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5
정도를 무엇이라고 여기는 거요? (2)
세간에서 세 마리의 호랑이를 통틀어 하는 말이 있었다.
‘장차 중원 무림의 정상에 설 자들.’
난 살짝 뒤로 물러나 있었고 남궁효우와 팽도형은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자네가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네.”
“팽가와 모용이 관련된 일이니 당연히 와봐야지, 내가 묵호대 부대주가 아닌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모용두가 끼어들었다.
“효우를 이곳에서 보는구나.”
“…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주님께서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신다 들었습니다. 괜찮아지셨습니까?”
“아직 그대로 계신다.”
남궁효우와 팽도형은 스물셋으로 동갑이었으나 모용두는 스물다섯으로 그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삼호 중, 제일 나이가 많다며 으스대는 사람이었다.
“이쪽은 누구냐?”
모용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난 포권을 올렸다.
“금호장의 삼남 송삼현이 모용두, 팽도형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오! 그 금호장? 삼남이라면···. 반푼이라고 알려진 녀석이 아니냐. 그 녀석이 이렇게 컸다고?”
모용두는 웃는 낯을 하면서도 묘하게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했다.
상대를 깔아뭉개는 말투, 딱 그거였다.
“모용 형님은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나 보오. 송 대협이 백의검룡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아직 대협이라 불리기에 미욱한지라 편히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그래도 될까?”
“네! 물론이지요.”
“그러면 너도 편하게 형님이라고 부르거라.”
“네, 그리하겠습니다. 형님!”
팽도형은 나를 보며 웃어줬다.
옆에서 우리를 보던 모용두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열등한 것을 보듯 내려봤다.
“백의검룡? 이 어린 녀석이 무슨 자신감으로 별호에 감히 ‘용(龍)’자를 붙이는 거지?”
명백한 시비였다.
“제가 붙인 게 아니라 사람들이 붙여준 것입니다.”
“말대답까지?”
“그냥 선배님의 말에 대답한 것뿐입니다.”
모용두는 체격이 육척하고도 반이 넘는 거한이었다.
지금 나는 육척이 조금 안 되는 키라 반 척 이상 차이가 났다.
지그시.
나를 노려보며 기선을 잡으려고 했으나 내가 피하지 않았다.
“눈을 안 피한다?”
“굳이 피할 이유가 없지요. 제가 잘못한 것도 없고.”
“하하하하! 내가 강호에서 너처럼 그럴듯한 별호를 얻고 안하무인 해지는 이들을 많이 봤지.”
“안하무인이 이럴 때 쓰는 말입니까?”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
안하무인은 지금 모용두에게 하는 것이 맞았다.
“내가 선배로서 예를 보여줄까?”
“그거 기대되는군요. 선배의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어디 하룻강아지가 이리 낑낑대는 거냐.
*
하북 황화부 대회장, 그곳으로 가는 길은 무사들이 통행을 통제했다.
“어찌 이곳을 못 간단 말이오?”
“안에서 중요한 회담을 진행 중이라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소. 미안하지만, 길을 돌아가시오.”
무인들은 통행을 통제하면서 슬쩍 대회장이 있는 전각을 바라봤다.
“난 저기에만 있어도 숨도 못 쉴 것 같아.”
“남궁세가, 하북팽가, 모용세가가 한 곳에 있는 거면 저 안에서 대체 무슨 말이 오가는 걸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일이지. 저쪽으로는 관심끄고 근무나 서자고, 괜히 엿들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잘릴 걸세.”
오대 세가의 중심들이 모인 곳.
그러나 그곳의 주인은 오대 세가의 소가주들이 아니었다.
세 마리의 호랑이는 상석에 앉은 한 사람을 보고 예를 갖췄다.
“제갈귀호 군사님을 뵙습니다!”
그는 무림맹 총 군사 제갈귀호였다.
상석에 앉은 제갈귀호는 반쪽은 하얀 머리, 나머지 반쪽은 검은 머리를 하며 신비한 기운을 내뿜었다.
“일어나거라, 뒤에 들어오는 자는···. 묵호 대주에게 들었다. 백의검룡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송삼현이라고 했나?”
그의 눈은 세 마리의 호랑이 뒤로 들어오는 한 마리의 용에게 향했다.
“네! 그렇습니다. 송가 삼현이 제갈귀호 군사님을 뵙습니다!”
“만나서 반갑구나.”
제갈귀호는 송삼현에게 말을 걸면서 그의 기운을 살펴봤다.
슬쩍 내공을 흘려 경지를 가늠해볼까 했으나 멈췄다.
‘묘하구나, 후기지수 중, 제일들이 모였는데 그들보다 더 강한 빛을 품고 있다니.’
송삼현의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푸른 기운이 제갈귀호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올 곳은 아니지만, 묵호대주께서 와주시길 원하셔서···.”
“괜찮다. 내가 부탁한 것이니.”
“네? 군사님이요?”
“그렇다. 이런 자리에는 강호에 이름난 협객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니 개의치 말거라.”
제갈 귀호의 말이 맞았다.
세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간혹가다 강호의 명숙이 중재자로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그러기에는 너무 어린데.’
송삼현의 자리는 끝자리였고 발언을 하지 않고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가만히 지켜만 봤다.
“저희 모용 세가는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요녕성도 왜구의 피해를 입어 많은 양민이 죽고 다쳤습니다!”
하북성만이 아닌 요녕성에도 왜구의 피해가 있었다.
그렇기에 모용두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나왔다.
“왜 저희를 이토록 몰고 가는지 팽가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의도라니요! 팽가에 막심한 피해를 줘놓고 그게 하실 말입니까?”
“우리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을 하실 겁니까?”
“증거? 증거가 무엇이냐!”
두 사람은 으르렁거렸다.
