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59
미래가 바뀌다 (1)
모용두가 하는 말에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모용 선배가 드디어 미친 건가? 어떻게 백의검룡과 비무를 할 생각을 하지?”
아무리 후기지수의 필두라고 할 지라도 송삼현은 후기지수 수준을 뛰어넘어 천하에 이름을 올린 고수였다.
“적어도 초절정에 도달했을 텐데 상대가 될까?”
“화경은? 아직 아닌가?”
“화경은 너무 많이 갔지, 많이 가도 초절정의 끝자락 정도가 아닐까?”
“그건 그렇지, 화경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들만이 오를 수 있는 곳이잖아.”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송삼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입니까?”
“진심이다.”
모용두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어찌 이리 흔들림이 없는 거지. 설마 진짜로 나를 이길 심산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송삼현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팽도형이 난입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따로 이야기하시지요.”
“너는 비무첩의 무게를 잊은 것이냐? 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비무첩, 그것을 받는 자는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무조건 비무에 임해야 했다.
“왜 대답이 없느냐. 마침 천등각에는 비무장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
천등각 옆에는 비무장이 있었다.
패기 넘치는 후기지수들이 서로의 무공을 견식 할 수 있게 마련된 곳이라 비무도 자주 있었다.
“그것이 선배의 뜻이라면 한 수 가르침을 청해보겠습니다.”
송삼현이 응하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누구도 모용두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송삼현은 홀로 흑해도문을 멸문시킨 고수였으니까.
저벅.
저벅.
두 사람이 걸어서 비무장으로 가자 연회장에 있던 대부분의 후기지수가 따라왔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무림맹 무사들도 참관했다.
“송 대협.”
“당 소저도 저를 걱정하는 거요?”
“네.”
“… 어떤 점을?”
“당신이 혹시 모용두를 죽일까 봐요.”
그 말에 송삼현은 웃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잠깐 어울려주는 것뿐이니.”
비무장으로 내려갈 때, 무사 한 명이 송삼현의 검, 청월을 가지고 왔다.
“받으시지요.”
연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맡겨놓은 검이었으나 굳이 들 필요는 없었다.
“됐소.”
검을 잡지 않고 맨몸으로 비무장에 오르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검을 들지는 않는 것이냐?”
“괜찮습니다. 선배님의 절기가 권이니 저도 권으로 상대해드리겠습니다.”
“나에게 권으로?”
“예.”
권법으로 ‘권호’라는 별호까지 얻은 모용두에게 권으로 비무를 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스윽.
자세를 취했다.
“들어 오시지요.”
*
두 사람이 비무장으로 들어설 때, 묵호대주 장우문은 전각 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에게 다가갔다.
“… 어찌 이런 곳에 계십니까. 모용상님.”
천등각 옆에 작은 전각 지붕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용세가주 모용상이었다.
“괜히 신경을 쓰게 해서 미안하네. 내 아들놈이 정신을 차렸는지 보려고 왔네.”
장우문도 하북 황화부에 있었기에 모용두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
“그렇군요.”
“저자가 백의검룡인가?”
모용상의 시선은 백의를 입고 모용두를 바라보는 송삼현에게 꽂혀 있었다.
“그렇습니다.”
“어린 나이에 나로서는 감당하기도 힘든 강맹한 기운을 품고 있구나···.”
기운을 숨겼으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쉽게 숨길 수 없었다.
절정 수준의 무인들은 쉽게 알 수 없었으나 초절정 수준에 이른 무인들의 눈에는 보였다.
“대단한 무인이지요.”
“두가 이길 공산이 전혀 없군.”
“예?”
“이미 수준 차이가 명확해.”
“그러면 모용 공자는 왜 저런 무모한 비무를 요청한 걸까요?”
모용상은 물끄러미 모용두를 봤다.
“무언가 깨달은 게 있어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빙옥에 가두고 한 달이 지나고 그곳에서 나왔을 때, 모용두는 무언가가 달라졌었다.
‘제가 저지른 잘못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 말을 할 때의 눈빛은 강렬했다.
어릴 적, 협을 외치던 그 모습처럼.
*
천등각 비무장.
그곳에는 여러 후기지수로 북적였다.
