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60
미래가 바뀌다 (2)
“제가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모용두와 같이 들어온 모용상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 자리는 강호를 호령하는 세가주분들이 모두 모여있다. 거짓을 고하면 너뿐만이 아니라 가문에도 화가 미칠 것임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러면 고해보거라. 네가 흑해도문과 접촉해 무엇을 꾸몄는지.”
모용두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풀어놨다.
“처음 용천회의 첩자가 모용세가로 온 것은 지난 삼월 초파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나오는 상세한 말에 서문가후의 표정은 굳어갔다.
언제 만났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 것이고.
어떻게 일을 마무리 지을 것인지.
모용세가에게도 피해가 갈 만큼 상세하게 모든 것을 말하자 서문가후는 발끈했다.
“그것을 증명할 증거가 있더냐!”
스윽.
모용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품에서 서찰을 하나 꺼냈다.
“이것이 그들과 거래한 내용입니다.”
원래 그 서찰은 내용을 읽는 즉시, 태우라고 지시를 내린 서찰이었으나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모용두가 몰래 보관하고 있었다.
“… 이것 또한 조작될 공산이 있지 않소!”
“그리고 용천회가 첩자를 통해 저에게 주려고 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제갈귀호의 말에 모용두는 품에서 나무로 된 작은 함을 꺼냈다.
그 함에는 검은 단약과 하얀 단약이 가지런히 있었다.
검은 단약을 본 제갈귀호는 깜짝 놀랐다.
“이, 이건! 독수비단이 아니냐!”
독수비단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무림맹의 명으로 정파 사이의 거래가 엄히 금한 것이고 사천당가에서도 만드는 것을 멈추라고 했었다.
“예, 제가 백의검룡과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호화회에 참석하기 전에 그걸 주더군요.”
“….”
“하지만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독수비단은 한순간 폭발적인 내공 증진이 가능했으나 부작용 또한 엄청났다.
“이 하얀 것은 무엇이냐?”
“독수비단을 복용할 때, 그것을 같이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여준다고 했습니다.”
제갈귀호의 시선은 사천당가의 가주 당인태에게 향했다.
“독수비단의 제조를 아직도 하고 있었소?”
“그것은 오래전에 팔았던 것일 겁니다. 저희는 이제 독수비단을 만들지 않습니다.”
당인태는 발을 뺐고 제갈귀호는 심증만 있으니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모용두를 바라봤다.
“독수비단은 물론···. 용천회의 꾐에 넘어가 모용이 저지른 잘못도 만천하에 공개가 된다. 그래도 괜찮은 것이냐?”
모용두가 이렇게 모든 것을 말했다는 건 용천회만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모용 세가 또한 그들과 한 일이 공개되니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도 허락한 일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모용두가 저지른 죄를 가문이 짊어지고 가기로 결정했으니 모용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후배에게 몇 대 맞으니 머리가 맑아지더군요. 제가 잘못했다는 걸.”
모용두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정도의 끌림, 그것이 모용두를 다시 옳은 길로 발을 딛게 했다.
“서문가후, 그대가 말해보시오.”
“그것을 용천회의 첩자가 줬다는 증거가 있나?”
서문가후의 물음에 모용두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용천회의 패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걸 가지고 우리를 모는 거라면 모용은 각오해야 할 것이야.”
서문가후의 말에 가만히 지켜만 보던 모용상이 입을 열었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생각이라는 걸 하고 선을 지키기 때문이오, 허나 그대는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구려.”
“뭐요?”
“내 아들은 물론! 우리 가문을 위기에 빠트린 것은 반드시 용천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오!”
병상에서 일어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나 아직 기운을 다 회복하지 않았으나 모용상이 내뿜는 기운은 그가 건재하다는 걸 알려줬다.
그리고 제갈귀호가 그 사이를 슬쩍 들어왔다.
“그대는 조작밖에 입에 올릴 단어가 없나 보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제갈귀호의 위엄에 서문가후는 저절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대들이 어찌하여 모용세가로 하여금 하북 해안가를 공격하려고 했는지 그 전말을 내가 알고 있소.”
서문가후가 쉬이 답을 하지 못하자 제갈귀호는 쐐기를 박았다.
