림의 무공.
사특한 마기로 가득 찬 무공.
이 두 가지는 익히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다.
정파 무림은 기초를 다지며 천천히 쌓아 올리지만 마공은 그런 게 아니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며 빠르게 강해지는 것에만 집중했다.
“나도 얼마 전에 암운뇌마께 들었는데 애초에 정파와 사파의 무공은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하더구나.”
“예?”
“사람들로 인해 그렇게 이름이 붙여지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은 다 똑같다는 이 말이다.”
“…. 허나 내공의 흐름이 다르지 않습니까?”
“흐름이 다르다면 같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해서 곤륜의 무학을 익히는 녀석들이 나왔으니 이론은 완성된 것과 다름이 없다.”
암운뇌마 심우명이 정파의 무학을 얻어 하려는 것이 두 가지의 조화였다.
음과 양의 조화.
그렇게 해서 더 강한 무학을 만들어 천월신교만의 독자적인 무학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그러면 정파의 비급서를 노리는 이유가 단순히 더 강해지려는 것이 목적입니까···?”
“그것도 그거지만, 제일 중요한 건 명분이지.”
창마장 무군은 노부를 바라봤다.
“이 전쟁이 끝나고 혼란해진 중원 무림을 안정시킬 명분.”
*
유화의 거센 저항에 창마장 무군이 만든 창마대의 대원 한 명이 뒤에 가만히 있다가 걸어 나왔다.
“여인의 몸으로 저항이 꽤 거세구나.”
그도 초절정을 목적에 두고 있어 유화와 같은 수준의 고수였다.
“여인이라고 검이 약하다는 건 편견이오.”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오악검파의 후학들이라는 건가?”
“하늘이 무섭지도 않소? 문파는 그렇다고 쳐도 죄 없는 양민들을 왜 그리 무참히 죽이는 거요?”
“유흥이다.”
“유흥?”
“정파의 그늘에서 편하게 살아온 녀석들에게 마교의 그늘을 알려주는 것이 죄라도 되느냐?”
“…….”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네가 가져간 형산파의 무학이 담긴 무공서를 내놓거라.”
“역시 목적은 비급서였군.”
“우리가 비급서를 노리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예상은 하고 있었소. 허나 사특한 마공을 익힌 그대들이 어찌하여 정파의 무공을 탐하는 거요?”
사공을 익힌 이들은 정순한 무학을 익힐 수는 없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것까지 너에게 일일이 알려줘야 할 필요는 없지.”
마교도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유화는 대화하면서도 침착하게 주위를 지형을 살폈다.
살짝 뒤로 물러나자 옆에는 커다란 돌산이 있었다.
수선행을 했을 때, 자주 지나다녔던 돌산, 이 돌산은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 마지막 수단이 떠올랐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에 돌산에서 미묘한 균열이 난 곳을 살폈다.
‘저기다.’
마교도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그때.
“모두 열 장 거리만큼 물러나거라!”
유화는 사제들에게 소리친 후, 오른손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사제들이 일제히 열 장 거리만큼 뒤로 거리를 벌리자 봐뒀던 틈으로 손을 뻗었다.
원공장(猿公掌)!
장법을 바닥에 내지르며 내공을 폭발시켰다.
쿠우우우우웅!
그 충격에 돌산이 무너지며 마교도들과 형산파의 사이로 무수히 많은 돌들이 떨어졌다.
길이 막혔고 형산파 제자들은 도망칠 틈을 얻었다.
유화는 사제들을 이끌며 현장을 빠르게 벗어났다.
‘강이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아이들을 살릴 수 있으니.’
주강으로 달려가 헤엄쳐서 건너려고 했지만, 마교도들이 무너진 돌들을 넘어오는 게 빨랐다.
강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포위되자 유화는 검을 고쳐잡았다.
“꽤 영리한 아이구나. 괜찮은 작전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주 수단이 마련되었을 때의 얘기겠지.”
“내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형산을 지킬 것이다···. 연호야!”
“예! 사매.”
열 두 살 남짓의 남자아이가 곁으로 다가왔고 유화는 품에 숨겨놓은 형산파의 비급서를 건네줬다.
“이것을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된다! 내가 길을 열어줄 터이니 그 틈에 다른 사제들과 도망치거라!”
“사매!”
“어서!”
“어딜 도망가려고 하느냐!”
창마대원의 창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유화가 검막을 둘러 막아내려고 했다.
‘창끝을 노려 쳐낸 뒤에 빈틈을 노려 목을 벤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보루가 되어 아이들을 도망치게 해야 한다!’
창끝을 끝까지 응시했다.
삼 장의 거리에서 일 장의 거리, 그리고 한 치의 거리까지 좁혀지는 것을 본 뒤에 유화의 검은 창끝을 쳐냈다.
채애애앵!
그러자 훤히 열린 빈틈.
그곳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검을 뻗었고 가슴께를 꿰뚫었다. 허나 유화의 검이 창마대원의 가슴을 뚫었음에도 다른 마교도들을 막지 못했다.
‘안 돼!’
마교도들은 창마대원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건 형산파의 정수가 담긴 무공서 뿐이었다.
그들이 뻗은 손이 형산파 제자의 목덜미를 잡기 직전.
촤아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검격에 손이 잘려 나갔다.
“끄아아아아아악! 뭐, 뭐냐!!!”
오른손이 잘린 마교도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다른 마교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웬 놈이냐!”
그 검의 주인은 마교도도 유화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누구지요?”
유화가 묻자 남성은 미소로 일관했고 곧 그 뒤를 이어 남자의 동료로 보이는 무사들이 난입했다.
순식간에 서른 명의 마교도들을 에워쌀 정도의 규모.
어느새 마교도들이 포위됐고 그들의 가장 뒤에서 휘날리는 기가 하나 있었다.
‘飛’
비문상단의 깃발이었다.
“누구인데 감히 본교가 하는 일을 막아서는 것이냐!”
마교도가 열을 내며 물었고 비문상단주 벽이천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곧 죽을 놈들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소.”
“이 노오오오오옴!”
촤아아아악!
벽이천의 경지는 초절정의 초입.
지금 이곳에서 제일 높은 경지였고 그의 검을 막아설 자는 마교 쪽에 없었다.
촤아아아아악!
그렇게 마교도들은 절반 가량 죽어갔다.
그런데도 마교도들은 물러나지 않고 비문상단원들을 베며 저항했다.
팔이 떨어져 나가도 발이 떨어져 나가도 그들의 눈에서 살기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어졌다.
‘지독하군.’
이대로 돌아가면 어차피 창마장에게 죽을 게 분명하니 그냥 여기서 죽기로 각오를 한 거였다.
그때.
신형 하나가 날아들며 마교도들과 비문상단 사이로 난입했다.
“대협!”
하얀 백의에 검은 머리카락.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처럼 보이는 그는 송삼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