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39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1)
그 시각.
천뇌는 자신의 방에서 업무를 보던 중, 경계 등급 천 등급에 오른 자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작금의 중원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여러 인물이 언급됐고 곧이어 송삼현에 대한 보고가 나왔다.
“다음은 수색 경(庚)조의 보고입니다. 송삼현은 현재 낭방 구안현에 머무는 중,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계속 주시하겠다고 합니다.”
“낭방 구안현이라, 그곳에 그자가 필요한 게 뭐가 있지?”
“그것은 잘 모르겠으나 객잔에 방을 잡고 무언가를 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도 낭방 구안현에서?
북경의 바로 아래에 있는 곳이라 매일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곳이긴 했으나 흑사회가 그곳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진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낭방 구안현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객잔에 방까지 잡은 걸까.
‘분명히 무슨 연유가 있을 터.’
천뇌는 곰곰이 낭방 구안현에 관한 것을 떠 올렸다. 그러던 중,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 송삼현이 낭방으로 갈 때, 적수산을 지나갔느냐?”
“예, 동선이 그렇게 보고 됐습니다. 적수산 안은 산세가 험하고 나무가 우거져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적수산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따라붙었다 합니다.”
“그리고? 같이 동행한 이들은?”
“동행한 이들은 없습니다. 송삼현이 입산하고 하루 뒤, 비문 상단이 입산했다고 기록에 적혀있습니다.”
“나올 때는 비문 상단이랑 같이 나온 것이냐?”
“아닙니다. 비문 상단이 먼저 하산하고 송삼현은 그보다 늦은 두 시진 뒤에 나왔다고 합니다.”
먼저 적수산으로 들어갔으면서 나오는 건 제일 나중에 나왔다.
그러면 그곳에서 무언가 목적이 있었을 것이기에 천뇌는 적수산에 관해 떠올렸다.
“…. 적수산, 천룡 폭포.”
천룡 폭포라는 말에 보고하는 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에 무언가가 있습니까?”
“우리가 전부터 접촉하던 구렁이가 한 마리 있다. 설마 그 구렁이와 접촉한 것은 아니겠지?”
무조는 흑사회가 전부터 공을 들이는 자였다.
어떻게든 끌어들여야 중원의 정보를 다루는 데 쉬웠기에 흑사회주를 비롯해 천뇌가 직접 서찰을 쓸 정도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송삼현과 접촉했다?
천뇌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여겼으나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이라는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고가 있습니다.”
“뭐냐?”
“저번에 지시하셨던 적수산 녹림채에 대한 조사인데 적수산 녹림채주 녹안도귀 추영조가 죽었습니다.”
녹안도귀는 흑사회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녹림채에서 나름 녹안도귀라는 별호로 명성을 얻긴 했어도 천뇌에게는 그저 수많은 장기말 중의 하나였다.
“누구의 짓인지도 아느냐.”
“산으로 들어간 것은 비문 상단과 송삼현, 이렇게 둘이니 그 둘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송삼현, 그자의 짓이구나.”
비문 상단주가 했을 수도 있으나 천뇌는 송삼현이라고 확신했다.
금선독룡 때, 파견했던 흑사회 수색대와 흑검대, 그리고 사추도까지 그에게 당했으니까.
“안 되겠구나. 채비하라, 내가 직접 낭방으로 가서 그 녀석이 무엇을 하는지 봐야겠다.”
이렇게 보고만 받으면 정확한 걸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천뇌는 직접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보려고 했다.
“왜 그 어린 공자에게 집착하십니까? 경계 등급도 천 등급까지 올리시고?”
경계 등급 천 등급은 흑사회의 앞날에 큰 화가 될 자들의 이름만이 있는 곳인데 아직 약관도 지나지 않은 어린 소년의 이름이 그곳에 있다는 게 다른 이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기우라고 여겼다. 그저 우연이라고.”
“….”
“하지만 우연이 겹치면 그것은 필연이 된다. 만일 그 녀석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는 거라면.”
천뇌는 삿갓을 쓰며 말했다.
