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1
퍼지는 명성 (1)
촤아아아악!
송삼현이 화령신조의 목을 베자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놀랐다.
멀리서 보던 명월루주와 천뇌도 마찬가지였다.
화령신조를 죽이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들이 놀란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 저자는 누구지?’
그건 선무정의 존재였다.
화령신조를 넘어서는 경공을 펼칠 수 있는 자는 중원에서도 많이 찾아볼 순 없었다.
그런데 젊은 나이의 선무정이 그를 능가하는 경공을 펼쳤으니 그들은 머리를 굴려서 누구인지 알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명확한 정보가 없었다.
송삼현은 금호장의 삼남으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선무정은 산에서 경공만 배웠기에 알려진 것이 없었다.
“충건아.”
“예.”
“저자가 누구인지 아느냐?”
한충건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생김새도 그렇고 알려진 것이 없으니 아마 강호 초출이 아닐까요?”
“송삼현을 따라다니면서 저자를 조사해보거라, 경공이 예사롭지 않다.”
천뇌는 지금껏 여러 경공을 봐왔다.
흑사회주도 능공허도를 하고 자신도 허공답보를 할 수 있긴 하나 젊은 나이의 무인이 능공허도를 펼친다는 건 거의 없는 일이었다.
반로환동을 한 고수?
그게 아니라면 누군지 명확하게 알아내 대비를 해야 했다.
‘귀찮은 자가 될 공산이 크다.’
송삼현과 선무정이 바다에서 땅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천뇌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
땅으로 올라온 두 사람에겐 물이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화령신조의 시신을 땅에 내려놓자 두 사람 앞으로 번개같이 신형 하나가 쇄도했다.
“주군, 누군가 옵니다.”
그들의 움직임을 본 선무정이 곧바로 막으려고 했으나 송삼현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아는 자들이니 경계할 필요 없다.”
그 신형은 내 앞에 멈췄다.
“무조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화령신조의 시신을 수습하겠습니다.”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면에 검은 복장 차림의 남성이었고 뒤이어 두 명의 신형이 더 날아왔다.
“귀신처럼 나타나는군.”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자, 가져가거라.”
송삼현은 이전부터 무조가 지켜보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 치밀한 이들이 화령신조를 죽이겠다고 한 자신에게 미행을 붙이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시신을 전해 받은 무사는 송삼현을 보며 말했다.
“무조께서 전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
“처음 만났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일을 마치는 대로 오셔서 말씀을 나누자고 하십니다.”
“알겠다. 금방 찾아간다고 말해주거라.”
“예.”
말을 마친 무사는 화령신조의 시체를 가지고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옆에 있던 선무정은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
“저놈들이 화령신조만 받고 입을 싹 닦지는 않겠지요?”
“응? 그럴 리가, 그랬다간 내가 싹 쓸어버릴 거라는 걸 잘 아는 자들이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러면 이제 새 사냥은 끝난 겁니까?”
“그렇지.”
“새는 언제 먹습니까? 사람 새는 잡았으니! 이제 실제 새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공의 최고라는 능공허도까지 펼치는 자가 이리도 먹을 것을 밝히는 이라는 걸 알면 사람들이 얼마나 웃을까.
“원 없이 사주마.”
“역시 주군이십니다! 북경에서 오리를 잡지요!”
검을 검집에 넣은 뒤, 가려는데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송삼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삼현은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했는데 한 남성이 송삼현을 보고 말했다.
“혹,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송삼현입니다.”
“송 대협, 화령신조를 죽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째서 당신이 감사하다는 겁니까?”
“저는 운남 차석현에서 온 사람입니다. 한 해전에 그곳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화령신조의 손에 잃었지요.”
그 남성은 화령신조가 불태운 마을의 생존자였다.
평생을 가족을 그리워하고 화령신조를 원망하며 살았으니 그가 죽는 것을 보곤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털썩.
그러더니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왜 그러시는 거요!”
일으키려고 했으나 남성은 울면서 말했다.
“평생 송 대협의 존함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도 송삼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백의를 입고 신묘한 검술을 사용하며 의협심이 가득한 자.
“대협이구나.”
사람들은 송삼현을 송 ‘공자’가 아닌 송 ‘대협’이라고 불렀다.
*
그날 밤, 진황도의 객잔에 방을 잡고 선무정이 잠을 자는 사이, 송삼현은 밖으로 나와 달구경을 했다.
일을 마치고 여유롭게 보는 달은 유독 아름다웠다.
언덕에 앉아 달을 보던 송삼현은 자신 쪽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인기척을 느꼈고 슬쩍 그곳을 보자 평범한 복장의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리 기운을 갈무리했다고 해도 사람 자체가 가진 선천적인 기운은 슬며시 튀어나왔다.
노인은 송삼현을 지나치지 않고 멈춰서더니 말을 걸었다.
“이곳의 풍경이 유독 좋은데 잠시 앉았다가 가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지요.”
송삼현의 허락을 받은 노인은 언덕에 앉으며 자신이 가져온 술을 품에서 꺼내 옆에 내려놨다.
“아이고, 이곳에서 많은 이들을 봤지만, 이리 달구경을 하며 사색에 잠기는 젊은 협객은 처음 봅니다.”