금방이라도 서로를 죽일 기세를 뿜었고 절정 고수들답게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았다.
“둘 다 앉거라.”
제갈귀호의 말에 일제히 말을 멈췄고 제갈귀호는 모용두 앞에 서찰을 하나 툭 던졌다.
“모용세가가 왜구를 포섭했다는 증거가 있으니 발뺌을 하지 말아라. 팽가를 견제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 사실이렷다?”
“군사님! 이것은 모함입니다! 팽가가 자기들이 피해를 당한 걸 우리에게 덮어씌우는 겁니다!”
모용두는 발뺌했다.
쾅!
제갈귀호가 탁자를 내리치자 주위에 무거운 공기가 깔렸다.
“… 내가 그런 것도 조사하지도 않고 이러는 거로 생각하느냐?”
무림맹 군사부가 어떤 곳인가.
중원의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보고 하는 곳이었다.
그런 곳의 수장이 그런 문제도 조사하지 않고 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제갈귀호의 중후한 내공이 피부를 찔렀고 초절정 고수의 위협에 다른 이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꿀꺽.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곧 제갈귀호의 호통이 회장을 가득 채웠다.
“모용은 도를 넘었다! 왜구에게 돈을 주고! 무고한 양민들을 약탈하게 한 죄! 그 죄는 엄히 물을 것이다.”
“군사님! 저희도!”
“그래! 너의 말처럼 요녕성도 왜구의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것도 너희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내기 위한 속셈이었다는 것도 알아냈고.”
“네?”
“들어오거라!”
제갈귀호의 말과 동시에 회장 문이 열리며 여인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
보랏빛 비단옷을 날리며 들어온 그녀는 모용두의 여동생인 모용화였다.
“네, 네가 어찌!”
모용화를 본 모용두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모용 세가의 모용화가 제갈귀호 군사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거라.”
모용두는 모용화를 보며 살기를 분출했다.
“네가 어찌하여!”
“아버지가 병상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오라버니.”
그러자 깜짝 놀랐다.
“그, 그런 일이···.”
현재 모용 세가주 모용상은 병에 걸려 모든 일을 모용두에게 맡겨놨다.
가문의 결정권을 받은 모용두는 장로들의 꾐에 넘어가 이런 일을 벌인 거였다.
“군사님, 이것은 아버지께서 올리시는 서찰입니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아낌없이 배상할 거라 하셨습니다.”
“알겠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순간 부로 오라버니의 소가주 직위를 박탈하고 즉시, 세가로 호송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
모용화는 모용두를 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장로회의 꾐에 넘어가 선을 넘으셨으니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모용두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가문의 결정권을 받았을 때, 하북 팽가에게 밀리지 않은 굳건한 모용을 만들고 싶었다.
허나.
그것은 헛된 욕심이었다.
분명히 다른 길도 있었으나 모용두는 어려운 길이 아닌 쉬운 길을 택한 것이었다.
당황한 모용두를 두고 제갈귀호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모용세가가 작금에 행한 실태는 가히 죽음으로서 물어야 할 것이나, 중원을 위해 그대들이 한 공로를 인정해 오대 세가의 직위를 박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이 일을 꾸민 이들을 색출해 무림맹으로 압송! 그곳에서 처벌할 것이니 명심하라.”
“그 말에 따르겠습니다.”
모용화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드렸으나 모용두는 아니었다.
“군사 어른!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까!”
모용두의 말을 듣고서 송삼현은 구석에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
이 얼마나 엿 같은 논리인가.
죄 없는 양민들이 왜구들의 사냥감처럼 처절하게 죽어갔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눈물은 커다란 강을 이뤘다.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고도 저런 말이 나오다니 이해가 안 된다.
스윽.
말이 나오지 않는 사이에 송삼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사님, 발언권이 없는 제가 감히 한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제갈귀호에게 정중하게 예를 갖췄고 제갈귀호는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리하거라.”
송삼현은 ‘감히 네가 뭐라고 이곳에서 입을 놀린다는 말이냐!’라는 표정을 짓는 모용두를 보며 말했다.
“모용 선배께서 생각하시는 정도란 무엇입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나와 지금 논쟁이라도 해보자는 거냐? 이 자리가···!”
소리치려는 모용두의 말을 끊고 다시 말했다.
“정도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송삼현의 말에 모용두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강호 경험도 적은 어린놈이 정도를 논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에 분노가 차기 시작했다.
“네가 나를 바보로 아는 것이구나, 정도란 정당한 도리로 올바른 길이다. 정파라 칭하는 녀석이 그것도 모르고 살았더냐?”
맞는 말이다.
이것이 정도고 정파란 이들이 지켜야 하는 틀이었다.
“저는 잘 알지요.”
“이놈이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군사 어른이 있어 참고 있다는 것을 알거라!”
참는 건 송삼현도 참고 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노르며 입을 열었다.
“한 번이라도 왜구에 피해를 입은 자들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
“한 번이라도 아이를 잃은 부모의 얼굴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
“한 번이라도 마음이 아프긴 하셨습니까?”
왜구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가, 그저 사리사욕으로 벌어진 참극이었다.
송삼현의 말을 들은 모용두의 눈빛은 흔들렸다.
무고한 자들의 희생.
그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으나 모용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뚜렷했다.
“누구나 정도는 있으나 그것을 걷는 방식은 다르다! 너의 방식을 모두의 방식이라고 강요하지 말거라!”
모용두의 말처럼 정도라는 것을 걷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허나 그것도 명확한 선이 있었으나 모용두는 그 선을 일찌감치 넘어버렸다.
“제가 보기에 지금 선배님이 걷는 길은 정도(正道)가 아니라.”
한 걸음 모용두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파들이 걷는 사도(邪道)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