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6
마교가 원하는 것 (3)
“식량은 꽉꽉 채워 넣어! 빈 곳 없이!”
“이건 어디에 실을까요?”
“일곱 번째 마차에 실으세요.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마차까지는 식량을 싣고 일곱 번째부터 아홉 번째는 옷가지나 생활 물품, 그리고 열 번째는 비상식량이니 헷갈리지 마세요.”
하선후는 비문 상단이 피폐해진 마을을 구휼하고 다닌다고 하자 자신의 곳간을 열어 비어있는 마차를 식량으로 가득 채워줬다.
인시.
이른 새벽, 사람들이 자는 사이, 하선후 거처 장원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조용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몸은 괜찮소?”
“예, 저는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마시오, 상처가 덧나면 더 고생하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속히 전쟁이 끝나고 형산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해맑게 웃는 묘향천이었다.
아직 몸이 성하지 않은데도 형산파 사제들을 챙기며 떠날 채비를 돕고 있었다.
‘그때도 그랬고 항상 밝은 아이였구나.’
시선을 돌리자 유화가 눈이 반쯤 감긴 채, 하품하는 어린 사제들을 안쓰럽게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삼대 제자들이 많이 힘들 거요. 어린 몸으로 험난한 전쟁을 치러야 하지 않소.”
“…. 그러는 대협도 아직 어리시지 않습니까.”
내 몸도 삼대 제자들보다는 나이가 있어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많이 어린 편이었다.
“한 가지 제안을 드리려고 하는데 듣겠소?”
“제안이라면···? 어린 사제들에 관한 건가요?”
유화는 단번에 눈치챘다.
“예. 지금부터 가는 길이 험합니다. 어린 사제들의 여린 몸으로 버티기는 힘들지요. 그러니 어린 사제들과 그 사제들을 보살필 수 있는 이대 제자 한 분을 대장군의 그늘에 맡기면 어떨까요?”
“대장군이 허락하실까요?”
“어젯밤에 허락을 구했습니다. 여협께서 결정하신 대로 하겠다고요.”
유화는 고민했다.
강호인으로서 관에 있는 사람에게 몸을 의탁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까.
그녀가 고민할 때, 대장군 하선후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난 괜찮으니 맡기고 가게. 인연이 있는 강호인을 보살피는 건 관에서도 간혹 있는 일이니, 나에게 불똥이 튈 일도 없고.”
“…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혹, 대장군께 민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네. 이 아이들은 멀리서 온 지인의 손님이라고 하면 되니까.”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어린 사제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려 말게. 내 아이처럼 보살필 터이니 자네는 백의검룡 곁에서 많이 도와주게나.”
대장군 하선후의 말에 유화는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그리고 어떤 사제를 남길지 고민을 하는데 송삼현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묘향천을 가리켰다.
“남아서 사제들을 보살필 이로 저자가 어떻소?”
“향천이요?”
“몸의 부상도 심하니, 이곳에서 치료받으며 사제들을 돌보는 게 좋지 않겠소?”
“그렇겠네요. 대협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유화는 포권을 취한 뒤에 묘향천에게 시선을 옮겼다.
“향천아.”
“예, 사매.”
“넌 이곳에 남아 사제들을 보살펴주거라.”
“…. 이곳에서요?”
“대장군님이 허락을 해주셨다. 지금부터 가는 곳은 어린 사제들을 데리고 가기엔 위험한 곳이니까 네가 이곳에 남아 사제들을 돌봐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사매···.”
“내 말대로 하거라, 네 몸이 아직 성치 않아 자칫 대협의 발목을 잡으면 민폐가 아니더냐.”
“알겠습니다. 사매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사제들이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거든요.”
묘향천이 이곳에 남아 어린 사제들을 데리고 있기로 했고 십 대 후반 이상인 이대 제자들은 모두 유화를 따라가기로 했다.
유화를 중심으로 형산파 제자들이 뭉쳤고 흑영마의 안장과 짐을 정리하던 나에게 사월향이 다가왔다.
“대협, 이제 출발하는 거지요?”
“사 소저도 여기 남아도 된다니까 굳이 왜 따라나서는 겁니까?”
“이곳에 제 손이 필요한 분이 없잖아요. 그리고 다시 마교도들과 싸우실 거면 제가 곁에 있는 게 더 나으실걸요? 아직 조모님만큼은 아니지만, 의술은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을 만큼 자신 있거든요.”
