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3
마교가 원하는 것 (10)
열흘 후.
운남 곤륜산에 있는 천월신교 진영에선 사마언이 첩자가 가져온 서찰을 집무실 의자에 앉아 천천히 살펴봤다.
“처음에는 다른 정보를 알려줬습니다만 서찰에는 다른 정보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찰을 감싼 매듭이 맹의 기밀문서에만 쓰이는 매듭법이고?”
“그렇습니다.”
“그들이 거짓 정보를 말한 뒤에 이걸 떨어트렸다면 함정일 공산은?”
“네. 저희를 속이려고 거짓 정보를 발설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말한 게 진실이고 이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라고 하기에는 그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제갈귀호 군사에게 축객령을 받고 서안으로 쫓겨나는 후기지수들이 굳이 거짓을 고할까요?”
“내분이라···.”
그 후에도 말로 전해 들은 정보를 말해줬고 사마언은 서찰에 적힌 내용과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서찰에는 곤륜 근방의 보급로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계획이 물 샐 틈 없이 치밀하다. 그렇다면 이건 제갈귀호가 쓴 게 맞다는 건데···.’
쓰여있는 계획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오기 힘든 계책이었다.
몰랐다면 꼼짝없이 당할 법한 계획이 손쉽게 손아귀에 들어오자 사마언은 기쁨보다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 냄새가 좀 나는데.”
매사에 의심하는 성격이라 손에 들어온 것이 덫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맹의 움직임은?”
그렇기에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하게 두드려보고 건너야 했다.
“서찰에 써진 대로 정확하게 움직였고 지금은 유죽현에 있습니다.”
“유죽현이라···. 이다음은 첩자를 심어놓는 거겠군.”
서찰에 적힌 대로였다.
“이틀 후면 본교에서 지원군이 오는 날입니다. 근방 흑도들을 포섭해서 온다고 했으니 침투를 하려면 그곳에 껴서 들어올 공산이 큽니다.”
“남문을 통과하는 이들의 신분을 면밀히 살펴라, 정파에 연관된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색출해서 감시하거라.”
“존명.”
정보가 손에 들어오긴 했지만, 사마언은 모든 것을 믿지 못했다.
‘그 여우 같은 놈이 대체 무슨 작당 모의를 했을꼬.’
그가 아는 제갈귀호는 계획을 세울 때, 늘 최악의 수까지 세워놓고 최대한의 확률을 따르기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축객령을 내린 후기지수에게 중요한 밀서를 주고.
또 후기지수는 그 밀서를 흘리기까지 한 상황이 뭔가 쉽게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선은 확인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하니 잠시 의심은 접었다.
그때 청색 장포를 걸친 신형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군.”
“또 녀석들이 나타났느냐?”
“예, 한 식경 전에 동쪽 우태골에 나타난 뒤로 곤륜산의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수는?”
“넷입니다. 어떻게 대처할까요?”
사마언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결정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보내주고 뒤를 밟아라.”
“존명!”
신형을 날리는 무사의 뒷모습을 보던 사마언은 발걸음을 돌렸다.
*
운남 곤륜산 인근에선 마차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곤륜파 장원으로 오갔고 근처를 지키는 병력 또한 상당했다.
스윽.
그리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광무신창과 제갈귀호였다.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군요.”
“예,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는 얘기지요.”
마교도들은 해가 다 지며 어둠이 깔린 어둠 속에서도 횃불과 달빛에 의존한 채, 마차에 곡식을 싣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마차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저놈들이 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천산 산맥에서 만만의 준비를 다하고 나온 거 같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저리 많은 곡식을 쌓아뒀다니.”
천월신교의 본산이 있는 곳은 천산 산맥이었다.
예로부터 척박한 땅이라 곡식을 키우기에는 어려운 곳이지만, 천월신교는 수십 년을 걸쳐 그곳을 개척해 다섯 해 전부터 곡식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그곳만이 아닌 운남 전역에서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광무신창은 말을 아꼈지만, 제갈귀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 많은 곡식의 절반이 어디서 왔는지.
“황궁 쪽에서 지원을 해주는 거겠지요.”
