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51
의지를 잇다 (3)
다그닥.
다그닥.
송삼현은 말을 달리면서 마주치는 마교도들을 단칼에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촤아아아아악!
마교는 구창룡이 몸을 피한 융제까지 포위망을 좁혀갔고 송삼현이 융제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주치는 마교도들의 수도 늘어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객잔에서 출발한 지 나흘째, 도강하고 반나절을 달리자 마을 입구에 진을 차려놓은 마교 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스르르르르륵.
기감을 넓혀 마교도들의 수를 파악했고 높은 경지가 초절정밖에 없다는 걸 알아냈다.
“소저.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가십시오.”
“예!”
사월향을 오른쪽으로 보내고 그 뒤를 무무가 따르게 했다. 그리고 송삼현은 그대로 곧장 진으로 달려갔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진을 지키는 보초들이 화들짝 놀라며 경종을 울렸다.
“누군가가 옵니다!”
“전원! 무기를 꺼내서 적을 포위해라! 절대 이 진을 돌파하게 둬선 안 돼!”
백 명가량의 숫자가 앞을 막았음에도 송삼현은 망설임 없이 말을 달렸다.
스릉.
오른팔을 휘감은 귀혼편이 검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곧 달빛을 머금으며 푸른 빛을 내뿜었다.
마을 입구로 마교도들이 몰려와 방어벽을 구축했고 송삼현은 그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감히 웬 놈이···!”
촤아아아아악!
초절정 고수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에 목을 베고 지나갔다.
“대, 대주!”
앞에 있던 적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자 마교도들은 말을 잃었다.
그냥 지나간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대주의 목은 시간이 지나서야 몸에서 떨어졌고 근방에 있던 마교도들도 모조리 죽임을 당하자 마교도들은 혼비백산에 빠졌다.
“어, 대주!”
“대주의 목이 베었다!”
“방금 뭐였어? 귀신이라도 지나간 거야?”
허나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었다.
대주의 목이 떨어졌지만, 그 후에 벌어진 참상.
백여 명의 마교도들은 허공을 떠다니는 검에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 후로도 길을 지키던 마교도들은 정체도 모르는 귀신에게 목이 베이며 죽어갔다.
“대체 누구야!”
촤아아아아악!
“모습이 보이질 않아!”
촤아아아아악!
“정말 귀신이라도 나타난 거야? 뭐야!”
융제까지 이어진 길목마다 마교의 추격대들이 진을 꾸렸으나 그들은 정체 모를 귀신에게 몰살당했다.
그 수가 처음에는 열 명.
그 후에는 스무 명, 오십 명, 백 명이 넘어가더니 종국에는 천 명에 다다랐다.
*
밤낮없이 말을 달리고 경공을 펼치며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융제의 턱 밑까지 도달했다.
늦은 밤.
말도 쉬게 하고 야영을 준비하기 위해 적절한 장소를 찾은 송삼현은 사월향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스르르르르륵.
기감을 넓히며 주변에 적들이 없는지 살폈다.
야영을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고 곧이어 송삼현의 기운이 걷혔다.
“적들은 없네요. 불편하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지내지요.”
여느 때처럼 말을 쉬게 하고 야영을 준비했다. 사월향은 말 안장에 넣어둔 먹을거리를 꺼내며 말했다.
“이곳까지 왔으니 융제까지는 하루 정도 남았네요.”
“예상한 것보다 하루 일찍 도착할 거 같습니다.”
“힘들지는 않으세요? 운남에서 일을 치른 뒤에 바로 움직이시는 거잖아요.”
지금 송삼현은 혈호패도와 일전을 벌인 뒤로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이동하면서 쉬고 있잖아요.”
“…. 이게 쉬는 거라고는 말 못 하지요.”
“소저께서 매일 밤, 피로를 풀 수 있게 시침을 해준 덕분에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가볍습니다.”
“시침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에요. 푹 쉬셔야 온전히 다 풀 수 있어요.”
“융제에 가면 쉴게요.”
“약조하신 겁니다?”