연회장 밖에 있던 이들에게도 어느덧 소문이 돌았는지 많은 이들이 왔다.
“선배께서 먼저 비무를 요청하셨으니 저도 진심으로 하겠습니다.”
스르르르륵.
몸 밖으로 내공을 방출시켰다.
삼 할 정도의 내공이었다.
그것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피어오르더니 모용두가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찌릿.
피부를 찌르는 내공에 모용두는 이를 바득 갈더니 진각을 밟고 나에게 쇄도했다.
빠른 움직임이었으나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동작이었다.
‘왼쪽 상단 끝, 내 어깨를 노릴 심산이군.’
모용두의 손에는 강기가 둘러져 있었다.
주로 쓰는 권법은 ‘철강권.’
모용두를 권호라는 별호를 얻게 해준 권법이었다.
콰아아아앙!
강한 충돌음이 울렸으나 곧 많은 이들이 놀랐다.
모용두의 권을 손으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선배께서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자가 화경과 비무라는 건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한 아이가 검으로 천하를 휘저은 고수와 상대하는 꼴이었으니까.
“….”
그러나 모용두는 말을 듣고서 물러서지 않았다.
손을 놓아주자 내가 있던 자리에 강력한 권을 날렸다.
“너의 길이 있듯이 나의 길이 있었다.”
“그 길은 틀린 길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그래, 틀렸지. 너무나도 틀렸어.”
콰아아아앙!
“빙옥에 들어가서 매일 같이 후회를 했다. 죽어간 양민들이 환영처럼 나와 매일 밤 나를 괴롭혔다.”
모용두의 음성은 진지했다.
“나도 달라지고 싶었다. 모용세가를 천하에서 제일 가는 세가로 만들어 무시하는 이가 없도록!”
콰아아아앙!
“누구도 모용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대 세가에서도 모용 세가의 영향력은 전혀 낮지 않았다.
결국, 생각의 차이였다.
그 차이 때문에 그러한 비극이 일어난 것이고 모용두가 잘못된 길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나도 잘해보고 싶었다!”
“… 그건 잘해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희생을 치르고 얻는다고 해도 그것은 옳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권을 유유자적으로 피했다. 어느덧 모용두의 권으로 청강석으로 이뤄진 바닥에 여러 금이 갔다.
그리고 다시 나를 향해 오는 권을 맨손으로 잡았다.
아마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을 거다.
그러면 원하는 대로 먼지 나도록 때려주는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선배가 양민들에게 한 짓은 용서받을 짓이 아닙니다!”
퍼어어억!
복부에 천무장을 날렸다.
내공을 최대한으로 줄여서 피해를 가지 않게끔.
퍼어어억!
“무공을 배우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협을 행하는 데 있습니다.”
퍼어어억!
계속해서 때렸다.
정신을 차리도록.
모용두는 반항도 하지 않고 그저 포기한 채, 내 주먹을 받아들였다.
어긋난 길을 갔다고 해도 모용두도 어쨌든 어릴 적부터 정파의 가르침을 받은 자였다.
그렇기에 마음 한 곳에는 정도라는 게 있을 거다.
난 그것을 깨워주고자 그를 때리고 또 때렸다.
퍽!
퍽!
퍽!
“명예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쓰러진 모용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아직 그 답을 모르겠구나. 넌 그 답을 아느냐.”
명예란 과연 어떤 것일까.
저번 삶에서의 나도 끊임없이 알려고 했던 거였다.
그러나 뚜렷한 답은 없었다.
“적어도 가문의 그늘에 파묻히진 않은 것이 첫발일 겁니다.”
“…..”
“부모가 이룬 명예는 제가 이룬 명예가 아닙니다. 다른 이가 선배를 가치 있게 여기려면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모용두는 하늘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상을 입었으나 심각하진 않았다.
그리곤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니 말을 꺼냈다.
“덕분에 머리가 시원해졌구나.”
“…. 일부러 비무를 신청하신 겁니까?”
처음에는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여전히 정파의 안하무인 같은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하북 황화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은 없어졌다.
“너에게 몇 대 얻어맞으면 내 안에서 뭔가 달라질 거라고 여겼다.”
“….”
