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7
정도를 무엇이라고 여기는 거요? (4)
용천회의 직인이 찍힌 서찰을 본 제갈귀호의 웃음에 다들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곧 제갈귀호의 입이 열렸다.
“흑해도문주 영수청이 왜구를 포섭해 하북 해안을 약탈했고 그와 관련된 이들의 목을 베어 무림맹으로 보낸다? 이것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제갈귀호는 서찰을 접고 적화대주를 쳐다봤다.
“적화대주.”
낮게 깔린 음성에 내공이 실려있었다.
“예, 군사 어른.”
“그대가 보기에 이 기록이 어떠한가?”
서찰을 내밀었다.
“…. 예?”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이 일의 모든 배후에 용천회가 있다는 걸 모른다고 보느냔 말이다!”
“네? 거기에 적힌 대로 흑해도문이···.”
쾅!
“내가 직접! 하북까지 온 게 진짜 겨우 모용세가에 벌을 주러 왔다고 보느냐!”
제갈귀호의 내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녀석들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바람에 늘 눈앞에서 놓쳤지.”
“….”
“허나 이제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적화대주 조운은 미동도 없이 제갈귀호를 바라봤고 제갈귀호는 허공에 손짓했다.
“구호야.”
“예, 주군.”
허공에서 신형이 하나 내려오더니 제갈귀호의 손에 서찰을 건네줬다.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그 말을 하고 다시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엇입니까?”
“일 년 전부터 하북 지역에 첩자를 심어뒀다. 흑사회 본산에 숨어들어 정보를 빼 오게 했지. 그리고 이것은 용천회가 흑사회와 이 일을 꾸몄다는 증거다. 그 과정에서 모용세가에게 왜구를 포섭하도록 미끼를 던졌고.”
적화대주는 깜짝 놀라며 서찰을 받아 보는 데 정말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어디서 만났고.
누구와 접선했고.
어떤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 건지.
용천회는 일 처리가 치밀했기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파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제갈귀호가 파견한 조사대가 첩자로 침입해 증거를 빼돌려 가져온 거였다.
“용천회 그 늙은이들에게 전해라. 이 일에 관련된 책임자들을 모조리 불러들여 책임을 묻겠다고, 이번에는 빠져나갈 구멍은 없을 거다.”
“…. 진심이십니까?”
“살면서 지키는 선이 있다! 용천회는 어찌 정파라는 이름을 걸고 사파처럼 행동하는 것이냐!”
용천회의 늙은이들이 하는 짓은 명백한 사파 짓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무림맹에서 권한을 가지는 것은 ‘힘’이었다.
용천회주 혁련서권이 가진 중원의 영향력.
뒤에서 수작을 부려도 흔적을 귀신같이 지워버리는 서문가후의 책략.
혁련서권은 화경에 오른 고수이자 전대 무림 맹주로 강호에서 은퇴하지 않고 단체를 만들었다.
그 아래는 여러 세가들의 지지와 협객으로 알려진 혁력서권에 대한 양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맹에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용천회가 모용 가주가 병상에서 일어났다는 걸 아느냐?”
적화대주 조운의 눈은 커졌다.
용천회가 모용 세가를 움직이려는 이유는 모용상이 병상에 누워있기 때문이었다.
동북의 패자.
모용 세가를 오대 세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모용상이 일어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용 가주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일을 꾸몄을 터인데 이제 어찌할 거냐? 모용 가주가 일어났다면 이 일로 모용 세가를 이용한 용천회를 지지하는 것을 철회할 거다.”
“….”
“가서 전하거라, 판이 뒤집혔다고.”
적화대주 조운은 데려온 이들과 밖으로 나갔다.
“모용 세가도 그만 돌아가 봐도 좋다. 가주가 깨어났으니 인사를 한 뒤, 처벌은 후에 다시 내리도록 하겠다.”
모용두와 모용화도 포권을 올린 뒤에 대회장에서 나가는데 모용두가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호화회에서 보자, 여기서 겪은 수모를 반드시 갚아주마.]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들이 나가자 제갈귀호는 의자에 앉았고 적화대주 장우문이 물었다.
“용천회가 정말 흑사회와 일을 꾸몄다는 겁니까?”
“그래.”
“그러면 이것으로 용천회를···!”
“… 이것으로 용천회를 끊어낼 수는 없을 거다. 그보다 깊은 뿌리를 뽑아내지 않는 이상, 가지를 치고 또 빠져나가겠지.”
