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29
용매산을 떠나라 (1)
금선독룡과 싸운 소음이 용매산을 울렸고 그것을 들은 흑사회가 신속히 집결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송삼현과 그 일행이 이미 자리를 떠난 후였다.
“…. 이게 무슨 일이냐!”
흑사회 수색 대주 장평두는 뼈까지 녹아 사라지는 금선독룡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 산을 뒤지며 찾던 영물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으니 속에서 천불이 났고 꽉 쥔 주먹은 바들바들 떨렸다.
“대주!”
금선독룡의 사체를 조사하던 흑의인이 달려와 보고했다.
“금선독룡의 내단과 비늘! 뿔과 심장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 임무의 목적이 사라지자 수색 대주는 소리쳤다.
“아직 독곡 녀석들이 산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다! 저자에 있는 녀석들에게 서찰을 보내 반드시 독곡 녀석들을 잡아 금선독룡의 내단과 심장을 빼앗아야 하느니라!”
흑사회 수색대는 ‘존명!’을 외친 후,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장평두는 금선독룡이 반쯤 녹아 사라진 곳으로 다가갔고 코에서 맡아지는 악취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톡.
바닥에 떨어진 돌을 독으로 던지자 그 돌은 연기가 되어 녹아내렸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반드시!”
*
우거진 숲속을 헤집고 경공을 펼쳐 산에서 빠르게 내려갔다.
선두는 당수향과 당만우가 맡았고 당용호는 중간, 그리고 내가 후위를 맡았다.
‘온다.’
뒤에서 나뭇가지 밟히는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그러더니 뒤에서 비수가 날아와 내 얼굴 옆을 지나 나무에 꽂혔다.
“발각됐습니다!”
“흑의인 놈들! 아주 개떼처럼 몰려오는구나!”
“곡주님, 저희가 후위를 맡을 테니 하산하십시오.”
산을 절반 정도 내려왔으나 흑사회에 꼬리를 밟혀버렸다.
흑사회 수색대의 추적술은 중원에서 손가락에 들 만큼 뛰어나 언젠가 따라잡힐 줄은 알았으나 이리 빠르게 쫓아올 줄은 몰랐다.
사방에서 포위해오는 그들의 경공은 예사롭지 않았고 이대로면 모두가 포위될 우려가 있었다.
스릉.
이렇게 된 이상, 포위를 하기 전에 흐름을 끊어야 했다.
“제가 뒤를 맡을 테니 다른 무사님들은 곡주님을 보호하며 이대로 나아가십시오.”
“뭐라? 됐다!”
“약조대로 금선독룡을 찾아드리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곡주님이 안전히 독곡까지 돌아가셨을 때 성립됩니다. 그러니 아직 제 일은 끝나지 않았지요.”
“그러면 나도 도우마.”
품에서 암기를 정돈하던 당용호에게 말했다.
“저들이 이렇게 추격하기 전, 분명히 저자에 있는 이들에게도 소식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면 하산해도 안전하지 않으니 그곳은 곡주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흑검대를 이끄는 사휘도가 나타난다면 여기 있는 이들이 더 희생될 터이니 신속히 그들과 거리를 벌려야 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당용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살아서 오거라.”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가십시오!”
“무운을 빈다!”
당수향도 나를 안쓰럽게 봤지만, 난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준 뒤에 발을 멈췄다.
이들의 발을 잡기 위해선 가장 선두에 있는 녀석을 죽여야 했다.
검을 늘어트려 기다렸다가 선두에 있는 흑의인이 일장 이내로 들어오자 검을 출수했다.
촤아아아악!
오른쪽 어깨를 베인 그는 황급히 뒤로 도약하며 거리를 벌렸고 그들의 발은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일정 간격을 벌리며 내 주위를 포위했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셋, 정면에 다섯. 거리는 모두 열 장 이내, 가장 가까운 자는 오른쪽에 있는 아홉 장 이내에 있는 자. 아직 들어오는 자는 없다.’
저번 삶에서 포위된 적이 많아 버릇처럼 했던 것이 이번 삶에서도 이어졌다.
피식.
살짝 실소가 나왔다.
“네가 우리를 다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느냐.”
흑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대답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이들 가운데 절정에 오른 무인은 다섯, 나머지 절반은 일류 수준···. 하지만 경공이 뛰어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검을 고쳐잡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 떠올리는 사이, 왼쪽에 있던 흑의인 한 명이 검을 출수하며 거리를 좁혀왔다.
