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0
마교가 원하는 것 (7)
“군사님을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네, 자네가 객잔에 왔다는 말을 듣고 꽤 놀랐어.”
송삼현과 제갈귀호는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그리고 그 옆에서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백발의 노인, 백운노사가 송삼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려 보이는데도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 웃는 얼굴 뒤에 용 한 마리가 숨어서 똬리를 틀고 있는 거 같군.’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기운에 백운노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시선에 송삼현은 백운노사에게 말을 걸었다.
“노사께서도 은거를 깨고 나오셨군요.”
“이 사람이 하도 사람을 보내서 귀찮게 하는 바람에 나왔지. 은퇴한 노부가 뭐를 할 줄 안다고 이러는지···.”
백운노사는 남궁화웅이 맹주였던 시절 그 곁을 지키던 총 군사로 혁력서권이 맹주에 올랐을 때는 그의 성정을 본 이후에 공식적으로 강호에서 은퇴한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백운노사는 나를 뚫어져라 봤다.
“산속에서도 자네의 이름이 들렸는데 이렇게 보니 왜 그리 소문이 났는지 알겠구만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
“그렇지요?”
그 말에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제갈귀호였다. 마치 자기 자식이 칭찬이라도 받는지 활짝 웃으며 백운노사를 바라봤다.
“무엇보다 자네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는 후기지수는 처음이 아닌가.”
무림맹 총 군사인 제갈귀호는 강호의 고수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후기지수입니다. 제 사위로 들이려고 공을 들이는 중이고요.”
“소소의 짝으로?”
“네, 선배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소소가 워낙 영민한 아이라서 어지간한 남자는 무리지만, 백의검룡 정도면 자네가 정성을 쏟아야겠어.”
“하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크게 웃으며 말하자 송삼현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차만 마셨다.
이야기는 점점 깊어졌고 송삼현은 본론을 꺼냈다.
“군사 어른께서는 곤륜에서 운반되는 마교의 보급을 노리는 건가요?”
“자네도 그걸 노리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군사님께 서신을 보냈는데 길이 엇갈렸군요.”
“서안으로 보냈다면 맹주님이 받아 셨을 거네.”
차를 마시다가 송삼현은 한 가지 궁금한 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인 게 있습니다. 어째서 용봉지회와 호화회의 후기지수들만 있는 겁니까? 다른 분들은 안 계십니까?”
이곳에 있는 고수들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몰래 보급을 노린다고 해도 일이 틀어질 공산도 있어 대처가 가능한 고수가 있어야 했다.
“여기 백운노사님과 지금은 운남으로 정보를 모으러 간 광무신창도 있네. 그리고 황룡대 열 명도 우리를 따라왔지.”
“그렇군요.”
제갈귀호는 송삼현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어떤가? 이렇게 된 이상, 힘을 합치는 편이?”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하려고 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걸 계획했나?”
송삼현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설명했다.
제갈귀호와 백운노사의 표정은 점차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허허허, 놀랍군, 흑사회가 숨긴 벽력탄을 대체 어디서 회수한 거지?”
“비문 상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강소에 있는 작은 상단?”
“예, 그 상단이 마교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을 재건하는 일을 하던 중에 흑사회가 숨긴 벽력탄을 찾아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는 자들이군.”
그때, 일 층이 소란스러워졌다.
“밑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구만.”
“하하하, 그러게요.”
“안 내려가 봐도 되나?”
“괜찮습니다. 믿음직한 녀석에게 맡겨놨으니까요.”
“호오, 자네가 믿음직하다고 한 사람이라···. 어떤 사람인지 엄청 궁금하군.”
“무조의 수하입니다.”
“아, 그 붕대를 감고 있는 어린아이?”
“예.”
탁.
제갈귀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 참, 후기지수들이 된통 당하겠군.”
*
한 식경 전.
송삼현이 이 층 방 안으로 들어가고 일 층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시오, 용봉지회의 검룡으로 불리는 황보선우라고 하오.”
용봉지회 후기지수들은 젊은 강호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는 이들이었다.
