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39
마교가 원하는 것 (6)
운남 곤륜산.
정도 무림의 최전선을 지키던 곤륜파의 웅장한 전각들은 불에 타 소실되었고 장원에는 수십 대의 마차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건을 실은 마차는 북문을 통해 나가고 빈 마차는 남문을 통해 들어왔다.
“천천히 들어오시오! 마차 사이의 간격은 일 장으로 유지하고!”
마교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중원 각지에 있는 마교 진영으로 보낼 물량을 싣고 있는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잠깐.”
청색 장포를 걸친 이가 그것을 보곤 다가와 마차에 실으려던 짐을 살폈다.
“부 군사 어른,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 모든 걸 관리하는 사람은 암운뇌마의 오른팔인 사마언이었다.
국가 재상도 역임한 명문가의 자제로 어린 시절 암운뇌마의 눈에 들어 천월신교의 부 군사가 되며 정마 대전에서는 이 보급지역의 전체적인 지휘를 맡고 있었다.
“그 표물들은 감숙성으로 갈 거니, 포장을 더 꼼꼼하게 하거라, 지금 시기에 그곳은 추운 냉기가 가득해 상하기 쉬운 물건들은 짐승 털로 감싸는 편이 좋다.”
“예!”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정성을 다해 신중히 포장하거라. 우리의 손에서 이 전쟁의 시작과 끝이 결정되니까!”
“예!”
12월.
날이 추워지고 식량을 수확할 수 없는 계절이라 운반에 특히 신경을 써야 했다.
“부 군사 어른.”
암녹색 장포를 걸친 무사가 바람처럼 신형을 날리며 다가왔다. 그가 이렇게 온 이유는 간단했다.
“또 정파 놈들이냐?”
“예.”
그는 사마언의 명을 받아 곤류산 일대를 감시하는 ‘적추대(跡追隊)’의 대주였다.
흔적을 찾고 추적하는 데 능해 며칠 전부터 정파의 감시가 이어진다는 걸 알아내며 꾸준히 정파의 흔적을 찾아 그들이 어떤 것을 관찰하고 알아가는지 감시했다.
“그놈들은 한 달 전부터 쉬지 않고 찾아오는구나. 이번에는 몇 명이더냐?”
“일곱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셋에서 다섯, 그리고 보름 전부터 꾸준히 일곱이라.”
사마언은 오른손으로 턱을 쓸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반 각이 지날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적추대주가 물었다.
“어찌하겠습니까? 이번에도 부 군사님 말씀대로 그냥 보내긴 했지만,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본보기보다는 맹이 머무는 곳을 알아냈느냐?”
“귀주성 귀양입니다.”
“어떤 계책을 꾸미는지 알아내야 한다. 기척을 숨기는 데 능하고 발이 빠른 녀석들로 다섯을 추려 그곳으로 보내거라.”
“알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마언은 대응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
무리해서 무림맹에게 경계심을 심어주는 것보다는 그들이 계획한 것을 알아내 역으로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주기가 나흘에서 이틀로 짧아졌다.’
정파 감시조들이 발각되는 시일이 짧아졌으니 슬슬 행동에 나설 공산이 컸다.
사마언은 마차의 표물 목록을 적는 명부를 앞에 있는 이에게 넘기며 말했다.
“혈호패도님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늘 한결같으시지요. 술병하고 같이 지붕 위에서 쉬고 계십니다.”
“난 잠시 혈호패도님을 뵙고 올 테니, 현장을 부탁하마.”
“네. 다녀오십시오.”
경공을 펼쳐 단숨에 전각 지붕까지 도약했다.
휘이이이잉.
하늘에서 무언가 내릴 것처럼 거세게 부는 바람.
혈호패도 초여상은 자신보다 큰 도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은 채, 그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사마언은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패도님.”
혈호패도는 움직이지 않고 눈만 뜬 채, 사마언을 쳐다봤다.
“왜 그러느냐. 또 쥐새끼들이 왔다 갔느냐?”
“예, 수는 일곱, 한 식경 정도 이곳을 둘러보다가 사라졌습니다.”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군.”
“예.”
“그렇다면.”
스윽.
“슬슬 비바람이 불겠군.”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삼서성 한중 인근의 ‘월근산(月近山)’
달과 가까운 산이라는 이름만큼 높은 산으로 정상에는 세월이 흘러도 녹지 않는 눈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천월신교가 진영을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수천의 마교들이 뿜어내는 악기에 주변에서는 생명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월근산 정상.