“죽여서 그 화근을 없애야지.”
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이 나중에 무엇으로 자라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흔하디흔한 잡초로 자랄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나무로 자랄지.
천뇌는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송삼현은 선무정을 데리고 명월루로 향했다.
툭.
“계시오.”
처음 왔을 때랑 똑같이 문고리로 문을 치자 안에서 문이 열리며 노인이 송삼현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드시지요.”
노인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기루보다 훨씬 나았고 기녀들도 있었다. 기녀들은 두 사람에게 다가왔고 선무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주, 주군?”
선무정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송삼현은 고개를 휙 돌려 노인을 봤다.
“이게 무슨 짓이오?”
“루주께서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동행하신 분은 맡겨두시고 안으로 드시지요.”
선무정은 뒤에서 애타게 송삼현을 불렀으나 곧 기녀들과 여러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본 송삼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노인을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가 백의인들이 지키는 방 앞에 섰다.
“루주! 의뢰인이 오셨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말과 함께 백의인들이 문을 열어줬고 노인과 송삼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산뜻한 느낌의 방 안, 한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아 송삼현을 보는 이는 명월루주였다.
“어린 공자시군요.”
“그렇소.”
“이쪽으로 앉으셔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안내를 해준 곳으로 앉자 시녀들이 가볍게 마실 차를 가져왔다.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명월루는 상대의 이름을 알아야만 의뢰를 받나 보오?”
“그런 게 아니라 서로의 신뢰 관계를 위해서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송삼현이오.”
송삼현이라는 말에 명월루주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교태를 부리며 웃었다.
“송가에 삼현이라는 이름을 쓰시는 분이라면···.금호장의 삼 공자님이시군요.”
“그렇소.”
금호장이라는 말이 나오자 노인은 물론 근방에서 호위하는 무사들도 놀랐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화령신조의 목이요. 그대들이 도와준다면 저번에 말했던 금자 열 냥은 바로 내어줄 수 있소.”
“재력으로 천하제일을 다투는 금호장 자제분의 말씀이시니 그것이 어찌 거짓이겠습니까. 한 가지만 여쭈자면 어찌하여 화령신조의 목을 노리는지 연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것까지 말해야 하오? 그대들은 정보를 주고 난 그에 합당한 가격을 준다. 그게 이 거래의 주안점일 텐데?”
거래할 때는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됐다.
돈 주는 사람이 갑이었고 송삼현은 그것을 잘 알기에 루주의 꾐에 빠지지 않고 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
“기세가 대단하세요.”
“도와줄 거요? 아니면 안 도와줄 거요? 딱 잘라 대답하시오.”
“도와줄게요.”
도와준다는 말이 나오자 송삼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화령신조의 최종 목적지인 진황도에서 그를 배에 태우시오.”
“네?”
명월루주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저는 곧바로 화령신조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당신들의 입장도 있으니 이러는 거요.”
“입장이라면?”
“명월루처럼 은밀히 숨어 정보를 파는 이들에게 신뢰는 누구보다 중요하니 화령신조의 뒤통수를 쳤다간 흠이 갈 수 있지 않소.”
명월루주의 안광이 빛났고 송삼현은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 그대들은 화령신조와 약조했던 그대로 이행하시오, 그가 당신들의 둥지에서 나온 순간, 내가 벨 테니.”
송삼현이 제시한 것은 명월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명월루주도 송삼현과 똑같이 진행하려고 했기에 놀란 눈빛으로 송삼현을 바라봤다.
“이런 일에 상당히 밝으신 분이군요.”
“칭찬으로 듣겠소.”
“좋습니다. 송 공자의 말씀대로 하지요. 한데 저희가 화령신조에게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궁금하지는 않으십니까?”
“….”
“궁금하시면 제 질문에도 답을 해주세요. 어째서 화령신조의 목을 가져가려는지, 그걸 말해주시면 저희가 화령신조에게 어떤 것을 얻었는지 알려드리지요.”
명월루주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거였다.
