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53
의지를 잇다 (5)
정도 무림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일어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 달을 벤 건가?”
“사람이 달을 벨 수 있다고?”
“아니···. 저기 봐봐 마치 달이 베어진 것 같지 않아?”
달을 실제로 가른 것이 아니었다.
송삼현의 검격이 달을 가리던 구름을 가르며 달도 같이 가른 것처럼 보이는 거였다.
“대협···.”
당수향도.
“……”
제갈소소도.
“와.”
팽유화도.
“…..”
남궁효우도.
천여 명의 정파 고수들은 송삼현의 무학에 시선을 빼앗겨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레 포권지례로 경의를 표했다.
“……”
“처음에 맹주님이 약관도 지나지 않은 백의검룡에게 무림을 대표할 금패를 줬다고 해서 놀란 사람이 많았지. 그 어린 녀석이 전장에서 무엇을 하겠냐고.”
아직 약관도 지나지 않은 자가 정도 무림을 지탱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걸 보고 알았네, 이미 백의검룡은 우리가 생각할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는 걸. ”
믿지 못했던 이들 또한 송삼현이 보여준 경이로운 무학에 포권지례를 올렸다.
*
다음 날.
무너진 전각에선 구창룡이 주도하는 회의가 열렸다.
살아남은 구파 일방의 장문인은 물론 남궁상룡을 비롯한 유력 세가들도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맹주께서 직접 나서기에는 몸의 상처가 깊지 않습니까.”
“저도 청엽진인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맹주께서 일선에서 싸우시는 것은 무리입니다.”
구창룡의 부상이 심해 마지막 전투에 참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구창룡을 잃는 것보다는 더 나았기에 다들 구창룡이 전선에 나가는 것을 말렸다.
“백의검룡.”
거센 반대에 구창룡은 헛기침을 하며 오른쪽 열에서 제일 상석에 앉은 송삼현에게 물었다.
“어젯밤, 자네가 벤 것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사람은 맞았는가?”
“맹주! 주의를 돌리지 말고 확실히 대답해주십시오!”
“하하하하하, 맹주님의 고집을 누가 꺾는단 말이오, 허나 이번만큼은 다른 이들의 뜻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맹주.”
남궁상룡의 묵직한 한 마디에 구창룡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소. 고집을 부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구려.”
구창룡이 대답을 하자 청엽진인을 비롯해 다른 이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구창룡은 다시 한번 송삼현에게 물었다.
“너와 싸운 것이 어떤 것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싸움이 끝나고 물어보긴 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번 더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려고 물은 거였다. 송삼현은 그 마음을 알기에 거리낌 없이 얘기했다.
“마인이라는 존재입니다.”
“마인이라?”
그것의 정체를 말하자 다들 웅성거렸다. 그리고 남궁상룡이 물었다.
“백의검룡은 그자를 아는 거요?”
현재 송삼현은 무림맹주의 패를 이어받아 맹주의 대리 역할을 맡은 상황이라 남궁상룡도 함부로 대하지 못해 존대를 했다.
“예, 천월신교가 만든 악귀지요.”
“마교놈들이 그런 것들을 만든단 말이냐?”
이어지는 구창룡의 말에 송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파의 무학을 훔쳐서 만드는 겁니다. 마교의 사특한 기운과 정파의 정순한 기운을 합쳐서 만드는 거지요.”
“…. 정기와 마기의 합일이라···. 그게 가능한 일인가?”
“마교에겐 ‘흑무신공’이 있지 않습니까.”
흑무신공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것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흑무신공은 음양합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마공서니까.
송삼현의 말을 들은 정파의 명숙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저 녀석들이 얻은 거라곤 곤륜의 비급밖에 없지 않소.”
“유항파와 청운파의 비급도 있습니다.”
“곤륜이 습격당하면서 다들 비급을 안전한 곳으로 숨기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유항파와 청운파는 곤륜의 근방에 있는 바람에 같이 습격을 당하며 비급을 빼앗겼어.”