“하북 형수 근방에 있는 양봉산.”
양봉산이라는 지명이 나오자 서문가후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그곳에 있는 것 때문에 하북 팽가의 시선을 돌리려고 이 일을 꾸몄지.”
“…..”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양봉산에 있었으니까.”
저벅.
“바로 벽력탄의 원석이 될 석회가.”
벽력탄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든 이들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사실인가!”
“얼른 답하게!”
아무리 맹주를 위협하는 세력을 구가한 용천회라 할지라도 벽력탄은 심각한 문제였다.
가주들은 어서 말하라고 서문가후를 압박했다.
그것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모죄로 처단될 위험이 있었으니까.
“우리가 벽력탄을 다뤘다는 증거를 대시오!”
“하북 석가장 정당현!”
벽력탄의 원석인 석회를 모아 둔 곳이었다.
제갈귀호는 송삼현에게 받은 정보로 서문가후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서문가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 얼마 전, 그곳에 습격이 있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그게 당신의 짓이었소?”
“증거는 이미 다 확보됐으니 그만하시오.”
벽력탄의 원석이 있는 상세한 곳까지 알 정도면 제갈귀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 들어간 셈이었다.
“역시 당신을 당해낼 재간은 없소, 제갈귀호.”
“포기한 것이오?”
“모용가주가 이리 이 자리에 온 거라면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소,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
“하지만 벽력탄에 대한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소. 그곳이 습격당했다고 하기에 슬쩍 의심이 들긴 했어도 이 자리에서 이렇게 나올 줄이야.”
서문가후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처음부터 예상하였으나 벽력탄이 나올 줄은 몰랐다.
“뭐가 그리 여유로운 거요···? 설마 벌써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두었소?”
수백 가지의 계책 중에 아직 그 어느 것도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용천회의 인사들을 감시하는 천인부가 바로 보고를 올렸을 테니까.
‘아니다 아직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제갈귀호는 놀란 표정을 짓는 세가주들에게 말했다.
“가주분들께 죄송하지만, 반 시진 정도 자리를 피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세가주들이 나가고 두 사람만이 회장에 남았다.
서문가후는 창가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미동도 없었고 제갈귀호는 그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예전 같이 동문수학했던 친우로서.
“어찌 그리 욕심이 많아진 건가, 의롭지 않게 얻은 부와 명예는 뜬구름 같다는 걸 왜 모르는가!”
“물론 자네의 말이 맞을 수 있어, 허나 내가 지켜본 세상은 다르더군,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의 부와 명예가 의로운 것이니.”
강호는 수도 없이 변하고 또 변했다.
그래서 서문가후는 자신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고자 용천회를 이끌고 정도 무림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제갈귀호에게 밀린 자가 아닌 끝에는 제갈귀호를 누른 자가 되고자 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 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라는 말을 배우지 않았는가.”
“….”
“이를 보고 의를 생각하며! 위태한 것을 보고 목숨을 내어주며! 오랜 약조를 잊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정도고 사도와 다름을 증명하는 길이라는 걸 자네도 알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서문가후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예전에는 이리 엇나가지 않았다.
허나 늘 동문인 제갈귀호에게 밀리고 밀리며 마음 한구석에 열등감이라는 게 생겼고 그것이 정도를 어지럽히고 이 길로 인도했다.
“귀호야.”
같이 동문수학했던 시절에 불렀던 이름이었다.
“어쩌겠나. 나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왔는데.”
모용두처럼 다시 정도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내 마음속에 정도라는 게 희미해지기 시작했어.”
“….”
“정도란 도대체 무엇일까?”
제갈귀호는 서문가후를 바라봤고 서문가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난 아직 그 답을 모르겠네. 그래서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생각한 것을 끝까지 행할 참이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답을 얻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우리의 처분은 어떻게 진행할 건가?”
“그건 가주분들과 상의하고 결정할 참이네.”
“알았네. 그러면 처분을 기다리고 있지.”
서문가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가는 걸 제갈귀호는 한참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
용천회 전각.
혁련서권은 연무장에서 땀을 흘리며 무공 수련 중이었다.
