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50
흑해도문 (3)
황화부 해안.
멀리서 왜구의 배가 보이자 주변을 정리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왜구들이 다시 온다!”
“아이들부터 숨겨!”
“아이들이랑 여인들부터! 남자들은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를 해라!”
관군들은 지부 대인의 명에 따라 배에 창을 겨누었다.
스르르륵.
그러나 그곳에서 내린 사람들을 보고 관군들의 창은 내려갔다.
내리는 이들은 왜구들에게 납치된 이들이었다.
“무림맹 무사님들이 해내셨구나!”
“아버지! 저기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무림맹 무사들이 많은 이들의 감사를 받으며 내리는 사이, 난 도화의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갔다.
“천천히 걸으셔도 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으나 놀라서 아직 다리에 힘이 없기에 내가 부축했다.
그렇게 땅에 발을 내딛자.
“어머니!”
도화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겨 대성통곡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울며 도화를 꽉 끌어안았다.
[무정아, 우리는 그만 자리를 피해 주자.]
[네, 주군.]
나와 선무정은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오라버니!”
나를 부른 도화는 내 품에 안겼다.
“왜 우느냐, 약조대로 너의 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고마워요···. 고마워요···.”
도화의 진심 어린 말에 주변 사람들의 이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그때, 구출된 이들은 뭐라고 얘기하더니 주변 이들이 모두 놀랐다.
“그 왜구들을 송 대협이 혼자서 다 죽였다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난 조심스럽게 도화의 뻗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말했다.
“울지 말고 웃거라, 기쁠 때는 더욱이 그래야 한다.”
“네···. 네! 꼭 그럴게요.”
“거봐라, 웃으니 얼마나 예쁘냐.”
그렇게 도화를 보며 웃는 사이, 주변에 구출된 이들이 다가왔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황화부에 오시면 꼭 저희 가게로 와주세요. 송 대협께는 평생 돈은 일절 받지 않겠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고 객잔 위 지붕으로 시선이갔다.
그곳에 있던 흑의인이 급하게 신형을 날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흑사회 녀석들인가.’
*
그 흑의인이 간 곳은 흑해도문이었다.
흑해도문은 황화부를 비롯해 하북, 산둥, 강소 인근에 첩자를 심어뒀다.
첩자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빼 와 약탈도 하고 왜구들에게 정보를 팔아넘기며 이문을 챙기는 것이 그들이 사는 방식이었다.
“가융도 부문주가 이끄는 을 선단이 관군의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그 보고에 흑해도문은 난리가 났다.
가융도가 이끄는 을 선단은 흑해도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단이었다.
“부문주는?”
“제가 지켜본 것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배에서 내려지는 시신들이었습니다.”
흑해도문주 영수청은 그 보고를 듣고 주먹이 떨렸다.
“관군이 쫓아온 거냐?”
“….”
“어서 말하라!”
“그, 그것이···. 한 명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영수청은 믿기지 않았다.
흑해도문의 선단 하나가 단 한 명에게 격파를 당하다니.
“…. 한 명?”
“그렇습니다.”
콰아아아앙!
그가 쥐고 의자 손잡이가 산산조각이 났다.
“누구냐!”
“백의검룡이라는 자입니다!”
“백의검룡?”
“그렇습니다!”
백의검룡 송삼현.
흑사회에서 보낸 보고를 통해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콰아아아앙!
영수청은 의자를 날려버리며 분노를 폭발했다.
“당장 흑해도문의 전원에게 알려라! 우리는 백의검룡 송삼현이 죽을 때까지 그를 추격할 것이다!”
*
흑해도문이 황화부를 습격하고 다음 날, 무림맹 분타에 있을 무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묵호대와 제갈귀호는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그들이 떠난다고 하자 황화부의 모두가 배웅을 나왔다.
지부 대인은 제갈귀호와 인사를 나눴다.
“이리 도움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상황이 괜찮아지면 제가 나중에 합비로 찾아가 맹주께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리하실 것까지는 없으십니다. 제가 맹주께 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갈귀호는 타고 온 마차에 올랐고 그를 호위하는 묵호대는 자리를 잡았다.
나도 뒤에서 말을 타고 따라가기로 해서 선무정과 같이 갈 준비를 했다.
“아까 객잔에서 만두를 많이 사더니 어디 갔느냐?”
“사람들에게 좀 나눠줬습니다.”
“잘했다.”
“저도 저 먹을 것만 챙기는 인색한 놈은 아닙니다. 주군!”
