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55
운설산으로! (2)
그 시각 송삼현은 눈이 소복이 쌓인 숲길에 접어들었다.
먼 거리를 단숨에 달리며 지친 흑영마는 금호장 역참에 맡긴 뒤에 경공을 펼쳐 운설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숲길을 헤치며 가는 사이, 누군가가 접근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인이시여.”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무조였다.
“알아보라고 한 건?”
“섬서성 서안에 있는 마교 진영에서 누군가가 북쪽으로 향하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독고룡이 맞나?”
“확실한 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가 놓칠 정도니···.”
무조가 놓칠 만큼 기척을 숨기는 자라면 독고룡일 확률이 유력했다.
“네가 놓칠 정도면 독고룡일 공산이 크군.”
“예.”
숲길을 헤치고 산을 넘으며 마침내 기나긴 황하강을 마주했다.
선착장에서 배는 이미 떠난 상황.
건너려면 꼼짝없이 다음 배를 기다려야 했으나 그렇게 되면 운설산에 도착하는 시일이 지체될 수 있었다.
스윽.
송삼현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 주인이시여!”
송삼현이 보인 행동에 무조가 당황했다.
경공을 펼치며 건너기에는 강의 폭이 너무 넓었다.
폭은 적어도 일리, 그 거리를 경공으로 건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탓!
탓!
탓!
그러나 무조의 걱정은 기우였다.
“허···.”
송삼현은 강 위로 꺾은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그 위를 신기에 가까운 경공을 펼치며 건너갔다.
일위도강(一葦渡江).
배로 건너야 하는 기나긴 강을 맨몸으로 건너는 신묘한 모습에 배를 타고 건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저, 저게 뭐야?”
“강호인인가?”
“강호인이 이런 큰 강을 경공으로 건넌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일위도강을 펼칠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신기에 가까운 경공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천천히 오거라.]
전음으로 천천히 오라고 했지만, 무조도 송삼현의 뒤를 따라 마찬가지로 일위도강을 펼쳤다.
‘저도 이런 건 할 줄 압니다.’
그러나 무조가 갈 수 있는 거리는 강 중간에 도달한 배까지만이었다.
배 위에 오른 무조는 이미 강을 건넌 뒤에 능공허도를 펼치며 숲 위를 날아가는 송삼현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참 대단한 분이라니까.”
첫 만남에서도 느꼈고 지금까지 느끼는 단 한 가지.
‘저분의 수하가 된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구나.’
송삼현의 수족이 되었다는 것이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잘한 일이라는 거였다.
*
늦은 밤, 송삼현은 동굴에서 휴식했고 흔적을 쫓아온 무조도 뒤늦게 합류했다. 그렇게 동굴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낸 뒤에 이른 아침에 다시 경공을 펼치며 운설산을 향했다.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시간이 흐르면서 험한 길로만 다니자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적어졌군요.”
“험한 길이니, 다니는 사람들이 적을 수밖에.”
“한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궁금한 거?”
“주인께서는 운설산으로 가는 길을 어찌 이렇게 상세히 알고 계십니까? 이 길은 저도 모르는 길입니다.”
무조가 길을 안내를 해주긴 했지만, 송삼현은 간혹 무조도 모르는 길로 갔다.
자신도 모르는 지름길을 알고 있자 무조는 약간의 의문이 생겼고 송삼현은 높은 절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흑영마를 역참에 맡길 때, 금호장 지부장이 알려준 길이네.”
사실은 저번 삶에서 운설산 근방을 자주 돌아다녀서 이러한 길을 알고 있었다.
허나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볼 거니 금호장에서 알려준 거라고 대충 둘러댔다.
무조는 약간 찜찜했지만, 송삼현의 말이니 수긍했다.
“…. 전 아마 평생을 살아도 주인을 잘 모를 것 같습니다.”
무조의 말에 웃어주고선 절벽으로 뛰어올랐다.
“이 정도는 따라올 수 있지?”
무조는 뒤를 따랐다.
“천하에 안 돌아본 곳이 없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두 사람은 절벽에 돌출된 돌 부위를 밟으며 순식간에 절벽을 올랐지만.
