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7
이변 (1)
금호장 반푼이라고 불리는 송삼현이 철웅검의 손을 베어버린 사건은 사람들의 입을 타 급속도로 퍼졌다.
“글쎄 삼 공자가 그랬다니까?”
“철웅검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목 하나가 잘렸지 뭔가.”
“확실히 금호장의 자제분이시긴 하더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품이 있는 것이 마치 대인을 뵈는 것 같았어.”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꾼들은 사실에 살을 살짝 붙여서 말을 옮겼고 그 이야기들이 퍼지며 사람들의 입에서 송삼현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다른 지역으로 간 이들도 금호장의 삼 공자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며 이 사건은 송삼현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며칠 후.
진왕 일가가 북경으로 돌아가는 당일이 됐다.
금호장의 모두를 비롯해 고관대작들도 장원으로 나와 일가를 배웅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일제히 말을 멈췄고 진왕 일가는 이번에 있던 여러 일로 고생한 이들을 일일이 치하했다.
진왕은 송우태를 비롯해 정화부인, 송일현과 송이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송삼현에게 말을 걸었다.
“올해 열넷이라고?”
“그러하옵니다. 전하.”
“열넷에 정말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
진왕이 송삼현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자 주위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랐고 송삼현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전하를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러면 내년에 보지.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 나누자.”
“네, 전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나이다.”
진왕은 그대로 마차로 올랐고 송삼현은 군주에게도 포권을 올리며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보는 눈이 많으니 가볍게 인사하시지요.]
송삼현의 전음을 들은 군주는 서운한 눈빛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 두 사람이 벗이라고 하면 많은 풍파(風波)가 불 것이 분명했기에 송삼현은 군주를 배려한 것이었다.
“군주마마를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짧게 말을 하자.
“나도 즐거웠다. 내년에 또 보자꾸나.”
군주도 마찬가지로 짧게 대답했다.
“네, 마마.”
군주가 조금 삐진 기색이었지만, 송삼현의 말을 들어줬다.
그렇게 진왕 일가가 탄 마차가 움직였고 군주는 마차 안에서 송삼현과 눈이 마주쳤다.
송삼현은 웃으며 전음을 보냈다.
[군주마마의 유일한 벗으로서 또 뵙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군주는 송삼현의 전음을 듣고 꽃같이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채, 금호장을 떠났다.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던 팔월과 구월이 지나갔다.
*
여섯 달 후, 내 나이는 열다섯이 됐다.
겨울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고 청월각에선 소월이가 다른 시녀들과 눈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는 소리가 담벼락을 넘어 연무장까지 들려왔다.
휙!
그러한 소리에도 집중해서 검을 휘둘렀다.
스르르륵.
휘두른 검에 검기가 휘감기며 연무장 바닥에 검흔을 남겼고 나는 검기의 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검기를 짙게 하면 파괴력이 올라가고 연하게 하면 검 주위를 일렁이면서 수비를 펼치기 쉬워지는 검기의 경지.
저번 삶의 경험 덕분에 더욱 빠르게 초절정의 벽을 바라보는 경지를 이룰 수 있었다.
‘됐다. 확실히 내공이 풍부하니 수련 속도도 늘고 경지를 이루는 것도 수월하구나.’
하루도 빠짐없이 천무심법을 운용한 덕분에 내공은 오십 년을 넘겼고 일갑자를 내다보고 있었다.
검법의 숙련도도 나날이 높아져 천무신검과 유운검법을 펼치는 데 아무런 막힘이 없었고 심상 수련에서 흑사칠견 사추도를 유운검법으로만 이겨냈다.
유운검법 24초식.
유운검법의 마지막 초식까지 모두 습득한 뒤에 검을 검집에 넣었다.
“유운검법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그러면 다음 경지로 나아가볼까.
스윽.
바닥에 놓인 상자에서 영초를 하나 꺼냈다.
한 달 전에 송우태가 직접 건네준 ‘구지자엽초’라는 영초였다.
아홉 개의 잎으로 된 구지자엽초는 향긋하면서도 처음 맡아보는 이질적인 냄새가 특징이었다.
‘금호장은 이런 영초는 아무렇지 않게 구하는 모양이구나.’
구지자엽초를 먹을 때는 잎을 절대 상하게 해선 안 됐다.
한 번에 아홉 잎을 머금자 입 안에 향이 퍼졌고 그 향이 몸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내 단전을 휘감았다.
‘지금이다.’
천무심법을 이용해 기운을 흡수할 때였다.
구지자엽초의 영기를 흡수하기 위해 집중했고 기운이 서서히 기해혈로 스며들었다.
몸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몸 밖으로 배출됐고 흐르는 땀이 연무장 바닥에 떨어져 연기가 일어났다.
뚝.
한 방울.
뚝.
두 방울.
세 방울, 네 방울에 이어서 마지막 아홉 방울까지 떨어지며 구지자엽초의 모든 잎의 영기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오 년의 내공이라 이 정도면 괜찮네.’
이것으로 내공은 55년이 쌓였다.
*
송삼현은 그 뒤로도 수련을 한 뒤에 잠시 돌아다니다가 대연무장에서 송일현이 수련하는 걸 보곤 담벼락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허공을 가르는 유려한 검의 춤, 그 검의 흐름에 따라 부는 바람에 타고 오는 향기는 ‘무영단’ 때를 떠오르게 했다.
