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4
마교가 원하는 것 (11)
강서성 남창.
창마장이 이끄는 마교 무리를 앞에 둔 채, 남궁상룡이 이끄는 정파 무림의 무사들은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거니는 한 사람, 마훈이었다.
힐끔.
이틀 전에 이곳에 온 마훈은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했다.
“저자는.”
“쉿, 조용히 하게.”
“왜?”
“북검에게 말을 걸지 말라는 명을 못 받았는가? 괜히 말을 걸면 화룡정검(火龍正劍) 대협께서 크게 혼을 내실 거야.”
화룡정검 우운성.
마훈과 사이가 좋지 않은 도문파의 이 장로로 그를 죽일 듯이 쳐다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북검.”
홀로 떨어져 있는 마훈을 부른 것은 남궁효우였다.
“왜 그러시오?”
“…. 조부님께서는 그대에게 맡길 일은 없다고 하셨네. 그러니 전투가 일어나면 알아서 행동하길 바라네.”
명백한 무시였다.
무림 공적 신분이니 아무도 그와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마훈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있었다.
“어차피 크게 바라지도 않은 일이오, 난 그저 주군이 명하신 일만 수행하면 되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비어있는 모닥불에 불을 붙인 뒤, 앉아서 품에 넣어둔 벽곡단을 꺼내 먹었다.
남궁효우는 마훈을 보곤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곤란해했다.
‘이러면 나중에 처남의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이냐!’
도문파는 구대 문파처럼 역사가 오래되어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아직 용서하지 않은 자를 다른 이들은 용서하지 못하는 거였다.
“자,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남궁효우가 다급하게 누군가의 발걸음을 잡으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화룡정검 우운성.
그가 마훈이 앉아 있는 모닥불로 가더니,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남궁효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곤 상황을 지켜봤다.
‘조부님께 알려야 하나.’
만약 둘이서 싸운다면 남궁효우가 말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곤란해하는 그때, 화룡정검 유운성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그랬느냐.”
“뭘 말이오?”
쾅!
“적도 사형을 벤 것 말이다!”
“아녀자를 겁간하고 가난한 자들의 것을 빼앗아 잇속을 챙긴 자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죽여주길 원했고 난 행했을 뿐이오.”
마훈은 그 일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그의 눈을 보던 화룡정검 우운성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술병에 든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으!”
쨍그랑!
그리곤 술병을 깨트렸다.
“내가 죽어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알아서 하시오, 내가 사는 것도 바빠서 그대들의 기분을 신경 쓸 여력은 없소.”
“…. 그 혓바닥을 뽑아주련?”
“할 수 있다면 해보시오.”
어차피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사람들.
굳이 굽힐 필요는 없었다.
“그만하게!”
그들을 멈춰 세운 것은 남궁상룡이었다. 남궁상룡이 나타나자 화룡정검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오셨습니까.”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곧 큰 싸움이 벌어질 터인데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불필요한 분란이 아닙니다. 저자는 제 사형을 벤 자입니다! 한데 어찌 전장에서 제 등을 맡기란 말입니까!”
화룡정검의 말에 도문파의 무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상룡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사이, 마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나도 그대들에게 등을 맡길 생각은 없소, 주군의 명으로 난 창마장의 목만 베면 그뿐이니까 그러니 서로 없는 사람처럼 지내는 게 어떻소?”
그 말을 한 뒤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
며칠 후.
남창 동쪽에 있는 용치골(龍齒汨)에선 동이 트기 전부터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치 용의 어금니처럼 생긴 골짜기에서 정파와 마교의 무사들은 피를 흘렸다.
치열했고.
절박했다.
이 전쟁에서 이겨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각자의 검에 새겨졌고 서로를 베어나갔다.
“등을 보이지 마라! 각자! 서로의 등을 지키며 마교도들을 베어라!”
촤아아아아악!
창마장이 이끄는 마교도들로 인해 남창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남궁상룡과 창마장이 이끄는 무사들의 검은 시체로 산을 쌓아 올렸다.
“좌익과 우익은 절대 뚫리지 마라!”
남궁상룡은 최전방에서 검을 휘두르며 솔선수범을 보여줬고 그 뒤를 정도 무림인들이 따랐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은 확실하게 내디뎠다.
숫자는 마교도들보다 현격히 적었지만, 그들은 어릴 적부터 훈련해 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훈련한 대로 움직였다.
“좌측으로 열 보!”