응?
그때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거리를 좁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주인이시여,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 섬뜩한 기운이군, 예사로운 자가 아니다.”
바스락.
나무로 빽빽해 제대로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신형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휘이이이익!
송삼현은 자신을 향한 검 끝을 보며 몸을 비틀어 목을 향해 쇄도하는 검을 피했다.
검은 그대로 송삼현이 있던 자리에 꽂혔고 그 여파로 절벽 일부분이 무너져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바람이 불며 시야를 가렸던 먼지바람이 사라지곤 앞길을 막은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 검마?”
소검마 사휘도의 사부인 검마 가충현이었다.
거센 바람이 불며 검마의 하얀 백발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산발이 됐다. 그리고 미치광이처럼 피눈물까지 흘리며 송삼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검마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서안에서 독고룡의 뒤를 닦아주지 않고서요.”
갑작스러운 검마 가충현의 등장에 당황할 법했으나 송삼현은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며 도발했다.
“갈 때 가더라도 나하고 빚이 남아있지 않으냐. 그건 청산을 하고 가야지.”
검마와 남은 빚이라면 사휘도였다.
주화입마에 빠져 괴물이 되었던 사휘도를 벤 것이 송삼현이었으니까.
검마는 제자의 복수를 위해 송삼현이 운설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안에서 빠져나와 길목을 막아선 거였다.
“빚이라. 사휘도의 목숨값을 받으러 오셨군요.”
“알았다면 그 목을 내놓거라, 오늘 이 자리에서 너의 목을 베지 않고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작정이니.”
“뭔가 이상하군요. 제 목이 사휘도의 목과 같은 가치라고 하기엔 맞지 않지요. 검마의 목도 주셔야 수지가 맞지 않겠습니까?”
검마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광오한 살기.
그 살기는 지독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원망은 검마의 검에 서리며 거칠게 송삼현의 오른쪽 허리춤으로 날아들었다.
휙!
오른쪽으로 보법을 펼치며 피했으나 검은 급격하게 꺾였다.
검마의 손목이 뒤틀렸고 검은 활처럼 휘며 송삼현의 왼쪽 허벅지를 베려고 했으나 귀혼갑이 보호하며 검이 들어가지 못했다.
카가가가각.
“…. 갈 길이 급한데 왜 이러십니까.”
“그때 널 죽였어야 했다. 독곡주, 그 늙은이와 일전을 치르고 널 죽였어야 했거늘! 그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로다!”
검마는 검을 늘어트리곤 신형을 날려 쇄도했다.
‘파화신검 5초식, 무영화섬(無影火晱).’
그림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로 뻗는 일격.
카가가가가가가각!
송삼현은 검막을 두르며 검을 정면에서 받아냈고 검을 통해 제자를 잃은 검마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완전히 이성을 잃기 직전이군.’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지만, 언제 이성을 놓아서 폭주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폭주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
신형을 날리며 검마의 다리를 노렸다.
챙!
검마도 거센 반격에 당혹스러운 눈빛을 했으나 파화신검의 초식을 사용하며 송삼현에게 맞섰다.
파화신검을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송삼현은 익숙함을 느꼈다.
‘확실히 천무신검과 많이 닮았군.’
사휘도를 처음 상대했을 때도 천무신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결은 명백하게 달랐다.
검은 누가 어떤 마음으로 휘두르는지에 따라서 그 위력의 차이는 확연히 달라지니까.
콰아아아아앙!
송삼현의 검격에 밀린 검마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네 놈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끈질겼다.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검마의 검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송삼현은 살기를 가득 머금은 검마의 검을 위로 튕겨낸 뒤에 거리를 벌리곤 뒤를 쫓아오던 무조에게 전음을 보냈다.
[당장! 독고룡에게 그림자를 붙여라! 어디로 가는지 빠짐없이 보고해!]
[존명!]
무조를 보낸 뒤에 검마와 거리를 벌리며 귀혼편을 오른팔에 감은 뒤, 허리춤에 있던 유천의 검을 꺼내 들었다.