“낭패군. 그 기운을 가진 녀석들이 여럿이 있다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겠어.”
그 뒤로도 여러 말이 나왔다.
어떻게 마교의 본진을 함락시킬 것인지.
마교의 남은 오천 명의 흑도들은 어떻게 굴복시켜 승리로 이끌 것인지.
아직 제갈귀호가 도착하지 않아 이곳의 모든 일은 구창룡이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했다.
많은 의견을 들은 구창룡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반 각이 지나자 입을 열어 송삼현에게 물었다.
“너의 계획은 무엇이냐?”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송삼현에게 향했고 송삼현은 입을 열었다.
“….. 독고룡과 일전을 벌이면 주변 일대가 사라질 겁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유인해 독고룡과 일전을 벌이려고 합니다.”
무분별하게 다 같이 달려드는 것은 안 됐다.
독고룡의 수준이라면 다른 이들이 여파에 휩쓸릴 수 있으니 최대한 먼 곳에서 결전을 벌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다.
“다른 곳?”
척.
“이곳입니다.”
펼쳐진 지도에서 가리킨 곳.
그곳은 섬서성의 최북단에 위치한 ‘운설산(雲雪山)’이었다.
“운설산이 아니더냐.”
“예, 현재 섬서성 서안에 밀집된 마교의 주력들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경지가 낮은 흑도들이지요.”
“그렇다.”
“독고룡만 다른 곳으로 유인하면 나머지는 이곳에 계신 정파 분들이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역할을?”
“제가 독고룡을 운설산으로 유인해서 결전을 벌이겠습니다.”
저번 삶에서도 저곳에서 싸웠었다.
그때는 패배해 죽임을 당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송삼현의 말을 들은 대다수의 명숙들은 두 눈이 커지며 크게 놀랐다.
“죽을 수 있다.”
“살려고 하는 겁니다. 여기 있는 모든 분과요.”
“……”
“훗날 전쟁이 끝나고 재건을 해야 하기 위해서라도 피해는 더 이상 생기면 안 됩니다.”
“…. 승전을 확신하는 것이냐?”
“예.”
“언제부터?”
“이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요.”
송삼현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던 구창룡은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나서지 않고 너도 다른 곳으로 간다면 이곳의 지휘는 누가 맡는단 말이냐?”
“청엽진인과 옥화사태를 비롯해 경험이 많은 명숙분들께 맡기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 경험이 미숙해 모두를 이끌기에는 부족합니다.”
“…..”
“무엇보다도 저는 독고룡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약관의 나이밖에 되지 않은 자를 믿는다는 건 몸은 허락해도 마음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송삼현은 지휘권을 의심이 없는 자들에게 넘기는 거였다.
그 말의 뜻을 아는 구창룡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나도 동의한다.”
“감사합니다.”
“청엽진인, 옥화사태, 부탁함세.”
“정도 무림을 위한 일입니다. 분골쇄신하여 정도 무림의 승리를 위해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회의는 그렇게 끝나갔다.
다들 구창룡의 안부를 묻는 사이, 송삼현은 먼저 회의장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삼현···. 아! 백의검룡 대협!”
남궁효우가 반갑게 맞이하다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말을 바꿨다.
“편히 하세요. 매형.”
“어찌 편히 하겠습니까. 맹주대리께.”
“하하하하, 진짜 부담스러워서 그래요. 매형이라도 편히 해주셔야 숨 좀 트일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송삼현의 말에 남궁효우는 활짝 웃었다.
“네가 그리 말한다면 이렇게 둘이 있을 때는 그리 하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받거라, 부인께서 네가 걱정되어 인편으로 보낸 서찰이다.”
송연화가 보낸 서찰을 받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는 말이었으나 그 안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인편으로 온 사람은 아직 있습니까?”
“내일 떠나니, 답을 보낸다면 내일 사시까지 나에게 주거라.”
“예.”
“그리고 이쪽으로 오거라. 후기지수들이 모여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후기지수들이요?”
“천하제일의 자리에 오른 고수를 보고 싶은 건 모든 무림인의 꿈 아니겠느냐?”
