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51
흑해도문 (4)
산둥성 연대.
연대는 산둥성에서 뱃길이 가장 발달 된 곳으로 매일 배들이 오갔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물건들도 많아 저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우인 객잔’
연대에서 제일 큰 객잔으로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대표적인 곳에서 나는 선무정과 나란히 밥을 먹었다.
“무무가 언제쯤 돌아올 것 같습니까?”
흑해도문에 관련된 정보를 위해 이곳에 오기 전, 무무를 무조에게 보내놨다.
“적어도 이틀이나 사흘 안에 도착할 거다.”
“그렇게 빨리요?”
“적수산 인근에서 보냈으니 지금쯤 오고 있겠지.”
무무가 오기 전까지는 이 객잔에 머물면서 정보를 취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주위에서 사람들이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할 때, 난 흑해도문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말에 집중했다.
“흑해도문이 이번에 동쪽에서 건너오는 배 한 척을 약탈했다고 하더군.”
“그놈들은 변하질 않아. 평생 그렇게 노략질만 하고 사는 놈들이니.”
“사람까지 납치해서 판다는 소문도 무성하잖아.”
“연대에서 지내서 다행이지, 하북은 아예 쑥대밭이 되었다지 뭔가.”
흑해도문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인근에 흑해도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연대를 지키는 무림맹과 관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흑해도문이 바다에서 신출귀몰한다고 하지만 육지에서는 무림맹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까.
“무정아, 너는 이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흑해도문의 대한 정보를 모아라, 어떤 것이든 좋다.”
“지금요?”
스윽.
“거기에 은자 열 냥이 들어있다. 마음대로 쓰거라.”
“네! 주군! 제가 모든 정보를 알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선무정은 밥을 다 먹은 뒤에 객잔을 나섰고 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셨다.
그렇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중, 누군가 내 앞자리로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
“누구요?”
“어머, 벌써 제 얼굴을 잊어버린 거예요?”
목소리의 굵기, 풍기는 향기를 맡고, 누구인지 알았다.
“그렇게 역용을 하면 어찌 알아본단 말이오. 명월루주.”
역용술을 한 명월루주였다.
“역시 단번에 알아차리시네요.”
“역용 실력이 상당하오.”
“밖에 돌아다닐 때는 역용술이 버릇이라서요. 처음에는 미숙했지만, 하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이오? 낭방에 있는 거 아니었소?”
“명월루는 어디에나 존재하지요.”
그녀는 가져온 차를 마시며 나를 바라봤다.
“대협이 이곳에 온 거라면 흑해도문이군요.”
“… 내가 이곳에 올 줄 알고 있었소?”
“어느 정도 예상 범주에 있었습니다. 용천회의 꾐에 넘어가 모용세가가 왜구를 포섭하기 위해 접촉한 곳이 흑해도문이니까요.”
하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시작은 흑해도문이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나면 대협이 흑해도문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명월루주는 내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 온 연유가 무엇이오? 나를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네? 당연히 대협을 보러 왔지요.”
그녀의 말에 난 헛웃음을 지었다.
“농을 하지 말고 속내를 말하시오, 나에게 원하는 게 있어 이리 온 거 아니오.”
“역시 제가 사람 하나는 잘 보지요? 이리 눈치가 빠르시다니, 대단하세요.”
“…. 어서 말이나 하시오.”
명월루주는 만두를 하나 집어 먹으며 말했다.
“먼저 말씀드릴 건 그들이 있는 섬으로 가려면 선착장으로 가야 합니다.”
“선착장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소.”
“어디 있는지도요?”
그걸 몰라서 무무를 무조에게 보내 알아 오라고 했다. 흑해도문의 모든 정보와 같이.
“… 그대는 알고 있소?”
“그럼요. 흑해도문은 우리 명월루에도 자주 찾아오는 고객이니까요.”
명월루가 많은 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나 흑해도문까지 상대하는 줄은 몰랐다.
내가 가만히 보고 있자 명월루주는 웃으며 말했다.
“말해드릴까요?”