제갈귀호는 낙담한 표정을 지었고 그때 송삼현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왜 그러느냐.”
“제가 정보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보시겠습니까?”
*
어젯밤, 무조가 갑작스럽게 내가 지내는 객잔으로 찾아왔었다.
‘주인이시여, 이번 일에 용천회가 흑사회와 접촉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용천회가?’
‘예, 그래서 그에 관련된 자료와 용천회가 그동안 흑사회와 밀약을 맺고 해온 정보를 모아서 왔습니다.’
‘이것을 왜 이곳까지 와서 건네주는 것이냐?’
‘내일 이곳에 올 자가 있습니다. 그자를 이용하면 능히 용천회의 목을 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무조가 주고 간 용천회가 흑사회와 관련된 모든 증거.
무조는 내가 제갈귀호와 만날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서 나에게 이 정보를 준 것이다.
그를 이용해 용천회를 공격하라고.
‘정말 귀신 같은 자라니까.’
제갈귀호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뚫어져라 봤다.
“정보?”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허공에 대고 불렀다.
“무무야.”
그러자 붕대를 감은 아이의 신형이 날아왔고 남궁효우와 팽도형은 깜짝 놀랐다.
스윽.
무무는 내가 부탁한 것을 들고 왔다.
“그게 무엇이냐?”
“용천회와 흑사회가 꾸민 일입니다.”
“그것은 이미···.”
“그들이 흑사회와 한 모든 일입니다. 이번 일만이 아니고 전에 있었던 일까지요.”
전쟁을 막기 위함과 정파가 정파답기 위해선 부패에 찌든 그 늙은이들을 도려내는 것이 먼저였다.
‘내게는 아직 용천회와 맞설 만한 영향력이 없으니 제갈귀호를 이용해 용천회를 무너트리자.’
제갈 귀호는 내가 준 서찰을 받아 그곳에 적힌 내용을 보더니 두 눈이 커졌다.
“이것을 어찌···.”
제갈귀호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난 웃음으로 화답했다.
“강호를 돌아다니다 보니 듣는 귀가 생겨서요.”
*
대회장의 일이 끝나고 밤이 되자 난 제갈귀호와 황화부 뒤뜰에 있는 정원을 거닐었다.
“백의검룡이라, 좋은 별호를 얻었구나.”
“과분한 별호지요.”
제갈귀호는 연못 앞에 멈춰서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런 세세한 정보는 너 혼자서 모으지 못했을 거다. 어떤 자들이 도움을 줬는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그건 비밀입니다.”
“하하하하! 이 어린놈이 무슨 비밀이 이리 많을꼬. 정보조직도 숨기고 경지도 숨긴다?”
“강호에서는 자신의 실력 삼 할을 숨기라는 격언이 있지 않습니까.”
제갈귀호와 나란히 연못에 뜬 달을 봤다.
“모용이 왜 저리 변한 거 같으냐?”
“변한 것은 일부 사람이지, 모용 전체가 변하진 않았다고 봅니다.”
아무리 모용 세가가 정도에 어긋난 짓을 저질렀다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가담했다고 봐선 안 됐다.
무엇보다 협의의 대표적인 인물인 모용상이 깨어났으니 그 후에 변화가 일어날 거다.
“…. 넌 정말 열다섯이 맞느냐?”
“예.”
“무슨 세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제갈귀호는 내 칭찬을 멈추지 않았고 난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재빨리 질문했다.
“군사님, 이번 기회에 용천회를 누를 수 있을까요?”
“완전히 뿌리를 뽑지 못하지만, 네가 준 정보까지 하면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누그러트릴 순 있겠지.”
“더 많은 정보가 있으면요?”
“네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느냐?”
아직 무조가 건네준 진짜 패는 꺼내지도 않았다.
“용천회가 흑사회와 관련된 것이 아닌 용천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정보지요.”
“….”
“혁련세가와 서문세가가 하북에서 벌이는 일, 그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무엇이냐?”
“그 전에 한 가지 약조해주십시오.”
“무엇을? 내 손녀딸이라도 달라고?”
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후에 제갈세가의 진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진법을?”
“예, 앞으로 강호행을 하다 보면 진법을 부리는 적들을 만날 공산이 큽니다. 그래서 그 전에 진법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
검술에는 부족함이 없는 내게 부족한 것은 진법이었다.
