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9
이변 (3)
금선독룡이 내뿜는 독은 능히 사람 하나를 녹여 없앨 만큼 극독 중의 극독이라 독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진 가치를 지녔다.
“저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어찌할 것인지 답을 주십시오.”
송삼현은 저번 삶에서 당용호가 금선독룡을 얻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해내며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고민에 빠진 당용호는 송삼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 금선독룡의 위치를 아는 이는 본 적이 없다. 평생을 쫓았지만, 금선독룡이 어디 있는지 꼬리도 잡지 못했는데 어찌 그것을 약관도 되지 않은 네가 알고 있다는 것이냐? 반로환동(返老還童)이라도 한 것이냐?”
당용호의 옆에 있던 이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금선독룡은 독을 깊게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영물이나 백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고 자신을 은폐할 수 있는 기이한 재주까지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데 그러한 영물의 위치를 안다?
그것도 약관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당용호의 입장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례를 무릅쓰고 다시 묻겠습니다. 독곡주께 백년해과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송삼현은 금선독룡에 대한 답보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없다.”
그러나 들려오는 말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송삼현의 얼굴에는 실망이 번졌고 곧 당용호가 말했다.
“오 년 전에 있었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줬다. 하지만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해독을 해줄 수 있느니라.”
“…. 가능하십니까?”
“세상에 내가 해독하지 못하는 독은 없다.”
“여러 가지의 극독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가능하십니까?”
“상태를 봐야 하지만 가능하다. 천독의선이라는 별호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니까.”
세상에 모르는 독이 없고 의술로 천하에서 선두를 다툴 정도니, 송삼현은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호소했다.
“부탁드립니다.”
어머니를 살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고개를 숙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묻겠다. 내 물음에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할 것이야.”
“네.”
“정말 금선독룡의 위치를 아느냐?”
당용호의 몸에서 거대한 내공이 뿜어져 송삼현의 몸을 짓눌렀다.
독공의 일인자답게 그가 내뿜는 내공에는 독의 향이 있어 정신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만일 거짓을 고한다면 죽일 거라는 경고의 의미가 내공을 타고 전해졌다.
송삼현은 식은땀이 나면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만약 거짓이라면 너의 팔 한 짝을 내놔야 할 것이야.”
“목도 같이 드리지요.”
“목도? 하하하하! 아이야, 네가 급한 것은 알겠지만, 그리 쉽게 목을 준다고 말하면 내가 너를 어찌 믿을까?”
“혹여 독단이 있습니까?”
“독단은 왜?”
“독곡주님께서 만든 독단이라면 분명히 목숨을 잃는 시일도 정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그것을 먹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금선독룡을 못 찾으면 저는 죽는 것이고 찾으면 그때 해독해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송삼현의 대담한 태도에 뒤에 있던 호위무사들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일 시에는 목숨을 주겠다고 말하는 이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것도 아직 약관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가.
송삼현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낀 당용호는 뒤에 있는 무사에게 말했다.
“가서, 영령이에게 천선침을 가지고 오라 이르거라.”
“네, 곡주님.”
무사 한 명이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고 곧이어 열 살 남짓의 어린 소녀가 무사의 품에 안겨 도착했다.
“사부님, 천선침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그러면 너도 같이 가자꾸나.”
“네!”
당용호가 영령이를 품에 안았고 송삼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 하느냐. 너의 어미가 금방이라도 죽을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앞장서거라. 내가 친히 가줄 터이니.”
“제 말을 믿어주시는 겁니까?”
사실 송삼현은 당용호가 이것을 들어줄지 말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자기 어미를 살리기 위해 거짓으로 하는 말로 들릴 수 있었으니까.
“하아, 내가 이래서 저런 눈빛을 가진 녀석들이랑 얽히기가 싫어. 귀찮아져.”
“네?”
“네 눈에는 간절함이 있다. 그런 눈빛을 가진 이들은 거짓을 고하지 않으니 믿어보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허나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것이야. 금선독룡이 없다면 이 노부를 속인 대가로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니라.”
“네!”
*
송삼현의 경고를 들은 정화 부인은 밤낮을 불안함에 뜬눈으로 지새웠고 집법당주, 금호표국 일각주와 은밀히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그 눈을 보셨어야 합니다. 진짜 저를 죽이려고 한 눈빛이었습니다!”
그때 봤던 송삼현의 눈빛과 더불어 숨이 막힐 만큼 살기를 띤 기운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셔야 합니다. 절대 틈을 보이시면 안 됩니다.”
집법당주는 정화 부인에게 진심으로 조언했고 정화 부인은 진정한 뒤에 집법당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증거는 다 잘 처리했습니까?”
“예. 절대 찾을 수 없게 완전히 불태웠습니다.”
“일을 한 시녀는요?”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일각주가 어린 시절부터 보살펴준 은혜가 있으니까요.”
“그러면 독의 출처는요?”
극독들을 구해온 것은 금호표국 일각주가 한 일이었다.
중원 전역을 넘어 바다 너머까지 표행을 떠나는 금호표국이기에 여러 가지 물품을 구할 수 있었다.
“암매상과 거래를 했으니 흔적은 절대 남지 않았습니다.”