출입이 엄히 통제된 곳으로 흑색 장포를 입은 두 사람이 걸어갔다.
암운뇌마와 그를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지마(知魔) 운비호였다.
“결과는 어떠냐?”
“아직 온전하게 정파 무공을 다루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법을 따라 하는 것이 걸음마를 하는 단계라면 무학을 익히는 것은 아예 다른 수준이라···.”
그렇게 걸어서 동굴에 도착했다.
그 동굴 주위엔 암운뇌마가 친 방어 진법들이 펼쳐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환골탈태할 때, 나오는 탁한 기운에서 나는 악취의 향과 비슷했다.
“오셨습니까, 뇌마님.”
측근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암운뇌마를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이곳에서 암운뇌마 심우명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정파 무공을 마교도들에게 익히게 하며 정과 마를 조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화입마에 빠져 죽어가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정기와 마기의 혼합이 너무나도 어렵구나.’
희생에 희생을 거듭하며 죽어 나간 이들은 벌써 수백이 넘어갔다.
한 명 한 명 상태를 보던 암운뇌마는 한 교도를 보더니 걸음을 멈췄다.
“혈색이 좋군.”
다른 이들과 비교해 유독 혈색이 좋아 보이는 교도였다.
“지금 이 자가 제일 상태가 좋습니다. 아직 마기가 많긴 하지만 정기가 서서히 융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 곤륜의 보법을 익힌 자인가?”
“예, 그 당시 곤륜의 보법을 익힌 이들 대부분 경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무학을 익히기 시작한 후에 살아남은 자는 저 자 하나뿐입니다.”
스르르르르륵.
몸 안에 미처 담기지 않은 내공들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형태를 가진 내공을 향해 암운뇌마가 손을 뻗자 다들 기겁했다.
“위험합니다!”
“괜찮다.”
손끝에 내공이 닿았다.
저릿.
정기와 마기가 적절하게 섞인 내공, 그 기운에 암운뇌마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십 년 전, 흑무신공이 손에 들어오며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성사되질 않았다. 많은 희생을 거듭하며 알아낸 한 가지 대책, 그것이 바로 정파의 정수가 담긴 무학이었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더 견고하게 만들어진 정파의 무공이야말로 암운뇌마가 그토록 원하던 해결책이었다.
스르르르륵.
연기처럼 흐르는 내공.
폭주하려던 것을 정파의 기운이 감싸며 억눌렀다.
‘이거다!’
그 억누른 내공은 다시금 몸 안으로 갈무리되어 사라졌다.
“끄으으으으윽!”
온몸에 핏줄이 곤두서며 내공이 역행하는 것을 유심히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온몸의 핏줄들이 터질 것처럼 꿈틀거렸지만, 곧 그것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정기와 마기.’
꿈틀.
‘이것들이 안정된다면.’
꿈틀.
‘개량된 독수비단처럼 억지로 경지를 넘나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림맹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힘을 가질 수 있다.’
금방이라도 온몸이 터질 것처럼 기운을 내뿜던 마교도는 그렇게 혼절을 하며 쓰러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의원은 황급히 다가와 진맥을 했다.
“… 놀랍습니다. 그토록 불규칙적으로 뛰던 맥이 마치 자는 것과 같이 안정됐습니다.”
“그러면.”
“성공입니다!”
정기와 마기가 합쳐져 음과 양의 합이 드디어 이뤄진 거였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머금은 기운을 안정시켰고 암운뇌마는 그 모습을 보고 눈앞에 잔상이 떠올랐다.
무림맹이 불타며 정도 무림이 무너지는 것이.
‘천뇌 고맙소, 죽기 전에 이런 선물을 남겨줘서.’
*
시일이 흘러갈수록 마교는 점차 무림맹과 거리를 좁혀갔고 이제는 반나절이면 맞붙을 거리까지 좁혀졌다.
그 사이, 무림맹은 철저하게 방벽을 세우며 마교와 교전을 치를 준비를 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뒤를 칠 계획을 세웠다.
‘보급로 차단.’
그것을 주도하는 이들은 귀주성 귀양에 모여 정보를 수집 중이었다.
‘풍월 객잔.’
이 층에서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이들은 무림맹 용봉지회 후기지수들이었다.