스르르르릉.
매끄럽게 빠지는 검.
유천은 좋은 검보다 휘두르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검보다 사람에 치중했다. 그래서 검은 그리 좋은 검이 아니었다.
어느 대장간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검이었다.
허나.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천이 죽기 직전까지 이 검을 휘두르며 느꼈던 감정이.
‘….. 반드시 사부님의 검으로 이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검마는 살갗을 따갑게 할 만큼 광오한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출수했다.
카아아아아아앙!
“너를 죽이기 위해 지난 석 달 동안 면벽수행만 했다!”
콰아아아아앙!
“내 제자를! 감히 내 제자를 죽이다니!”
콰아아아아아앙!
“쥐새끼처럼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검마의 검이 눈앞까지 도달했다.
송삼현은 검로를 끝까지 지켜본 뒤에 살짝 뒤로 도약한 뒤에 검로에 검을 가져다 댔다.
‘유운검법 5식 강무유파(强武流破)’
스르르르르륵.
검을 위로 흘리면서 검마의 균형이 무너지자 복부에 천무장을 날렸다. 검마는 멀리 날아가 돌에 부딪혔고 송삼현은 자세를 잡았다.
우우우웅.
검에 푸른 강기가 둘리며 넘어진 검마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강호에서 이념이 다르면 죽고 죽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강호라는 곳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곳이었다.
명확한 강자존의 세상.
강자의 말 한마디가 수많은 영향력을 지니며 존경을 받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사람이 숨을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이놈! 어린 아해가 감히 본좌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검마는 분을 삼키지 못하고 검을 출수하며 표출했다.
챙!
“당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요.”
채애애애앵!
“그러는 당신도 다른 이들의 제자와 스승을 수도 없이 베었으면서.”
제자를 위해 이토록 분을 토해내는 검마 가충현의 행적은 정의롭지 못했다.
정도가 아닌 사도를 걸으며 많은 적을 만들어냈고 그들을 죽이며 악명을 떨쳤다.
그의 손에 죽어간 사제지간만 해도 산 몇 개는 쌓고도 남을 만큼.
콰아아아아아앙!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아십니까!”
가충현의 초식은 송삼현의 강대한 기운을 머금은 검격에 깨졌고 그 충격으로 뒤로 날아갔다.
나무 한 그루, 두 그루, 그렇게 수도 없는 나무를 부러트리며 날아갔고 돌산에 박혀서야 멈췄다.
“쿨럭.”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는 검마는 송삼현의 손에 들린 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재수 없는 검은 유천의 검이구나.”
검마는 유천과 일전을 벌였을 때를 기억하며 유천의 검을 떠올렸다.
“난 제자를 잃고 넌 스승을 잃었더냐?”
“…. 당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상관이 없진 않지. 그 늙은이가 죽는 자리에는 나도 있었으니까.”
“……”
“아주 꼴이 좋더구나! 교주의 발목을 잡으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그 꼴이! 하하하하하하!”
검마는 유천을 조롱했다.
송삼현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였다.
“한때 검신(劍神)이라고 불리며 모두의 존경을 받던 무림인의 끝이 그토록 추접하고 더럽다니!”
콰직!
검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진각을 하며 송삼현에게 검을 출수했다.
“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스르르르륵.
“하지만.”
콰직.
“내 스승님을 함부로 말한다면 그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촤아아아아악!
‘천무 6식 검뢰.’
사방에서 검강이 벼락처럼 들이쳤다.
벼락들은 검마의 옷깃을 찢고 그 안에 피부까지 베며 옷을 붉게 물들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몰려오는 고통에 검마는 비명을 질렀다.
천지를 울리는 비명에 숲의 짐승들은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검마는 자신이 날아오며 생긴 길을 따라 걸어오는 송삼현을 바라봤다.
‘……..’
마주하는 기운은 예사 기운이 아니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대한 기운이었다.
송삼현은 천천히 걸어왔고 가충현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송삼현의 기운에 억눌렸다.
스르르르르륵.
기운이 방출되며 주변 일대에 지진이 온 것 같이 땅이 크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