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54
무림맹 (1)
“흑해도문이 멸문했다고?”
그 소식이 제일 먼저 퍼진 곳은 산둥성 연대였다.
흑해도문이 있는 흑해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고 어젯밤, 흑해도문의 배를 타고 납치되었던 이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저자를 비롯해 이 일대로 쫙 퍼졌다.
“글쎄 작년에 납치된 장가 객잔의 딸이 돌아왔다더군.”
객잔에서는 연신 그 얘기만 나왔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니까!”
“그러면 대체 누가 흑해도문을 멸문 시킨 거야? 관군? 아니면 무림맹? 흑해도문 같은 문파를 없애려면 적어도 대규묘 병력이 투입되어야 할 텐데 그런 조짐은 없었잖아.”
흑해도문 정도의 문파를 없앨 정도면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어야 했다.
적어도 그곳에 있는 무인 수백 명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했으니까.
허나 곧 들려오는 말에 남성은 술을 마시다가 뿜어버렸다.
“한 명이 했다더군.”
“푸흡! 뭐, 뭐라고? 한 명? 대체 누가?”
객잔에서 술을 마시던 이들의 입에서 같은 이름이 나왔다.
“백의검룡 송삼현, 그가 그랬다고 하더군.”
“혼자서 그게 가능한가?”
“나도 듣고 믿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탈출한 이들 모두가 그가 혼자서 했다고 얘기했어.”
“….. 놀랍군.”
“흑해도문 무인들의 시체 산 위에 선 모습이 도깨비처럼 보였다지 뭔가.”
그들이 객잔 일 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 층에 있는 방에서는 송삼현이 명월루주와 만나고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진짜 흑해도문을 혼자서 멸문시킬 줄이야.”
스윽.
“약조대로 그대가 원했던 서찰이요.”
명월루주는 서찰을 받고 활짝 웃었다.
“감사드려요. 그런데 흑해도문의 많은 재물은 어쩌실 거예요?”
“그걸 왜 나에게 묻소?”
“그야 대협이 흑해도문을 멸문시켰으니 흑해도문의 재물과 비급은 모두 대협의 소유가 됐으니까요.”
흑해도문을 멸문시킨 뒤, 송삼현은 무무를 시켜 명월루주가 부탁한 서찰을 빼 오게 하고 재물을 확인했다.
그들이 약탈해서 모아놓은 것이 상당했다.
“다 원래 주인을 찾아줄 거요.”
“이상하네요. 그 물건에 이름이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찾아주겠다는 거예요?”
“그놈들이 기록한 정보가 있소. 몇 월 며칠에 어느 곳을 침입해 어떤 것을 약탈했는지 상세하게 적혀져 있었소.”
흑해도문이 관리한 서찰은 모두 송삼현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명월루주에게 약조한 서찰을 주더라도 흑해도문이 어떤 곳과 거래를 해서 일을 치렀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조심하셔야겠어요.”
“알고 있소, 지금도 내 목을 노리는 놈들이 많을 거요.”
흑해도문과 거래를 한 것을 지우고 싶은 자들과 흑해도문에 우호적인 세력들이라면 송삼현을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태연해 보이시네요?”
“내가 움츠러들 필요는 없소, 그리고 그들이 더 급한 것은 내 목이 아니라 이 근방 바다의 통제권이겠지.”
“……”
“흑해도문이 차지하는 동쪽 바다의 통제권, 그걸 차지하려는 이들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날 거요.”
흑사회는 철저하게 이익을 챙기는 집단, 목숨을 노리기도 하겠으나 대부분은 흑해도문이 영향력을 행사한 곳의 통제권을 가지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보는 눈이 좋으시네요?”
“사도를 걷는 이들의 성격을 알면 그렇게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소.”
“그런데 선무정 소협은 어딜 가셨나요? 보이질 않는데?”
평소라면 옆자리에서 배불리 먹고 있을 테지만, 송삼현은 선무정에게 일을 맡겨놨다.
“그의 경공이 필요한 일이 있어 보내놨소.”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거요.”
선무정은 흑해도문의 수많은 재물을 원래 주인에게 찾아주고 있었다.
무무가 서찰에 적힌 지역을 말하면 선무정이 날라주는 형태였다. 그렇다고 송삼현이 아무것도 안 챙긴 건 아니었다.