그렇게 훈련을 받은 대로 움직이니 마교도들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화룡정검이 이끄는 二 돌격대가 마교도들에게 포위대며 고립되고 말았다.
“정검님! 뒤쪽으로 돌파구를 만들겠습니다!”
“아니다! 지금은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고 서로 등을 맞대며 싸우는 게 더 낫다!”
진을 구축한 뒤에 균형을 깨트리지 않았다.
포위를 한 마교도들의 수가 점차 늘어났고 화룡정검의 앞에는 창마장 무군이 기다란 창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휘두르며 다가와 멈춰 섰다.
스르르르륵.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특한 기운.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그 피로 물든 무기가 스스로 살기를 내뿜는 경지에 이르렀다.
푸우우우욱.
달려드는 도문파 무사 한 명의 복부에 창을 꽂으며 죽이자 화룡정검이 포효했다.
“…. 이놈!!!”
이어서 화룡정검의 목으로 창마장의 창이 쭉 뻗어졌다.
눈으로 쫓기에 버거운 속도, 허나 화룡정검은 창 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놓치지지 않았다.
카가가각.
검막을 둘러막으려고 했으나 검이 서서히 갈라졌다.
‘제길.’
화룡정검의 경지는 초절정의 끝자락.
그런 자가 화경 고수의 기운이 담긴 창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검이 갈라지며 꼼짝없이 목이 꿰뚫릴 상황.
콰아아아아아앙!
그 창을 쳐내며 날아온 신형이 있었다. 연기가 걷히며 드러난 신형에 창마장 무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네 놈이구나!”
“그때 꼬리 말고 도망치던 사람이 목청 하나는 크오.”
마훈은 바닥에 넘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화룡정검에게 말했다.
“이 자는 제 먹이니 다른 먹이를 찾는 게 좋을 거요.”
“… 크윽!”
화룡정검은 이를 바득 깨물었다.
무림 공적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정도 무림인으로서 치욕스러운 일이었으나 지금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르르르르륵.
마훈의 몸 밖으로 내공이 흘러나왔다.
송삼현이 가르쳐준 내공의 통제법이었고 그는 그 통제법을 익혀 화경의 중반까지 이를 수 있었다.
스윽.
태산처럼 거대한 기운을 검에 응축시킨 뒤, 그것을 창마장에게 겨눴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
전투가 벌어진 지 두 시진이 훌쩍 지나갔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남궁상룡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창마존 무군.
이 자가 누구인가.
그의 이름만으로도 수만의 마교도가 벌벌 떨고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는 사람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런 자를 무림 공적 신분인 마훈이 몰아세웠고 어느덧 주변은 두 사람의 싸움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땅이 흔들리고, 강이 범람하며 두 사람의 싸움으로 주변 지형이 서서히 변해갔다.
‘ 창마장 무군을 몰아붙일 정도면 북검이 화경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건가?’
마훈의 검이 벼락처럼 쇄도하며 목을 노렸으나 창마장 무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천월신교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으로서 그의 창은 뱀처럼 움직이며 검을 피해 마훈의 팔뚝을 베었다.
촤아아악!
“쳇, 얕았군.”
허나 거기엔.
욱식.
독이 발라져 있었다.
“마교놈들이 하는 짓은 거기서 거기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눈앞에 있는 적을 치워라, 그것이 교주님이 나를 이곳으로 보내기 전에 하신 말씀이니까.”
독도 그냥 독이 아닌 극독이 발라져 퍼지는 속도가 빨랐다.
화경에 오르며 백독불침에 오르긴 했으나 그것으로는 혼합된 독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툭.
툭.
급히 점혈하며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송삼현이 준 해독약을 상처 부위에 뿌린 뒤, 남은 것은 마셨다.
‘제길, 몸 안에서 해독하려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싸우는 중이라 불가능해.’
즉, 지금 마훈의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쓰러트린다.’
독의 기운이 몸 전체로 퍼지기 전에 신속히 창마장 무군을 베어야 했다.
그래서 힘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그렇지만 창마장 무군의 경지도 화경의 끝자락에 이른 인물이기에 밀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화경 고수의 대결은 천지를 뒤바꿀 만큼 강렬했다.
반 각이 지나고 일 각, 일 각이 지나고 한 식경이 되며 싸움은 점점 치열해졌다.
탓!
마훈이 신형을 날리며 쇄도하자 무군은 창대로 그의 검격을 받아냈다.
카가가가가각!
