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3
퍼지는 명성 (3)
‘백의검룡(白衣劍龍) 송삼현.’
하북에서 퍼진 소문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남경에 도달했다.
“장주님!”
금호장은 아침 일찍부터 소란스러웠고 송우태의 집무실에 호법당주 이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냐.”
“그것이 삼 공자님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삼현이? 그래 지금 어디 있다고 하더냐. 지난번 보고에서는 하북으로 갔다고 하던데.”
송삼현이 금호장 지부에서 돈을 찾을 때마다 그것은 송우태에게 보고 됐다.
그래서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이 하북에서 녹안도귀와 화령신조를 죽였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서찰을 쓰던 송우태의 손이 멈췄다.
“… 지금 내가 들은 것이 사실이렷다?”
“그렇습니다! 하북 일대에 소문이 파다하고 특히 화령신조를 죽일 때는 수백의 사람들이 지켜봤다고 합니다!”
“녹안도귀와 화령신조라···. 하하하.”
듣고도 믿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절정 고수로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송삼현이 그들을 모두 죽였다니 믿기지 않았다.
‘설마···. 초절정에라도 이르렀단 말인가? 그리도 이른 나이에?’
금호장에 있을 때만 해도 절정의 경지였다.
그 둘을 죽일 정도면 그 이상의 경지가 될 터이니 초절정이 맞았다.
허나 송우태는 몰랐다.
송삼현이 이미 초절정을 지나 화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그리고 별호도 붙었습니다.”
“별호? 열다섯에 별호라니···. 믿기 힘든 일이로다.”
“백의검룡! 하얀 옷을 입고 용처럼 매서운 검을 쓴다고 하여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열다섯의 나이에 얻은 별호.
이것은 강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금호장에는 송삼현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월이는 청월각을 정리하다 말고 전각 호위 근무를 서는 강 무사를 찾아갔다.
“강 무사님! 공자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하북에서 흑도를 죽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녹안도귀와 화령신조를요!”
강 무사는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다니까요! 제가 공자님이 큰일을 하실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름을 날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공자님은 대단하시구나.”
그들은 자기들 일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강 무사는 검을 꽉 쥐며 흐뭇하게 웃었다.
‘공자님, 저도 경지를 올려, 공자님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뻐하는 사이, 송연화는 자신의 방에서 활짝 웃었다.
송삼현이 백의검룡이라 불리며 협의를 한다는 소문도 기뻤으나 그보다 손에 들린 서찰이 더 기뻤다.
[누님, 이리 늦게 소식을 전해 죄송합니다.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고 벗도 사귀었습니다. 밥을 많이 먹는 벗이긴 하지만 같이 강호행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북 낭방에서 사람들을 도우고 있으니 제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내용을 보고 입꼬리는 더 올라갔다.
[석 달 뒤에 열릴 호화회에 참석해 누님의 혼인을 축하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또 서찰을 보낼 터이니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다시 뵐 날까지 건강하세요.]
자기 동생이 백의검룡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송연화는 이런 서찰을 받는 것이 더 기뻤다.
“호화회가 기대되는구나. 내 동생은 얼마나 컸을꼬.”
*
며칠 뒤, 난 선무정과 같이 적수산으로 들어가 천룡 폭포로 향했다.
지난번에 왔던 길이라 길은 헤매지 않았다.
“주군! 언제까지 가야 합니까?”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거라.”
선무정이 뒤에서 쫓아왔고 우리는 천룡 폭포에 도착했다.
대자연의 웅장함을 몸소 느끼는 선무정은 놀란 눈빛으로 천룡 폭포를 보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어서 오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천룡 폭포가 양 갈래로 갈라지면서 길을 만들었고 이 광경을 처음 본 선무정은 입을 떡 벌렸다.
“와···. 이게 대체 뭡니까?”
폭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폭포 밖으로 나오는 이가 있었다.
무조였다.
그리고 그 뒤로 복면을 쓴 이들 수십이 같이 나왔다.
‘저들이 어찌.’
내 앞으로 오더니 무조를 비롯해 뒤에 있는 자들이 포권을 올렸다.
“우리는 지금부터 송삼현 대협께 충성을 맹세할 것입니다.”