“애초에 내가 흑해도문을 홀로 없애버린 녀석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
모용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비무를 신청한 것은 자신의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싶어서였다.
“아마 내가 한 짓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겠지···. 그때 유혹에 넘어갔으면 안 됐다.”
한숨을 쉬곤 이어서 말했다.
“내가 한 건 그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협을 모방해 참혹한 짓을 했을 뿐이거늘···. 길을 잘못 걸었구나.”
그렇게 포권을 올린 뒤에 가려는데 모용두가 누워있다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고맙다.”
“….”
“내가 더 엇나가기 전에 너를 만난 것이 다행이구나.”
“혼자 마음이 편해지면 되겠습니까. 피해를 본 건 양민들이 아닙니까.”
“맞다. 그래서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은 물론···. 사죄를 할 거다. 그래야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거 같거든.”
포권을 올린 뒤에 비무장에서 나왔다.
그러자 주위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더 많아진 것을 느꼈다.
비무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들은 건가.
*
비무장에서 송삼현에게 맞아 피를 흘리는 모용두에게 모용화가 다가갔다.
“이제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체념한 목소리였다.
“그래, 시원하구나.”
다른 이들이 섣부르게 다가가지 못할 때, 팽도형이 면포를 가지고 모용두에게 다가갔다.
“… 그러게 왜 이리 무모한 짓을 하셨습니까.”
“좀 사람답게 살려고 한다.”
“형님.”
“왜?”
“그동안 모용에 행한 일을 사죄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냐.”
“어릴 때, 같이 해안가를 뛰어놀며 지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서요. 형님은 그때가 그립지 않으십니까?”
모용두는 잠깐 과거 생각을 했다.
하북 팽가와 모용 세가는 서로 왕래가 잦았다.
그 시절, 같이 어울렸었으나 세월이 지나며 골이 깊어졌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노력해야지요.”
“노력이라, 하하하하! 알겠다. 한 번 노력해보자.”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시려고요? 약당에 가셔서 치료받으셔야지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그것까지 매듭을 지어야 비로소 제대로 한 발을 나아갈 것 같아서 말이다.”
“…..”
“내가 저지른 짓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그것이 모용을 위한 일이니까.”
그 말을 한 뒤에 모용두는 비틀거리며 걸어갔고 그 옆을 팽도형이 부축해줬다.
“어디로 가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아, 그 전에.”
모용두는 걸음을 멈추더니 멀어지는 송삼현에게 말했다.
“백의검룡!”
그가 또 어떤 말을 할지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권호라는 별호는 이제 너의 것이다.”
별호를 내려놓는다는 거였다.
그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모용두가 별호를 내려놓는다는 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였으니까.
허나.
곧이어 들려오는 송삼현의 말에 그들은 더욱 놀랐다.
“권호라는 별호는 선배님이 쓰십시오. 저는 양민들이 지어준 ‘백의검룡’이라는 별호가 더 좋습니다.”
그 누구도 아니고 지나다니는 양민들이 지어준 별호.
송삼현은 백의검룡이라는 별호가 그 무엇보다 특별했다.
그 말에 모용두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끝까지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구나!”
모용두가 웃는 걸 보곤 걸음을 돌려 걸어가려는 그때.
[고맙구나.]
송삼현은 전음이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모용상이 있었다.
스윽.
송삼현은 그곳으로 포권지례를 올렸다.
*
무림맹 본산.
대회장에서 세가지연은 한 창 진행 중이었다.
주된 주제는 제갈귀호가 가져온 용천회의 악행이었다. 가주들은 제갈귀호가 나눠준 정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모두 용천회가 흑사회와 거래를 하며 일으킨 짓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서문가후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런 것들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지 않소? 무림맹이 우리를 싫어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서찰이니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요.”
제갈귀호의 말에 서문가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그때.
“증인도 있소.”
제갈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회장을 침묵으로 물들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서문가후였다.
“증인?”
“그렇소.”
“우리가 그랬다고 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할 거요.”
서문가후의 말에 제갈귀호가 손짓을 하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용세가주 모용상과 송삼현에게 맞아 얼굴에 멍이 새겨진 모용두였다.
모용두는 포권지례를 올린 뒤에 입을 열었다.
“제가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