“맞는 말이라 딱히 반박하질 못하겠네요.”
“그렇지요?”
“대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제 뒤로 오셔야 합니다.”
“네. 대협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확실히 사월향의 의술이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했다.
“마훈.”
“네, 주군.”
“네가 사 소저를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예! 목숨을 바쳐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떠날 채비를 다 마쳤고,
“삼현아.”
말에 오르기 전, 송우태가 다가왔다.
“너도 알고 있을 거다. 소도 주위에 마교 놈들이 숨어들었다는 것을.”
기감을 펼쳐 이미 주변에 숨은 마교도들을 파악한 상태였다.
수는 마흔 명 남짓.
기척을 숨길 줄 아는 것을 보니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살수들이 분명했다.
“가면서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대책이 있으십니까?”
송우태는 자신이 생각한 대책을 말해줬다.
그 대책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대책이었다.
“어떠냐?”
“위험하실 겁니다.”
“이래 봬도 강호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설마 내 별호를 까먹은 것이냐?”
금호장주 ‘금검(金劍)’송우태.
강동 십 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자 금호장을 천하 삼 대 장원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등 뒤에서 마치 거대한 호랑이가 움츠려 있다가 일어난 것처럼 뿜어져 나오는 기개가 태산처럼 거대했다.
“이런 위험은 내가 그동안 강호에서 겪은 위험과 비교하면 위험 축에도 끼지도 않는다.”
“….”
내가 망설이자 송우태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앞으로 갈 길이 먼 데 여기서 힘을 뺄 필요가 없지 않으냐. 그리고 같이 가는 사람들도 있고.”
뒤를 돌아보니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움직이는 지금, 송우태의 말처럼 불필요한 위험을 배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에 흑영마에 오르자 송우태는 아직도 송삼현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했고 심호흡한 뒤에 말했다.
“삼현아.”
“예, 장주님.”
“…. 아직도 ‘장주’라고 부르는구나.”
“아직까지 다른 말은 나오질 않아서요.”
송우태가 바라는 다른 말이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긴 세월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어릴 적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파도처럼 몰아치며 그 말이 목 끝에 걸려서 나오질 않았으니까.
진왕에게 포권지례를 한 뒤에 가려고 할 때, 멀리서 이곳을 지켜보는 군주와 눈이 마주쳤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거라. 그때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꾸나.]
갑자기 전음으로 말하는 군주를 보며 깜짝 놀랐다.
전음읍밀의 경지는 반갑자의 내공을 가지고서야 가능한 경지인데 군주가 이것을 한다는 건 내공이 반갑자를 넘었다는 소리였다.
[전음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경하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리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노력했단다. 그러면 다녀오거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마.]
그렇게 송삼현은 비문 상단, 형산파의 제자들과 같이 대장군 하선후의 거처를 나와 다시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대장군 하선후 거처가 있는 소도(小島) 주위에서는 흑복을 입은 자객들이 기척을 숨긴 채, 하선후 거처를 감시하고 있었다.
‘흑마단(黑魔團).’
천월신교에서 잔악하기로 소문난 이들이 모인 곳으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임무를 성공시키기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멀리서 거처 주위를 단 한 사람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모든 길에 포진해 있었다.
“단주님, 백의검룡이 어디로 갈 것으로 보이십니까?”
“흐음, 자세한 건 모르겠다. 아마 북문으로 나와서 섬서성 서안으로 가겠지. 그곳에 무림맹이 있으니까.”
무림맹이 있는 곳으로 갈 거라고 생각할 때, 하선후 거처에서 마차 무리가 나오는 게 보였다.
“북문에서 마차가 나옵니다. 수는 총 열 대, 보고가 올라온 것과 같은 수입니다.”
“백의검룡은 보이느냐?”
“보이지 않습니다.”
“안견! 백의를 입은 어린 도사처럼 생긴 녀석을 찾아라, 그 녀석이 우리의 목표다.”
“예! 단주!”
어두운 새벽이고 거리도 일 리나 떨어져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그래서 눈이 밝은 이에게 감시하라고 했고 곧이어 안견이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백의에 검집을 차고 있는 사람, 찾았습니다.”
“백의검룡이 맞느냐?”
