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21
떠나겠습니다 (1)
정화각 바닥에 붉은 꽃이 만개했고 영호충은 피를 토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송삼현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영호충이 남은 오른팔로 떨어진 검을 집으려고 하자 그 오른팔을 짓밟으며 뼈를 부러트려버렸다.
“어찌 사람이 이토록 잔인하단 말이냐!”
“… 잔인? 방금 잔인이라는 말을 하였소? 내가 아는 잔인이라는 뜻이 그대와 많이 다른 가 보오.”
퍽!
다시 시작되는 주먹질, 영호청의 얼굴이 부어올랐고 눈이 풀렸다.
송삼현이 내뿜는 살기에 호법당의 무인들이 대처하지 못했고 이대로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이윤이 다급하게 말했다.
“공자님! 그만하시고 진정하십시오! 이러다가 일각주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송삼현의 귀에 이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호청의 잘린 팔과 입에서 나온 피가 바닥을 적셨고 송삼현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거라!”
송우태의 일갈에 송삼현은 주먹질을 멈추고 뒤로 돌아 송우태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증거가 없으니 참으라고 하실 참이십니까?”
“손속이 과하다.”
“어미를 잃은 새끼에게 대체 무슨 손속이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
“손속도!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이런 짐승을 잡아 죽이는 데 필요한 손속은 없습니다!”
송우태는 송삼현의 울부짖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미가 곧 죽음을 앞뒀고 그것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 알았으니 아들로서 화를 내는 건 당연했다.
송일현도 송우태의 뒤에서 송삼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으나 송이현은 달랐다.
“뭐 하는 것이냐! 이 일이 어머니와 관련됐다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거늘! 어찌 이리 망나니 같은 짓을 한다는 말이냐!”
송삼현은 그 말을 듣고 송이현을 바라봤다.
“…. 작은형님은 머리가 있소?”
“뭣이?”
“일각주가 혼자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보시오? 이 일은 그저 내 손에 금호장의 일부분이 들어오는 것을 보기 싫은 저 여인이 꾸민 짓이라는 건 지나가는 어린 애도 알겠소.”
일각주 영호충은 정화 부인과 친분이 두터웠다.
송이현이 금호표국의 일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집법당주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많아졌고 일각주가 정화각을 찾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상황에 독살의 줄기가 일각주 영호충을 가리키고 있으니 그 배후는 누구겠나?
그들의 관계를 아는 이들은 모두가 정화 부인을 가리킬 것이 분명했다.
“증거를 대거라!”
“증거 말이오?”
스윽.
송삼현의 손이 가리킨 곳에는 영호충의 떨어진 왼팔이 있었다.
“이 자의 떨어진 팔이 그 증거요.”
그리고선 검을 집어 영호충의 오른 다리를 겨누었다.
“묻겠소, 이 일을 꾸민 배후가 누구요? 말하지 않는다면 평생 절름발이로 살게 해주겠소.”
몸을 짓누르는 광오한 분노에 영호충은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저, 정화 부인이 시켰다! 정말이다! 난 그저 시키는 대로 독을 구해 정화 부인에게 건네준 것밖에 없다!”
영호충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랐고 눈에 띄게 당황한 정화 부인이 보였다.
“아니다! 이건 모함이다! 감히 나를 모함하려 거짓을 고하느냐!”
푹!
송삼현은 검을 일각주의 오른 다리에 꽂아 힘줄을 끊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영호충의 입에서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나왔다.
이것으로 그는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야 했다.
“죽진 않을 것이오, 죽을 만큼 고통스럽겠지.”
오른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는 영호충을 뒤로하고 정화 부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앞으로 금검대가 막아섰으나 송삼현의 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앞을 막은 것들은 모조리 베어버릴 각오를 했으니까.
와락.
송연화가 검을 든 송삼현에게 달려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삼현아! 분노를 가라앉히거라. 작은어머니가 그리되신 것은 나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검을 거두거라, 그래야만 한다.”
송연화는 이대로 정화 부인을 죽여버리면 송삼현이 살모(殺母)의 죄를 평생 가지고 살까 봐 걱정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평생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중죄니까.
“누님···.”
비록 회귀하여 다른 이의 몸에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청월 부인은 자신의 어머니였다.
저번 삶에서도 부모를 잃었던 기억이 겹치며 송삼현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져 땅을 적셨다.
“제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습니까.”
“….”
“왜! 제 어머니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죽어야 하는 겁니까!”
“삼현아···.”
송삼현이 살아나면서 미래가 달라진 것이 이런 거였다.
흑사칠견 사추도를 죽여서 추혼마공을 없앨 때도 미래가 달라졌지만, 이러한 미래도 달라진 것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았기에 자신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죄책감.
주변 이들은 눈물을 훔쳤다.