숱한 이들 가운데 협행을 쌓으며 여러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이들만이 ‘용봉지회’라는 곳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형산파 일대 제자 유화라 합니다.”
“호화회에서 도호로 불리는 팽도형입니다. 형산파의 비보는 전해 들었습니다. 상심이 크실 텐데 이리 강호를 위해 힘을 써주시는 형산파 분들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팽도형의 정중한 인사에 유화는 포권지례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걸 보던 황보선우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사특한 무리에게서 다친 데가 없어서 안심이오. 무릇 꽃에는 상처가 없어야 아름다운 법이 아니오.”
유화를 위로해준다고 한 말이지만, 남들이 들을 때는 깔보는 말처럼 들렸다.
“…. 황보 형님, 그러지 말고 올라가셔서 마저 술을 드시지요.”
팽도형은 그를 말리려고 했다.
유화를 비롯해 형산파 사제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호화회와 용봉지회는 서로 앙숙이었으나 전쟁을 하며 서로 합심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용봉지회는 호화회를 깔보는 게 있었다.
“술이라면 여기 이분들과 함께 마시면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일행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여인들을 훑어봤다.
“옆에 앉아도 되겠소?”
황보선우가 사월향에게 다가가 묻자 사월향은 쳐다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니요. 자리 주인이 있어서요.”
남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사월향에게 향했다.
‘무슨 사람이 이리도 아름답단 말이냐, 하늘에서 선녀라도 내려온 것 같구나.’
그동안 그들이 봐온 여인 중에서도 사월향의 미색은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면 앞에 앉겠소.”
“…..”
사월향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보선우는 냉큼 사월향의 앞자리에 앉아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란히 앉아 식사하려는데 다들 사월향에게 말을 걸었다.
“소저께서는 이름이 어찌 되시오?”
“어디 지역 출신이오?”
“실례가 아니라면 나이를 물어도 괜찮겠소?”
짐승들처럼 흥분한 이들을 본 팽도형은 그들을 말리려고 했는데 그가 나서기도 전에 사월향의 입이 먼저 열렸다.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뭘 그리 친해지려고 하십니까?”
차가운 냉기가 풀풀 풍기는 말이었다.
그 말투에 유화를 비롯해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차가운 말투도 하시는 분이시구나.’
팽도형이 사월향에게 포권지례를 하며 사과를 했다.
“소저, 죄송합니다. 제 일행들이 실례했습니다.”
“아니에요. 저도 말이 곱지 않아 죄송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 흐음.”
황보선우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월향의 곁으로 가서 앉으려는 순간, 사월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황보선우가 사월향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지만.
탁!
사월향이 그의 손을 쳐냈다.
“뭐 하는 짓입니까?”
“아니 나는 그저 같이 먹자는 건데 왜 그리 싫어하시오?”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식사하는 것은 싫어해서요.”
“그러면 친해지면 되지 않소?”
“당신처럼 여인들을 희롱하려고 하는 사람이랑 먹으면 음식을 다 게워낼 것 같네요.”
황보선우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뻗으려는 순간.
꽉!
무무가 붕대를 풀어 황보선우의 몸을 결박했다.
“누, 누구냐!”
용봉지회와 호화회 일원들은 적이 기습한 줄 알고 일제히 무기를 빼 들었으나 유화가 나서서 제지했다.
“저 아이는 백의검룡 대협의 수하입니다. 섣불리 덤비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무무는 열 명의 후기지수들이 검을 빼 들며 자신을 겨누고 있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송삼현이 이 사람들을 지키라고 했으니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난 괜찮으니 풀어주세요.”
무무는 사월향의 말에 붕대를 풀어줬고 황보선우는 숨을 꺼억꺼억 내쉬며 바닥에 침을 질질 흘렸다.
“다시는 그딴 손으로 내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간 그때는 제가 당신의 사혈을 점해 죽여버릴 거예요.”
서슬 퍼런 경고.
그 경고를 들은 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상황을 유심히보던 한 사람.
모용두가 물을 한 잔 마시곤 황보선우를 바라봤다.
“황보선우 소협.”
“…. 네?”
