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8
이변 (2)
소월이의 말을 듣고 황급히 청월각으로 달려갔다.
“정확히 얘기하거라! 어머니가 어찌하여 갑자기 쓰러지신 것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약당주가 오셔서 진맥을 보는 중이긴 하오나···.”
뒤에서 쫓아오는 소월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설마, 나에게 했던 것처럼 어머니에게 독을 쓴 건가?
여러 생각을 거듭하며 다급하게 청월각으로 가자 시녀들을 비롯해 약당의 사람들이 탕약과 약재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녔고 나를 보자 그중에 제일 높은 이가 예를 갖췄다.
“삼 공자님을 뵙습니다!”
그들의 인사에 대꾸할 새도 없이 어머니가 계신 방으로 들어가자 약당주가 어머니의 손목을 짚으며 진맥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괜찮으신 것입니까?”
“진맥을 봤는데···. 중독 증세를 보이십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독을 쓴 것처럼 어머니에게 독을 쓴 거구나.
“…. 해독은요?”
“침으로 급한 화는 빼내었지만, 여러 가지의 독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독을 해독하게 되면 다른 독이 반응하는 터라···. 누군가가 극독들을 혼합해 작은 마님께 중독시킨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숨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해결할 방도는 있습니까?”
“금호장 약당에는 여러 약초가 있사오나 이러한 혼합한 극독을 완전히 해독하려면 ‘백년해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그저 연명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백년해과?”
백년해과라면 저번 삶에서 독에 미친 늙은이에게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어떤 독이라도 해독한다는 영약 중의 영약, 추운 빙해 지역에서 백 년에 한 치씩 자란다고 하여 독공을 익힌 이들에게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던 영약이었다.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그것은 백 년에 한 번 나오는 영약으로 구하기가 힘듭니다. 만약 있다면 독곡주가 알겠지요. 독에 관한 건 독곡주를 따라올 자는 없으니까요.”
“이 상태라면 어머니는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나요?”
“엿새를 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당주님, 꼭 엿새 안에 백년해과를 구해 올 테니 어머니를 꼭 살려주십시오.”
“잠시 기다리십시오! 독곡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안 되는 말이옵니다! 독곡의 주위는 맹독이 가득합니다. 허락받지 않고 접근하는 이는 일각도 되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곳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송우태를 비롯해 정화 부인, 송일현과 송이현, 그리고 송연화 누님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독곡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송우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넌지시 물었다.
“독곡에 가겠다고?”
“네. 제 어머니를 살릴 길이라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가야지요.”
독곡은 다른 이들의 출입을 엄히 금하기에 주변에 맹독을 품은 독 연기가 가득했다.
- 허락받지 않은 이는 죽음으로서 독곡을 통할지니 –
중원에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어서 많은 이들이 독곡에 가길 꺼렸다.
“… 내가 사람들을 보내마. 그러니 넌 여기서 네 어미의 곁을 지키거라.”
어머니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거겠지.
“이제야 어머니가 보이십니까?”
“….”
“어머니는 십사 년간 매일 밤낮으로 장주님만을 그리워하며 보냈습니다. 허나 장주님은 단 한 번도 이곳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지요. 이제 어머니가 죽는다고 하니 속이 시원하십니까?”
“감히 무슨 막말이더냐!”
정화 부인이 노기를 띤 음성으로 말했다.
겉은 온갖 화려한 것들로 치장한 표독스러운 인물, 그리고 이 일에 그녀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금호장에서 나와 어머니가 제일 거슬리는 것은 정화 부인뿐이니까.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어머니에게 손을 대는 그녀를 향한 나의 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 노기를 타고 내공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주변을 억눌렀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모자라, 제 어머니까지 죽이려 하십니까?”
내 말에 모두가 놀랐다.
정화 부인이 제일 놀라며 주위 눈치를 보더니 나에게 오히려 역정을 냈다.
“내가 왜 그런단 말이냐!”
저벅.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경고했다.
“만약 증거가 있다면 숨기십시오. 내가 어머니를 살려놓고 이 일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이 일에 연관된 모든 이들의 목숨을 취할 것이니.”
진득하면서 살기를 띤 내공을 눈치챈 송우태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나를 말렸다.
“괜한 억측으로 섣부르게 행동하지 마라!”
송우태의 말을 듣고 주변에 퍼진 내공을 거둬들였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숨을 토해냈고 정화 부인의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괜한 억측이라 하셨습니까?”