“…. 맞습니다. 교묘하게 궁의 표식을 가리긴 했지만, 꼬리를 물고 추적해보니 묵왕의 거처로 향하는 마차를 발견했습니다.”
“이것들이 이제는 대놓고 뒤를 봐주는 구나.”
“흑사회가 사라진 지금, 천월신교가 그들에겐 유일한 돌파구가 될 테니까요.”
천월신교의 뒤를 받쳐주는 곳은 묵왕과 황궁이었다.
부족한 곡식은 그들이 지원해주며 천월신교는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한데 군사 어른.”
“예?”
“정말 천월신교에게 흘린 정보대로 움직이실 생각이십니까?”
광무신창은 걱정이 됐다.
아무리 대안이 있다곤 하나 0알려진 계책대로 움직이기엔 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백의검룡을 온전히 믿어도 되겠습니까? 혹여 그자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면 군사 어른을 비롯해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계획을 들은 광무신창은 처음에는 묘안이라며 동의했다.
하지만 최악의 수를 생각해둬야 했다.
만일 송삼현이 일을 실패한다면 제갈귀호와 일행들은 함정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제갈귀호는 그 말을 듣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
“제가 아는 백의검룡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군사 어른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저도 믿겠습니다.”
광무신창의 말에 제갈귀호는 활짝 웃었다.
“고맙습니다. 제가 이러니 광무신창과 이 일을 시작한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희는 사전에 알려주신 그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슬슬 물러나고 계획을 실행하지요. 우리를 감시하는 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갈귀호는 광무신창과 현장을 빠져나와 유죽현으로 돌아갔다.
*
이틀 후.
남문으로 통하는 길에는 수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네도 왔는가?”
“밥과 잘 곳은 물론 전쟁이 끝나면 재물도 준다는 데 안 올 사람이 어디 있나?”
“하긴 악행을 저질러 맹의 추격을 받던 이들에게 출세할 기회긴 하지.”
운남 근방에 악행을 저지르던 흑도들과 천월신교 본산에서 오는 마차의 행렬이었다.
그 행렬에는 제갈귀호가 몰래 첩자들을 심어뒀다.
흑도들로 변복을 한 뒤에 역용술로 생김새도 약간의 변화를 주며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게 했다.
“다음 들어오시오.”
마차는 검문을 마친 뒤에 바로 들여보내는 반면 흑도들은 한 명 한 명 신원을 확인했다.
어떤 문파 출신이고 어떤 별호로 불리고 있는지, 그것을 면밀하게 살폈다.
어느덧 변복한 정파 무림인의 차례가 됐고 사전에 제갈귀호가 일러준 대로 말했다.
“해남 유문파요.”
바다 넘어 해남에 있는 문파로.
“별호는 뭐요?”
“아직 뚜렷하게 불리는 별호는 없소, 해남에서는 해충검(海衝劍)이라고 불리오.”
“해충검….? 아! 감우일 소협이오?”
“저를 아시오?”
“물론이오! 해남에서 검 두 자루로 바다를 가르는 소협이라는 소리는 익히 들었소.”
이곳을 책임지며 신분을 확인하는 사람은 사마언의 측근으로 강호에 모르는 이가 없다는 자였다.
그렇기에 바다 넘어 해남의 사람들까지 아는 거였다.
“지나가도 되겠소?”
“그렇게 하시오.”
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그때.
“잠시만.”
불러세웠다.
“왜 그러시오?”
“해충검은 검을 두 자루 들고 다니는데 어째서 한 자루요?”
품에서 반토막이 난 검을 보여줬다.
“오는 길에 정파 무림인과 작은 싸움이 있었소, 그때 한 자루가 부서졌소.”
사실 그 검이 부서진 것은 진짜 해충검 감우일과 싸우던 중에 부러진 거였다. 그리고 제갈귀호가 역용술로 감우일과 비슷한 생김새로 변복을 시켜 혹여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속일 수 있을 만큼 만들었다.
“그렇군. 이겼소?”
“죽이진 못했으나 치명상을 입혔으니 오래 살지는 못할 거요.”
“좋군, 들어가도 좋소.”