‘무영단(武榮團)’
저번 삶에서 천유현이 속해있던 곳으로 무림맹과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엄선해서 만든 무림맹 최고의 전력 단체였다.
무영단의 이들은 초절정 고수와 화경의 고수들로 이뤄졌고 대부분 가문의 가주급이나 문파의 장로급들이 많이 있었다.
가장 낮은 경지가 초절정의 초입이니 그곳은 괴물들의 집단이라고도 불렸다.
천유현은 그러한 곳의 칠 대 단주로서 그들을 이끌었었고 송일현도 무영단 소속이었지만, 초절정의 경지에서도 초입 정도밖에 이르지 못해 말단으로 있었다.
“….. 이제는 다 추억이구나.”
정파의 검으로서 선봉에 서 많은 고수가 죽어갔고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끔찍했다.
‘허나 이제는 다를 것이다.’
송삼현은 이번 삶에서 그들을 살릴 것이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슬픔을 겪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어차피 묻혀야 할 피라면 자신의 검에 묻히기로.
생각에 잠긴 그때 송일현이 검을 멈추더니 송삼현을 바라봤다.
“왔느냐.”
“예.”
송삼현은 담벼락에서 내려와 정중하게 포권을 올렸다.
“보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지, 대련해보겠느냐?”
“좋습니다.”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이룬 경지를 시험해볼 기회니까.
스윽.
두 사람이 목검을 들고 자세를 잡자 주변에 있던 무사들과 시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삼 초식을 양보하마. 들어오거라.”
송일현은 동생을 상대로 배려를 해줬고 송삼현은 망설이지 않고 유운보를 밟아 순식간에 송일현과 거리를 좁혔다.
일 장의 거리가 일 촌으로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대로 송일현의 복부를 때릴 작정으로 목검을 뻗었지만, 송일현은 뒤로 도약하며 목검과 단 일 촌의 간격을 두고 피했다.
“…. 대단하구나. 그 나이에 유운보를 대성을 했다고?”
유운보를 대성한 자의 발에서 나오는 묘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송일현은 표정은 놀라움으로 번졌다.
“이제 한 초식입니다. 아직 두 초식은 양보해주시겠다고 하셨으니 들어가겠습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네?”
“아무래도 나도 마음을 다해야겠구나.”
그러더니 송일현은 유운검법의 5번째 초식 운암충수의 자세를 잡았다.
구름같이 유려한 초식 사이에 다른 변화를 숨겨 단 한 번에 상대의 목을 노리는 검이었다.
탓!
송일현이 땅을 박차며 송삼현에게 목검을 출수했고 송삼현은 유운검법의 10초식 운무빈첩(雲霧頻疊)을 펼쳤다.
유운검법에 있는 수비초식으로 끊임없이 검을 움직여 구름과 안개가 피어나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송삼현의 손에 쥐어진 목검이 꿈틀거리며 구름같이 움직였고 검영이 송일현의 앞에 펼쳐졌다.
‘이게 뭐란 말인가.’
송일현은 유운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24초식까지 다 연마하며 운무빈첩이 얼마나 까다롭고 익히기 어려운 초식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이제 갓 열다섯이 된 이복동생이 펼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탁!
탁!
탁!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송일현이 내민 운암충수의 초식이 모두 막혔고 송삼현은 거기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저리 빨리?’
운무빈첩의 초식으로 송일현의 마지막 공격을 흘리고 바로 검을 고쳐 잡으며 쐐기를 박았다.
천무신검과 유운검법을 하나로 연결해 만든 송삼현의 첫 번째 초식.
‘용?’
검기의 가느다란 줄기들이 송일현의 몸을 마치 회오리처럼 휘감았다.
전에 흑사칠견 사추도와 싸울 때, 영감을 얻어 구현한 것으로 빠른 검기 속에 진짜 한 수를 숨겨놓는 거였다.
검기는 구절편처럼 송일현이 나올 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빠져나오려고 하면 날카로운 검기에 상처를 입는 격이니 사추도가 펼친 것보다 더 강맹한 초식이었다.
유운검법의 유함, 그리고 천무신검의 강맹함이 한 곳에 어우러진 초식.
촤악!
목검이 허공을 갈랐고 검의 소용돌이에 갇힌 송일현의 가슴께에 검격이 들어갔다.
“윽.”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송삼현은 나름 만족했다.
새롭게 만든 초식이 보기 좋게 성공했으니까.
넘어진 송일현이 웃으며 패배를 시인했고 송삼현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대체 마지막 초식은 무엇이냐? 내가 아는 승룡풍운의 초식과는 다르던데?”
“그저 초식을 조합해서 사용했을 뿐입니다. 유운검의 초식은 서로가 고리처럼 이어져 있으니까요.”
“고리처럼 이어져 있다···. 대단해, 내가 완전히 졌구나.”
“큰형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내가 알던 어릴 때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 소문이 과장된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언제까지 제자리에 머물 수 없으니까요.”
“… 잘 생각했다.”
대련이 끝나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반푼이라 불리던 송삼현이 강호에서도 이름을 날린 풍운검을 정식 비무는 아니더라도 대련에서 이겼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으니까.
송일현에게 포권을 한 뒤에 걸음을 돌려 돌아가려는 그때, 멀리서 소월이가 숨이 넘어갈 듯 달려오고 있었다.
“공자님! 작은 마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