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23
떠나겠습니다 (3)
청월 부인 독살 사건은 송우태가 금호장 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통제했으나 영원한 비밀이 없듯이 조금씩 새어나갔다.
청월 부인이 독에 중독됐다.
그런데 그것이 정화 부인의 사주로 인해 생긴 일이다.
그래서 청월 부인은 오래 살지 못하고 정화 부인은 사실을 인정하며 금옥에 갇혀있다.
저자에서 이야기가 퍼졌고 송삼현과 청월 부인이 절강성 온주로 떠나는 아침이 됐다.
청월각에는 많은 이들이 모였고 송우태가 만반의 준비했는지 행렬의 규모가 제법 있었다.
송우태는 금검대를 이끌고 배웅을 나와 청월 부인을 바라봤다.
“…. 그동안 미안했소, 이렇게 떠나보내는 나를 용서하지 마시구려.”
그동안 자신이 했던 미안함이 올라왔고 청월 부인은 그런 송우태의 손을 꼭 잡아줬다.
“괜찮아요. 가가, 저는 금호장에 와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
“그러니 마음 굳게 다잡으세요. 가가가 흔들리면 금호장이 흔들리는 것이니 많은 이에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마세요.”
진심어린 말에 송우태의 가슴은 저릿했다.
미안해서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청월 부인은 마지막으로 송우태에게 예를 갖추고 마차에 오르려 했다.
“작은 마님!”
모인 이들을 뚫고 유소가 황급하게 달려와 앞에 넙죽 엎드렸다.
“작은 마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제발···. 제발 소녀를 죽여 주시옵서서!”
금호장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된 유소는 마지막으로 청월 부인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리 찾아왔지만, 좋게 보는 이는 없었다.
소월이만 멀리서 벗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유소야.”
청월 부인의 따뜻한 손길이 유소의 어깨를 휘감았다.
유소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청월 부인의 웃는 얼굴을 보곤 울컥했는지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로 겁박한 그들이 잘못한 것이지. 너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단다. 그러니 웃으며 지내거라, 너의 웃는 낯빛이 정말 예쁘더구나.”
청월 부인은 이런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는 사람.
그렇기에 청월각에서 지낸 이들은 모두가 눈물을 흘렸고 오가며 청월 부인과 말을 섞은 이들도 슬퍼했다.
“흐윽.”
유소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잘 지내거라, 날 잊지 말아 주고.”
“작은 마님···. 작은 마님···. 제가···.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유소는 흐느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청월 부인은 그런 유소를 위로해주더니 마차에 올랐다.
송삼현은 청월 부인을 따라 마차에 오르기 전에 엎드려 우는 유소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유소야.”
“… 네, 공자님.”
아직 그때의 기억 때문에 무서운지 송삼현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 유소에게 송삼현은 품에서 작고 붉은 전낭을 꺼내 건네줬다.
“은자 열 냥이 들어있다.”
“공자님! 어찌 저 같은 이에게 이리 큰돈을···.”
“너의 잘못을 용서한 것이 아니다.”
“….”
“그것으로 너의 병든 아비의 약을 짓는 데 쓰고 나머지는 어미와 작은 객잔을 열 때 쓰거라.”
“네?”
“네가 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국숫집을 차리고 싶다고.”
순간 유소는 예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느 때처럼 송삼현이 수련을 마치고 출출해서 같이 국수를 먹을 때, 딱 한 마디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유소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원래 이 일을 나로 몰고 가려고 했는데 네가 증거를 숨겼다고 들었다. 고맙구나.”
독을 사용하고서 송삼현의 처소에 숨겨두고 그것을 집법당이 찾아내 송삼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하지만 유소는 중간에 그 증거를 약조대로 가져다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예상 밖의 인물인 독곡주가 나타나며 모든 전말이 밝혀진 거였다.
“… 흐윽.”
“사람들이 너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을 할 것이다. 허나 이 모든 것은 네가 저지른 일에 따른 결과니 이 죄를 평생 짊어지며 살거라.”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가보마.”