“물론이지요.”
“안 쉬시면 수혈을 찔러 강제로라도 쉬게 할 거니까 그리 아세요.”
현재 있는 곳은 섬서성 상락.
융제까지는 이틀 걸리는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산속, 그곳이 오늘 지낼 곳이었고 사월향이 준비한 음식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대화를 나눴다.
“사 소저.”
“예?”
모닥불을 피우고 먹기 편한 풀죽을 쑤는 사월향을 보고 송삼현이 말을 걸었다.
“전쟁이 끝나면 어떤 걸 하실 겁니까?”
“음···.”
곰곰이 고민하던 사월향은 웃으며 말했다.
“조모님과 여러 사람을 치료하러 다니겠지요? 전쟁이 끝나더라도 전쟁의 여파로 다친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사월향의 말대로였다.
전쟁이 끝난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여파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이 다 해결되지 않으면 전쟁의 여파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게 되는 거였다.
“그렇군요.”
“대협은요?”
역으로 물어보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전쟁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어떤 삶을 살까.
송삼현은 고민을 거듭해도 그에 맞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번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그저 싸우는 데만 목적을 뒀지, 그 싸움이 끝나고 무엇을 할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할 말은 이게 전부였다.
사월향은 그 답을 듣고 죽을 쑤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송삼현을 바라봤다.
안쓰러운 눈빛이었다.
송삼현은 그러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솔직히 전쟁이 끝나면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
“금호장에서도 나왔고 할 줄 아는 것은 싸우는 것뿐이니.”
전쟁이 끝난 후, 맹에 직급을 달라고 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번에는 어딘가에 얽매여 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중원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같이 가실래요?”
“어딜요?”
“저랑요.”
“그래도 될까요?”
“네, 무엇을 할지 정할 때까지는 같이 다녀요. 조모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말만으로도 감사하네요.”
“네? 말만 아니라···!”
말을 이어서 하려다가 송삼현이 검집에 손을 올리자 말을 멈췄다.
며칠 동안 야영을 하면서 생긴 규칙 하나.
송삼현이 검을 잡는 것은 주변에 적들이 접근할 때 말곤 없었다.
‘적은 열 명인가. 일 리밖에서 걸음을 멈췄다.’
적은 일리에서 멈췄다.
이곳을 지켜보는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졌고 송삼현은 내공을 방출했다.
[무무야. 사 소저를 지키고 있거라.]
사월향을 무무에게 맡긴 뒤에 송삼현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곤 정확히 검을 열 번을 휘둘러 미행을 하던 열 명의 목을 베어버렸다.
스윽.
검 끝으로 시체의 목 뒤를 확인했고 문양이 보였다.
‘흑마단, 아직 생존자들이 있었구나.’
이렇게 은신을 해서 쫓을 정도면 흑마단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
곤륜에 위치한 보급로가 무너진 것은 며칠 뒤, 섬서성 서안에 차려진 마교의 본진에도 알려졌다.
암운뇌마는 정기와 마기를 혼합한 ‘마공’을 새로이 만드는 도중에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상당히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그곳이 무너졌다는 건···. 혈호패도가 당한 것이로군.”
“네.”
“사마언은?”
“사마언 부 군사께서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수색대를 보내 흔적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쾅!
암운뇌마 심우명은 사마언을 자신의 뒤를 이을 제자로 키웠다.
그렇게 키운 제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혈호패도와 사마언이 있는 곳을 그렇게 만들 정도면 백의검룡이 그곳에 개입한 거로군.”
“그렇습니다. 백의검룡의 검흔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백의검룡 송삼현의 위치가 운남 곤륜에서 발견됐다면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까.
“백의검룡의 행방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심우명의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백의검룡 송삼현, 그가 가는 곳은 과연 어딜까.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문득 한 곳이 떠 올랐다.
“…. 융제인가?”
“융제라면 무림 맹주 구창룡이 피신해있는 곳이 아닙니까, 현재 그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정도 무림의 생존자들이 모이고 있긴 합니다.”
