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5
마교가 원하는 것 (12)
“…. 저, 정말 악귀가 죽은 건가?”
이름난 고수들을 무참히 죽이며 중원에 악명이 자자한 창마장 무군이 무릎을 꿇자 정도 무림인들은 순간 말을 잊지 못했다.
함께했던 동료들을 죽인 창마장 무군.
그가 패배한 것을 보곤 고요를 깨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마훈은 끝을 내기 위해 쓰러진 무군에게 걸어갔다.
커헉.
바위에 기댄 채, 마훈을 바라보는 창마장 무군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스르르르륵.
부러진 창에 내공을 흘려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했으나.
촤아아아아악!
“끄으으으윽!”
마훈은 가차 없이 창을 잡으려던 무군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너희가 나를 이겼다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교주님과 비교하면 난 그저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 같은 존재다!”
푹!
“그거 아시오? 내 주군과 비교하면 나는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만도 못하오.”
가슴께를 뚫고 등으로 나온 검.
마훈은 창마장 무군이 숨소리가 점차 약해지는 것을 듣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곧 그들의 주군도 내 주군의 검에 죽을 거요. 먼저 가서 기다리시오.”
촤아아아아악!
가슴을 꿰뚫은 검을 뽑자 창마장 무군은 피를 토하며 숨이 끊어졌다.
“마, 마장께서 돌아가셨다!”
“어서 이 소식을 교주님께!”
“후퇴한다! 속히 본진으로 돌아간다!”
지휘자를 잃은 마교도들은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남궁상룡은 그들을 보며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어 소리쳤다.
“적장을 잃은 적들을 모두 멸하라!”
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중천에 있던 해가 서서히 산 너머로 저물자 강서성 남창에서 벌어진 전투는 무림맹의 승리로 끝났다.
승산이 희박했던 전투.
모두가 죽음을 각오한 전투에서 창마장 무군을 벤 마훈 덕분에 무림맹은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일등공신인 마훈은 머리가 어지러워 바닥에 털썩 앉았다.
‘빌어먹을.’
아까 무군의 창에 당한 상처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점혈로 퍼지는 걸 막아뒀던 독이 내공 운용을 하느라 다시금 퍼지기 시작했고 운기조식을 하려고 했다.
‘늦었다.’
하지만 운기조식을 하기에 독은 이미 전신으로 퍼졌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그에게 다가간 것은 화룡정검 우운성이었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자 남궁효우는 무슨 사단이 일어날 것 같아 급히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곧 일어난 상황을 보자 걸음을 멈추며 입을 떡 벌렸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화, 화룡정검 대협이 맞지?”
“아니 어째서···. 저런?”
화룡정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훈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댄 후, 마훈의 몸에 자신의 내공을 흘려보내 독의 진행을 늦추고 몸 밖으로 빼냈다.
스르르르르륵.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자 마훈은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독을 밀어낸 뒤에 화룡정검 우운성은 자기 등에 마훈을 업었다.
“독이 워낙 독해 내가 몸 안의 독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소. 천하봉선께 가는 게 좋겠소.”
“…. 왜 이러시오?”
“나와 사제들의 목숨을 구해준 값이오.”
“풉.”
“왜 웃으시오?”
“고맙다면 고맙다고 하시오.”
“그러면 그대도 고맙다면···.”
“고맙소.”
마훈의 말을 들은 유운성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걸어가면서 말했다.
“…. 사실 나도 사형의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소.”
마훈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우운성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그건 문파 내규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 그대가 나설 필요는 없는 거였소.”
“미안하오, 그때는 내가 살아야 해서 규율을 따져볼 생각을 하지 못했소. 당장 내가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내 가족이 굶어 죽으니···.”
“배가 고팠다면 그런 일을 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았소?”
“북방 출신이 어찌 중원에서 온전한 대우를 받겠소?”
우운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중원에서 북방 출신이 받는 대우는 처참했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한 채, 비적떼가 되어 약자들의 것을 약탈하거나 흑도가 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
“나도 그대들처럼 문파라는 그늘이 있거나 정도 무림인이었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거요. 난 그저 아픈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살아남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오.”
“…..”