유소는 송삼현에게 건네받은 붉은 전낭을 손에 꼭 쥐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송삼현이 마차에 오르자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청월 부인은 흐뭇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역시 내 아들 답구나.”
“… 부끄러우니 그리 빤히 쳐다보지 마십시오.”
“내 아들을 볼 시간도 얼마 없는데 어미의 눈을 피할 참이더냐?”
“아니! 그게 아니라···.”
와락.
“나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굴 때가 참으로 귀엽던데 요새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줘서 내심 서운했단다.”
두 사람을 태운 마차는 그렇게 금검대의 호위를 받으며 금호장을 떠났다.
청월 부인이 금호장에 시녀로 들어오고 무려 이십여 년이 흘러 맞이하는 자유였다.
*
열흘 후, 절강성 온주에 도착한 금호장의 행렬에 유죽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했다.
‘金’
당당하게 새겨진 기가 바람에 휘날렸고 그 행렬이 멈춘 곳은 유죽현에서 큰 집 앞이었다.
그곳엔 이미 청월 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에서 송삼현이 먼저 내리고 그다음 청월 부인이 송삼현의 부축을 받으며 내리자 유죽현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수연아!”
청월 부인의 이름을 부르며 오는 외조모를 보고 송삼현을 예를 올렸다.
“송가 삼현이 외조부님, 외조모님을 뵙습니다.”
금호장 삼남의 등장에 유죽현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렸다.
“네가 삼현이구나, 너무 보고 싶었단다.”
“건강하신 외조모와 외조부를 뵈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예를 갖춘 뒤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그때, 송삼현에게 이번 행렬의 책임자 장효문이 다가왔다.
“공자님, 이제 물건을 내리겠습니다.”
“그리해주게.”
송삼현이 청월 부인을 모시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집 밖의 상황 정리는 이번 행렬의 책임자 장효문의 몫이었다.
그렇게 집 안으로 점점 쌓여가는 재물에 송삼현은 피식 웃었다.
‘참···. 많이도 준비했구나.’
송우태가 직접 준비한 행렬답게 많은 것들이 있었다.
모든 값어치를 따지면 능히 마을 하나는 사고도 남을 재물들이었고 그것은 온전히 외조부와 외조모의 것이었다.
외조부와 외조모는 많은 재물에 입을 벌리며 놀랐다.
오래 전, 금호장주와 결혼을 하면서 이 집을 받았는데 이리 또 많은 재물이 들어오니 어쩔 줄 몰라했다.
“어머니, 바람이 차니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저는 정리가 끝나는 대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 하거라.”
청월 부인은 부모와 같이 방으로 들어갔고 그 옆을 소월이와 영령이가 따랐다.
송삼현은 물건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행렬에 포함된 물품이 전부 무사히 온 것을 보고 받은 후에 모두에게 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땀을 흘리는 강 무사에게 슬쩍 다가갔다.
“강 무사.”
“예, 공자님.”
“소월이랑 같이 이곳저곳 돌아다녀. 아까 봤었더니 객잔도 있고 바다도 가까워 배도 띄우는 거 같던데.”
“네?”
“너 소월이 좋아하잖아.”
흠칫.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아, 아니 그것이···.”
“소월이라면 예쁘고 착한 아이니, 무식한 강 무사에게 어울리는 배필은 아니긴 하지.”
“네?”
“소월이가 아깝다는 소리니 그에 맞게 더 노력해서 경지를 올려 상급 무사가 되도록 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서 매일 수련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강 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방 안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청월 부인의 것도 아닌 그녀의 부모의 울음이었다.
‘말씀하셨구나.’
자기 자식이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걸 아는 부모의 속은 얼마나 문드러질까.
벌컥.
그때 외조부가 눈에 불을 켜고 나왔고 마당에 쌓인 재물을 보더니 횃불을 가져왔다.
“외, 외조부님!”
송삼현이 다급하게 말리려고 했지만, 외조부의 횃불이 물품에 닿아 번지기 시작했다.
