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58
무림맹 (5)
“맹주라는 자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
“맹을 이끄는 자는 강한 무공도 있어야 하지만 핵심은 권력이다. 그 권력은 지지 기반에서 나오지만, 나는 그런 게 없어서 늘 총 군사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지.”
“아닙니다. 맹주, 오히려 맹주가 계셔서 저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요.”
“그리 말해주어 고맙소.”
구창룡은 무림 맹주고 천하에서 인정받는 고수였으나 뒤를 받쳐줄 지지 기반이 없었다.
보통 무림 맹주는 유력 세가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구창룡은 든든한 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인전승의 무공만 익힌 무인이라 견제 세력이 많았다.
“그러니 난 무림맹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갈 인재가 필요하다. 어떠냐? 정도 무림을 대표하는 검이 되어주지 않겠느냐?”
구창룡이 한 제안은 그리운 감정을 건드리며 크게 요동치게 했다.
훗날 무영단을 창설할 때 들었던 말을 이리 들으니 가슴이 뛰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과 이번 삶에서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의 나는 저번 삶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했다.
“저는 제가 지금도 정도 무림을 위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무림맹에 소속되는 것이 정도 무림을 위한 대표적인 길이긴 하오나 그 길이 아닌 다른 길도 있지 않겠습니까? 영광스러운 제안이지만···. 저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무림맹에 소속이 된다는 건 곧 모든 행동이 통제된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 제안을 마음 아프더라도 거절을 해야 했다.
구창룡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 어디서 이런 녀석이 나왔을꼬.”
후기지수들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위해 무림맹에 소속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난 그러한 욕심 자체가 없었다.
저번 삶에서 지겹도록 무림맹의 일을 해봤기도 했고 내가 가려는 길에 제약이 걸릴 것 같았기에 거절하는 것이 맞았다.
이런 나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는 구창룡과 제갈귀호에게 말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무림맹에 소속이 되는 건 훗날에 일을 다 마치고 하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일이더냐?”
구창룡의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저 할 말은 하나였다.
“…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훗날 일어날 전쟁을 막고자 한다는 말을 그 누가 믿어줄까.
“됐다. 너의 뜻이 그렇다면 더 이상 제안하는 건 무의미하겠지.”
“… 죄송합니다.”
“아니다. 너의 말처럼 정도 무림을 위한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굳이 무림맹의 검이 되지 않아도 네가 선택한 길이 정도 무림을 위한 더 나은 길일 수도 있으니 잘 걸어보거라.”
“예, 맹주님.”
구창룡은 오히려 나를 배려해줬다.
이것이 무림을 이끄는 자의 배포구나.
“허나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거라.”
“말씀하십시오.”
“용천회, 그놈들이 조만간 일을 하나 꾸밀 거다. 세가지연에서 벽력탄으로 궁지에 몰리면 분명히 그것을 역전시키려고 무언가를 하겠지.”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었다.
그렇기에 용천회가 벽력탄으로 궁지에 몰리면 분명히 상황을 바꾸려고 일을 도모할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라면 구창룡과 제갈귀호도 어느 정도 생각한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다.
“어떤 일인지 짐작 하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내 말에 구창룡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을 하는 건 제갈귀호의 몫이었다.
“백여 가지의 상황에서 모든 일에 대한 대책은 세웠으나 한 가지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그 한 가지가 무엇입니까?”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저지르질 않을 테니까.”
“….”
“흑사회를 끌어들여 호화회를 급습, 후기지수들을 인질로 삼아 우리를 겁박할 수도 있다.”
제갈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허나 이 계획은 위험부담이 크다. 성공한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질타받을 것이고 정파라는 이름을 다시는 달지 못할 것이니 이 일이 일어날 확률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 천등각에 묵호대와 암호대를 호위로 세울 생각이다. 그러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니까.”
호화회에 모이는 후기지수들은 장차 중원 무림을 책임질 인재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급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뭐가 됐든 내가 제갈귀호에게 준 벽력탄에 대한 정보는 내가 알고 있던 미래를 바꾸기 시작했다.
*
며칠 후, 안휘성 합비의 거리는 고풍스러운 마차들이 유독 많이 돌아다녔다.
“황보세가의 마차입니다!”
“신창양가의 마차입니다!”
“광동 진가의 마차입니다!”
마차는 물론 고급스러운 장식품으로 치장한 이들이 거리에 많아지는 건 오늘이 바로 정도 무림을 지탱하는 세가들의 가주들이 모이는 세가지연이 열리는 날이자 훗날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이 모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호화회’
세가지연은 무림맹 본산에서 열리지만, 호화회는 안휘성 합비에서 제일 큰 호수 옆에 있는 ‘천등각’에서 열렸다.
난 오전부터 제갈귀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천등각에 반 시진 정도 늦게 도착해 입구에 서서 통제하는 무사에게 신분을 밝혔다.
“백의검룡 송삼현이오.”
무인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백의검룡! 송삼현 대협이십니다!”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크게 말하면.
“오오오오!”
사람들의 이목이 이곳에 다 쏠리잖아요.
“저분이 백의검룡?”
“듣던 대로 미남이군!”
“무림맹 접객당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어.”
후기지수 가운데 제일 크게 이름을 떨친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호화회에 모인 이들은 일제히 나를 봤고 몰린 시선을 애써 피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보는군.”
빈자리를 찾으려던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팽도형이었다.
“팽 형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네, 얼마 전에 내 동생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내 동생이 혹, 무례를 저지르진 않았나?”
“무례라니요. 오히려 제가 실례를 하지 않았는지 걱정스럽습니다.”
“허허허허, 좋게 봐줬다니 고맙네. 그리고 자네가 간 뒤에 팽가 쪽에서도 하북 해안에 대한 경계 인원을 더 늘리기로 결정을 내렸어.”
