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6
정도를 무엇이라고 여기는 거요? (3)
자신의 이익만 신경 쓰며 올바른 이라는 틀을 벗어던진 그들이 걷는 것은 정도라는 이름의 탈을 쓴 사도였다.
“이놈이 지금 모용 세가를 모욕하는 것이냐! 아무리 강호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곤 하지만 건방진 후학이구나!”
“모용 세가를 욕보이는 것은 제가 아니라 선배님입니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모욕당한 모용두의 주먹은 부들부들 떨었다.
“… 네 놈이 기어이 선을 넘었구나.”
모용두의 눈에서 살기가 나왔으나 송삼현은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모용두를 쳐다봤다.
스르르륵.
그러다가 모용두의 손끝에 강기가 스며들자 제갈귀호가 소리쳤다.
“그만두거라!”
그 말에도 모용두의 살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습니다. 허나 가문이 모욕당했는데 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탓!
그가 호조수의 초식으로 출수하자 남궁효우와 팽도형이 막으려고 일어났다.
그러나 모용두의 손이 송삼현에게 닿는 것이 먼저였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소리가 회장 안을 뒤덮었고 먼지 자욱해졌다.
“모용 형님! 미친 거요! 감히 이곳에서 무슨 짓이오!”
권에 대한 무공이라면 후기지수 중, 따를 자가 없기에 모용두를 말리려던 그들의 발은 곧 멈췄다.
“…. 이게 무슨 일이냐.”
먼지가 바람에 날아가며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모용두를 무릎 꿇린 송삼현의 모습이었다.
‘강기가 둘린 손을 맨손으로?’
그러더니 송삼현은 잡은 손을 뒤로 꺾었다.
“끄아아아아악!”
“그들도 아팠을 겁니다. 지금 선배님이 당한 고통보다 더욱이요.”
사람들은 모용두의 비명보다 송삼현이 내뿜는 기운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삼현은 바닥에 쓰러진 모용두를 보며 말했다.
“제가 묻겠습니다.”
“….”
“지금 참고 있는 건 누구라고 보십니까?”
*
요녕성 심양에 있는 모용세가에선 일장로 모용천이 가주가 지내는 침소로 다급하게 걸어갔다.
“고하시게.”
앞을 지키던 무사가 외쳤다.
“가주! 일장로가 왔습니다!”
모용천이 안으로 들어가자 침상에서 시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몸을 지탱하고 있는 모용상이 보였다.
수척해진 얼굴, 식은땀이 흘렀으나 그의 눈은 또렷했다.
“모용천.”
“예, 가주.”
“이 일이 무슨 일이냐. 내가 침상에 누워있던 반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물었다!”
오대 세가의 한 축을 이끄는 자답게 다 죽어가면서도 목소리는 살아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네 놈이 두를 꼬드겨 왜구들과 일을 꾸민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모용상은 일의 모든 내막을 알고 분노했다.
“무고한 양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얻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는 것이냐!”
모용상의 호통에 모용천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가주, 저는 모용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강남 무림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하북 팽가를 우리의 발아래에 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민심을 움직일 필요가 있고 팽가가 꽉 잡은 양봉산! 그것의 통제권을 가질 기회를 만들려는 것뿐입니다!”
양봉산, 모용상은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네 놈···. 벽력탄을 만들려는 심산이냐?”
그곳에는 벽력탄을 만들 수 있는 원석이 매장되어 있었다.
“네! 그 원석들이 양봉산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벽력탄은 나라에서도 엄히 금한다! 사파 놈들이나 다루는 것을 어찌 다루려고 하는가!”
“올바르게 쓰이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와야 합니다! 사파들은 사적으로 쓰지만, 저희는 정도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모용상은 모용천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자신의 신념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 그 정보를 준 것이 용천회 그 늙은이들이고?”
“가주! 언제까지 모용 세가가 험한 외지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우리도 중심에 서야지요!”
