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4
마교가 원하는 것 (1)
‘적어도 마흔 명.’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마교도들을 제외하고 기척을 숨긴 채 주위를 포위한 마교도들은 일 리의 거리를 두곤 언제든 개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교도들 가운데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스르르르르륵.
주위를 억누른 송삼현의 내공 때문이었다.
아군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고 송삼현은 태연하게 걸어서 유화에게 다가갔다.
“고생했소.”
“….. 형산파 일대 제자 유화가 백의검룡 송삼현 대협을 뵙습니다.”
“이제 안전하니 내 뒤에 있으시오. 저자들의 걸음은 내가 막을 테니.”
곧 주변을 에워싸던 내공이 걷히자 틈을 살핀 마교도들이 일제히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동시에 공격하며 사각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까마귀 떼처럼 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 마교도들, 그들을 보며 송삼현은 귀혼편으로 검을 만들었다.
스르르르륵.
귀혼편이 검처럼 변했고 송삼현은 반검의 자세를 취했다.
‘천무 1식 개벽.’
촤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악!”
“어찌 이곳에 백의검룡이 있는 것이냐! 이야기가 다르지 않으냐!”
땅부터 하늘까지 이어진 검격.
하늘을 까맣게 물들였던 까마귀들은 단 한 번의 검격에 무참히 죽었고 하늘이 다시금 푸르게 변해갔다.
푸르게 변하는 하늘 아래 검격에 휘말려 죽은 마교도들 사이에서 상체와 하체가 나눠진 마교도 한 명은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에게 다가가 목을 그으며 마교도들을 모조리 정리했다.
형산파 제자들을 보호하던 비문상단주 벽이천이 송삼현에게 다가갔다.
“비문상단주 벽이천이 백의검룡 송삼현 대협을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과할 정도로 예를 표하자 송삼현은 벽이천의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하북의 해안에서 같이 싸웠던 분이 아니십니까, 어찌 이곳에 계신 겁니까?”
“폐허가 된 마을을 복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양산현이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도와주고 가는 길에 형산파 제자분들을 발견했습니다.”
비문상단은 사파와 마교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을 남몰래 돕는 일을 했다.
“마을의 복구요?”
“예, 대협이 활약하시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도울 방도가 없는지 고민을 했는데 이리 마을을 돕는 것을 택했습니다.”
“…..”
“그러던 중에 대협께서 이 근방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뵈러 가는 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유화는 사제들이 안전해진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혼절하며 의식을 잃었다.
“사매!”
“사매 정신 차리십시오! 사매!”
사제들은 유화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울부짖었고 송삼현이 벽이천과 대화를 나누다가 유화에게 다가갔다.
“잠시 나와주겠느냐.”
울먹이던 삼대 제자들은 이대 제자들의 품에 안겨 잠깐 뒤로 물러났고 송삼현은 유화의 진맥을 살폈다.
내공의 소모가 극심했고 흘린 피의 양이 상당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진기를 거의 다 소모했구나, 그 상황에서 사제들까지 지키느라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다니···. 대단한 정신력이로다.’
스르르르르륵.
송삼현은 자신의 내공을 유화의 몸 안으로 흘려보내며 막힌 기맥들을 뚫었다.
몸 안을 휘젓는 내공, 서서히 막혔던 혈이 뚫리며 유화의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반 각이 흐르자 숨소리도 안정됐다.
새근, 새근.
숨소리가 안정되자 유화의 몸을 휘젓던 내공을 갈무리한 뒤에 반듯하게 눕혔다. 그리고 이곳을 보는 비문상단주 벽이천을 보며 말했다.
“안정이 되긴 했지만, 의식을 차리려면 조금 걸릴 거요. 어디 근처에 쉴 곳이 없겠소?”
*
타닥.
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에 유화는 감았던 눈을 떴다.
“… 여기는.”
동굴 안이었다.