“정말이오? 그대들을 이끌려면 그에 맞는 자격을 갖추라고 하지 않았소, 내가 그 자격을 갖춘 거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염원이었던 화령신조를 죽여주셨으니 우리를 이끌 자격도 갖추신 것과 다름없습니다.”
정보책으로서 중원 제일을 다투는 이들이니 내가 앞으로 할 일에 꼭 필요한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품게 되었으니 마음 한편이 편했다.
“그러면 들어가시지요. 주인이시여.”
우리는 자리를 옮겨 폭포 안 동굴로 들어갔다.
선무정은 둥굴 안에 이런 곳이 있는 것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화령신조가 죽기 전에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대답을 해줄 수 있소?”
“물론입니다. 이제 저의 주인은 송 대협이시니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화령신조가 죽기 전에 모든 것이 무조의 탓이라고 했던 게 계속 떠 올랐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이 당신 때문이라고 그랬소. 그게 무슨 뜻이오?”
무조는 손짓을 했고 주위를 지키던 이들은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화령신조는 원체 욕심이 많은 자였습니다. 엄연히 의뢰도 관리가 되어 필요한 것만 받았는데 화령신조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가진 정보라면 중원 제일의 장원을 세울 정도로 재물을 벌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
“허나 이곳에는 엄연한 규율이 있습니다. 의뢰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으로요.”
“….”
“허나 화령신조는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가진 정보를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쪽에 몰래 팔아넘기다가 발각되었지요. 처벌을 앞두고 있었는데 철창을 부수고 기밀 정보를 빼돌려 도주를 한 것입니다.”
화령신조는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이 무조 때문이라고 했으나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리 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당성을 위해 무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떠들고 다닌 거고.
“결국, 제가 타이르지 못했으니 그자 때문에 죽어간 이들은 모두 제가 짊어질 죄입니다.”
“자책하지 마시오. 어쨌든 이제는 다 끝난 일이니.”
“주인이시여, 이제 저희의 주인이 되셨으니 말은 하대해주십시오.”
“…. 그리하마.”
선무정은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더니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무조께서는 명심하시오! 주군의 첫 수하는 저고! 그대는 두 번째라는 걸 명심하시오!”
선무정의 말에 무조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두고 봐야 알 일이지요.”
“내, 내가 그대보다 주군을 일찍 만났소.”
“만난 건 제가 먼저 만났습니다.”
“주군이랑 밥은 내가 먼저 먹었소.”
“맛있었습니까?”
응? 무조가 이런 농담도 하는 사람이었나.
“… 화령신조를 잡을 때 내가 도움을 준 것은 알고 있소?”
“높이 날던 새를 떨어트리는 모습은 천음산보의 제자다웠다고 들었습니다.”
“… 저를 아시오?”
“죄송한 말씀이오나 주인께서 이곳을 떠나면서 뒤에 사람을 한 명 붙였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천음산보의 제자라는 걸 알았지요.”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난 이곳에 오면서 봤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왜구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하북에서 왜구가 일어나고 있다는 데 그거에 대해 아는 바는 없나?”
“… 오대세가가 관련된 일이군요. 그 일은 모용세가와 하북팽가의 다툼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자세히 말해보게.”
곧 들려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모용세가와 팽가는 오래전에는 잘 지냈습니다. 하북의 팽가, 요녕의 모용세가로 동북면의 패자로서 군림했지요. 허나 최근 오 년 사이에 그들의 사이는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무슨 일로?”
“이권 다툼이지요. 모용세가가 오대세가이긴 하지만 그들은 요녕성, 중원의 끝자락에 있어 강남으로 진출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하북팽가가 그들을 견제하는 바람에 그것이 수월하지 않자 편법을 쓰는 것이지요.”
“편법?”
“지금 모용세가는 왜구들을 보내 사람들에게 하북팽가가 다스리는 곳은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키려는 겁니다. 그렇게 하북팽가의 이름에 흠집을 내고 틈이 보이면 곧바로 밀고 들어오려고요.”
“그렇다고 일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그들이 얻는 것이 대체 뭐란 말이냐.”