“어린놈이 우리를 앞에 두고 두 눈을 감다니! 건방지구나!”
몸이 가볍고 쾌검을 쓰는 흑의인, 경공이 뛰어나나 검의 수준은 미약했다.
그의 검로가 느리게 보였고 난 그 검을 살짝 흘리며 그자의 복부에 장법을 날렸다.
‘천무장(千武掌)’
“끄어어억!”
몸이 활처럼 꺾였고 비명을 지르며 땅에 곤두박질쳤다.
“시간이 없으니 한 번에 들어오시오.”
오른쪽에 있는 흑의인이 경공을 펼치며 나와 거리를 좁혔고 난 그를 보며 초식을 펼쳤다.
머리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손목을 돌려 기습적으로 복부를 베어버렸다.
촤아아악!
한 명을 벤 뒤에 뒤이어 오는 흑의인의 검을 툭 쳐서 흘리며 그대로 손부터 목까지 일자로 그어버렸다.
촤아아아악!
순식간에 두 명의 흑의인이 당하자 다른 흑의인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들을 이끄는 자로 보이는 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리다고 얕보지 말고 구결살검진을 펼쳐라!”
흑의인 수색대는 수련을 한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홉으로 상대를 확실하게 죽인다는 검진으로 흑사회에서 만든 검진이었다.
“저번 삶에서도 허구한 날 이런 검진을 봤었지.”
그들은 자세를 잡았고 일순간에 사방에서 검이 쇄도했다.
앞, 뒤, 옆.
모든 곳이 막혀서 도망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유일한 돌파구가 있었다.
검이 일치까지 오자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피했고 ‘콰아아앙!’ 여러 개의 검이 내가 있던 곳에 일제히 꽂혔다.
나는 그 검들 위로 올라가 중심을 잡은 뒤에 원형으로 돌며 검을 휘둘렀고 그들의 손목을 노렸다.
촤악!
손목이 베이자 몇몇은 검을 놓쳤고 다른 이들은 급히 점혈로 지혈을 한 뒤에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들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촤악!
검을 검집에서 뺐을 땐, 망설이지 말고 적을 죽여라, 그리하지 않으면 너의 목에 적의 검이 먼저 들어올 것이다.
내 검은 유려하게 흑의인들의 목을 베어 넘겼고 일각이 채 되지 않아 쫓아오던 수색대는 전멸했다.
*
송삼현에게 뒤를 맡긴 당가 일행은 빠르게 산에서 내려갔다.
“숙부! 이렇게 송 공자를 두고 가도 됩니까? 제가 가세하겠습니다!”
당수향은 내려가는 내내 홀로 남은 송삼현이 걱정됐다.
아무리 송삼현의 검술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상대는 족히 열 명이 되어 보였다. 그래서 도우려고 당장 가려고 했으나 당용호가 말렸다.
“됐다! 금선독룡을 잡을 때, 그 녀석의 검을 제대로 보지 못했느냐?”
“검이라면?”
“검강을 발현했다.”
당용호의 입에서 나온 검강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검강은 초절정에 든 자들만이 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송삼현이 초절정에 들었다는 증거였다.
“그 녀석은 초절정에 올랐으니 능히 저들의 발을 잡고 도망칠 것이다.”
그렇게 숲을 지나 계곡을 건너려고 할 때,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멈춰라!”
당용호의 일갈에 당가 일행은 일제히 멈췄다.
스윽.
“인기척을 최대한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리 쉽게 걸릴 줄이야.”
수풀에서 걸어 나온 이들은 사휘도와 흑검대였다.
“웬 놈들이냐.”
“무림말학 사휘도가 천독의선 당용호님을 뵙습니다.”
“검마의 제자답지 않게 예를 차리는구나.”
“검으로서 무학의 끝을 목표로 하는 자가 어찌 예에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검마 그 늙은이는 아직 잘 걸어 다니느냐? 예전에 내 독침을 맞고 바닥을 빌빌 기어 다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검마를 뉘 집 강아지처럼 이야기하자 흑검대가 발끈했고 사휘도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듣던 대로 말씀이 험하십니다.”
“사실을 말하는 건데 말이 험하다니, 검마에게 검술이 아닌 학문을 배운 것이더냐? 배울 것도 없는 무지렁이인데?”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사부가 모욕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지 사휘도는 검을 빼 들었다.
검은 검집에서 나오는 흑검은 빛을 받자 묘한 기운을 내뿜었다.
사특한 기운을 담은 검을 당용호에게 겨눈 사휘도는 웃으며 말했다.