모용천은 어떻게든 모용상을 설득하고자 했다.
같이 한세월만 수십 년, 그렇기에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줄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왜구들을 끌어들여 무고한 양민들까지 죽인 것이냐?”
“큰일을 위해서 작은 희생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일로 피해를 본 그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할 것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모용상은 고개를 저었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는 걸 모르겠느냐!”
“힘이 없는 정의는 무능입니다.”
두 사람은 대척점에 있었다.
“넌 정도인이 아니다. 이것이 어찌 모용을 위한 일이더냐! 그저 네 욕심이 아닌가!”
“아닙니다! 이것은 모두 모용을 위한 일입니다! 그리고 십 년 전! 팽가가 저지른 일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그들이 소영이를 어찌했는지요!”
모용상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모용소영, 모용천의 첫 번째 자식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이 떠올랐다.
“가주! 협도 힘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힘을 키우고 협을 행하면 됩니다! 그렇게 죄를 씻는 거고요!”
“네 이놈! 힘이라고 하였느냐? 그 힘을 얻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를 심산이냐!”
“가주!”
“힘도 정당하게 얻어야 한다! 정도를 어기고 얻는 힘에 대체 무슨 힘이 실린단 말이냐! 당장 그만두고! 무림맹에 사람을 보내 책임을 물도록 하거라!”
화를 냈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진 모용상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모영천을 바라봤다.
“천아···.”
따뜻한 음성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모용천도 고개를 푹 숙였다.
“예···. 형님.”
“우리가 벽력탄을 개발하면 맹이 가만히 있겠느냐? 나라는? 폭탄 제조는 나라에서도 금하는 일이다! 그 일을 하면 어찌 되는지 너는 정말 모르는 것이냐!”
폭탄 제조는 나라에서도 엄히 통제하는 일이었다.
만약 모용 세가가 그것을 개발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모용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용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하늘을 뒤집어야지요.”
“뭐라?”
“하늘이 두렵다고 피하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모용은 평생 험난한 외지에서 이용만 당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
“그러니 하늘을 뒤집어야지요! 그리고 저희가 장차 무림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모용천의 말을 들은 모용상은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네 놈 ‘역천사상’에 물든 것이냐?”
하늘을 뒤집는다는 사상.
탐관오리들이 들끓고 양민들이 핍박받는 상황에서 탄생한 사상은 역심을 품은 사상이었다.
“가주! 생각해보십시오! 모용의 무력은 오대 세가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거기에 벽력탄을 갖췄다고 하면 누구도 모용의 길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본 모용상은 분노했다.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라는 게 있었다.
그러나 모용천은 그 도리를 벗어나 너무 큰 욕심을 품고 있었다.
모용상의 몸 밖으로 무시무시한 살기가 내뿜어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르르르르륵.
손에 둘리는 강기.
“그 일이 일어나기 전, 내가 내 손으로 너의 목숨을 취하겠다.”
그 강기에 살기가 느껴졌고 모용천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것이 가주의 뜻이라면 받들겠습니다. 허나 가주···. 전 모용만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이용당하는 것이 싫어서.
험난한 외지에서 이민족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을 평생을 바쳤다.
허나 그것을 알아주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진심을 다했다.
모용이 더는 이용당하지 않고 인정받으며 사는 세상을 원했을 뿐이었다.
주르르륵.
죽음을 앞둔 모용천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그 눈물을 보자 모용상은 얼굴 바로 앞에서 손을 멈췄다.
“천아.”
“… 예, 형님.”
“네가 가문을 위하는 것은 알겠으나 방향이 너무 엇나가지 않았느냐.”
사실 모용천도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다.
팽가를 밀어내는 구실을 찾다가 왜구라는 것을 끌어들였고 죽어 나가는 이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꾹 참았다.
모든 것은 모용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저도 그들이 죽어가는 것이 슬펐으나 사소취대(捨小取大)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어찌 양민의 목숨이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이냐! 그것이 곧 근본이고 나라이니라!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도 양민의 힘이고! 넌 오십이 넘었으면서 왜 그걸 모르는 것이야!”