어린 시절부터 무시당하고 금호장에서 반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에게 어떤 위로를 해줘야 할까.
송연화는 그저 송삼현을 꼭 안아 위로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괜찮다. 다 괜찮아. 넌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단다.”
송우태는 그 틈에 송삼현을 지나쳐 정화 부인의 앞에 섰다.
평소에 지었던 온화한 표정이 아닌 분노를 애써 누르고 있는 표정에 정화 부인의 고개는 저절로 내려갔다.
“… 부인.”
“저는 아닙니다! 가가, 저를 믿어주십시오! 이것은 다 모함입니다!”
“그 말도 이제는 믿지 못할 것 같소. 내가 미리 삼현이를 독살하려 했던 것을 조사했다면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요.”
“가가!”
송우태는 무언가 결심한 듯 소리쳤다.
“들으라!”
송우태의 노기 가득한 음성에 모두가 놀랐고 정화 부인을 비롯해 집법당주, 일각주는 바들바들 떨었다.
“이 자들의 모든 직급을 박탈해 금옥에 가두거라! 문초는 내가 직접 할 것이니 어서 죄인들을 데려가라!”
그 말에 정화 부인을 비롯해 집법당주가 무사들에게 끌려갔고 바닥에 초주검처럼 쓰러진 일각주는 정신을 잃은 채, 무사들에게 업혀 갔다.
“일현아! 이현아! 연화야! 이 어미를 이렇게 보낼 것이냐! 어서 아버지께 어미가 한 짓이 아니라고 고해야 할 것이 아니더냐!”
송이현이 정화 부인에게 가려고 움직였으나 송일현이 가로막았고 정화 부인을 향해 말했다.
“어머니의 욕심이 과했습니다. 이토록 잔혹한 일을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너희들을 위해서였다! 저 서자에게 너희들 것을 빼앗길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어머니의 욕심이셨습니다. 그리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 어찌 또 다른 이의 것을 탐하고자 하셨습니까.”
“… 일현아! 네가 어찌 나에게 이리 박하게 나온단 말이냐!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인내하였는데!”
애절한 호소에 송삼현을 위로해주던 송연화가 노기에 찬 눈빛으로 정화 부인을 노려봤다.
“어머니가 하신 인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라?”
“단 한 번이라도 작은어머니와 삼현이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셨어요?”
“…..”
“인내는 어머니가 한 것이 아닌 작은어머니와 삼현이가 한 것을 인내라고 하는 거예요.”
송연화의 말에 정화 부인의 말문이 막혔다.
“저는 어머니를 평생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화 부인의 끝없는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
송일현과 송연화의 말을 들은 정화 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무사들에게 끌려갔고 송우태는 자기 손에 들린 검집을 들고 울고 있는 송삼현에게 걸어가서 내밀었다.
“그만하고 검집에 검을 넣거라, 여기까지는 내가 묵인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면 더는 봐줄 수 없느니라.”
*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에 나는 송우태를 따라 집무실로 들어갔다.
송우태는 주변의 이들을 모두 물렸고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
“과했다.”
“… 먼저 어머니에 관해서 물어보시는 게 순서 아닐까요?”
“네 어미의 상태에 대해서 독곡주님께 다 들었다. 안정을 취했다고···. 대체 독곡주님을 어찌 모셔온 것이냐?”
송우태는 독곡주 당용호를 어떻게 그 독곡에서 나오게 했는지 궁금해했다.
“제 목숨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 뭐라?”
“그리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굳이 당용호와 어떤 것을 거래했는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당용호도 그런 걸 말할 위인도 아니니까.
“알겠다. 그 일은 자세히 묻지 않으마, 한데 말이다. 정말 부인을 죽이려고 했느냐?”
“예.”
“…… 살모의 죄를 지으려고 했다?”
“이미 선을 넘은 것은 정화 부인이었으니 제 행동은 정당했습니다.”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더라도 살모의 죄만은 범해선 안 됐다.
“원래 독곡주님께 부탁해 독단을 받아 먹이려고 했습니다.”
“….”
“제 어머니처럼 똑같이 고통을 느끼게 하고 마지막 순간에 목을 베려고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반푼이라 취급받던 아이가 이토록 소름 돋는 살기를 내뱉자 송우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송우태는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삼현아.”
송우태의 젖은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 내가 미안하구나.”
미안하다고 해서 과거의 일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금호장의 삼남은 그때 독을 먹고 죽었으니 지금처럼 장주님은 장주님 대로 저는 저 대로 살아가면 그뿐 아니겠습니까.”
이곳에 남으려고 했던 어머니라는 마지막 끈마저 끊어졌으니 굳이 이곳에 정을 붙이며 있을 필요는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장주님께 부탁이라는 걸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말해보거라.”
어머니가 쓰러지고서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어머니와 함께 금호장을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