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56
운설산으로! (3)
콰아아아아아아앙!
사특한 기운을 머금은 검마의 검이 땅에 꽂혔다.
‘무식한 힘이군.’
그대로 땅이 갈라지며 깊은 골짜기가 만들어져 주변 일대를 집어삼켰다.
제자를 잃은 검마의 분노는 고스란히 땅에 새겨졌고 송삼현의 목을 노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뻗었다.
검로를 지켜보던 송삼현은 닿기 직전, 오른쪽으로 피하며 거리를 벌린 뒤에 말했다.
“파화신검은 천무신검의 결을 베껴서 만든 무학이라더니, 그게 정녕 사실이었군요.”
그 말에 검마의 검이 일순간 멈췄다.
“…. 감히 어디서 비교하는 것이냐! 내가 창안한 파화신검은 베낀 무학이 아니야!”
이어지는 검격.
필사적이었다.
목을 베려고 했지만, 계속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베지 못하자 점점 조급해졌다.
‘왜 닿지 않는 거냐! 왜!’
닿을 듯하면서 닿지 않았다.
한 치의 거리, 조금만 더 하면 닿을 것 같아지자 검마는 보법을 한 번 더 밟은 뒤에 무리해서 검을 뻗었다.
퍼어어어억!
무리해서 뻗은 검이 빗나가며 균형이 무너졌고 천무각에 맞고선 뒤로 날아갔다.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한 검마는 필사적으로 검을 바닥에 꽂아 넣으며 절벽 끝에서 간신히 멈춰 섰다.
“크윽.”
내상이 심했다.
천무장에 세 번, 방금은 천무각까지 맞는 바람에 내공의 흐름이 죄다 뒤틀렸다.
“베낀 무학이지 않습니까. 그게 그리 인정하기 싫습니까?”
“누가 그러더냐!”
“스승님께 패배한 뒤로 그 검을 이기기 위해 새로운 무학을 만들었고 그게 파화신검이지요.”
“…..”
“워낙 천무신검의 잔상이 인상적으로 남아 파화신검의 결에 천무신검을 가져다가 썼고요.”
“이건 내가 만든 나만의 무학이란 말이다!”
“어차피 당신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파화신검도 사라질 테니, 상관없긴 하군요.”
“크윽! 사라지는 건! 파화신검이 아닌 천무신검이다!”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이 느껴졌음에도 검마는 물러나지 않았다.
송삼현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검을 뻗었다.
휙!
한 걸음.
휙!
두 걸음.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갔지만, 송삼현과의 격차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화경의 끝자락이 현경에 도달한 고수를 이기는 것은 하늘을 거꾸로 뒤집는 것만큼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점점 숨이 차올랐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검을 들고 있는 손 또한 떨리기 시작했다.
내공의 고갈.
검마는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억지로 내공을 운용하는 바람에 내공의 소모가 극심해졌고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 역시 그때 죽였어야 했다.’
훗날 위험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위험이 될 줄은 몰랐다.
검마는 검을 휘두르면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처음 만났을 때, 독곡주와 생사결을 펼쳐서라도 싹을 잘라버렸어야 했다고.
그때였다.
지독한 원망과 살기로 가득했던 검마 가충현의 검이 후회로 가득한 검으로 변한 것은.
촤아아아악!
망설이는 순간, 만들어진 빈틈.
송삼현의 검이 번쩍이며 검마의 오른쪽 팔을 베어나갔다.
팔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깊이 들어가는 바람에 검마는 급히 검을 왼손으로 바꿔 잡았다.
‘이대로면···.’
오른손에 감각이 사라져갔다.
주르르륵.
피가 흘러나왔고 오른팔이 몸에서 떨어지기 직전이 되자 검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 안 가득 퍼졌고 찰나의 순간, 결심을 굳혔다.
탓!
앞이 아닌 뒤로 도약하며 거리를 스무 장까지 벌린 뒤에 검을 꽉 쥐었다.
‘적어도 네 놈의 팔 한 짝은 저승에 있는 제자의 선물로 가져가야겠다.’