검날이 창대에 스치며 비껴갔다.
그 순간, 무군이 창날을 튕겨내며 마훈의 균형을 흔들었고 복부에 발차기를 날렸다.
퍼어어어어억!
강한 각법에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창마장을 노려봤다.
‘창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에는 눈에 밟혔지만, 저 검은 기운이 몸을 휘감자 비상식적으로 움직임이 빨라졌어.’
창마장 무군을 휘감은 검은 기운.
그 기운은 전에 싸울 때는 느끼지 못한 기운이었다.
곧 기운은 꿈틀거리며 발로 이동했고 순식간에 마훈의 눈앞까지 날아왔다.
휘이이이이익.
번쩍이며 쇄도하는 창.
콰아아아앙!
정면에서 창을 받아낸 뒤에 검등을 눕혀 그대로 흘리며 왼쪽 허리춤으로 뻗었다.
‘짧다.’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검.
검을 피한 창마장 무군은 발차기로 마훈의 복부를 차려고 했고 마훈은 허리를 활처럼 휘며 피해냈다.
“… 잽싸구나.”
마훈은 거리를 벌린 뒤에 검을 고쳐잡고 무군을 바라봤다.
‘거리는 좁혀야 한다. 창의 길이가 검보다 길어 거리를 벌렸다간 나에게 불리해.’
콰아아아앙!
두 사람이 맞붙으며 시각이 계속 흘러갔다.
반 시진이 흘렀으나 싸움의 승패는 아직 나뉘지 않았다.
누가 이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 마훈과 무군의 몸은 서로의 공격으로 생채기가 늘어 피가 옷깃을 적셔갔다.
촤아아아아악!
무군의 창이 마훈의 오른쪽 허리춤을 스치며 지나갔고.
마훈의 검은 무군의 왼쪽 어깨를 깊게 베며 지나갔다.
주르르르륵.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점혈로 지혈한 무군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 어린놈에게 충성하는 거지? 너 정도면 마교에서도 중추 자리까지 오를 수 있거늘!”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싸움으로 전투가 잠시 멈췄기에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느냐! 왜 어울리지도 않게 정도를 걷는 척을 하는 거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했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병든 아내를 고치기 위해서.
허나.
그것은 송삼현을 만나고 달라졌다.
송삼현의 따뜻한 손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초심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줬다.
‘협의지심.’
처음 마을 밖으로 나오면서 마음에 품었던 것을.
그렇기에 마훈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주군이 내 삶을 바꿔줬으니까.”
“주군?”
“내가 공적 신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벅.
“나와 손을 잡으면 온 무림이 손가락질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벅.
“그분은 나를 품어주셨소. 그러니 난 그분을 위해서라면 지옥으로 가 염라대왕의 목이라도 베어올 거라고 천지신명(天地神明) 앞에 맹세했소.”
걸어가는 마훈의 주위로 바람이 불어왔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은 마훈을 휘감았다.
스르르르르륵.
검을 휘감는 내공.
주변을 울리지도 않고 고요한 기운이었다.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태산 검법의 마지막에 새겨진 구결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스르르르르륵.
마훈의 기운이 심상치 않자 무군도 창에 검은 기운을 집중하며 자신의 절초를 썼다.
‘흑천멸창(黑天滅槍)’
쿠구구구구궁.
땅이 울리며 쩍 갈라졌다.
그렇게 무군은 진각을 하며 마훈에게 신형을 날렸고 마훈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무군의 창은 소용돌이처럼 회전했고 쭉 뻗어나갔다.
그때였다.
스르르르르륵.
가만히 있던 마훈이 검을 휘두르는 것은.
높은 태산은 구름을 넘어 하늘을 꿰뚫는다.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곳이.
마침내 닿았다.
‘태산 18초 풍림화산(風林火山)’
태산검법의 모든 묘리가 담긴 초식이 마훈의 검에서 표현됐다.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할 맹렬한 기운, 허나 주위의 모든 것을 포용할 따뜻한 기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기운이 한데 어우러졌다.
검은 마침내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은 태산의 정상처럼 고요해졌다.
촤아아아아아악!
사특한 기운을 머금은 무군의 창이 창끝부터 갈라지며 마훈의 검이 그의 손끝부터 시작해 허리춤을 베었다.
깊게 베여나가며 피가 솟구쳤고 창마장 무군의 다리를 굽혀지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등태소천(登泰小天).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
마침내 마훈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상에 올라 천하를 내려다보는 경지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