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8
마교가 원하는 것 (5)
금호장과 흑마단의 교전이 일어나기 반 시진 전.
하선후 거처 남문에서는 흑색의 장포를 두른 송삼현 일행이 말을 타곤 일제히 빠져나왔다.
열 한 대의 마차에도 흑색의 긴 장포가 둘려져 어둠 속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장주님께서 이런 묘안을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렇소.”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장주님이 위험에 노출되는 거 아닙니까?”
송삼현도 그걸 걱정했다.
마교는 흑사회와 차원이 다른 놈들이었다.
흑사회가 어린아이라면 마교는 어른들이었다.
만일 위험에 처한다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괜찮을 거요. 장주님은 실패하는 길은 걷지 않으시는 분이시오.”
“역시 천하의 모든 곳을 보고 경험했다고 하더니 그 소문이 헛된 소문은 아닌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완전히 포위망에서 벗어난 건 아니었다.
‘기척이 있다.’
흑마단이 하선후의 거처 주위를 전방위로 포위했기에 남문 쪽도 감시하는 자들이 있었다.
남문을 감시하던 흑마단원은 남문에서 나온 무리를 발견하고 급히 전서구를 날리려고 했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붕대가 날개를 펼치려던 새를 잡아서 땅에 내리꽂았다.
‘뭐야, 저 붕대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냐!’
기척을 감지할 새도 없이 뒤에서 나타난 무무에 흑마단원은 당황했다.
황급히 경공을 펼치려고 했지만, 그의 발목에는 붕대가 감기며 경공을 펼치지 못했다.
“어서 뇌마께···. 꺽!”
스르르르르륵.
붕대는 곧 발목에서부터 목까지 감겼고.
꽉!
그대로 숨통을 끊어버렸다.
무무는 그 후로도 나무 위를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며 감시하던 흑마단원들을 한 명 한 명 죽였다.
그런 그를 유화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대협,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내 그림자 같은 아이요.”
“은신도 은신이지만, 진짜 대단하네요. 이제 겨우 십 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인데···.”
송삼현은 무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눈, 코, 입을 제외하고 온몸이 붕대에 감겨 제대로 된 생김새는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였다.
일각 후.
앞에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귀주성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광동성의 북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대협, 저 갈림길에서 갈라지는 거네요.”
“그렇소.”
“부디 대협이 하시는 일이 무사히 성사되길 바라겠습니다.”
“몸 건강 하시오. 이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다시 봅시다.”
유화를 포함한 형산파 제자 다섯 명, 표물을 운반할 비문 상단 다섯 명이 마차 한 대를 끌고 나를 따라왔고 나머지는 벽이천과 같이 다른 길로 떠났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유화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송삼현에게 말했다.
“대협, 지금부터 간격을 넓혀 주변 경계를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소.”
그렇게 그들은 운남 곤륜산으로 향했다.
*
길을 나선 지 어느덧 세 시진이 지나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길을 떠나기 전, 마차에 실린 짐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던 중, 유화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마차에 실린 벽력탄은 곤륜에서 쓰실 생각이십니까?”
이 마차에 실린 것은 약간의 식량과 벽력탄 다섯 개였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마교는 그곳을 중심으로 보급로를 확대하고 있소, 무림맹의 승기를 위해서라도 보급의 시작점을 모조리 날려버려야 하오.”
“허나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걸리는 부분? 그게 뭐요?”
“보급의 중심과도 같은 곳인데 방비가 허술할까요? 적어도 화경급 고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보급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나가 아닌 믿음직한 고수에게 맡길 것이 분명했고 그것이 누구인지 이미 알아냈다.
“그거라면 이미 무조가 조사를 마쳤소.”
“거기에 누가 있는 겁니까?”
유화의 물음에 난 태연하게 답했다.
“혈호패도.”
별호를 말하자 유화는 두 눈은 순식간에 커졌다.
“….!”
“혈호패도 초여상이 있소.”
“초, 초여상이라면 선대 교주를 모셨던 심복이 아닙니까!”
말소리가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듣고 놀랐고 나를 따라온 비문 상단 표두 부철이 말했다.
“혈호패도라면 십 년 전, 아안 참변의 원흉이라고 들었는데 그자가 거기에 있습니까?”
혈호패도 초여상.
저번 삶에서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자기 몸보다 큰 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도법으로 천하에서 으뜸인 고수.