“멀어서 자세한 생김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고받은 인상착의가 맞습니다.”
“정말 백의검룡이 맞다면 저희가 개입해선 안 됩니다. 우선 어디로 향하는지 알았으니 보고를 올리는 게 어떻습니까?”
흑마단주는 암운뇌마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편이 좋겠다. 이 일은 백의검룡의 눈에 띄지 않게 뒤를 밟는 게 중요하다. 지금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따라간다.”
“암살은요?”
“기회가 있다면.”
마차의 수는 열 대.
흑마단은 그 주위를 감싸며 몰래 뒤를 밟았다.
그렇게 한 시진을 따라가자 잠시 쉬려는지 행렬이 마차를 세우고 휴식을 하기 시작했고 흑마단주는 유심히 상황을 관찰했다.
‘우리가 쫓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백의검룡이라면 진즉에 우리가 뒤를 쫓는 걸 눈치를 채고 무슨 수를 냈어야 하는데···.’
백의검룡 송삼현의 경지는 독고룡과 비슷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뭔가 대응이 나왔어야 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흑마단주는 수신호를 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백 장.
오십 장.
이 정도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도 감지를 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아직도 행렬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스윽.
흑마단주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손을 들어 신호를 내렸고 그 신호를 본 흑마단원 한 명이 빠르게 암기를 날렸다.
휘이이이익.
제일 후방에 있는 무사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 무사는 정확하게 암기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검을 휘둘러 암기를 막아냈다.
‘이걸 막았다고?’
암기를 막은 무사는 황급히 소리쳤다.
“기습입니다!”
“전원 원형진을 펼쳐서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라!”
선두에서 복면을 쓰고 있던 자가 명령을 내리자 무사들은 잘 훈련 받은 병사들처럼 일제히 원형을 두르며 적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비했다.
그것을 오십 장 거리 떨어진 나무 위에서 바라보던 흑마단주는 눈이 커지며 놀랐다.
‘이렇게 빠르게 대응하다니,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비문 상단은 일개 작은 상단에 불과했다.
그 작은 상단이 아무리 훈련이 잘되었다곤 해도 전문적인 살수들의 기습을 막아내기엔 어려웠다.
그런데.
비문 상단은 이상하리만큼 대응이 신속했다.
자객들이 마치 처음부터 쫓아올 것을 알고 있던 것처럼.
“설마!”
“왜 그러십니까? 단주.”
“함정이다. 이것들이 우리를 이곳으로 유인하고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동문! 서문! 남문을 감시고 있던 자들에게 보고는 없었나?”
“네, 아직 보고가 된 것은 없습니다.”
흑마단주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미 당한 건가.’
이것이 송삼현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해 판 함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저들이 비문 상단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저들은 비문 상단이 아니다. 대장군 하선후의 수하···. 아니면 금호장일 공산이 크다!”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흑마단의 주위에는 역으로 포위망이 펼쳐졌다.
“단주! 포위당했습니다!”
비문 상단으로 보이는 행렬은 일체의 움직임도 없었다.
처음부터 비문 상단으로 보이는 행렬을 북문으로 보내 자객들의 시선을 끌게 한 뒤, 일정 간격에 맞춰 무사들이 숨겨진 문으로 빠져나와 역으로 흑마단의 뒤를 밟아 이 상황을 만든 거였다.
흑마단의 그 누구도 기척을 느끼지 못한 그들은 대장군 하선후의 암부들이었다.
총 서른 명의 숫자.
신분을 감춘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천천히 흑마단을 감싼 포위진을 좁혀갔다.
‘우리가 거리를 좁혀오는 것을 알고서도 그냥 둔 이유는 적은 수로도 포위를 할 수 있는 간격까지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나? 대체 이 작전을 생각한 자가 누구란 말인가.’
그제야 흑마단주는 뭔가 일이 꼬였다는 걸 알아챘다.
대열의 가장 앞.
그곳에서 송삼현과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휙.
하얀 장포를 벗더니 그 안에 감춰졌던 금빛 갑주가 달빛을 머금으며 찬란하게 빛났다.
스르르르륵.
검을 휘감은 금빛 검강.
그것을 본 흑마단주는 그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강호에서 금빛 검강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 유일했으니까.
“금호장주 송우태···. 저 백 년 묵은 늙은 여우가 우리를 함정에 빠트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