무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그들의 이권 다툼에 있어 백성들은···. 그저 바닥에 깔린 흔하디흔한 돌에 불과합니다.”
하북 팽가와 모용세가.
이 두 세력은 중원 무림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대세가들이었다.
섣부르게 개입했다가 그 두 가문에게 미운털이 박힐 위험이 있으나 그게 뭔 상관인가.
“아무래도 황화부로 가봐야겠다.”
“황화부로 가실 거라면 한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지?”
“현재 무림맹 묵호대주 장우문이 그곳에 와 있다고 합니다.”
“무림맹에서?”
“예, 왜구의 출몰이 빈번해 그곳에 무림맹 분타를 세워 방비한다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일에 무림맹이 나서는 것은 당연했다.
“알려주어서 고맙네.”
“아닙니다. 이제 저희의 주인이시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무무야.”
무무라고 부르자 붕대로 칭칭 감은 남자가 나타났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애였으나 눈에 초점이 없었고 감정이 없어 보였다.
“이 아이는 무무로 저의 오른팔입니다. 은신이 뛰어나고 발도 빠르니 저와 주인의 연락책으로 쓰면 될 것입니다.”
“알겠다. 무무라고 했느냐.”
끄덕.
대답은 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무조가 전음으로 말했다.
[오래전, 화재에 가족을 잃은 아이라 그 충격으로 말을 잃었습니다.]
그런 사연을 가진 아이구나.
“잘 지내보자.”
그리고 무무는 내가 몸을 숨기라고 하자 그림자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기에 가까운 은신술을 보여줬다.
도저히 찾을 수없을 만큼 신묘한 은신술이었다.
“그러면 저는 하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알아본 후에 서찰을 계속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그러면 주인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무조의 포권을 받은 뒤에 천룡 폭포에서 나왔다.
이것으로 토대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를 더 끝내야 하니 황화부로 가자.
*
왜구로 들끓는다는 창주의 동쪽에 위치한 황화부로 갔다.
닷새 만에 도착한 곳에는 왜구의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불에 타버린 집과 아직 수습하지 않은 시체.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잔혹하다.
저번 삶에서 맡았던 혈향이 맡아졌다.
울부짖는 아이들.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들의 부모들.
어찌 사람들이 이리 잔혹할 수 있단 말인가, 이권 다툼은 자기들끼리 하면 되지 이 죄 없는 이들을 희생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이리 얻은 것이 정녕 옳고 정당하고 여긴다면 그들은 정도가 아니라 사도를 걷는 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 백의검룡이시여!”
폐허가 된 곳에서 복면을 쓰고 나오는 이가 있었고 그는 내가 이전에 본 사람이었다.
“비문 상단주가 아닙니까.”
비문 상단주 벽이천이었다.
“이렇게 백의검룡을 다시 뵙네요!”
“네? 백의검룡이요?”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나 보군요! 사람들이 대협을 백의검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에게 별호가 붙었다는 건 아직 듣지 못했다.
백의검룡이라니···. 하얀 옷에 검을 쓰는 용이라 꽤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계셨습니까? 상행은요?”
“표물은 안전하게 황화부에 전달했고 피난민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더니 벽이천은 뒤로 돌아 외쳤다.
“비문 상단의 모든 이들은 무엇을 하느냐! 백의검룡 대협께서 오셨으니 예를 갖추거라!”
한두 명씩 모여 스무 명이 되자 모두가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왜 이러십니까!”
당황했으나 벽이천은 제일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내게 포권을 올렸다.
“지난 적수산에서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비문 상단주 벽이천과 그 이하 사람들 모두 대협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바로 일으켰다.
“보는 이들이 많은데 상단주나 되시는 분이 이리 쉬이 무릎을 꿇으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목숨을 구해주신 분께 수백 번 수천 번을 꿇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려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이 달리는 소리였다.
“왜구다! 왜구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고 벽이천을 비롯해 상단 무사들은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그때, 남색의 장포를 휘날리며 신형을 날리는 자가 보였다.
“… 어?”
잠깐 저자는 묵호 대주 장우문이 아니라 남궁세가 소가주 남궁효우가 아닌가!
송연화와 혼인할 자가 어찌 이곳에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