그 위상은 사마장보다도 높았다.
오죽하면 사마장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었다.
“보급을 끊어야 이 전쟁이 수월할 거요, 그걸 마교놈들도 모르지 않을 테니 그 정도 고수를 책임자로 세운 것이지.”
그 이름을 듣고 유화를 비롯해 이름을 아는 이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십 년 전.
사천성 아안에서 참사를 일으켰던 것이 바로 그자였으니까.
그때 죽었던 고수만 해도 백여 명이 넘어갔고 그 한 명을 통제하기 위해 정도 무림의 삼 할 이상의 인원이 매달렸으니 그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은 엄청났다.
“두렵소?”
내 말에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두려운 거였다.
그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시오, 만일 그자를 상대하는 일이 생기면 그건 내 역할이니까.”
*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밤.
가는 것을 멈추고 야영 준비를 했다.
비문상단에서 온 다섯 명의 사람들과 형산파 자제들은 마차에 있는 야영 물품을 꺼내 야영 준비를 했고 나와 무무는 근방 이 리까지 수색하며 위험의 싹을 제거했다.
“후우.”
뒤쫓은 흑마단의 수는 일곱.
그들을 모조리 제거했고 야영지가 있는 곳에서 이리 반경에 수상한 기척은 없었다.
바람 소리.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벌레들의 소리.
그 많은 소리 사이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무야, 돌아가자.]
정리 후에 야영지로 돌아갔다.
추위를 피하고자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혈호패도와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십 년 전에 정파 고수 절반을 죽인 괴물이잖아. 오죽하면 별호에 ‘血’ 자가 붙었겠어.”
“그래도 우리에겐 백의검룡 대협이 계시잖아. 대협이 계시는 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
혈호패도 초여상이라는 이름이 나오고서 표정들이 안 좋아졌다.
십 년 전 혈겁의 원흉.
그 원흉의 손에 죽은 사람들의 시체로 산이 만들어졌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돌았다.
저벅.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혈호패도와의 일전은 최악의 수입니다. 그 전에 일을 끝낼 수 있는 길이 있으니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를 본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지례를 했다.
“아! 대협.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오, 내가 번을 설 테니 다들 편히 쉬도록 하시오.”
“네? 아닙니다. 저희도 돌아가면서 번을 설 테니, 대협께서 쉬십시오. 대장군님 거처에서 나온 뒤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으셨잖아요.”
“귀양까지 가는 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번을 서는 것이 낫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무로 가서 등을 기대고 앉았다.
“좀 쉬면서 하세요.”
스윽.
“쉬고 있습니다.”
사월향인 건네준 주먹밥을 받아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있자 마훈도 곁으로 와서 앉았다.
“너에게는 따로 맡길 일이 있다.”
“하명 하십시오.”
“넌 이 길로 가다가 남창으로 방향을 틀어라.”
“남창이라면···.”
마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곳에 지금 누가 있는지 떠올렸다.
“네가 창마장의 걸음을 막을 수 있겠느냐?”
남창에 진을 친 사람은 창마장이었다.
마훈의 경지와 창마장의 경지는 같았다.
지난번 싸움에서 결정을 짓지 못한 매듭이 있으니 마훈에게 맡기려는 거였다.
“예.”
마훈은 자신이 있어 보였다. 검으로는 천하에서 으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녀석이니 창마장을 이기고 싶은 욕구도 누구보다 높을 거다.
“창마장은 창법도 창법이지만, 각법도 뛰어난 자다. 창만 경계하지 말고 각법도 경계해야 한다.”
“네! 맡겨주십시오!”
길을 떠나기 전에 나는 마훈에게 내 별호와 이름이 새겨진 패를 건네줬다.
“이건 왜요?”
“창마장과 대치하는 무림맹 병력이 있을 거다. 이것을 보여주면 될 거다.”
“….. 무림맹.”
표정이 안 좋아졌다.
마훈은 여전히 무림 공적의 신분이라 무림맹과 같이 있는 게 어려웠다.
내가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해야 하니 두려운 거였다.
“네가 창마장을 베면 그들도 너를 인정할 거다. 이 전쟁이 끝나면 무림 공적에서 해방해달라고 말할 거니, 확실하게 공적을 세우거라.”
마훈은 망설였다.
