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26
금선독룡 (2)
이른 아침, 우리는 서둘러 금선독룡이 있는 용매산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말을 달린 덕분에 두 시진 만에 동명현 선착장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야 해서 잠시 쉬고 가기로 했다.
“저기 객잔이 있구나, 조식도 못 먹었는데 간단히 요기하는 것이 어떠냐?”
“예. 알겠습니다.”
“네가 사는 것이지?”
“…. 열다섯 어린 애의 돈을 빼앗고 싶으십니까?”
“그냥 열다섯이 아니라 금호장의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열다섯이면 얻어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한 마디도 안 지신다니까.
강을 건너기 전에 선착장 옆에 있는 작은 객잔에서 늦은 조식을 먹었다.
다 괜찮았으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당용호와 무사들은 그렇다고 쳐도 당수향과 당만우까지 따라나설 줄은 몰랐다.
“누이, 사천요리도 맛있지만, 여기 국수도 담백한 게 참 맛있습니다.”
당만우는 국수를 두 그릇째 먹고 있었고 당수향은 먹는 것도 한 폭의 그림처럼 우아하게 먹었다.
“그렇구나. 송 공자께서 사주시는 거니 감사한 마음으로 먹거라.”
“예! 송 공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사천으로 오시면 제가 꼭 사겠습니다!”
“네, 후일에 꼭 가겠습니다.”
어차피 금호장의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이걸 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밥을 먹으면서 당용호는 조카들에게 끊임없이 당부했다.
“용매산에 들어가면 흑사회와 교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야.”
밥을 먹던 당수향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숙부님께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너희들의 무공 실력을 아니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강호에서 방심은 죽는 것임을 명심하거라.”
문파나 가문 안에서 지내는 것은 상관없으나 그곳을 나와 강호행을 선언할 때부터 목숨은 스스로 챙겨야 했다.
그렇기에 당용호는 끊임없이 강호에서 방심하는 순간, 제일 먼저 자기 목이 떨어져 나갈 거라는 강호의 격언을 되새겼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음식을 절반쯤 먹자 당수향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지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한데 송 공자께서는 금선독룡이 그곳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건데.”
금선독룡을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당만우는 놀라지 않았고 다른 이들 또한 내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비밀입니다.”
“끝까지 말씀 안 해주시나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금선독룡만 잡으면 그뿐이니까요.”
저번 삶의 기억으로 알았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지.
더 이상 말을 걸지 말라는 어투로 딱딱하게 말하자 당수향은 나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봤다.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당용호를 바라봤다.
“금선독룡을 잡을 대책은 있으신 겁니까?”
“금선독룡이 있다고 한들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될 거다. 흑사회가 그곳에 몇 달 동안 있어도 꼬리도 찾지 못했는데 우리도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구나.”
스윽.
“그 철창은요?”
당용호가 출발하면서 챙긴 철창은 일반적인 새를 가두는 우리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아니었다.
“금선독룡을 가둬두기 위한 우리지.”
“금선독룡의 독은 쇠도 녹이지 않아요?”
“다 계산해서 만들었지. 이 철창은 화골산에도 녹지 않는다.”
저번 삶에서도 느꼈지만, 당용호는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냥 죽이고 사체만 회수하는 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야 하지만 만약 생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음식을 다 먹고선 선착장으로 갔다.
황하를 건너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우리가 배에 올라타자 여러 사람들의 이목이 이곳으로 몰렸다.
객잔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많은 남자들을 비롯해 여자들도 힐끗거리며 당수향을 쳐다봤다.
‘미색이 고우니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는구나.’
곧이어 사람들을 태운 배는 황하를 건너기 시작했다.
*
흑사회의 천지부(天智部).
중원의 소식을 다루고 흑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곳으로 이곳의 책임자는 천뇌였다.
천뇌는 집무실에 앉아 여러 서찰을 검토하면서도 용매산에 대한 보고는 한 시진 간격으로 받았다.
“갑조 보고입니다. 천독의선이 황하강을 건너 용매산으로 향하고 있고 동행은 무사 열 명과 사천당가의 당수향, 당만우 남매로 파악되었습니다.”
“금선독룡을 노리고 오는 것이 확실하구나.”
“네! 그리고 또 한 명, 금호장에서 떠난 것으로 확인된 금호장의 삼 공자 송삼현도 동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호장?”
“예. 삼 공자는 어머니를 잃고 금호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금호장이 연관된 것은 아니고 삼 공자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제 어미를 보살펴준 대가로 천독의선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인가?”
“지금으로 봐선 그렇게 판단됩니다.”
천뇌는 보고를 들은 후에 손짓했고 흑의인은 어둠 속으로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홀로 남은 집무실 창밖으로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흑사회가 중원 무림을 지배해야 하거늘, 어디서 쥐새끼들이 나타나 우리의 열매를 빼앗으려 하는구나.’
천뇌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허공에 대고 말했다.
“화매.”
그 말과 동시에 천장에서 신형이 내려왔다.
붉은 매가 새겨진 흑복을 입은 흑의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사휘도를 데려오라.”
“존명.”
화매는 신형을 날려 사라졌고 일각 뒤에 집무실 문이 열리며 허리춤에 검은 검을 파지한 사휘도가 들어왔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초절정에 오른 검귀.
아직 소검마라는 별호를 받지는 못했으나 초절정의 초입에 든 그가 휘두르는 검은 가히 흑사삼검으로 이름을 날릴만 했다.
“부르셨습니까. 천뇌시여.”