어기충소로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검의 형상을 띈 강기를 무수히 많이 만들어냈다.
마지막 발악이었다.
남은 모든 내공을 쏟아부으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촤라라라라라락.
검마의 최종 절기인 ‘파해(破海)’
모든 것을 깨트려버릴 거대한 파도가 몰려왔고 송삼현은 양손으로 검을 잡아 쭉 뻗었다.
스르르르르르륵.
주변에 퍼졌던 푸른 연기가 검 주위를 휘감으며 맹렬하게 용솟음쳤다.
그 기운은 곧이어 용의 형상을 띄며 사방으로 기운을 분출했고 부러진 나무들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허공으로 마구 날아갔다.
‘검해(劍海).’
하늘에서 쏟아지는 파도.
땅에서 솟구쳐오르는 파도.
천무신검의 절초와 파화신검의 절초가 맞닿았다.
콰과과과과과광!
모든 것을 깨트릴 기운을 머금은 파해의 초식은 검해의 초식을 집어삼킬 것처럼 거대한 파도가 되었으나 크기만 큰 파도는 아무런 위력이 없었다.
‘좋은 검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아무리 좋은 검이라도 휘두르는 사람이 시원찮으면 그저 고물 덩어리에 불가하니까.’
유천의 가르침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검을 사랑했던 사람, 송삼현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흐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스승님의 검으로 이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촤르르르르륵.
송삼현의 손짓 한 번에 파도의 한 가운데가 홍해가 갈라지듯 갈라졌고 파도를 깨부순 뒤에 검마에게 그대로 쇄도했다.
파도는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것을 흩어놓은 수천 개의 검 중, 한 자루의 검이 곧장 날아오자 검마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 하늘은 날 버리셨구나.’
푹.
송삼현의 검은 검마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으며 등으로 나왔다.
“커헉!”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를 토해낸 검마의 가슴에서 검을 빼낸 뒤에.
촤아아아아악.
일도양단의 초식으로 복부를 크게 베었다.
몸을 보호하던 호신강기가 사라지고 복부를 베인 검마는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쿠우우우웅!
땅에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했고 몸의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느낀 검마는 피를 토해내며 땅으로 내려온 송삼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평생 오르지 못한 곳을 어찌 너는 그리 쉽게 오를 수 있는 거냐! 어째서 하늘은 너만을 편애하는 것이냐!”
피눈물을 흘리는 검마의 울부짖음에 할 말은 없었다.
쉽다고?
단 한 번도 쉽게 살았던 적이 없었다.
지난 삶에서는 고아로 살다가 살수로 키워져 평생을 그림자 속에 숨어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번 삶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을 막고자 쉬지도 않고 노력했고 마침내 이곳에 다다른 거였다.
“저라고 이곳까지 쉬이 온 것은 아닙니다.”
“…. 죽이거라! 내 죽어서도 네 놈의 곁을 맴돌며 평생을 괴롭힐 것이다!”
“그거 아십니까?”
“…..”
“우리 스승님은 당신이 그렇게 말한 행동을 할 정도로 추접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번 삶에서부터 봐온 유천의 성격상, 죽기 직전에 누군가에게 목숨을 구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항상 올곧고 정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뼛속 깊은 곳까지 새긴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죽기 전에 마교에게 목숨을 구걸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검마의 몸에서 흐르는 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많은 양의 피는 바닥을 적셔갔다.
그 피를 보며 송삼현은 무릎을 굽혀 쓰러진 검마의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똑같이 조롱으로 갚아줬다.
“하지만 당신의 제자는 다르더군요. 죽기 직전에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꼴이 제법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이 노오오오오옴!”
“살려달라고 해보십시오.”
“……”
“제발 살려달라고 울면서 빌어보십시오.”
검마는 입을 꽉 깨문 채, 열지 않았다.
피눈물만을 흘리며 송삼현을 바라봤고 송삼현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악!
“남을 함부로 조롱하지 마십시오. 그 조롱이 종국에는 당신을 향해 나락으로 떨어트릴 테니까요.”
