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9
의지를 잇다 (1)
마도천세(魔道天世)의 중심에 섰던 혈호패도 초여상의 최후를 본 마교도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 정말 패도님이 돌아가셨다고?”
독고룡.
현 교주의 바로 아래, 사마장보다도 강하다고 알려진 마교의 실질적인 실력자의 죽음은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스윽.
송삼현은 검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마교도들에게 겨눴다.
그중에는 사마언도 있었다.
몸이 굳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마교도들에게 송삼현의 검은 쇄도했다.
‘천무 2식 일도양단.’
도약을 한 뒤에 몸을 전방위로 회전하며 날린 검격에 마교도들이 휘말렸다.
“부 군사님! 어서 피하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측근이 몸을 날리며 희생을 했으나 사마언의 발은 땅에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몸이 움직이지 않은 거였다.
송삼현이 뿜어내는 내공이 그의 몸을 옭아맸고 점차 퍼지며 지켜보던 마교도들 전부를 옭아맸다.
스르르르르륵.
여파에 휘말리며 도망가지 못한 마교도들은 움직이지 못했고 송삼현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마교도들의 목을 차례대로 베었다.
‘패도님과의 결전으로 지쳤을 터인데 어찌 저리도 검에 흔들림이 없단 말이냐.’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걸음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시체도 늘어갔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마교도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떨다가 송삼현의 검 앞에서 죽어갔다.
“사, 살려···. 끄어어어억!”
그렇게 곤륜을 멸문시키고 보급로를 세웠던 마교의 흔적은 송삼현이 휘두르는 검으로 인해 사라졌다.
어느덧 살아서 숨을 쉬는 것은 이곳의 실질적인 총책임자였던 사마언뿐이었다.
송삼현의 검격에 양쪽 다리가 잘린 채, 바닥을 질질 기어서 어떻게든 도망가보려고 했으나 바위에 기대어 송삼현을 노려봤다.
“…. 너희는 항상 이랬다! 정도라는 길을 걸으면서 우리를 핍박하고! 고립시키며! 무수히 많은 이들을 죽였다! 너희와 우리가 대체 뭐가 다른 것이냐!”
사마언은 마지막으로 발악했다.
속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정도를 걷는 이들이 옛날부터 자신들을 핍박하고 가족들을 죽인 것이 떠오르며 피눈물이 났다.
주르르르륵.
그 눈물을 본 송삼현은 검을 사마언에게 겨누며 말했다.
“그러면 너희는?”
송삼현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도 않고 사마언을 내려다봤다.
“……”
“이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념이 달라 서로를 죽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
“그저 넌 마도를 택했고 난 정도를 택했다. 그게 모든 것의 이유지 않은가.”
사마언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송삼현의 검이 달빛을 머금으며 밝게 빛나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세상.
그랬다.
끊임없이 싸우는 세상에서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였다.
‘그동안 몰랐구나···. 남들을 잡아먹던 우리가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걸.’
강자였다가 하루아침에 약자가 되는 세상, 그러한 세상이 바로 작금의 시대였다.
촤아아아아악!
땅 위에 숨 쉬는 것이 사라지자 송삼현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떠 있던 밤하늘은 지나가고 동쪽의 끝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밝은 태양.
그것을 보고 송삼현을 검을 검집에 넣고 발걸음을 뗐다.
*
후우.
곤륜에서 내려온 뒤에 합류 지점으로 걸어갔다.
혈호패도와 싸우면서 누적된 피로가 긴장이 풀리자 한 번에 몰려왔다.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게 좋겠다.’
기감을 넓혀 주변에 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연후에 밀폐된 곳에서 운기조식을 했다.
스르르르르륵.
몸 안에 쌓인 탁한 기운을 밀어내고 점차 호흡이 안정을 찾아갔다.
한 식경 정도 운기를 마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합류 지점으로 경공을 펼치며 신형을 날렸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경공을 펼치며 다가오는 게 느껴졌고 점점 가까워지더니 얼굴이 보였다.
“대, 대협! 큰일 났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는 유화였다.
“무슨 일이오? 군사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요?”
“그것은 아닙니다! 속히 가보셔야 합니다!”
다급한 유화의 말에 더욱 빨리 신형을 날려 합류 지점인 운남 곤명으로 갔다. 동북쪽에 있는 낡은 객잔, 이곳이 광무신창이 마련한 합류 지점이었다.
객잔 안으로 들어가자 일 층에서 쉬고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송삼현을 맞이했다.
“백의검룡이 오셨구려.”
광무신창이 제일 앞에서 맞이했고 송삼현은 포권지례로 화답했다.
“광무신창 대협을 뵙습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시오, 그대를 만나러 온 사람인데 좀 크게 다친 것 같소.”
그 말을 듣고 다른 이들에게도 인사를 한 뒤에 객잔 이 층으로 올라갔다.
드르르륵.
끝에서 두 번째에 있는 방문이 열리며 안에서 제갈귀호가 걸어 나왔고 송삼현을 보자 활짝 웃었다.
“무사히 왔군, 혈호패도는 어찌 됐나?”
“제가 베었습니다.”
혈호패도를 베었다는 말에 객잔 안은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예상대로군, 자네라면 능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자네가 도와준 덕분에 우리는 큰 피해가 없네, 하지만.”
제갈귀호는 방 쪽을 바라봤다.
“섬서성 서안에서 온 자가 크게 다쳤다네.”
“누구입니까?”
“들어가서 직접 보게.”