콰아아아앙!
강맹한 기운을 품은 권법이 허공을 가르자 청강석으로 된 연무장 바닥은 먼지가루처럼 허공에 휘날렸다.
“… 아직도 현경의 경지는 구름처럼 내 손에 잡히질 않는구나.”
백발에 백염까지 있는 그의 나이는 이제 일흔이 갓 넘어갔다. 그런데도 아직 자신의 무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현경’
아직 이른 자가 없다는 신의 경지에 발을 들이고 싶었다.
매일 같이 무공 수련을 하는 그의 주위에는 초절정 고수 열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역시 회주님이십니다. 천하에서 권으로 회주님의 상대가 될 자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서문가후가 연무장에 들어서면서 포권지례를 올렸다.
“세가지연에 갔다고 들었는데 빨리 왔군.”
“예, 일이 다 끝났습니다.”
“제갈귀호가 어디까지 알고 있나?”
“… 벽력탄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혁련서권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사람처럼.
“그러면 맹주도 알고 있겠군.”
“회주, 이번에는 꼬리 자르기가 힘듭니다. 맹이 벽력탄까지 밝혀냈습니다.”
“이제야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아직 추운 겨울이구나.”
“…. 제가 어제 말씀드렸던 대로 몸을 피하시는 게 첫 번째입니다.”
“몸을 피하면 명예가 사라진다.”
“명예는 얼마든지 다시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죽으면 명예든 뭐든 이긴 자들로 하여금 다시 기록되고 후대에 전해질 겁니다!”
망설이는 혁련서권에게 서문가후는 계속해서 설득했다.
“이렇게 맹에 무릎을 꿇으면 안 됩니다. 우선 몸을 피한 뒤에 훗날을 도모해야 합니다. 회주님!”
무림맹을 집어삼킬 생각으로 세력을 키웠으나 그러질 못했다.
전대 맹주였을 때, 누렸던 많은 권한.
그것을 다시 누리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관계를 맺은 것이 흑사회였다.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만들고 음지에서 흑사회와 거래를 하며 여러 유리한 상황을 만든 지도 어언 ‘20년’.
그 20년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질 않습니다.”
제갈귀호가 이번 일을 준비하기 위해 용천회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그렇기에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빠져나갈 틈이 없이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버렸다.
“흐음.”
곰곰이 생각하던 혁련서권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군, 자네의 말대로 지금 당장 전쟁을 할 수도 없으니 일단 다른 둥지로 가서 새로이 힘을 키울 수밖에.”
쾅!
“그 전에.”
퍼어어어억!
“숨어든 쥐새끼들부터 죽이고 가지.”
*
다음 날, 맹에서 공표가 나왔다.
용천회는 정파에서도 깊숙한 연결고리가 있는 곳이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악행이 알려지며 아무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저벅.
용천회 장원으로 제갈귀호가 이끄는 무림맹 무사들이 줄지어서 들어왔다.
“총 군사 어른!”
그러자 보이는 광경.
“… 이 자식들이!”
밤에 용천회를 감시하고 있던 무사들이 용천회 마당에 싸늘한 주검으로 있었다.
“전각 내부에 아무도 없습니다! 전원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 삼중으로 경계망을 펼쳐놨다! 그들에게 보고가 없었느냐!”
“예!”
“그들도 당했을 공산이 크다! 당장 이중 삼중 경계망을 섰던 곳으로 가 상황을 파악하고 추격대를 꾸려라!”
“존명!”
제갈귀호의 말에 무림맹 무사들은 일제히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이들이 용천회 내부를 수색하지만,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고 시중을 들던 시녀들만 있었다.
이러한 상황도 수백 가지의 상황 중 하나였으나 어제 서문가후가 지었던 표정이 제갈귀호를 방심하게 했다.
‘누가 봐도 포기한 표정이었으나. 그게 나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수작이었을 줄이야. 어디까지 엇나가려는 것이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제갈귀호는 맹으로 사람을 보냈고 용천회의 수색을 마친 뒤에 마차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다가 기다리던 송삼현과 마주쳤다.
“어찌 됐습니까?”
송삼현은 일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했고 제갈귀호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