“수련 중이었나?”
“그렇습니다.”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이리 불렀네. 흑사회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기에 실패해선 안 되니까.”
“하명하십시오.”
“흑검대를 이끌고 용매산으로 가게.”
“용매산이라 하시면 금선독룡을 찾기 위해 한귀조가 파견된 곳이 아닙니까.”
한귀조는 흑사회 수색 대주로서 손속이 잔혹하기로 유명한 자였다.
“천독의선이라는 자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 만약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협공하면 한귀조라 할지라도 쉬이 빠져나오지 못할 터, 한귀조는 금선독룡의 회수에 집중하라 하고 너는 흑검대를 이끌고 천독의선과 그 무리를 베어버려라.”
확실한 분담으로 이 일을 완벽하게 완수하고자 하는 천뇌의 계책이었다.
“존명.”
사휘도는 포권을 올리며 사라졌고 천뇌는 용매산으로 부는 바람을 보며 말했다.
“십 년 전, 실패했던 그대의 목숨을 이번에는 반드시 취하겠소, 천독의선.”
*
황하를 건너 용매산이 있는 초작으로 온 우리는 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용매산은 우거진 숲에 계곡들이 많아 중원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구경하러 오는 명소라서 객잔에 빈방을 구하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늦은 시간에 빈방을 구했고 무사들에게 쉬라고 한 후에 당용호의 객실에서 당수향, 당만호와 같이 미리 파견했던 이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흑사회는 엿새 전부터 용매산에 들어가더니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아직도 수색한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허허허, 그놈들도 아주 필사적이구나.”
차를 따르던 당용호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고 방 안에 진득한 내공이 가득 채워졌다.
“이리 차에 독을 탈 생각을 한다니, 딱 흑사회 놈들이 하는 개수작이로구나.”
아직 차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차에서 나는 향만으로 독을 탔다는 걸 알아차린 거였다.
당용호의 내공이 밖으로 나가자 인기척이 느껴졌고 당수향이 품에서 비수를 뽑아 날리며 창호지를 뚫었다.
푹.
“끄억!”
바깥에서 흑의인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직 남은 녀석들이 있다.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야.”
“예, 숙부님.”
일순간 밖에서 비수가 날아들며 방을 밝히던 등불을 모조리 꺼트렸다.
어둠이 깔린 방 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자 흑의인들이 신형을 날려 방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기습하려 했으나 저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었다.
“아해들이 내가 누구인 줄 잊은 모양이구나.”
지금 나랑 같이 있는 저 늙은이는 사천당가에서도 천재라 불리며 독으로서 천하제일을 다투는 사람이라는 걸.
쾅!
당용호의 진각에 바닥이 갈라졌고 숨을 내뱉자 독 연기가 나오며 흑의인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 아니, 독에 내성을 가진 이들이 어째서 이리 허무하게.”
“내가 다루는 독이 아무나 다루는 독인 줄 싶으냐?”
다섯 명의 흑의인을 이끄는 조장으로 보이는 자의 눈이 놀라움으로 번지는 것도 잠시, 당용호가 다시 숨을 내뱉자 방 안에 진득한 독 기운이 가득 찼다.
“적어도 나를 죽이려면 흑영귀조를 데려와야 균형이 맞지 않겠느냐?”
당용호는 우리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하면서 흑의인들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도록 허공에 살포된 독의 농도를 자유롭게 조절했다.
수준 높은 독공.
과연 천독의선이라는 별호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었다.
“흑사회 녀석들이 이리 대놓고 올 줄이야. 내가 얕보인 모양이구나.”
“숙부님이 매일 독곡에만 계시고 강호에 나오시질 않으시니 후학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히는 거지요.”
“그래도 내가! 왕년에 맹주 녀석이랑 강호를 호령했던 적이 있었거늘.”
내가 할 건 아무것도 없었고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됐다.
“살아남은 자는 현장에서 이탈하라!”
흑의인들은 당용호의 기세에 밀려 연기를 뿌려 사라지려고 했으나 당수향이 연기를 뚫고 도망치려는 흑의인 조장의 머리를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잡아챘다.
“어딜 가려고요?”
흑의인 조장은 단도를 꺼내 당수향의 손목을 노렸지만, 당용호의 독을 마신 탓에 몸이 서서히 마비되어 단도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콰앙!
그대로 머리채를 잡아 땅에 흑의인 조장의 머리를 바닥에 꽂아버렸다.
꽈악!
그리곤 쓰러진 흑의인 조장의 손을 밟아 뼈를 모조리 부러트리며 말했다.
“남은 벌레들은 어디에 있나요? 제가 한번 보고 싶은데.”
“…. 사천당가에 독한 꽃이 있다더니 그 소문이 헛소문은 아니었군. 단단히 미쳤어.”
“말을 안 하겠다면 다 방도가 있지요.”
아름다운 외모에 혹했다가 죽는다는 ‘독화(毒花)’라는 별호의 참뜻을 난 지금 두 눈으로 목격했고 한 가지 결심했다.
이 일만 끝내면 저 사람이랑은 절대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끄아아아아아악!”
당수향이 억지로 독단을 먹이더니 흑의인의 애처로운 비명이 방 안을 채웠다.
톡.
당수향은 차분하게 고운 손을 뻗어 흑의인의 아혈을 점했다.
그러자 비명은 커녕 끄윽 끄윽 기괴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고 당수향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조용히 하세요. 사람들 깨잖아요.”
역시 얼른 금선독룡을 찾아주고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