제갈귀호가 길을 비켜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선 사월향이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료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피를 닦은 천들이 나뒹굴었다.
“…. 선무정?”
누워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선무정이었다.
“네가 어째서!”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릴 뿐, 의식이 없었다.
“두 시진 전에 이곳에 왔습니다. 대협을 봐야 한다는 말만 하다가 혼절했습니다.”
사월향이 구슬땀을 흘리며 말하다가 다시 집중해서 선무정의 치료를 이어갔다.
툭.
사월향은 천하봉선이 떠오를 만큼 신묘한 침술로 선무정의 내상을 다스렸다.
“상처가 너무 심합니다. 근맥이 손상됐고 단전이 망가진 상태에서 억지로 내공을 끌어 올리는 바람에 내상이 깊어졌습니다.”
“단전이 말이오?”
“예, 하지만 단전이 아예 파괴된 것은 아니니, 몸을 보존하면 다시 내공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송삼현은 잠시 방에서 나와 객잔 일 층으로 내려갔고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
“주인이시여.”
무조를 보기 위해서였다.
“…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봤느냐.”
“선무정과 같이 서안으로 보낸 아이들이···. 당했습니다.”
“무조의 애들이 발각됐다고?”
무조의 수하들은 은신의 귀재들이었다.
그들의 정보 수집 능력은 천하에서도 최고라 손꼽히는 데 그들을 발견하고 죽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곳으로 보낸 매가 ‘死’자를 들고 와 수색조를 보냈는데 다섯 명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그러면 무정이는.”
“빠져나오다가 마교의 추격을 받고 당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경공을 온종일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먼 거리를 갈 때는 무림인도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경공의 천재라 불리는 선무정이라도 쉴 때가 있었고 그때 당한 거였다.
무조와 이야기를 나눈 지도 반 시진이 지나갔고 객잔에서 유화가 달려왔다.
“대협! 일행분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그 말에 급히 객잔으로 들어가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사월향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몇 달간은 요양하며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 고맙습니다. 소저의 은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에요. 이게 제가 할 일인 걸요. 저는 나가볼 터이니, 두 분이 말씀 나누세요.”
사월향은 둘만 대화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줬고 송삼현은 선무정의 옆으로 다가가 털썩 앉았다.
쿨럭.
기침 소리가 나며 곧이어 선무정의 감겼던 눈이 스르륵 떠졌다.
“무정아!”
송삼현을 본 선무정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왜···.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그게 무슨···. 그래 서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곧이어 제갈귀호와 광무신창도 방으로 들어왔다.
“맹주님이···. 맹주님이···. 크흑···.”
맹주라는 말과 함께 선무정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자 제갈귀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틀 전부터 서안에서 소식이 오지 않고 있다···. 설마.”
“맹주님이 크게 다치고 패퇴하였습니다. 마교의 추적이 끊이질 않아 어찌 되실지···.”
“곁을 지키는 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현재 맹주님의 곁을 보호하는 이들은 화산의 도사들입니다.”
“맹주께서는 어디로 가셨느냐?”
“융제로 간다는 소식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융제로 간다는 말을 한 선무정은 아직 떨리는 손으로 송삼현의 손을 꼭 잡았다.
“주군, 어서 맹주께 가셔야 합니다. 맹주가 위험합니다!”
*
선무정은 이곳에 오기까지 있던 일을 상세히 말했다.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제갈귀호의 표정은 굳어졌다.
현재 구창룡은 정확한 생사를 모를 만큼 크게 다쳤다는 것.
맹이 패퇴하며 전력의 절반이 마교의 손에 죽었다는 것.
보급로를 끊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렇게 되면 보급로를 잃은 것을 알게 된 마교가 총공세를 개시해 중원 전체를 불태워도 이상하지 않았다.
“… 일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선무정이 힘겹게 그곳에 있던 일들을 말해줬고 구창룡이 큰 부상을 입고 도주 중이라는 말에 제갈귀호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살아 계시다는 건가?”
“아직까지는요. 하지만 마교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어 어떻게 될지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정도 무림을 이끄는 구창룡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쟁에서 패배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무정은 꼼지락거리더니 말했다.
“그리고 맹주께서 떠나시기 전, 주군께 이것을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선무정은 머리맡에 있는 옷가지에서 패를 꺼냈다.
금색으로 빛나는 패를 보자 제갈귀호는 깜짝 놀랐다.
“이건!”
‘盟’
맹이 새겨진 금패는 무림맹주 구창룡만이 지닐 수 있는 패였다.
그리고 이것을 타인에게 준다는 의미는 맹주로서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도 됐다.
가만히 패를 바라보는 송삼현을 본 제갈귀호는 나지막이 말했다.
“맹주님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증표네.”
맹주의 권한을 위임하는 패.
이것이 일개 무림인에게 주어진다는 건 파격적인 일이었다.
무림의 정점에 있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도 이 패를 가진 이가 하는 말이라면 뭐가 됐던 무림맹주의 명으로 여기며 따라야 했다.
“이걸 어찌 저에게···?”
“그야 이 전쟁에서 정도 무림을 승리로 이끌 사람은 너뿐이라는 걸 맹주님도 아시는 거지.”
매사에 결정을 내릴 때, 까다로운 제갈귀호도 인정을 한 부분이었다.
백의검룡 송삼현.
그가 아니라면 이 전쟁을 끝낼 사람은 정도 무림에 존재하지 않았다.
꽉.
그리곤 송삼현의 손을 꼭 잡았다.
“맹주님은 강호의 운명을 이 패와 함께 너에게 맡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