융제로 정도 무림의 생존자들이 모인다면 필시 송삼현도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맞았다.
“융제다. 융제! 난 이 소식을 교주님께 알리고 오겠다. 넌 융제로 가는 길목에 교도들을 배치해 백의검룡의 행방을 찾아라!”
“예!”
암운뇌마는 천막에서 나와 속히 독고룡이 있는 폐허로 갔다.
근처로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사특한 기운이 감도는 곳.
독고룡은 홀로 어둠 속에서 운기조식을 하며 내공을 쌓아 올렸다.
“무슨 일이오.”
어둠 속에서 말이 들리자 암운뇌마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포권지례를 올렸다.
“백의검룡 송삼현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그 말에 독고룡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게 사실이오?”
“확실합니다. 현재 융제로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곳에서 정도 무림의 생존자들을 수습해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되옵니다.”
콰직.
바닥이 갈라지며 광오한 내공이 뿜어져 주변을 억눌렀다.
“커헉!”
화경에 오른 암운뇌마 심우명도 숨을 쉬기 버거운 기운.
그 기운을 흘리던 독고룡은 내내 무표정이었다가 웃음을 지었다.
‘…. 교주가 웃었다?’
독고룡이 남들에게 보일 만큼 감정표현을 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놈의 목은 내 것이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말라고 이르시오.”
“조, 존명!”
암운뇌마 심우명은 보고를 마친 뒤에 천막에서 나오고 막혔던 숨을 토해냈다.
‘이 기운은···. 전대 교주님을 뛰어넘으셨구나.’
독고룡이 폐허에서 나오자 측근이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 어서 ‘마인’을 보러 가자.”
돌산을 걸어 올라갔다.
돌산 정상에 있는 동굴에는 여러 진법이 발동되고 있었고 심우명은 안으로 들어갔다.
“끄어어어억.”
여러 사람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무시하고 곧장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한 신형.
독고룡 만큼은 아니지만, 신비로운 기운을 머금은 존재였다.
‘마인(魔人).’
정기와 마기가 융합된 암운뇌마 심우명의 작품이었다.
“임무다.”
마인은 말은 하지 못하고 오로지 명에만 복종했다.
“융제로가 정도 무림의 벌레들은 모조리 척살하라.”
*
그 시각, 송삼현과 사월향은 엿새 만에 융제에 도착했다.
“….. 폐허가 다 됐네요.”
이미 마교도들이 한 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멀쩡한 건물이 없었다.
송삼현은 기감을 넓혀 인기척을 찾아냈고 그곳으로 말머리를 돌려 다가갔다.
도착한 곳은 거의 다 무너진 무림맹 지부였다.
“웬 놈이냐!”
다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구창룡이 있다면 곧 정도 무림의 본거지였다.
그렇기에 입구를 지키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무당의 검들이었다.
“백의검룡 송삼현입니다. 맹주님을 뵈러 왔으니 길을 열어주십시오.”
백의검룡이라는 말에 다들 웅성거렸다. 하지만 쉬이 믿지 않았다.
마교도가 역용으로 생김새를 바꾸고 변복으로 어느 정도 백의검룡을 사칭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했다.
“대협! 그거요!”
사월향이 품을 가리키며 말하자 송삼현은 ‘아’소리를 내며 품에 손을 넣었다.
무기를 꺼내는 줄 알고 긴장한 무당의 검들에게 왼손을 뻗어 공격 의사가 없다는 걸 밝힌 뒤.
스윽.
품속에서 꺼낸 금빛 패.
‘盟’
패를 보이자 무당의 검들이 웅성거렸고 아까부터 문 위에서 지켜보던 신형 하나가 뛰어 내려왔다.
“무당파 장문인 청엽진인을 뵙습니다.”
하얀 도포에 검게 휘날리는 머리카락.
육척의 키에 위엄을 뿜어내는 그를 보며 포권지례를 올리자 청엽진인도 마찬가지로 포권지례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맹주님의 패를 가진 백의검룡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