저번 삶에서도 진법 때문에 여러 번 고비를 겪었기에 이번에는 그것을 이겨내고 싶었다.
“네가 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라면 내가 친히 가르쳐주마.”
허락을 얻고서야 내 입이 열렸다.
“벽력탄.”
내 입에서 나온 말에 제갈귀호의 두 눈이 커졌다.
“…. 다시 묻겠다. 네가 말한 것이 벽력탄이 맞느냐?”
“예, 그렇습니다.”
훗날 일어날 전쟁에서 흑사회가 벽력탄을 제조해 정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내 눈으로 봤었다.
그렇기에 이번 삶에서는 그것이 제조되어 정파 무림인들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것을 막고 싶었다.
“양봉산에 벽력탄의 원석이 있습니다. 혁련세가와 서문세가가 이 년 전부터 그것을 얻기 위해 하북에 드나들었고 이를 안 하북 팽가가 제지하자 모용 세가까지 끌어들인 것입니다.”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제갈귀호에게 줬다.
“이것이 그거에 관련된 정보입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정보에 제갈귀호는 생각에 잠겼다.
“아까 전에는 왜 안 보여준 것이냐?”
“보는 이들이 많았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벽력탄은 쉽게 입에 올리면 안 되는 말이니까요.”
“신중하구나.”
“그래야 강호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제갈귀호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 이런 정보를 이리 아는 단체는 몇 군데 안 되지. 그리고 네가 아까 부른 무무라는 아이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았고···. 혹, 무조와 어떤 관계냐?”
제갈귀호는 단번에 어디서 온 정보인지 눈치챘다.
정보의 정확도, 그리고 ‘무’자의 이름을 쓰는 조직은 중원 천지에 한 군데밖에 없었다.
더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친우입니다.”
“허허허, 나조차도 무조를 쉬이 보지 못하는데 벗이라?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이 정보면 용천회의 뿌리인 혁련과 서문을 처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벽력탄 제조가 확실하다면 가문이 멸문지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었다는 증거는?”
증거가 없으면 안 됐다.
자신들이 아니라고 발뺌하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힘든 일이니까.
그러나 그것도 나에게 정보가 있었다.
“하북 석가장 정당현에 용천회가 관리하는 창고가 있습니다. 그곳에 벽력탄의 원석이 있고 제조는 흑사회 쪽에서 하지요.”
“그놈들이 엮인 구조구나.”
“예, 정파의 탈을 쓰고 있으니 벽력탄을 실제로 만들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흑사회의 손을 빌리는 거지요.”
“그 망할 늙은이들이 벽력탄을 만들어서 뭘 하려고.”
무조를 얻은 건 진짜 잘한 일이다.
내가 저번 삶에 기억하는 것은 내가 경험한 일들과 큰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저번 삶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도 무조를 통해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다.
“좋다! 이 일을 조사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 너에게 친히 진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우선, 지금 할 일은 일찌감치 무림에서 용천회의 그늘을 치워버리는 거였다.
“그나저나 너 내 손녀 만나볼 생각은 없느냐?”
“…. 갑자기요?”
“이리 보는 눈이 뛰어나고 경지도 높은 협객이라면 내 손녀의 배필로서 인정하마. 어떠냐? 내 손녀는 이 세상에서 제일 곱단다.”
당용호도 그렇고 제갈귀호도 그렇고 왜 이렇게 가문이랑 엮으려고 하는 거냐.
*
마교의 본산이 있는 천산 산맥.
많은 마인들이 모여 사는 곳은 엄연히 경계선이 그어져 있었다.
천산 산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신궁’ 이곳은 천마의 궁이었다.
휘이이잉.
사시사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그곳으로 매 한 마리가 날아서 창문으로 갔다.
“흑오야.”
그 매는 창가에 앉은 한 사람에게 가 애교를 떨며 몸을 부볐다.
검은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였다.
“세상 구경은 어땠느냐?”
탓.
그가 지내는 방에 신형 하나가 나타났다.
“소교주님,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교주께서?”
“예, 오늘 폐관에 들어가시는 날이니 속히 오라고 하십니다.”
“알겠으니 물러가거라.”
“존명!”
그는 천월신교의 소교주, 독고룡.
“…. 난 언제쯤 너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흑오야.”
훗날 중원 무림을 혈겁으로 물들이는 악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