“그렇습니까?”
“대부분 빨리 바다를 건널 생각만 하지, 이곳에서 보는 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생각하지 않지요.”
노인의 말처럼 사람들은 바쁘게 사는 탓에 주변 풍경을 볼 겨를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잠깐 천천히 걸으면 볼 수 있는 풍경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달을 구경했다.
“이곳에 사십니까?”
“저 뒤 동리현에서 작은 국수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사는 이야기부터 해서 가족 이야기, 가볍게 담소를 나눴고 노인은 가져온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송삼현에게 물었다.
“젊은 협객님도 고민이 있으신가요?”
“고민이요?”
“이렇게 달구경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마음 한 편에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안고 살지 않습니까?”
“그러면 노인께서는 어떤 고민이 있으십니까?”
송삼현의 역질문에 노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다 늙어서 뭐가 고민이겠습니까, 날이 지날수록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지요. 나라가 살기 편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살기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익을 챙기려는 탐관오리들이 많으니 사는 게 힘들지요.”
지금 중원은 많은 것이 흔들렸다.
탐관오리들이 들끓고 무림맹의 용천회와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많았기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 그런 탐관오리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게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들이 사라진다 해도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똑같이 할 겁니다.”
권력을 쥐고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을 처단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 온다면 모를까,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다른 방식으로 사적인 이익을 취할 것이 분명했다.
“꽤 잘 아는군요.”
“그것이 정치하는 이들의 습성이니까요.”
정치란 그런 거다.
어떻게 재물을 모아 누군가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허나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이상은 분배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서로 더 가지려는 이기심 때문에 빼앗고 다퉜다.
“그러면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노인의 물음에 송삼현은 넌지시 말했다.
“본디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라면 어질고 의로우며 예의 있고 지혜롭고 믿음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없다면 그것은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것에 불과하지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노인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달을 봤고 술을 마셨다.
사람이라면 항상 갖춰야 할 다섯 가지의 도리.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듯이 하는 행동도 다양했다.
그러나 그런 다양함에도 모든 것은 다섯 가지 도리에 근본을 둬야 한다는 송삼현의 말에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협객께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냥 제가 바라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것입니다.”
“소중한 것?”
“예.”
“그것이 사람에만 국한된 건가요. 아니면 나라까지 나아가는 건가요?”
노인이 하는 말은 꽤 깊었고 송삼현은 바로 대답했다.
“사람이 곧 나라 아니겠습니까.”
송삼현의 말을 들은 노인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운 말을 하는구나.’
오래전에 들었으나 세월이 지나 사라진 그리운 ‘협의(俠義)’가 송삼현의 입에서 나왔다.
노인은 지긋이 송삼현을 봤고 송삼현은 달만 바라봤다.
“사람이 곧 나라라···. 멋진 말이네요.”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나라가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여기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살기 좋은 세상이면 어찌 악행이 일어나고 거지들이 늘어나겠습니까.”
노인은 넌지시 물었다.
“만약 작금의 시대 말고 새로운 시대를 열 자들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느 편에 설 것이지요?”
노인의 말에 송삼현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편이라는 게 있습니까? 그저 옳다고 여기면 따르는 거지요.”
“옳다는 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다투지 않고 행복한 시대가 옳은 시대가 아닐까요?”
“너무 추상적(抽象的)인 시대네요.”
송삼현이 논하는 시대는 형체가 없는 이상만 좇는 거였다.
“이런 사람도 있어야 강호라는 곳이 더욱 재미있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허나 이룰 수 없으니 안타깝지 않으십니까?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벨 수 없듯이 협객이 하신 이야기도 그런 논리지요.”
달을 보는 노인의 눈은 슬픔이 차 있었다.
가만히 달을 보다가 송삼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송삼현이 객잔 안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지켜보던 한 남성이 신형을 날리며 다가왔고 노인에게 포권을 올렸다.
“천뇌시여.”
그 말과 동시에 노인의 얼굴이 바뀌었다.
송삼현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역용술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곧 본 얼굴이 나왔다.
“직접 말씀을 나누셨는데 어떻습니까?”
“위험하다, 참으로 위험한 자야. 허나···.”
천뇌의 시선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는 송삼현을 쫓았다.
‘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말을 하는구나.’
천뇌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한충건은 의아했다.
“허나 뭐가요?”
“아니다. 그만 돌아가자, 송삼현에 대한 경계는 지금 상태를 유지해라.”
“죽이는 것은요?”
“… 일단 미루자,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다.”
흑사회가 종국에 바라는 것은 ‘역천(逆天)’ 하늘을 뒤집는 거였다.
그렇게 정파를 흡수하며 무림맹을 몰아내고 흑천회가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천뇌의 머릿속에 송삼현과 한 대화가 떠 올랐다.
송삼현이 말한 추상적인 시대가 현실적인 시대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 천뇌는 고개를 저었다.
육십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
‘시대는 결국,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변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권력을 얻어야 한다.’
어차피 지금까지 하나만을 목표로 살아왔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그는 흔들림 없이 흑사회를 이끌고 이루려고 했다.
역천(逆天).
하늘이 거꾸로 되는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