“상관없소, 나도 알아보는 중이라.”
“그렇지요. 당신에게는 무조가 있으니까요.”
명월루의 정보력도 좋지만, 무조는 그 이상이었다.
명월루주는 가만히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특별히 아무것도 안 받고 말씀해드릴게요.”
“정말이오?”
“그럼요. 대신 한 가지 약조만 들어주시면요.”
“약조라면? 어떤 거를 말하는 거요?”
“흑해도문의 창고를 보시면 명월루와 거래한 장궤가 있을 겁니다. 그것만 저희에게 넘겨주시면 흑해도문으로 통하는 길을 알려드리지요.”
그 정보가 뭐길래 그런 것을 알려준다는 걸까.
조금 의심이 되긴 했다.
명월루에게 불리한 정보라도 흑해도문이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정보가 뭐요?”
“그걸 알려드릴 순 없지요. 장소도 제가 알려드리는 건데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대들이 직접 가지러 가지 못하는 거니 내게 부탁하는 거 아니오?”
내가 아니면 달리 부탁할 곳이 없으니 이리 나오는 거겠지.
“예리하시네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상황이요.”
“말씀드리자면 거기에 하북 팽가와 모용 세가의 정보를 판 내용이 적혀 있거든요.”
세가의 정보를? 이 사람들 아주 정보를 팔아먹는데 미쳤군.
“… 미쳤군, 아무리 정보를 사고파는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일반 세가도 아닌 오대세가의 정보를 그렇게 팔다니.”
“네, 그래서 그들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 정보는 저희가 회수하려고요.”
명월루주의 말에 한 가지 궁금한 걸 말했다.
“왜구 사태에···. 그대들이 관여했소?”
내 말에 명월루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대답했다.
“아니요. 저희는 그저 정보만 사고파는 자들입니다. 고객이 원하면 정보를 주는 거지요.”
그들이 강호를 사는 방식은 정보를 사고파는 것이지 그 이상의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다면 그 결과는 ‘죽음’ 뿐이었으니까.
“어때요? 저희와 한 번 더 거래하시겠어요? 이번에는 제가 대협께 의뢰하는 겁니다.”
가만히 명월루주의 눈빛을 봤다. 눈을 피하지 않았고 거짓이 없는 눈빛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무조의 정보가 곧 올 텐데 이리 저와 손을 잡아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 문파를 상대하는 일이니 여러 곳의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방도요.”
그제야 명월루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흑해도문의 입구는 함부로 찾을 수 없습니다. 허락받은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 정도는 알고 있소.”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요?”
“흑해도문을 없애려는 게 정말 왜구를 포섭해 양민들을 약탈한다는 이유 때문인가요?”
그것이 이유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훗날 일어날 전쟁.’
그 전쟁에서 흑해도문은 마교와 사파 연합에서 바닷길을 책임지며 정파의 보급로와 지원군을 바다에 수장시켜버렸다.
그렇기에 살려둬선 안 됐다.
훗날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흑해도문의 멸문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겠소?”
그러나 훗날 일어날 일은 나만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것을 말할 날은 훗날 기회가 오겠지.
“그렇군요.”
“어서 말해보시오, 그들이 지키는 선착장이 어디요?”
명월루주가 그곳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말해줬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한 가지 정보를 더 드릴게요.”
또 준다는 말에 그녀를 가만히 보자.
“흑사칠견의 오견과 육견, 그들이 그곳에 와있습니다.”
뜻밖의 정보를 들었다.
*
며칠 뒤.
연대 북쪽 폐가 지역, 그곳에는 버림받은 부두가 하나 있었다.
“흐아아암.”
그곳을 지키는 무사들은 네 명이 있었다.
“다음 번들은 아직 인가?”
“한 식경은 더 있어야 하네. 지루해도 조금만 더 참아.”
“얼른 들어가서 술이나 마시고 싶군. 이건 너무 따분해.”
그들은 흑해도문의 무사들이었다.
지키는 곳은 흑해도문과 통하는 길이었고 사전에 허락받은 이들만이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밀이라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저벅.