몸도 이상하리만큼 가벼웠고 코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맡아졌다.
“깨어나셨소.”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는데 거기엔 모닥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송삼현과 벽이천이 보였다.
유화는 힘겹게 일어나 포권지례를 올렸다.
“대협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나 말고 이들에게 하시오. 나보다도 먼저 그대들을 도와준 분들이니.”
한쪽에선 비문상단원들이 상단의 물건을 풀어 사제들에게 부족한 식량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벽곡단만 먹어 기운이 없던 사제들은 여러 맛을 내는 건조식량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힐끔거리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쳐다봤다.
하지만 도사 신분이라 고기를 먹지 못했는데 송삼현이 슬쩍 돼지 뒷다리를 허공에 휘휘 저으며 웃었다.
“그런 것을 먹고 힘을 내겠느냐? 이리 와서 고기 좀 먹거라.”
“…..”
형산파는 도문이라 육식을 엄히 금하는 곳이었다.
“괜찮다. 여기는 규율이라며 호통칠 너희들의 사부도 없지 않으냐.”
“……”
사제들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고 유화의 눈치만 보는데 유화는 피식 웃으며 허락을 해줬다.
이제와서 그런 규율이 무슨 소용이있겠는가.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규율을 어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유화 다음 세대의 사제가 다가와 송삼현을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형산파 이대 제자 문대소라고 합니다.”
“이리 와서 어서 드시오.”
“감사히 먹겠습니다.”
전쟁 중에도 문파의 규율을 따라야 하긴 하지만 벽곡단만 먹고 어떻게 전쟁을 치르겠나.
문대소는 돼지 뒷다리를 한 입 베어 물더니 입 안에 가득 채워지는 기름진 맛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자, 너희들도 어서 오거라.”
이대 제자가 아닌 삼대 제자들에게 더 시선이 갔다.
아직 어린 태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전쟁에 휘말려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이러다가 너희 사형들이 다 먹어 치우겠다. 어서.”
그제야 다른 사제들도 물밀듯이 다가와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 치웠고 유화는 벽이천이 준비해준 따뜻한 죽을 먹으며 그것을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고기가 이리도 맛있는 거였습니까?”
“너희들은 대체 무엇을 먹고 지냈던 거냐?”
“말린 열매나 벽곡단, 주로 채소들을 먹고 지냈지요.”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맛있는 음식이다. 가끔 수선행을 나오면 이런 음식도 먹어보거라. 눈이 확 뜨일 거다.”
“…. 대협, 사제들을 현혹하지 마십시오.”
“어린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소? 난 그저 이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 슬플 뿐이오.”
어느새 상단원들과 친해진 사제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송삼현은 유화의 곁으로 다가가 털썩 앉았다.
“갈 곳은 있소?”
“….. 대협을 뵈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염치가 없지만, 대협께 의탁하려고···.”
“형산파 장문인께선 맹에 있지 않습니까. 맹으로 가지 않고 왜 저에게?”
“그곳은 어린 사제들을 데려가기엔···. 위험한 곳이라서요.”
형산파의 일대 제자는 이십 대, 이대 제자는 십 대 후반, 그리고 삼 대 제자는 아직 몸이 여물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긴 하겠소.”
척.
유화는 무릎을 꿇으며 송삼현에게 넙죽 엎드렸다.
“대협.”
“왜 이러시오. 땅이 차니 일어나시오.”
“제발 이 아이들을 보호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끄럽지만, 제 힘으로는 무리입니다.”
염치없는 부탁이었다.
송삼현은 고민하지 않고 즉답을 했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 무리오.”
“…..”
유화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백의검룡 송삼현은 이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니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유화가 실망한 것도 잠시, 송삼현은 바로 해결책을 말했다.
“한 가지 방안이 있는데 들어보겠소?”
“그게 무엇입니까?”
“비문상단과 동행하는 거요.”
“상단과요?”