“확증이 없는 것으로 큰 어머니를 몰아세우지 말거라!”
“그러하면 제가 보여드리죠. 엿새 후, 이 일에 대한 확증을 찾아 연관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제가 못 할 것 같습니까?”
“….”
“어차피 금호장 따위 이어받는 것은 저에게 맞지 않는 일입니다. 애초에 원하지 않았고요.”
송우태는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고 난 정화 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 내가 올 때까지 내 어머니를 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 발산한 내공으로 정화 부인의 주변의 공기를 짓눌러버렸다.
“어미를 잃은 새끼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 보게 될 테니.”
어차피 금호장 따위는 내 삶의 목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후에 일어날 혈겁을 막고자 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였고 금호장이라는 이름이 도움이 될까 봐 그냥 붙어 있으려고 했었다.
금호장의 명성.
금호장의 돈.
금호장의 인맥.
그것들이 그 혈겁을 막는 데까지의 길을 순탄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생각을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이 일을 마무리짓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내 어머니와 함께.
*
산동성 임기에 있는 독곡까지의 거리는 말을 계속 달린다 해도 남경에서 삼 일은 족히 걸리는 길이었다.
하루 반나절만 말을 타고선 그 뒤로는 경공으로 이동했다.
탓.
초상비(草上飛), 풀 위를 달리고.
일위도강(一葦渡江), 물 위를 건너며 신묘한 경공으로 먼 거리를 단숨에 줄여갔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리가 저리더라도 한 발이라도 더.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지치더라도 발을 더 내딛게 했다.
내공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길을 가다가 지치면 노숙을 하고 비가 내리는 숲을 지나갔다.
그렇게 치열하게 경공을 펼친 지 삼 일째, 아침이 밝은 날에 독곡이 있는 ‘만향산(萬香山)’에 도착했다.
‘벌써 코를 찌르는 향이라니 저기구나.’
만향산은 수많은 독초와 약초가 만 가지의 향을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평범한 이가 와서 약초를 캘 수 있는 곳이 따로 있었고 다른 곳은 독곡이 관리하니 독 연기가 있는 쪽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 허락되지 않은 자는 돌아가라 –
커다란 돌에 새겨진 글을 보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음산한 기운이 점점 퍼졌다.
코와 피부를 찌르는 독의 향, 허나 그 향을 맡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학령초를 먹고 살아난 덕분에 내 몸이 백독불침이 되었구나.’
극독을 먹은 것이 이리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독곡의 독들이 내 몸을 휘감기 시작하지만 난 똑바로 그 흐름을 바라보다가 연기의 틈을 찾았다.
휙!
검기를 날려 그곳을 베자 내 몸을 휘감던 독들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웬 놈이 독곡에 와서 함부로 검을 놀리느냐.”
독 연기를 빨아들이며 걸어오는 백발의 노인.
독곡주 당용호, 내가 저번 삶에 봤던 독에 미친 늙은이였다.
당용호의 주변에는 그를 호위하는 무사들이 있었고 모두 연한 녹색의 복면을 하고 있었다.
“희한한지고. 연기의 독성이 떨어졌나? 어찌 저런 아이가 반각이 지났음에도 서 있는 거지?”
“연기 속에 독성은 여전히 강합니다. 아마 저분이 백독불침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어린 나이에 백독불침이라···. 허허허, 재미있구나.”
정중한 여 호위의 말을 들은 뒤, 당용호는 나에게 걸어왔고 나는 그에게 정중히 포권을 올리며 말했다.
“소인은 금호장의 삼남 송삼현으로 독곡주께 무례를 저질러 송구하옵니다.”
“급해 보이는구나. 숨도 차고, 그래 이곳까지 온 이상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 것이지. 말해보거라. 들어줄 시간은 되니.”
“제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독에 당해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더냐?”
사천당가의 사람답게 다른 이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족속들.
“백년해과를 내어주십시오.”
“백년해과? 만일 내가 그것을 내어주면 너는 무엇을 주겠느냐? 백년해과라 하면 적어도 금원보 정도는 줘야 균형이 맞지 않겠느냐?”
가치가 높은 물건이니 당용호의 제안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허나 나에겐 한 가지 정보가 있었다.
일 년 뒤, 독마장 천신후가 찾게 되는 영물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있었고 그것을 당용호에게 말했다.
“독곡주께서 원하는 금선독룡(禁仙毒龍)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금선독룡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당용호의 호위무사들은 물론 당용호의 표정이 싹 변했다.
“… 금선독룡이라 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