가차 없이 목을 베어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비가 되어 땅을 적셨다.
*
서안과 융제 사이에 있는 황하강.
정파와 마교는 황하강을 중간에 두고 대치했다.
제갈귀호는 커다란 돌 위에 앉아 남궁상룡과 함께 강 건너 진을 꾸린 마교의 진영을 면밀히 살폈다.
“마교의 군세가 엄청나군요. 정면으로 맞붙었다간 우리 쪽도 꽤 큰 피해를 입겠습니다.”
바글바글했다.
“감숙성 방향으로 갔던 녀석들도 돌아왔으니 적어도 오천은 넘을 겁니다.”
“오천이라···. 참 흑도들이 왜 이리도 많이 생겼는지 의문이군요.”
“세상이 살기가 힘들어지니, 일반 사람들도 먹고살기 위해 흑도로 돌변해서 양민들을 약탈하는 세상이 지금 이 세상이 아닙니까.”
정파는 독고룡 때문에 큰 피해를 본 탓에 천여 명밖에 없었고 마교 측은 희생이 있었음에도 오천 명이 넘는 군세였다.
수적인 차이가 크긴 했지만, 정파는 고수들이 많이 살아남았기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랐다.
반 시진 뒤.
진영을 살펴본 뒤에 천막으로 돌아갔고.
“군사 어른.”
“어떻더냐?”
“여러 방면에서 본 것을 보고드리겠습니다.”
마교 진영을 살피러 갔던 천인부가 다가왔다.
상세히 마교도들의 행동을 보고 했고 서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 이상입니다.”
“세가 만만치가 않아. 이대로 붙는다면 혼전이 될 거야.”
수는 마교 쪽이 많아 정파의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선진으로 대치를 하는 게 어떻습니까?”
남궁상룡의 말에 제갈귀호는 곰곰이 생각했다.
“수가 적은 상황에서는 탁월한 수겠지만, 저쪽은 그런 거에 얽매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백의검룡과 함께 곤륜에서 시작되는 보급을 끊어 마교의 후방에서 보급이 이어지지 못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급한 건 우리가 아닌 마교놈들이지요.”
“다른 곳에서 보급을 하면요?”
“저 녀석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한 짓이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 아!”
“모조리 불을 질렀습니다.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
곤륜과 황궁이라는 안정적인 보급로가 있으니 마교 쪽은 굳이 논과 밭을 둘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마을을 비롯해 양민들이 일궈놓은 터전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러면서 생긴 치명적인 단점.
“보급을 잇지 못할 겁니다.”
이을 보급이 없다는 거였다.
“황궁쪽은요?”
“황궁이요? 백의검룡이 아주 좋은 수를 둬서 그쪽도 더는 개입하지 못할 겁니다.”
얼마 전 들은 소식.
‘급보!’
진왕가를 역적으로 몰았던 묵왕세력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되며 묵왕세력은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쥐처럼 어떻게든 구멍을 파서 도망치기 급급해졌다.
그렇기에 마교의 후방에서 황궁이 지원해준 보급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선 저놈들의 식량부터 없애고 시작해야겠군요.”
“식량을 없앤다면 반응을 하겠지요.”
제갈귀호는 두 눈을 감고 전장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수십 가지.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단 한 걸음도 잘못 디뎌선 안 됐다. 독고룡이 없다곤 하지만 여전히 무림맹에게 불리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스윽.
제갈귀호의 눈에는 마교 진영이 아닌 황하강 줄기가 보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그의 눈에 들어온 황하강 줄기, 황하강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 때문에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 강이었다.
하지만 황하강의 끝부분이 얼기 시작했고 그 냉기는 서서히 강의 중심까지 나아갔다.
‘만일 황하강이 얼어붙는다면···. 마교의 군세가 전부 넘어올 발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여러 생각을 하던 제갈귀호는 우선 마교 측의 군량을 없앨 묘안을 냈고 그날 밤, 마교의 군량이 모인 창고는 화마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