화령신조를 죽여서 송삼현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만약 송삼현이 대답을 해준다면 그것을 토대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니 정보를 다루는 명월루에게 있어서 반드시 듣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나 송삼현의 입에서 들려오는 말은 그녀의 예상과 반대였다.
“됐소. 어차피 원하는 것은 화령신조니 그 이상의 것은 필요 없소.”
명월루주는 그런 송삼현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지었고 송삼현은 차를 다 마신 뒤에 일어났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소, 화령신조가 진황도로 이동할 때, 서찰을 보내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렇게 나가려고 하자 명월루주가 송삼현을 불러 세웠다.
“아무래도 이대로 끝날 인연이 아닌 거 같은데···. 회령 신조를 잡고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을까요?”
“알겠소.”
송삼현이 방에서 나가자 천장에서 신형이 내려왔다.
“뒤를 쫓습니까?”
“아니다, 됐다. 예사 인물이 아니니 섣부르게 뒤를 밟았다가 괜히 신뢰만 깨질 거다.”
“그러면···?”
“저자가 범일지 아니면 범인 척하는 개일지는 한 번 지켜보자꾸나.”
*
엿새 후.
진황도(秦皇島).
우리는 명월루와 만난 후에도 서찰로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받았다.
화령신조가 진황도로 가는 시일, 배를 타는 시각, 그리고 화령신조인지를 알게 해주는 표식은 어떤 것을 할지까지 사전에 다 맞춰놨다.
“무정아.”
“예, 주군.”
“넌 높은 곳에 올라가 명월루 녀석들이 오는지 확인하거라.”
“존명!”
한 마리의 새처럼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고 난 객잔 지붕에 앉아 마을 입구 쪽을 봤다.
바다를 건너기 위한 객들로 인산인해였고 강을 도강하는 작은 배와는 다른 커다란 배가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일각이 지나자 선무정이 신형을 쏘아 내 옆으로 왔다.
“주군! 명월루가 왔습니다!”
“표식은?”
“표식도 있습니다.”
“그러면 가자.”
명월루와 화령신조의 계약은 ‘화령신조가 배에 탈 때까지’라는 명확한 표기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배에 올라 화령신조가 타기를 기다렸다.
그때 멀리서 명월루의 무사들로 보이는 자들이 점점 가까이 왔다.
눈에 띄는 백의가 아닌 흑의를 입고 손목에 하얀 띠를 두른 것이 사전에 맞춘 정보와 같았다.
“드디어 이곳에서 나가는군! 명월루 덕분에 잘 쉬다가오!”
화령신조는 배에 오르기 전에 명월루와 인사를 나눴고 난 내공으로 청각을 키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디 무탈하시게.”
“노인도 성질을 줄이시오, 그런 성질이니 지금껏 혼인도 못 하고 늙어가는 거 아니요!”
“어서 가시게.”
“그러면 가겠소! 명월루주께는 내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해주시오!”
화령신조는 노인에게 포권을 올린 뒤에 배에 올랐다.
붉은 실로 꿰맨 흑복을 입고 가벼운 걸음으로 배에 오르는 자는 명백한 화령신조였다.
선수에 있다가 걸음을 옮겨 화령신조가 올라온 곳으로 갔다.
그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여인들을 힐끔거리며 음흉하게 웃기까지 했다.
머리는 짐승처럼 산발이 되어 있고 흉측한 인상이라 사람들은 그 주위로 가질 않았다.
“웬 어린놈이! 나의 앞을 막느냐! 썩 비키지 못할까!”
난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고함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화령신조 소철두.”
내가 화령신조의 본명까지 말하자 화령신조의 안색이 바뀌었다.
“… 무조에서 왔느냐.”
“이곳에서 계속 얘기하겠소? 아니면 장소를 옮기겠소?”
근처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소란을 일으키기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려고 했으나 화령신조의 행동은 내 생각과 달랐다. 그의 손에서 살기를 띤 용조수의 초식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콰아아아앙!
바닥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사람들은 시선이 이곳으로 쏠렸고 난 거리를 벌린 다음, 그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주인을 배신하고 도망친 새, 그대 주인의 뜻에 따라 목을 가지러 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