“… 알겠습니다. 이 일은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니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삼 공자에게 자기 어미를 독살했다는 누명을 씌우지는 못했으나 차선책으로 가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인, 금호장의 것 중 그 어느 것도 삼 공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정말 그 아이가 백년해과를 구해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화 부인이 불안한 것은 송삼현이 백년해과를 구해와 청월 부인을 구해 이 일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송우태를 비롯해 모두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화 부인을 비롯한 이 일에 연관된 이들은 송삼현의 경고처럼 죽음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백년해과는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안하무인의 극에 있는 독곡주가 쉽게 도울 리는 없지요.”
“일각주의 말이 맞습니다. 독곡주는 사천당가에서도 포악한 성질 때문에 꺼리는 인물로 삼 공자를 도와줄 공산은 없습니다.”
그들이 이 일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시녀 한 명이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 삼 공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송삼현, 그가 돌아왔다.
“백년해과는! 백년해과는 구해왔다고 하더냐?!”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못 구했다 하옵니다.”
원하던 결과가 들리자 그들을 미소를 짓게 했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말에 미소가 싹 사라졌다.
“한 노인과 같이 왔습니다. 청월각의 소월이에게 물어보니 독곡주님이라고 하셨습니다.”
독의 최고봉에 오른 이가 송삼현과 같이 온 것이었다.
*
송삼현이 백년해과를 구해오기로 약속한 엿새에서 오 일이 지나자 약당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잠도 자지 못하고 매일 같이 청월 부인의 곁을 지켰지만,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고 있으니 점점 지쳐갔다.
‘어찌 사람에게 이토록 지독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극독 하나 만해도 그 사람은 살지 못하는데 청월 부인은 적어도 세 개 이상의 극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죽는 것만도 못하는 상태였다.
낯빛은 파래졌고 입 주위는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숨소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약해졌고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그것을 약당주가 최선을 다해 지켜내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어떤가?”
송우태도 송연화와 같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오늘이 고비일 듯 싶사옵니다.”
“고비라···.”
“너무 심한 극독들이라 이리 숨을 유지하는 것 말곤 소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강소성을 넘어 중원에서 의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약당주에게도 쉽지 않은 해독이었다.
백년해과가 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송삼현이 그것을 구해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림 맹주의 명을 제외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독곡주가 송삼현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만무했으니까.
“삼 공자님이 돌아오셨다!”
밖에서 시녀들이 하는 말이 들리자 방 안에 있던 송연화가 문을 활짝 열었고 멀리서 달려오는 송삼현이 보였다.
“삼현아!”
“누님! 어머니는 어떻습니까?”
방에 도착하자 송우태가 물었다.
“백년해과는?”
“… 없었습니다.”
없다는 말에 모두가 탄식했지만, 이내 송삼현의 뒤에서 온 한 늙은이에게 시선이 갔다.
“아이고 이 늙은이보다 경공이 빠른 놈은 오랜만이네. 뭐하고 서 있어! 썩 비키지 않고.”
“저는 금호장 호법당주 이윤입니다. 귀하는 누구시기에 허락도 없이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호법당주 이윤이 당용호에게 정중히 물었고 당용호는 그런 그를 보며 짜증을 냈다.
“내게 지금 허락이라 말하였느냐?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놈은 맹주 그 늙은이밖에 없거늘, 네가 맹주와 배분이 같더냐?”
그 말을 한 당용호는 이윤을 무시하고 청월 부인에게 다가갔고 송삼현이 이윤에게 설명했다.
“이분은 독곡주님이십니다.”
그 말과 동시에 모든 이가 놀랐다.
독곡주는 독곡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
가끔 무림 맹주의 호출이 있으면 나오지, 평소에는 독곡에 박혀 있는 이로 얼굴이 아는 이가 드물었다.
그런 신선을 송삼현이 데려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 어찌 독곡주님이 이곳에.”
의술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천독의선 당용호의 존재는 무림인에게 무림 맹주를 보는 것과도 같았다.
약당주는 포권을 올리며 예를 표했고 당용호는 신경질을 부렸다.
“그만하고 나와라!”
당용호는 약당주를 밀어내고 자리에 앉아 청월 부인의 진맥을 살폈다.
그 옆으로 당용호의 제자인 영령이 앉으며 치료를 할 준비를 마쳤다.
스르르르르.
내공을 흘려 청월 부인의 상태를 살폈고 송삼현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곡주님, 어떻습니까? 살릴 수 있습니까?”
“어찌 사람에게 이렇게 복합적인 독을 줬는지 악귀가 따로 없구먼.”
더 자세하게 독을 알기 위해 내공을 흘리고 향을 맡으며 당용호는 어떤 독인지 단번에 알아냈다.
“화령신독, 학령초, 그리고 인면지주까지. 극독의 세 가지가 합쳐진 독액을 먹은 것이다. 아예 죽이려고 작정을 하고 먹인 것이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독들은 하나 같이 사람의 숨을 끊어놓을 극독들이었다.
“그러면···.”
“살릴 수야 있어.”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당용호의 말에 주변은 침묵에 휩싸였다.
“허나 이미 독으로 오장육부가 녹아서 오래 살지는 못할 거네.”
“예?”
“독의 기운을 몰아낼 수는 있지만, 극독으로 녹아버린 오장육부는 재생하지 못할 거라는 말일세.”
그럴 리가 없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냐.
“내가 옆에서 보살핀다고 해도 길어야 한 달,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할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