“응?”
발소리가 들리자 무사 한 명이 하품하다 정면을 봤다.
모래사장을 지나 부두 다리에 오른 것은 송삼현이었다.
“멈추거라! 사전에 허락받지 않는 자는 이 다리에 오를 수 없으니 내려가거라!”
그 말에 송삼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려가···.”
내려가라고 외치려고 했으나 이미 송삼현은 경공을 펼쳐 그들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뒤였다.
‘뭐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
그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고 송삼현의 말에 집중했다.
“흑해도문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
“의뢰하려면 이곳이 아니라 저 산으로 가야지.”
“여기가 제일 빠른 길이라던데.”
“어린놈이 말하는 본새 보소. 흑해도문은 너 같은 어린애랑 놀아줄 한가한 곳이 아니니 돌아가거라.”
비웃는 자들이 있었고 송삼현은 검을 출수해 제일 앞에 있던 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볼 일이 있다니까 어딜 돌아가라는 것이냐.”
목을 베자 다른 이들이 검을 잡으려고 했으나 송삼현은 그 전에 나머지 세 명도 베어버렸다.
휘이이익.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물속에 숨어 있는 이들이 비도를 날렸고 검집으로 쳐냈다.
퉁.
바닷속에 잠수했던 이들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흑해도문에 싸움을 건 자들은 평생 장강수로맹에 쫓기게 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 그 씨를 말리는 데 너는 그래도 싸우려고 하는 건가?”
반검의 자세를 취했다.
“상관없다. 그것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전쟁을 막고자 하는 목표는 세우지도 않을 거다.”
“전쟁을 막아···? 그게 무슨 소리냐.”
“더 할 말은 없다. 궁금하면 죽은 뒤에 원귀가 되어 보고 있거라.”
푸른 검강을 두른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휘이이익!
‘천무 1식 개벽.’
검강이 둘린 검은 바다를 갈랐고 잠수하고 있던 이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검격으로 인한 파도가 흑해도로 향했고 곧 흑해도의 경계 지역에 근무하던 무사들을 덮쳤다.
쿠구구구구궁!
나무가 꺾이고 건물들이 무너지는 거대한 소음에 흑해도문의 모든 이들은 깜짝 놀랐다.
“조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까?”
앉아서 쉬던 경계 조장은 신형을 날려 감시탑 꼭대기에 올랐고 보이는 풍경에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재해가 일어난 것처럼 모든 게 바다에 삼켜졌다.
나무가 뽑히고 건물이 무너진 모습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또 다른 것을 봤다.
저벅.
저벅.
바다 위를 태연하게 걸어오는 송삼현이었다.
백의에 청철로 된 검을 들고 있는 무인.
경계 조장은 여러 번 강호에 대한 보고를 받았기에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백의검룡? 저자가 왜 여기에!”
그리고 곧장 경계 조장은 비상탄을 쏘아 올렸고 확음술(擴音術)로 이 상황을 흑해도 전역에 전파했다.
- “흑해도문의 전원에게 알린다.”
흑해도 전체에 그의 말이 전해졌다.
쉬고 있던 자들.
수련하고 있던 자들.
모두가 집중했다.
- “흑해도문으로 침입하는 자가 있다. 정체는 백의검룡으로 파악, 무서운 기세로 우리의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
흑해도문의 열 개 분파 모두가 그 말을 듣고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 “흑해도문에 싸움을 건 자.”
일제히 사태가 일어난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 “누가 됐든 죽여라!”
송삼현은 걸어가다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모여드는 기척들.
흑해도는 전체가 흑해도문이었다.
열 개 분파의 수백 명의 무인이 지배하는 곳.
임무를 나간 이들을 제외해도 엄청난 수의 무인들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포위한 것을 느낀 송삼현은 왼손에 들고 있던 검집을 손에서 놨다.
퉁.
바닥에 떨어진 검집.
무인이 검집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거나,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절대 검을 거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차피 죽어야 할 놈들, 죽는 시기가 좀 빨리 왔다고 생각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