재물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나 영약과 비급은 달랐다.
그것들은 다 송삼현이 따로 챙겼고 그중에서 제일 좋은 영약은 지금 품속에 있었다.
‘수해단.’
흑해도문의 영약으로 바다 깊은 곳에서 바다의 기운을 머금으며 자란 거북이가 백여 년의 수명을 다 산 뒤에 육지로 올라와 죽으며 만들어진 영약이었다.
“그러면 저희는 또 언제 보는 걸까요?”
“모르오, 다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내가 찾아가든 이번처럼 루주가 찾아오면 되지 않겠소?”
“그러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시오, 멀리 안 나겠소.”
명월루주는 그렇게 객잔을 나갔다.
*
명월루주와 대화를 끝내고 난 객잔 방으로 들어갔다.
옆 방까지 내가 다 계산해서 이곳에 머무는 자는 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수해단.
이것을 흡수할 생각이었다.
반갑자의 내공과 물속에서 얼마든지 잠수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
수공을 배우는 자들에게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허억. 헉···. 주군! 저 죽을 것 같습니다!”
방문이 열리며 선무정과 무무가 들어왔다.
무무는 역시나 은신술을 펼치며 방 어딘가에 숨었다.
“나눠주고 왔느냐?”
“이틀 전부터 자지도 못하고 계속 날랐습니다.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수고했다. 그리고 좀 챙겼지?”
“그럼요! 애초에 흑해도문에 있는 재물은 저희 것 아니겠습니까! 주인이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 원래 흑해도문에 있던 재물은 다 챙겨서 무조 쪽으로 옮겨뒀습니다.”
이번 일에 무조도 여러 사람을 보내 도와줬다.
그래서 흑해도문의 재물은 무조가 보관하게 했고 사용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사용하라고 했다.
“이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파란 단약은 뭐고요?”
“이것을 흡수할 생각이다. 그리고 너도 이거 받거라.”
수해단 만큼은 아니지만, 흑해도문에 영약이 좀 있었다. 효능이 적은 것들은 무조 쪽에서 보관을 해줬고 그나마 효능이 있는 것은 섭취하려고 가져왔다.
“주과다.”
“주과라면.”
“흡수하면 능히 십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주군!”
“내가 먼저 운기를 시작할 것이니 넌 호법을 서거라.”
“예! 주군!”
“무무야, 부탁한다.”
무무의 은신과 기감이라면 이 주위에 그 누구도 오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안전히 확보되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수해단을 입에 넣고 한 번에 삼키자 바다 내음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스르르르르륵.
그렇게 난 수해단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하북성 끝자락에 있는 흑사회 본산.
거대한 산맥들로 감춰진 그곳은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 다시 고하라, 흑해도문이 어떻게 됐다고?”
흑해도문이 멸문하자 제일 큰 충격을 받은 곳은 흑사회였다.
흑사회에게 있어 흑해도문의 비중은 컸다.
바닷길을 통제하고 왜구와 관계를 맺은 그들이 있으면 많은 일을 도모할 수 있었으니까.
“며칠 전, 흑해도문이 멸문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이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흑사회 천뇌는 그것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 누가 그랬다더냐?”
“백의검룡 송삼현입니다. 그가 혼자서 흑해도문을 멸문시켰다고 합니다.”
천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흑해도문에는 초절정 고수 두 명과 절정 고수들, 그들을 제외하고도 수백 명의 무인이 있는데 혼자서 멸문시켰다는 건 믿기 힘들었다.
“혼자서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흑해도문 하나를 멸문시키려면 적어도 회주님과 같은 경지가 아니고선···!”
천뇌는 전에 송삼현을 만났을 때를 떠 올렸다.
화령신조를 죽이는 무공.
예사롭지 않은 기운.
그때만 해도 초절정의 경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었다.
“예사롭지 않은 이라고는 여겼으나 화경에 도달했는가?”
이 일은 화경이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뇌는 즉시, 방에서 나와 회주가 있는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나왔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회주는 심상 수련 중이었다.
“무슨 일이오?”
흑사회주는 방 안에 가득 채워진 내공을 몸속으로 갈무리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천뇌를 바라봤다.
“수련을 방해해 죄송합니다. 급히 아뢸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회주는 호흡을 가다듬고 땀을 닦았다.