표사들과 쟁자수들이 놀라 황급히 불을 껐고 외조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이딴 재물 따위 무슨 소용이냐! 내 딸이 곧 죽게 생겼는데 이게 다 뭐라고!”
자신이 아닌 자식이 먼저 죽는 걸 아는 부모의 심정을 어찌 이해할까.
송삼현을 비롯해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고 금호장에서 온 화려한 물품에는 딸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분노가 새겨졌다.
그렇게 온주에서의 한 달 생활이 시작됐다.
*
절강성 온주에 있는 외가로 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자 곳곳에서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남쪽 지방이라 기후가 따뜻해 이곳은 삼월이 되면 꽃이 피어났다.
당용호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고통스럽지 않게 남은 삶을 지냈고 어느덧 당용호가 말한 어머니와 마지막 날이 됐다.
어머니를 업고 산을 올랐고 길가에 핀 꽃들을 보며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셨다.
“삼현아, 이곳이 어미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장소란다. 봄만 되면 매일 이 산을 올랐었지. ”
“그러셨어요?”
“넘어지고 아프더라도 이곳에 올라가면 보이는 풍경이 모든 괴로움을 잊을 만큼 정말 아름다웠거든.”
한 걸음.
한 걸음.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어머니와의 이별 또한 가까워져 쉬이 발이 내디뎌지지 않았다.
“… 삼현아, 그동안 못난 어미 탓에 금호장에서 많이 힘들었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젖어있었다.
“오히려 어머니가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저는 매일 어머니랑 꽃구경도 하고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거든요.”
등에 업힌 어머니의 몸이 자그맣게 떨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은 떨림이지만, 무공을 연마한 나에게 있어 그러한 떨림은 확실히 느껴졌다.
“참으로···. 따뜻한 말이로다.”
그렇게 마침내 산 정상에 올랐다.
높은 산맥과 바다가 적절히 어우러진 풍경은 저번 삶을 통틀어 내가 본 곳 중 제일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큰 바위를 가리켰고 그곳으로 가자 앉을 수 있는 작은 바위가 있었다.
그곳으로 어머니를 내려드리자 어머니는 큰 바위를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보더니 방긋 웃었다.
“이것 보거라, 내가 어릴 때, 새겨 놓은 것이란다.”
“네?”
거기에는 글이 있었다.
“금호장으로 가기 전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적은 소원을 이루었구나.”
“….”
“삼현아.”
“네, 어머니.”
“내가 어머니라서 행복했느냐?”
끄덕.
“네. 너무 나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머니는 활짝 웃었다.
“나도 네가 내 아들이라서 행복했단다. 너랑 함께 한 날들이 모두 행복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무슨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번 삶에서 부모를 마교도의 손에 잃을 때도 이것만큼이나 슬펐다.
몸 안에서 일렁이는 무언가가 나왔다.
내공이 아닌 감정이었다.
그것도 아주 농축된 감정이 나와 눈물로 변해 흘러내렸고 어머니는 나에게 당부했다.
“누구보다 올바른 사람이 되거라, 나쁜 길로 들어서지 말고 벗을 많이 사귈 것이며 항상 웃으며 살거라.”
“….”
“어미는 먼저 가서 네가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올 날을 기다리고 있으마.”
“지겨워서 그만하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아름 들고 가겠습니다.”
씨익.
“기대하마.”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웃으셨고 나도 웃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스윽.
어머니는 손을 뻗어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삼현아.”
“네.”
“나는 군주마마가 우리 아들의 배필로 마음에 들더구나.”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군주마마라면 우리 아들을 맡겨도 될 만큼 참하고 뛰어난 분이시니 혹여 인연이 닿는다면 모질게 끊어내지 말거라.”
뜬금없는 소리가 나왔음에도 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로 연신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말했다.
“울지 말고 다른 이들이 우러러보는 멋진 사내가 되거라.”
그 말을 끝으로.
툭.
내 눈물을 닦아주던 어머니의 손은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왔으나 나는 여전히 추운 겨울 한 가운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