이번 일로 인해 송삼현은 천하제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
남궁효우의 뒤를 따라서 간 곳은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모닥불에 의존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우리 왔소.”
남궁효우의 말에 고개를 돌리더니 일제히 일어나 포권지례를 올렸다.
“백의검룡을 뵙습니다!”
“와! 백의검룡 대협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논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백의검룡 송삼현은 후기지수들에게는 영웅이자 맹주를 대행하는 자였기에 다들 눈을 빛내며 송삼현을 쳐다봤다.
“대협!”
모닥불에 앉아 주먹밥을 먹던 당수향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이해줬다.
“소저는 오랜만에 봐도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럼요! 사람은 쉽게 변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는 대협은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하셨는데요?”
“제가요?”
“분위기가 엄청 달라졌어요.”
당수향이 말을 걸고 제갈소소를 비롯해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운남 곤륜산에 있는 마교의 총 보급로를 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혈호패도와 일전을 벌이셨다지요?”
“그렇게 됐습니다.”
“진짜···. 대협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젯밤에도 그러한 무학을 선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후기지수들은 어젯밤 송삼현이 마인을 상대한 것을 잊지 못했다.
마지막에 보여준 달을 베는 것 같은 환영.
무학이라는 틀을 완전히 깨버리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정확한 건 모르고 있었다.
마인을 상대할 때, 송삼현은 고작 삼 할의 힘만 사용했다는 것을.
“회의는 잘 끝나셨습니까?”
제갈소소가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
“예.”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 생존자들을 모아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제갈소소의 말에 후기지수들의 시선은 일제히 송삼현에게 쏠렸다.
“어젯밤처럼 몰려올 정도라면 마교는 흩어진 이들이 집결하는 것을 알아냈을 겁니다.”
“……”
“어제는 천여 명의 군세였지만, 패배한 소식을 들으면 다음은 더 많은 군세를 보내겠지요.”
“본대가 올까요?”
“아마도요.”
이곳에 있는 후기지수들은 멀찌감치서 독고룡의 무위를 직접 본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독고룡이 이곳으로 올까 봐 걱정이 컸다.
“허나 독고룡은 오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대다수의 후기지수들이 화색을 띠었으나 제갈소소는 의문을 가졌다.
“그자가 왜요? 본대가 오면 당연히 마교의 수괴가 오지 않습니까.”
“제가 다른 곳으로 유인해서 일전을 벌일 거니까요.”
“네?!”
차를 마시면서 한 말에 모두가 놀랐다.
“그, 독고룡과요?”
“아무리 대협이라지만, 무모합니다.”
“무모하더라도 해야 합니다. 독고룡만 없다면 마교는 구심점을 잃고 자연스레 무너질 겁니다.”
“….. 대협은요?”
당수향이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이 실패하면 대협은 어떻게 되시는 건데요?”
“…..”
“죽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본 그자는 하늘에서 내린 악귀 그 자체였다고요! 아무리 대협이라도···. 대협이라도!”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송삼현이 하려는 일이 살짝만 틀어져도 죽는다는 건 세 살 난 아이도 알 정도였으니까.
“제가 죽던 독고룡이 죽던 둘 중 하나겠지요.”
회귀하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건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 중에서 이 일을 제일 잘할 사람은 저뿐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당수향이 말하는 것을 잠시 끊었다.
“당 소저.”
“….. 예.”
나지막이 부르자 당수향을 비롯해 후기지수들이 일제히 송삼현을 바라봤다.
“독고룡이 없는 마교들은 다른 분들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제가 죽더라도 이곳에서 승리한다면.”
“…..”
“독고룡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회의장에서 말한 것처럼 더 큰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독고룡의 팔다리를 모조리 끊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이 일이 무사히 끝난다면 매형, 당 소저, 제갈 소저, 팽 형님, 팽 소저, 묘용 형님, 그리고 다른 후기지수분들도.”
찻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또 이렇게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찻 잔에 든 차가 비워질수록 이별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