경지는 그리 높지 않지만, 의협심이 뛰어난 이들로 추린 용봉지회의 정예였다.
거기엔 팽도형을 비롯해 송삼현에게 호되게 당했던 모용두도 있었다.
“곤륜으로 가는 보급을 끊어낼 시기는 대체 언제랍니까? 한 달 넘게 계속 감시만 하고 지겨워 죽겠습니다.”
“잠자코 기다리거라, 곧 움직일 것이니.”
그들이 담소를 나누던 중에 객잔 문이 열리며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어, 저기 누가 들어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마을 사람은 아니고 상단처럼 보이네요.”
혹여라도 변복을 한 마교도일 공산이 있으니 후기지수들은 기척을 숨겨 객잔에 들어온 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수는 열하나. 상단인가?’
영락없이 상단처럼 보이는 행색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도 있었다.
상단이라고 하기엔 복면으로 신분을 감춘 게 이상했다.
“예사로운 자들이 아닙니다. 광무신창(光武神槍)께 알리겠습니다.”
“대협께서는 곤륜산 근방으로 가서 안 계시니, 백운노사(白夽老師)께 알리거라.”
“알겠습니다.”
소식을 알리기 위해 몇몇 사람들은 떠났고 팽도형을 비롯해 남은 이들은 그들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들리지 않는다.’
허나 기막 때문에 말이 들리지 않았다.
‘대체 누구지? 복면을 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아내기가 어렵다.’
유심히 지켜보는 데 곧이어 그들이 복면을 벗었다. 그리고 보이는 얼굴, 그 얼굴을 보며 팽도형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풍월 객잔에 들어온 사람들은 송삼현 일행이었다.
“사람들이 없네요.”
“전쟁 때문에 피난을 간 사람들도 있을 거요.”
“…. 마교는 진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양민들이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그리 심하게 도륙하는지···.”
“그들에겐 그게 유흥일 거요.”
“그게 더 화가 납니다. 어찌 사람의 목숨이 유흥거리가 될 수 있습니까? 그놈들은 곱게 죽여서는 안 됩니다.”
정마 대전의 여파로 길거리에 사람들은 현저하게 적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교도들이 휩쓴 흔적이 없다는 거였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 없어 잠시 딴짓하던 점소이가 송삼현이 손을 들자 황급히 뛰어나왔다.
“인원수에 맞춰 국수 한 그릇씩하고 식탁마다 회과육 한 접시씩 부탁하네.”
“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고 갈 테니 방도 따로 준비해줄 수 있겠나?”
“물론이지요! 먼저 식사하시면 그 후에 빈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싹싹한 점소이를 보고 송삼현은 은자 두 냥을 내밀었다.
“음식값하고 방값, 그리고 나머지는 자네가 갖게.”
“아이고! 나으리! 감사합니다요.”
잠시 후, 음식이 나왔고 송삼현 일행은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계속해서 벽곡단과 건조된 식량만 최소한으로 섭취했기 때문에 지금 먹는 음식이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음식처럼 느껴졌다.
“대협. 누군가가 이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습니다.”
아까부터 이곳을 지켜보는 인기척 때문에 유화는 송삼현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고 송삼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전음을 보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적의는 없는 거 같소.]
유화는 아직 전음을 펼치기에 내공이 부족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서서히 가까워지는 발소리.
이 층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계단을 통해 일 층으로 내려왔고 송삼현 일행이 앉은 식탁으로 다가왔다.
“이게 누구인가! 오랜만이네.”
머리까지 쓴 장포를 벗으며 말을 건 사람은 송삼현도 너무나 잘 아는 얼굴이었다.
“팽 형님.”
하북팽가 팽도형과 그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용봉지회 후기지수들이었다.
“이곳에서 자네를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팽가는 서안에 있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팽 형님께서 이곳에?”
“비밀리에 움직일 일이 있어서 이리 왔네. 이들은 호화회에서 한 번 봤지?”
호화회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안 그래도 자네를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네, 같이 가겠나?”
“저를요?”
“보면 반가워할 거야.”
팽도형의 뒤를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 끝방, 그곳으로 들어가자 백발의 노인과 마주 보며 차를 마시는 사람이 보였다.
“왔는가.”
담소를 나누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웃으며 송삼현을 맞이해주는 사람은.
“어? 군사 어른!”
총 군사 제갈귀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