“그거 정말 잘됐네요.”
“이게 다 자네가 흑해도문을 멸문시켰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네. 정말 고마워.”
팽도형은 도호로 불리며 후기지수 중, 명성이 높았기에 인사를 다니는 곳이 많았다.
난 팽도형과 잠시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조한 뒤에 빈자리를 찾다가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그곳을 봤다.
“송 대협!”
당수향이 자리에 앉아서 다른 후기지수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해줬다.
독곡에서 봤던 무복이 아닌 비단옷을 입은 당수향의 미모는 오화라는 별호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당 소저, 오랜만이오.”
“오랜만이에요.”
내가 반갑게 인사하자 당수향과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들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독곡에 있소?”
“네, 독곡에 있다가 호화회에 참석했어요.”
“이리 보니 반갑소,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앉아도 되겠소?”
“저야 백의검룡 대협과 합석하게 되면 영광이지요.”
“…. 소저까지 그러지 마시오, 지금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충분히 부담스럽소.”
“흐음, 의외네요. 송 대협께서 이런 면모도 있고.”
당수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주위의 시선은 더 짙어졌다.
남성들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봤고 여인들은 무언가 자신들도 이 자리에 끼고 싶다는 시선으로 봤다.
“호화회에서 대협을 보면 숙부님이 독곡으로 놀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조만간 인사를 드리러 찾아봬야지요.”
당수향과 인사를 나누고 있자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을 보니 제갈 세가의 복장을 한 남녀가 들어왔다.
‘오른쪽은 전에 봤던 제갈소소고 왼쪽은 제갈수원이군.’
훗날 제갈귀호의 뒤를 이어 무림맹 총 군사에 오르는 인물.
삼호 오화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는 후기지수 중에 제일 머리가 뛰어나다고 해 ‘지룡’이라고 불렸다.
그들의 주위는 어떻게든 교분을 나누려고 하는 후기지수들이 미어터졌다.
“송 대협.”
“예?”
고개를 돌려 차를 마시는데 당수향이 내 뒤쪽을 가리켰다.
“뒤 좀 보시지요.”
뒤를 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더니 그곳에 제갈소소가 서 있었다.
다른 이들이 옆에서 말을 걸었지만, 제갈소소의 시선은 오로지 나를 향해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제갈소소에게 포권을 올렸다.
“제갈 소저를 뵙습니다.”
“또 보네요.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제갈소소의 말에 난 이 자리의 원래 주인인 당수향을 봤다.
당수향은 웃으며 제갈소소에게 말했다.
“소소야!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당 소저께서는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는 너도 여전히 아름답구나.”
사천당가와 제갈세가.
두 가문은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에 공통점이 있어 서로 왕래가 있는 가문이라고 하더니 친분이 있었구나.
“앉거라, 자리도 많으니.”
“고마워요.”
그렇게 갑자기 내가 앉은 자리에 삼호 오화 중 두 명의 꽃이 앉게 됐다.
그러자 주변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고 그들이 하는 말은 내 귀로 들려왔다.
“백의검룡이 벌써 두 명의 꽃을 차지했군.”
“무공만 믿고서 저리 여인들을 차지할 줄이야.”
그들이 하는 것은 질투였다.
나는 슬쩍 그 자리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어딜 가세요?”
“송 대협?”
두 사람에게 잡혀버렸다.
그리고 꼼짝없이 붙잡혀 대화를 나누다가 흑해도문에 관련된 내용이 나왔고 제갈소소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흑해도문을 멸문시킬 때, 정보도 조사했나요?”
“흑해도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정보를 끌어모았지요. 그런 곳을 멸문시키는데 그냥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얻으셨어요?”
“…. 그게 궁금하세요?”
“흑해도문이라는 한 문파를 없애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 궁금합니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었나요?”
흑해도문을 멸문시킬 때, 명월루가 알려준 정보 말고 무조가 보내준 정보도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이 쓰는 무공, 그들이 쓰는 무기부터 그들이 입고 먹는 것까지 세세하게 알려줬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모용이다!”
모용세가가 호화회에 참석했고 그쪽을 봤는데 하북 황화부에서 나에게 한 소리를 들었던 모용두가 보였다.
나를 보는 건가?
모용두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다른 이들의 인사를 무시하고 내 쪽으로 똑바로 걸어왔다.
그런 그를 막는 것은 팽도형이었다.
“뭐 하시는 거요? 형님.”
팽도형은 하북 황화부에 있었던 일을 아니까 모용두가 나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막는 거였다.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그 일은 이미 끝나지 않았더냐.”
“…. 아직 군사님의 처벌이 안 나왔습니다.”
“그 처벌은 나중에 달게 받을 거다. 허나 그 전에 나도 해결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후기지수 중, 제일 나이가 많기에 모용두의 걸음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어느덧 사람들의 시선은 모용두에게 향했고 모용두는 팽도형을 지나치며 거침없이 걸어 내 앞에 섰다.
“….”
나는 포권지례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네 덕분에 아주 죽다가 살아났구나, 고맙다.”
“그게 어찌 제 덕분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선배님이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이 아닙니까.”
“…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할 말을 없게 만드는구나. 됐다. 너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려고 온 것이 아니니.”
“그러면 이리 오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모용두는 내 말을 듣고 품 속을 뒤적거렸다.
무기라도 꺼내는 줄 알았는데.
툭.
나에게 어떤 첩을 보여줬다.
그것은 모용두의 비무첩이었다.
“모용세가! 모용상의 장자 모용두가 백의검룡 송삼현에게 비무를 청하는 바요!”
그 말과 동시에 연회장 안은 차갑게 식어갔다.
….
세가로 돌아가서 벌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벌을 받다가 머리를 좀 심하게 다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