“이 자리에 백의검룡 대협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그게 무슨···.”
“대협이 있었다면.”
척.
모용두는 사월향의 손목을 잡으려던 황보선우의 손을 가리켰다.
“그 손은 진즉에 당신의 몸과 떨어져 있었을 거요.”
황보선우는 얼굴이 붉어지며 다른 용봉지회 후기지수들과 객잔 밖으로 나갔고 팽도형은 모용두에게 말했다.
“형님, 철이 제대로 들으셨네요?”
“너도 백의검룡에게 한 방 맞아보거라, 정신이 번쩍 들더라.”
“하하하하하, 저는 형님처럼 엇나가 본 적이 없어서요.”
“이놈이 이제는 너까지 나를 놀리는 것이냐?”
그 사건이 이후에 모용두는 사람이 많이 유해졌다.
“저는 단지 지금의 형님이 보기 좋아요. 어릴 적에 같이 야산에 올라 밤을 구워 먹던 형님처럼요.”
팽도형과 모용두의 말에 호화회 사람들은 피식하며 웃었다.
강압적인 분위기의 용봉지회와 달리 호화회는 친근한 분위기였다.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사월향은 그들에게 먼저 사과를 했다.
“아닙니다. 애초에 저쪽에서 먼저 잘못한걸요. 소저께서 미안해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맞습니다. 황보선우 저놈은 예전부터 여인들을 희롱하는 걸로 유명한 녀석입니다.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
편해진 분위기에 사월향도 경계심을 풀었다.
그녀가 황보선우에게 차갑게 대한 것은 천하봉선과 같이 어릴 때부터 강호행을 하면서 생긴 버릇 때문이었다.
외적인 것을 보며 다가오는 사람들.
자신이 어떤 기분인 줄 모르고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들.
사월향은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었기에 처음보는 사람들에겐 극도의 경계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계심을 살짝 누그러트린 사람이 송삼현이었다.
스윽.
사월향이 송삼현이 간 이 층을 바라봤고 그것을 팽도형이 봤다.
‘아.’
그제야 눈치챘다.
눈앞에 꽃보다 아름다운 소녀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
그 시각, 객잔 밖.
열 장 정도 떨어진 지붕 위에서 기척을 숨긴 채 은신을 한 적추대원은 객잔 상황을 유심히 관찰했다.
소란스러움이 멈추더니 사람들이 객잔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나온다.’
용봉지회 후기지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벌어지는 일들을 상세히 기록한 뒤에 일각이 지나고 나서야 사라졌다.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한 그의 기척은 송삼현은 알고 있었다.
“갔군요.”
“응? 뭐가 말이냐?”
“이곳을 감시하고 있던 녀석들이요.”
그 말을 들은 제갈귀호는 턱을 쓸었다.
“내 예상대로군.”
“감시가 붙은 걸 알고 계셨습니까?”
“어느 정도는.”
며칠 전부터 마교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것을 이용해 계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송삼현이 넌지시 물었다.
“저들을 이용하면 어떻습니까?”
“누구 말이냐?”
창밖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고 제갈귀호는 그들을 봤다.
“용봉지회를?”
그곳엔 표정이 좋지 않은 황보선우와 용봉지회 후기지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딱 봐도 무슨 일이 있는 사람들처럼.
“방금 마교 쪽에서도 저들을 보고 갔을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 쪽에서 내분이 생겼다고 윗선에 보고가 올라가겠지요.”
“아, 그걸 역이용을 하자?”
“그렇습니다. 내분이 일어났다는 걸 알면 마교 쪽에서 저들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그때 거짓 정보를 흘리고.”
“몰려오는 물고기들을 그물을 펼쳐 잡는 거지요.”
그들의 말을 듣던 백운노사는 송삼현을 보며 혀를 찼다.
“…. 넌 정말 몇 살이더냐? 어찌 잠깐 벌어진 상황으로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도저히 저 나이 대에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송삼현을 보고 백운노사를 비롯해 제갈귀호도 적잖이 놀랐다.
“역시.”
제갈귀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송삼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어떠냐? 소소와 혼인해서 나와 가족이 되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