외공을 익힌 듯 단단한 육체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방대한 내공에 천뇌는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니오, 이리 와서 앉으시오.”
회주는 상석에 앉고 천뇌는 의자에 앉았다.
“보고할 게 뭐요? 마교와 다리를 놓는 것을 말하는 거요?”
“아닙니다. 흑해도문에 관련된 보고입니다.”
“흑해도문?”
“그렇습니다.”
“화약을 밀거래하라고 했는데 안 한다고 했소?”
“그것이 아니오라, 흑해도문이 멸문했습니다.”
흑사회주 철패흉의 표정이 굳어졌다.
“… 흑해도문이?”
흑사회 관할에 놓인 흑해도문이 없어졌다는 건 곧 자신들에게 싸움을 건 것과 다름이 없었다.
“생존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누구의 짓이란 말이오?”
“백의검룡으로 알려진 송삼현의 짓으로 파악됩니다.”
“… 백의검룡이라면 전에 천뇌가 말한 자가 아니오.”
“예, 그렇습니다.”
백의검룡 송삼현, 그 이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천뇌에게 모든 권한을 준 뒤에 관심을 끊었는데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또 누구요? 그자와 또 누가 흑해도문을 멸문시킨 거요?”
“….”
천뇌가 말이 없자 흑사회주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혼자 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믿을 수 없군, 흑해도문을 혼자서 멸문을 시킬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니.”
철패흉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자는 분명히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자니 제거를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제가 판을 짜 보도록 하겠습니다.”
“흑해도문을 혼자서 없앴다면 적어도 나와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니 내가 나서는 게 좋겠소.”
그 말에 천뇌는 깜짝 놀랐다.
“… 회주께서 직접이요?”
“이 산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강호의 냄새가 그리워서 말이오.”
흑사회주 철패흉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곧 흑사회가 나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
이틀을 거쳐 영단을 흡수한 뒤에 말을 타고 안휘성으로 향했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멀리서 합비의 거대하고 웅장한 성벽이 보였다.
“저곳입니까?”
“그래, 저곳이 합비다.”
안휘성 합비.
무림맹의 본산이 있는 곳으로 항시 사람들로 들끓는 곳이었다.
74개의 무림맹 분타들이 모여 있어 이곳에 걸어 다니는 이들의 오 할 이상은 무인이었다.
“거리가 굉장히 큽니다.”
“이 청강석으로 이뤄진 거리는 무림맹까지 이어져 있다.”
청강석으로 이뤄진 길의 끝에는 무림맹이 있었다. 거리를 걷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녀자들이 많았다.
“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네요?”
“이곳에 열리는 세가지연 때문일 거다.”
세가지연.
중원 곳곳의 세가들이 모여 화합을 다지는 연회로 일 년에 두 번 정도 열렸다.
세가지연은 각 세가의 가주들이 참석한다면 같이 온 후기지수들은 다른 곳에서 열리는 ‘호화회’에 참석했다.
‘호화회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았구나.’
호화회가 열리기 전까지 엿새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거리를 걷고 도착한 곳은 무림맹의 앞이었다. 장엄한 기운을 풍기는 간판을 비롯해 무림맹을 찾은 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윽.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구친 무림맹의 전각을 보자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저번 삶에서 이십 년 가까이 지냈던 곳이라서 그런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깐 옛생각에 잠겨있자 방문객을 상대하는 접객당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무림맹을 찾아오셨습니까?”
들어가기 위해서는 명부를 기록하고 접객당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예.”
“처음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곳에 찾아온 이유와 자신의 이름이나 별호를 써주시면 됩니다.”
그곳에 이름을 쓰고 별호도 쓰는데 앉아있던 자가 내가 쓰는 것을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 부당주님!”
그러더니 부당주를 찾았고 곧 다가오는 부당주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황진후’
훗날 접객당주가 되어 나와 술을 자주 마셨던 사람이었다.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 전쟁 때, 용천회 놈들에게 한 소리 했었지.
“무슨 일이냐?”
“여기···.”
이름과 별호를 쓴 걸 보여주자 황진후는 깜짝 놀랐다.
“백의검룡 대협이시군요! 무림맹에 어서 오십시오!”
부당주 입에서 백의검룡이라는 말이 나오자 무림맹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