창마장을 상대하는 것 때문이 아닌 무림맹과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
일각 정도 고민을 하더니 마훈은 내가 내민 패를 받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훈이 말에 올라서 다른 길로 나가는 것을 모든 이들이 배웅했고 난 마훈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만약 네가 무림 공적이라고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녀석들이 있다면 한 방 먹여주거라. 책임은 내가 지마.”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 말이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마훈은 이제 내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을 거다.
그런데 그런 마훈을 업신여긴다면 곧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니, 그때는 마훈이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내가 책임을 지려는 거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다그닥.
마훈은 말을 달리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
거리가 멀어지자 유화가 마훈이 간 곳을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무림 공적이라고 들어서 되게 무서운 분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무림 공적 마훈.
이 이름은 정파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이름이었다.
정도 무림의 어른인 적도 왕소를 벤 장본인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소.”
“알고 있어요. 적도 왕소님에 대해 태허진인께 말씀하신 것도 전해 들었어요.”
“…..”
“그리고 뒤에 사실이 밝혀졌잖아요. 적도 왕소님이 진짜 그런 거라고.”
협행을 하는 명분을 내세워 많은 아녀자를 겁간한 적도 왕소를 벤 마훈.
그러나 정파의 늙은이들은 자신들의 벗을 죽였다며 마훈을 공적에 올렸다.
그 뒤로 내가 한 말으을 기점으로 사건을 재조사했고 적도 왕소의 민낯이 낱낱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마훈은 공적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도 공적에서 풀리진 않았지요.”
“… 문파의 용서가 안 나왔군요.”
강호의 섭리를 잘 아는 유화는 단번에 왜 그런지 눈치를 챘다.
“예, 적도 왕소가 속한 도문파가 아직 마훈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요? 이미 사실이 다 나왔고 사람들의 증언도 쏟아졌잖아요.”
“명분 때문이오.”
“명분이라면 설마, 문파 내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그거요?”
“그렇소. 잘 아시는구려.”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렀다곤 허나 그건 문파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이지 개개인이 해선 안 된다는 어쭙잖은 이유로 아직 용서를 안 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규율은 강호에서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불문율과도 같았다.
“참 그 문파도 이상하네요. 결과가 나왔으면 과정이 어떻게 되더라도 우선은 대화라도 하면서 풀어갈 문제인데···.”
“그러니 이 전쟁이 끝나면 마훈과 같이 도문파를 찾아갈 참이오.”
그 말을 듣고 유화는 방긋 웃음을 지었다.
“대협은 좋은 분 같아요.”
“보기 와 달리 썩 좋은 사람은 아니오.”
그렇게 말했는데 대답은 엉뚱한 데서 들렸다.
유화가 있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들린 말이었다.
“아니요. 대협은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사월향, 그녀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것도 방금 막 피어난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두근
뭐지?
“어, 대협 얼굴 붉어졌습니다.”
“제, 제가 어디 가요.”
“엄청 붉어졌어요. 혹시 열 나시는 거 아니에요?”
사월향이 손을 내밀어 이마를 짚으려는데 나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그때, 나와 사월향 사이로 하얀 무언가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눈이 내리네요.”
하얀 눈이었다.
올해 처음 내리는 첫눈이었다.
눈을 보자 다른 이들은 기뻐했지만, 난 아니었다.
눈을 보자 저번 삶의 기억이 더 또렷이 기억이 났다.
‘그때도 그랬는데.’
저번 삶에서도 천마 독고룡과 최후의 일전을 벌일 때, 눈보라가 쳤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살갗을 에는 추위, 눈의 감촉.
독고룡과 싸우면서 입은 상처를 비롯해 종국에는 목이 떨어진 것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한 해에 처음 내리는 눈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데 그게 정말인가요?”
“막내의 소원은 무엇이더냐?”
“그야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어머니, 아버지와 오붓하게 밥 먹는 거지요. 북경으로 모시고 가서 제일 비싼 곳에서 근사하게 먹을 겁니다!”
“부 표두님! 저는 색시와 혼인하는 겁니다!”
“전 돈을 많이 벌어 큰 집에서 온 가족들이랑 사는 거요!”
그들의 말은 차가운 추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따뜻했다.
원하는 것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저 ‘가족’
그게 전부인 사람들이었다.
이 중원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 이런 사람들일 거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할 줄 아는 사람들.
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웃음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내 걸음은 단 한 순간도 멈춰선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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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은 어느덧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었다.
곧 그것이 붉게 변할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