“천독의선의 목을 가져오라는 명을 받았으니 순순히 그 목을 주시지요.”
당용호는 흑검대와 사휘도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들이 나의 목을 가져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렷다.”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사휘도는 검을 늘어트렸다.
그 검이 풍기는 기운을 본 당용호는 혀를 찼다.
“흑철로 만든 요검이라, 검에 미친 늙은이의 제자 답구나.”
쾅!
당용호가 진각을 밟고 독장을 날리자 앞선 사각에서 몰래 접근해 기습하려던 흑검대원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 주위에 독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당용호의 이마에는 핏줄이 섰다.
“선배를 대하는 후학들의 자세가 너무 건방지니 선배로서 예를 가르쳐야겠구나.”
당용호는 주변으로 독 연기를 증식시켜 흑검대를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당수향을 비롯해 당가 무인들은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사휘도는 검풍으로 연기를 날려버리려고 했으나 검풍으로도 날리지 않자 순간 당황했다.
“이 무슨!”
“아해야, 네가 어미 배 속에 있을 때, 나는 독으로 천하를 누볐단다.”
콰아아앙!
당용호의 적련신장(赤練神掌)이 사휘도가 있던 자리에 내리쳤고 주변 식물이 독을 먹고 죽어갔다.
당수향과 당만우도 당용호의 옆에서 뛰어난 암기술로 보필했다.
당수향은 소매에서 금빛 나비 모양을 한 비접을 날렸고 그 비접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더니 흑검대 한 명의 목 뒤에 꽂혔다.
“추혼비접···?”
무엇인지 눈치챘을 땐 이미 의식을 잃은 후였다.
털썩.
뛰어난 독공에 암기술까지.
흑검대는 섣부르게 들어오지 못했으나 한 명의 흑의인이 독을 먹고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보다 당용호의 독장이 먼저였다.
퍼어어억!
적련신장이 흑검대원의 복부를 꿰뚫었으나 흑검대원은 당용호의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몰려오는 고통에 검을 놓쳤으나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손목에 있던 은실로 당용호의 오른팔을 휘감았다.
꽉.
“응?”
애초에 달려든 흑검대원은 당용호의 팔 하나를 가져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목숨을 드리는 대신 팔 하나는 가져가겠습니다.”
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무인이 목숨을 버리면서 당용호의 팔 하나를 가져가고자 했다.
“하하하하! 노부의 팔을 가져가려고 목숨을 걸다니! 좋다!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 보거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얇은 은실이 살을 파고들었다.
오른팔에 전해지는 고통.
가까스로 뿌리치며 빠져나오긴 했지만, 오른팔에 많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녀석들이라···. 천뇌 그 늙은이가 제대로 세뇌했구나.”
팔 하나 다쳤다곤 하지만 당용호는 왼손으로 적련신장을 쓰며 흑사회의 무인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렸다.
허나 흑검대의 무공 수준도 높았다.
그들은 상처를 입었으나 치명상을 피하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흑검대의 수준은 모두가 절정 이상이라 다른 당가 무사들도 서서히 지쳐갔고 부상을 입은 무사들도 속속들이 나왔다.
“만개야! 넌 부상된 이들을 살피거라!”
“네! 곡주님!”
당용호는 독 연기를 통제하며 어떻게든 접근을 막아내긴 했으나 팔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니 점점 지쳐갔다.
‘그 녀석의 실에 산공독이 발라져 있었구나, 내공 흐름을 방해하고 있어.’
그렇게 큰 방해는 아니었다.
당용호는 천독불침으로 산공독에도 아무렇지 않았으나 그 독에 다른 마비독까지 혼합되어 내공 운용을 조금씩 방해했다.
그렇게 당용호의 발이 서서히 느려지는 것을 사휘도가 정확히 봤다.
‘발이 느려졌다.’
틈을 보던 사휘도가 질풍처럼 빠른 보법을 밟은 뒤에 검강을 두른 검을 내뻗었다.
‘이런.’
당용호는 독장을 날려 막아보려고 했으나 쇄도하는 검의 속도가 빨랐다.
그의 검 끝이 당용호의 목을 향할 때.
숲에서 신형이 날라와 당용호의 목에 검이 닿기 직전, 사휘도의 검을 쳐내버렸다.
카앙!
검강과 검강이 충돌했고 사휘도는 뒤로 밀려났다.
두 검이 충돌하며 생긴 모래바람이 사라지자 그곳에서 송삼현이 나타나 사휘도에게 검을 겨누며 당용호에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