모용천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였다.
“쿨럭.”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은 모용상은 무리하게 내공 운용을 했다가 피를 토했다.
가주의 입에서는 점점 많은 피가 나왔다.
“내 아우야.”
주르륵.
“두에게는 네가 필요하다. 역천이라는 역심을 품지 말고 십 년 전 일은 그만 잊어라.”
“가주.”
“말하거라.”
“잊지 않았지요? 그때, 소영이가 죽고 우리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을 때, 무림맹이 어찌 나왔는지!”
“….”
“저희가 요청했으나 무림맹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팽가는 용천회를 움직였고 용천회는 우리를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맹주도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고요!”
무림맹에서 용천회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결정은 맹주가 내리지만, 실질적인 판단은 용천회가 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 그저 단순히 비적 떼를 만나 죽임을 당했다고···.”
그것이 모용천의 가슴에 상처가 됐고 도화선이 됐다.
“어찌하여 그랬던 용천회가 하는 말을 이리 따르는 것이냐!”
“그들이 저희를 이용한 것처럼 저희도 이용하는 것뿐입니다. 그들이 팽가와 사이가 소원해졌으니 그들의 힘을 이용해야지요.”
“모용천!”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찾고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외면하는 게 그들입니다!”
모용상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모용천은 계속해서 말했다.
“십 오 년 전을 잊으셨습니까? 적귀문이 섬서에서 혈난을 일으켰을 때!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모용의 무인이 가장 일선에서 희생하며 다른 문파와 세가의 사람들을 지켰습니다.”
허나.
그 뒤에 대우는 처참했다.
“그런데 맹의 높은 사람들이 한 것이란 그저 아버지와 모용 무인들의 시신을 저희에게 인계하고 전사 통지만 하고 끝났습니다!”
“….”
“가주···. 저희가 힘이 있었다면 저들이 그렇게 나왔을까요?”
모용상은 화를 낼 힘도 없는지 자리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가주는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반드시 모용을 천하에서 우뚝 선 가문으로 만들겠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그런 삶을 살지 않을 겁니다!”
“천아, 제발 그만하자꾸나 이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찾아보면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거다.”
모용상은 모용천에게 이어서 말했다.
“지금부터 너에게 주어진 장로의 권한을 빼앗겠다. 더는 모용이 엇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겠구나.”
*
하북 황화부 대회장에서 일어난 일에 모두가 굳었다.
후기지수에서 권호라 불리며 이름을 떨치던 모용두가 열다섯의 송삼현에게 손쉽게 제압된 것은 충격적이었다.
호랑이와 용.
이 두 동물을 가리키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호랑이라고 착각한 하룻강아지를 제압한 용 한 마리만 있을 뿐이었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제갈귀호는 빠르게 정리했다.
“그만하거라!”
“예.”
송삼현이 제갈귀호의 말을 듣고 팔을 놓아주자 모용두는 자신의 오른팔을 잡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송삼현을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계속해서 진행하겠다!”
그러나 그때.
쾅!
대회장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구냐!”
엄연한 통제가 있는 곳인데 그곳으로 들어온 자는 무림맹 적화대주 조운이었다.
“총 군사님을 뵙습니다.”
왜소한 풍채에 등에 멘 활, 그는 궁귀검수로 유명한 자였다.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용천회의 뜻을 전하러 왔습니다. 이 일은 모두가 흑사회의 계략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용천회가 독자적으로 이 일을 조사했다고?”
“그렇습니다. 은밀하게 조사를 해서 미처 군사님께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당황했고 제갈귀호는 적화대주가 준 서찰을 펼쳐 읽었다.
‘龍’
서찰에 용천회의 직인도 있었다.
내용을 읽던 제갈귀호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을 이렇게 풀어간다고? 하하하하, 그 늙은이들이 제대로 준비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