그렇게 가려는 데 멀리서 도화가 인파를 뚫고 나에게 왔다.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다음에도 꼭 황화부로 오세요. 그때는 제가 만두 사드릴게요!”
“알겠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제일 먼저 너부터 찾아가마.”
스윽.
“이거 받으세요! 제가 만든 거예요!”
도화가 준 것은 꽃으로 만든 팔찌였다.
“어제 급하게 만들어서···. 이상해도 받아주세요!”
손을 내밀자 도화는 조막만 한 손으로 팔찌를 채워줬다.
“고맙구나. 소중히 간직하마.”
“네!”
도화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그렇게 황화부를 떠났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이동한 뒤에 제갈귀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제갈귀호가 탄 마차에 가기 전에 묵호대주 장우문이 막아섰다.
“잠시 군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알겠다.”
길을 터주자 그제야 마차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군사 어른.”
제갈귀호는 마차 안에서 서찰을 읽다가 나를 봤다.
“왜 그러느냐.”
“저는 잠시 다른 곳에 볼일을 본 뒤에 따로 합비로 가겠습니다.”
“볼 일?”
“예. 연대에 볼일이 있어서요.”
연대라는 말에 제갈귀호는 넌지시 물었다.
“흑해도문이냐?”
제갈귀호는 단번에 꿰뚫어 봤다.
숨길 필요도 없었기에 대답했다.
“예.”
“… 너 혼자서 흑해도문을 멸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가겠다고?”
흑해도문은 사파에서도 알아주는 문파였다.
인원만 해도 수백 명이 있었고 그들을 이끄는 문주 영수청은 초절정 고수였다.
“괜찮습니다.”
“괜찮다?”
“그들 중 누구도 저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무공 실력만 믿고 건방져 보일 말이었으나 제갈귀호는 웃음을 지었다.
“허나 명심하거라, 그들도 그곳에서 수십 년을 지낸 사파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일을 마치면 합비 무림맹으로 나를 찾아오거라.”
“그리하겠습니다.”
제갈귀호는 그리하라고 했고 그다음은 남궁효우에게 갔다.
“매형, 저는 잠시 볼일을 보고 합비로 가겠습니다.”
“급한 일이냐?”
“예, 그렇습니다.”
“알았다. 합비로 오면 무림맹 묵호대로 찾아오거라.”
“그리하겠습니다.”
남궁효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가 나보다 높은 경지를 이뤘으니 어찌 내가 너의 길을 막겠느냐.]
[…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의 윗사람으로 한마디를 하자면, 다치지 말고 오거라, 네가 다친다면 송 소저를 볼 낯이 없으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돌려 선무정에게 갔다.
“가자.”
“예, 주군.”
그렇게 우리는 대열에서 나와 연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흑해도문을 없애는 것은 조금 나중에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그들은 더 미룰 수 없는 존재들이다.’
훗날 전쟁에서도 그들은 동쪽 바다의 통제권을 잡으며 보급로나 정파의 지원군들을 바다에 수장시켜 많은 피해를 줬었다.
내가 목표로 한, 혈겁을 막는 일.
그것을 위해서라도 흑해도문의 멸문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
두 사람이 대열을 이탈한 걸 본 장우문은 제갈귀호가 있는 마차로 슬쩍 다가가 물었다.
“저렇게 보내도 되겠습니까?”
“저 아이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 줄 아느냐?”
“연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연대에 무엇이 있더냐?”
“무림맹 연대 분타에 볼일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닐 테고···. 연대 북쪽에 흑해도문이 있지요.”
“그래, 저 아이는 그곳을 없애려고 가는 것이다.”
장우문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흑해도문은 한 사람이 무너트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없애려고 했으나 육지가 아닌 섬에 있어 어렵지 않았습니까.”
흑해도문이 있는 연대 북쪽 섬, 흑해도.
그곳에 관군들이 토벌 작전도 하려고 했으나 거센 해류 탓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지, 맹에서도 몇 번 토벌하려고 했는데 실패했고.”
육지라면 모를까.
섬에 있는 문파를 토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한 명이 흑해도문을 멸문이라니···. 아무리 송 대협의 경지가 높다고 한들 자칫 이란격석(以卵擊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란격석은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치는 뜻이었다.
아무리 송삼현이 고강한 무공을 지녔다고 하나 혼자서 수십 년 동안 뿌리를 내린 문파 하나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백의검룡의 검은 흑해도문의 심장을 꿰뚫을 것 같단 말이지.”