남문으로 들어갔고 그 뒤로도 정파 무림인들은 사전에 맞춘 대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서로 눈인사만 하고 각자 부르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던 사마언의 측근은 그들의 정체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주군.”
어느덧 사마언이 곁으로 오자 측근은 포권지례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어찌 됐느냐?”
“역용술로 생김새를 바꾸며 변복을 하긴 했으나 걸음걸이를 보고 눈치챘습니다. 정파 무학을 익힌 자들이었습니다.”
정파 무림인들이 실수를 한 것은 얼굴과 복장은 다 맞췄지만, 그들의 몸에 벤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측근은 눈썰미가 좋아 그런 걸 바로 알아챘다.
“수는?”
“침투한 수는 여섯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감시를 붙여놨으니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사마언은 생각에 잠겼다.
저들을 지금 잡아들이기에는 뭔가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서찰 대로 계획이 흘러가는 것을 확신한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우선 감시를 붙인 뒤에 자유롭게 두거라, 그 녀석들을 이용해서 제갈귀호를 잡아야겠구나.”
무림맹의 머리, 제갈귀호를 이 기회에 잡겠다는 거였다.
“존명.”
측근은 그렇게 사람들을 통제하러 갔고 사마언은 혈호패도를 찾아 신형을 날렸다.
그때.
마차를 검문하는 곳에서는.
“통과!”
송삼현과 일행들이 마차를 끌고 남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말은 마구간에 가져다 놓거라.”
“예!”
송삼현은 말고삐를 잡았다.
일행 중에 제일 영향력이 높은 송삼현이지만, 이곳에서는 가명을 쓴 채, 제일 낮은 마부 역할을 맡기로 했다.
마차를 세운 뒤에 말을 끌고 마구간으로 갔다. 마구간 앞에는 경비를 서는 자가 있었고 손을 들어 송삼현을 막아섰다.
“어디서 온 누구요?”
“태을지부에서 온 마차입니다.”
품에서 천월신교 태을지부에 패를 보여주자 마구간의 문을 열어줬다.
이곳에 오기 전에 태을지부의 마차를 습격해서 가져온 거였다.
말을 마구간에 넣어둔 뒤에 명부를 작성한 뒤, 마련된 처소로 들어갔다.
“하하하하하하하!”
그곳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송삼현은 일행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말을 두고 왔습니다.”
“알겠다. 너도 그만하고 이제 쉬거라.”
“예, 지부장님.”
“아! 그전에 이걸 서문에 계시는 하죽님께 전하거라.”
“네!”
서찰을 받아 처소를 나갔다. 그리고 어둠이 깔린 곳에서 송삼현은 기척을 숨기고 자유롭게 이동했다.
탓.
기척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곡식을 쌓아둔 창고를 보려는 거였다.
그리고 어떻게 이동해서 어떻게 계획을 실행할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골목길을 걷는 그때.
“어떤 쥐새끼더냐.”
갑자기 없었던 기척이 나타나더니.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달빛을 머금은 그의 얼굴이 드러나자 송삼현은 멈칫했다.
한 마리의 노호(老虎)처럼 기운을 풍기는 그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제갈귀호가 알려준 혈호패도의 생김새,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혈호패도 초여상!’
구척이 넘는 거구의 남자가 자기 몸보다 큰 도를 등에 멘 채 다가왔다.
“넌 입이 없느냐? 물었지 않느냐. 쥐새끼는 누구냐고.”
“소인은 그저 마차를 끄는 일개 마부일 뿐입니다. 어찌 혈호패도님께 댈 이름이 있겠습니까.”
불필요한 마찰은 없어야 했다.
여기서 소란이 일어났다간 세워둔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까.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개도 들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려고 할 때, 움직임이 느껴졌다.
도를 휘두르는 동작이었다.
‘막아햐 하나?’
‘혹시 시험하는 거라면 막으면 안 된다. 무예는 하지 못하는 마부역할이니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공격을 막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목에 닿기 직전 도가 멈춰섰고 송삼현은 놀란 연기를 하며 뒤로 고꾸라졌다.
“아이고! 살려주십시오! 어르신!”
“….. 가보거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송삼현이 골목에서 나가자 혈호패도는 도를 거두며 송삼현이 사라진 골목 입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