“그 과정에서 그대들에게 피해를 준 일은 깊이 사과하리다. 이 전쟁이 끝나면 도문파에 찾아가 직접 사죄를 청하겠소.”
우운성은 자신이 마훈에게 한 짓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참으로 답답한 족속들이오. 당신이 사형의 걸음을 멈춘 것을 잘했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정파 어르신들을 구워삶아 공적으로 만들었으니 미안하오.”
미안하다는 말에 마훈은 적잖이 놀랐다.
자신 본 무림인들은 다 고집이 세고 쉽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운성은 달랐다.
“이 전쟁이 끝나면 내가 장문인께 말해보겠소. 당신이 우리를 구해준 것을 말하면 장문인도 거절을 못 할 거요.”
“고맙소.”
“내가 더 고맙소, 나와 사제들을 구해줘 고맙소.”
깊게 쌓였던 벽이 허물어졌다.
*
“여기서 혼자 뭐하십니까?”
늦은 밤, 기척이 없는 곳에서 난 홀로 구름에 가려진 달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러던 중, 옆으로 유화가 걸어왔다.
“그냥 잠이 안 와서 달구경을 하고 있었소. 달을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진정돼서 말이오.”
구름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달이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유화도 옆에 서서 물끄러미 달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할 말이라도 있는 거요?”
“사실 마훈님이 걱정되어서 잠이 오질 않네요.”
“마훈이요?”
“지금 이 시각이면 창마장과 마훈님의 싸움이 결정 나지 않았을까요?”
“누가 이겼을 거 같소?”
“당연히 마훈님이겠지요.”
“어째서요?”
“그야 대협의 수하니까요.”
유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마장 무군이 마교의 기둥이라지만, 마훈을 이기지는 못할 거요.”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세요?”
“그야.”
달을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지킬 것이 있는 자와 지킬 것이 없는 자의 차이는 명확하니까.”
창마장 무군은 그저 독고룡의 명에 따라서 행동할 뿐 자신의 의지는 ‘살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마훈은 아니었다.
살육이 아닌 지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검은 살육에 미친 검에 절대 지지 않는다는 걸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지킬 것이 있는 자와 지킬 것이 없는 자라···. 그러면 대협께서는 무엇을 지키려는 것입니까?”
유화의 말에 난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막으려던 전쟁이 벌어지며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웃음보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내가 지키는 것이 맞는 건가.
내가 지금껏 해온 일이 잘못된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달을 보니 이상하리만큼 답이 정해졌다.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어쩌겠나 끝까지 가봐야지.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요. 정확히는 그들의 웃음이지.”
“…..”
“전쟁의 고통 없이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 행복한 세상 아니겠소?”
내 말에 유화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을 보더니 닫혔던 입이 열렸다.
“좋은 말씀이네요.”
“그렇소?
”“누구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지 못할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달을 구경했고 유화가 다시 물었다.
“대협, 저도 대협이 지키려는 것을 지켜도 될까요?”
유화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그 말을 듣자 활짝 웃음을 지었다.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이틀 뒤지요?”
“그렇소.”
“저희는 위험한 일이 없지만, 조심하세요. 혈호패도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어젯밤에 만났던 혈호패도는 내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유독 감시하는 눈길이 많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틀 후의 계획은 실패해선 안 된다.
지금 마교 쪽으로 기울어진 전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기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혈호패도와 만나기 전에 빠져나갈 거니까. 허나 만일 그자와 만난다면.”
씨익.
“내가 막을 거니 걱정하지 마시오.”
구름에 가려진 달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고 어둠이 깔린 땅을 비추기 시작했다.
*
이틀 후.
곤륜파 장원에서는 곡식을 실은 마차들이 끊임없이 들어섰고 사마언은 일일이 물품들을 확인하며 창고로 안내했다.
“주군.”
그렇게 마차에 실은 물품을 살피던 중에 신형 하나가 다가왔다.
“움직임이 있느냐?”
“네. 방금 감시를 붙인 정파 첩자들이 주군께서 말씀하신 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좋다. 그러면 다른 이들에게 일러 사전에 세운 계획을 실행할 거라 알리거라.”