“…. 확신이 있으십니까?”
“강호에서 살아가는 자가 어찌 확신이 있겠느냐. 단지 느낌이 있다는 거다.”
제갈귀호는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강호의 인물들을 만났다.
후기지수부터 시작해 강호에서 절대 고수로 불리는 자들까지 보며 사람 보는 눈은 누구보다 깨어있다고 자부했다.
송삼현.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후기지수.
허나 여타 다른 후기지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무엇보다 섣부르게 움직일 자가 아니다. 무조의 정보력까지 있으니 어쩌면 흑해도문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송삼현의 옆에 있는 무조라는 존재.
제갈귀호는 강호에 오랫동안 살며 그들의 정보력이 천하 제일을 다툰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송삼현이 어떻게 그들을 끌어들였는지는 모르지만, 무조가 있다면 무리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저 녀석이 어떻게 흑해도문을 토벌하는지 직접 보고 싶지만, 맹의 일 때문에 얼른 가봐야겠다.”
“누가 안 가봐도 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미 천인부가 따라붙었으니 무슨 일이 있다면 나에게 기별이 올 것이다.”
천인부는 제갈귀호가 수족처럼 부리는 이들이었다.
제갈귀호가 어딜 다니든 따라다니며 신기에 가까운 은신술을 부리는 이들이라 보통 이들은 찾지 못했다.
“천인부가 따라갔다면 다행이군요.”
“위험한 상황이 되면 개입하라고 했으니 됐다. 우리는 맹으로 돌아가는 것만 집중하자.”
“예, 얼른 가서 용천회 놈들 팔다리부터 잘라야지요.”
“이 정보만 있으면 뿌리까지 뽑아낼 수 있을 거다.”
송삼현이 전해준 정보, 이것만 있다면 용천회의 뿌리를 뽑는 것도 가능했다.
‘그나저나 궁금하구나, 과연 어찌할 것인지.’
제갈귀호는 길을 가면서도 궁금했다.
과연 정말 송삼현이 흑해도문을 멸문시킬 수 있을지.
‘만일 정말, 네가 흑해도문을 멸문시킨다면 너의 이름은 강호에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널리 퍼질 것이다.’
멀리 사라지는 송삼현의 모습을 보던 제갈귀호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
그 시각, 요녕성 심양에 있는 모용세가.
가주의 처소에 모용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아버···.”
말을 다 하지도 못한 모용두의 얼굴 옆으로 화로가 던져졌다.
쾅!
어느덧 기운을 차린 모용상이 침상에서 일어나 모용두에게 걸어갔다.
스르르르르륵.
그의 몸 밖으로 퍼지는 내공은 서서히 모용두의 몸을 옭아맸다.
“네가 한 짓이 얼마나 그릇된 짓인지 알고 있느냐?”
“…..”
“말을 하지 않는 것 보니 너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이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용두는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도를 걷는 이가 양민들에게 피해를 준 죄는 평생 씻지 못할 죄악이다.”
“허나 저는 모용세가를 위해서···.”
모용 세가를 위한 일이라고 하자 모용상의 기운은 더 짙어졌다.
“그것은 모용을 위한 일이 아니다! 모용을 중원 최고의 세가로 만들겠다는 뜻은 알겠으나 방식이 그릇되지 않았느냐!”
모용상은 모용두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쌌다.
“어릴 때는 그리 총명하던 녀석이 어찌 그리 엇나갔느냐.”
“… 아버지.”
“네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장로는 이미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빙옥에 가뒀다.”
모용두는 깜짝 놀랐다.
빙옥은 차가운 냉기가 가득한 감옥으로 중죄를 지은 자들만 가는 곳이었다.
차가운 냉기를 못 이겨 죽어 나가는 이들도 있어 이 형벌은 모용세가에서도 높은 수위의 형벌이었다.
“아, 아버지.”
“너도 빙옥에 갇혀 죄를 뉘우치게 될 것이다.”
“아버지!”
“호법 당주는 들라!”
모용세가의 호법 당주 모용운이 들어왔다.
“가주를 뵙습니다.”
“모용두를 한 달 동안 빙옥에 가두어라!”
“네!”
“아버지! 어찌 빙옥에 들어가라고 하십니까! 아버지!”
모용상은 끌려 나가는 모용두를 보지 않았다.
“네가 그곳에서 살아서 나온다면 그때 다시 기회를 주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기에 더 냉정하게 대했다.
다시는 엇나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