“본래 상단에서는 강호인들을 보표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소. 그러니 강호인들이 몸을 의탁하기엔 상단만 한 곳이 없소.”
상단과 강호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언제나 큰돈이 오가는 상단은 산적들이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무공이 뛰어난 고수를 보표로 고용했고 그러면서 강호인이 상단과 동행하는 경우는 중원에 파다했다.
“어쩌겠소? 비문상단과는 조금 전에 이야기를 끝냈소만.”
“… 제가 이런 말을 꺼낼 줄 알고 계셨나요?”
“나에게 소식을 알리러 온 이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눈치는 챘소. 묘향천 소협이라고 했나?”
“무사히 대협을 만났군요.”
“대단한 사람이었소,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쳤음에도 끝까지 그대들을 도와달라는 말을 하였소.”
“… 향천이는 괜찮나요?”
“천하봉선의 손녀께서 돌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보다 그대의 몸이나 신경 쓰시오, 내가 보기엔 그자보다 그대의 몸이 더 쇠약하오.”
유화는 송삼현을 말을 듣고서 깊게 고민을 했다.
자신의 결정이 곧 사제들이 앞으로 가는 길을 정하는 거였으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결정을 못 내리자 송삼현이 웃으며 말했다.
“상단에 의탁하는 건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소. 이 길로 우리는 광주로 함께 가니 천천히 결정하시오.”
“감사합니다.”
“반 시진 뒤에 출발할 거니 알고 계시오.”
“예, 대협.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반 시진을 쉰 다음 광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곳엔 비문상단의 행렬이 도착해 있었다.
열 대의 마차, 그리고 호위 병력이 백여 명이나 있었다.
‘아이들도 있군.’
행렬의 안에는 행색이 추레한 아이들도 있었다.
‘옆에 부모가 없는 걸 보니 고아인가.’
송삼현의 시선을 눈치챈 벽이천은 조심스럽게 전음으로 말했다.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입니다. 갈 곳도 없고 마을에서 보살필 여력이 되지 않아 저희가 거뒀습니다.]
[그렇군요.]
[편히 있으라고 해도 꼭 야영할 때면 불을 피울 나뭇가지와 여러 열매를 채취해오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전쟁이 끝나도 갈 곳이 없다면 상단에서 키울 생각입니다.]
[…. 정말 훌륭한 일을 하네요.]
[대협이 하시는 일에 비하면 제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줘서 고맙소.]
비문상단이 하는 일은 정말 훌륭한 일이었다.
전쟁 중에는 싸우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저들처럼 피해를 본 이들이 훨씬 많으니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비문상단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자신들의 사재를 들여서 하는 거였다.
“그런데 무슨 수레가 저리 많소?”
“아, 그게 돌아다니다 보니 이것저것 얻은 게 많아서요. 다음 마을에 복구를 할 때, 쓰기 위한 물건들도 있고요. 한 번 보시겠어요?”
마차에 실린 물건 대부분이 폐허가 된 마을에 줄 구호 물품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수레 세 대에 실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이건 벽력탄이 아니오.”
흑사회가 무너지면서 흑사회 본산에서 발견된 벽력탄의 대부분은 무림맹이 수거했다.
그렇다면 비문상단이 가진 벽력탄은 무엇이란 말인가.
“흑사회가 이곳저곳에 숨겨놨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모았습니다.”
그것들은 비문상단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흑사회가 숨겨놓은 벽력탄이었다.
그 벽력탄을 보자 송삼현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무조가 했던 보고.
‘마교가 흑사회가 숨긴 벽력탄을 찾고 있습니다.’
마교가 원하는 것이 흑사회가 만든 벽력탄이라는 걸 알았다. 그것만 있다면 무림맹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을 보고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상단주님.”
“예?”
“혹시 일을 같이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벽이천은 세상을 얻은 표정으로 송삼현에게 넙죽 절을 했다.
“목숨을 바쳐 대협을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