“존명!”
서찰에 적힌 시일과 시각이 딱 떨어져 맞았다.
곤륜산으로 온 마차들의 물건을 내려 창고에 쌓기 시작하자 제갈귀호가 심어놓은 첩자들은 파놓은 굴로 이동해 샛길로 들어갔다.
샛길을 통해 은밀히 잠입하려던 그들의 앞에 사마언이 이끄는 마교도들이 주위를 포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소.”
“…. 사마언.”
“정도의 지괴가 이런 어린애 같은 함정에 빠지다니···. 이제 그대도 늙은 거요?”
조롱하는 말투에 광무신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 감히 군사님을 모욕하다니!”
제갈귀호는 광무신창을 진정시킨 뒤에 사마언을 바라봤다.
“미리 알다니, 눈치가 꽤 빠르오.”
“꼬리가 하도 길어서 눈치를 못 채는 게 오히려 멍청한 거지요.”
제갈귀호는 사마언과 마주했다.
금세 포위된 주위, 사마언은 아직도 뭔가 의심이 갔다.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생각하기 싫었던 경우의 수였다.
‘이토록 계획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그대로 실행하다니···. 설마 다른 곳에서 일을 준비하고 이 사람들이 미끼라면?’
의심의 싹이 피어오를 때.
콰아아아아아앙!
창고가 있는 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그때 제갈귀호의 음성이 귓가로 들려왔다.
“항상 일을 계획할 때는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오?”
“하하하하하! 역시 그대가 미끼였군.”
하지만 사마언은 당황하지 않았다. 미끼라는 경우의 수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오?”
“그대들이 미끼라는 것은 일 할 정도 생각했으나 폭발은 생각하지 못했소.”
“…..”
“저기 있는 자는 백의검룡이오?”
사마언의 말에 제갈귀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백의검룡이 귀양에 있다는 보고는 들었소. 그렇다면 능히 이곳으로 오겠다는 생각은 했소.”
“하지만 쉬이 막아낼 수 없을 터.”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렇지만, 혈호패도님이라면 다르지.”
“아무리 혈호패도라도 현경에 오른 자를 쉬이 막아낼 수 있다고 보시오?”
백의검룡 송삼현이 현경에 올랐다는 말에 마교 측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사마언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그건 송삼현의 행보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까.
“혈호패도님은 흑무신공을 대성에 이르셨소.”
그 말에 제갈귀호는 깜짝 놀랐다.
‘흑무신공을 말인가···.’
십 년 전, 강호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무공, 그것을 대성했다면 예전에 자신이 알던 혈호패도와 다르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난 혈호패도님을 믿고 당신을 막을 거요.”
“할 수 있다면.”
휙!
제갈귀호가 손을 들어 내공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설마!’
허공에 내공을 뿌리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스르르르르르륵.
‘창고를 노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진법을 만들 환경을 이미 만들어뒀다는 건가!’
사전에 들어온 첩자들이 은밀히 만든 술식.
그 술식들은 제갈귀호의 내공으로 발동되게 만들어졌고 제갈귀호는 그것들을 발동시켰다.
“한 가지 더 말해주자면 미끼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오.”
제갈귀호가 정보를 흘린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마언이 움직이는 것을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흘린 정보를 사실대로 믿으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이미 머릿속에 그려놓은 거였다.
그리고.
사마언은 정확하게 제갈귀호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정보를 믿기 위해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드리고 마침내 그것에 확신하자 망설임 없이 병력을 배치했다.
“…. 설마 계획의 실행까지 닷새가 걸린 것도?”
“그 정도는 되어야 그대처럼 신중한 사람이 믿음을 가지기 시작할 테니까.”
이 모든 것이 제갈귀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라고 생각이 든 사마언은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이 늙은이가!”
함정에 빠진 것은 제갈귀호가 아닌 사마언이었다.
그가 배치한 병력의 수.
그리고 위치는 이미 제갈귀호의 머릿속에 있었고 그들은 서서히 진법에 갇혔다.
스르르르르르륵.
죽일 듯이 노려보던 사마언의 시야는 제갈귀호의 진법에 갇히며 금세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