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64
환골탈태 (1)
이틀 후.
무림맹 약당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몸이 빠르게 회복됐다.
매일 시침을 맞고 탕약에 단약까지 먹으니 가만히 있어도 내공이 쌓였다.
“맥을 짚겠습니다.”
무림맹 약당주 허선은 내 맥을 짚더니 감탄을 했다.
“그 정도 상처를 입고 이리 빨리 호전되는 경우는 드문데 대단하네요.”
“다 약당주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시침을 하겠습니다. 다 나으셨으니 시침이 끝나고 다시 길을 나서셔도 될 겁니다.”
허선에게 마지막 시침을 받고 밖으로 나가니 구창룡이 약당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난 그에게 포권을 올리며 예를 갖췄다.
“회복이 다 되었다고?”
“예.”
“다행이구나.”
“맹주님과 약당주님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환골탈태에 들어가기 전, 호화회에 다녀오거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다른 아이들에게 인사를 해야지.”
“감사합니다.”
구창룡에게 포권을 올린 뒤에 접객당으로 가 잠시 휴식을 가졌다.
*
푹 쉬다가 유시에 호화회가 열리는 천등각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이들은 모두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올렸다.
“어! 송 대협!”
접객당 앞을 지날 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고 멀리서 손을 흔드는 사람은 당수향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여러 후기지수가 모여 있었고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일제히 나에게 포권을 올렸다.
“다 나으신 겁니까?”
“이제는 움직여도 되오.”
“대협이 그 정도로 다친 거라면 숙부님이 만들어주신 신갑이 형편없나 보네요.”
“반대요. 신갑은 훌륭했으나 그것을 다루는 이가 부족했던 거요.”
금룡신갑이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큰 상처를 입고 회복이 더뎠을 거다.
“숙부님이 들으시면 좋아하시겠어요.”
“난 욕을 먹을까 두렵소.”
“안 그래도 다음에 대협이 독곡에 오시면 새로 만든 독단을 먹여본다고 준비하시더라고요.”
“…. 가지 말아야겠소.”
우리가 얘기하고 있자 주위는 북적였다.
저 멀리 송일현과 송이현도 보였다.
난 그들에게 다가가 포권을 올렸다.
“두 형님을 뵙습니다.”
어쨌거나 내가 이 자들의 동생이니 예를 갖춰야 했다.
“대단한 활약을 했더구나.”
“감사합니다.”
“너에게 무슨 조언이 필요하겠느냐, 그저 항상 몸조심하거라, 연화가 네 걱정이 심하니.”
“예.”
그리고 송이현은 여전히 나를 노려봤다.
그러나 그 전처럼 섣부르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둘째 형님은 여전히 제가 싫은 모양이군요.”
“… 내 어머니를 죽게 만든 게 너다.”
“그 어머니가 제 어머니를 죽게 만든 건 잊으셨습니까.”
“…..”
“저는 그 일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후회한 것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지요.”
송이현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크게 할 이야기도 없기에 발을 옮겨 천등각에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후기지수들이 나를 힐끔거렸고 팽도형과 모용두가 다가왔다.
“왔는가.”
“예.”
“몸은?”
“다 나았습니다.”
잠시 후, 후기지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 남궁효우가 붉은 옷을 입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송연화를 보고 모두 넋을 놓고 바라봤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이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대협의 누이를 흠모하는 남성들이 눈물을 흘리겠어요.”
옆에 앉은 당소향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소.”
“대협은 아무렇지 않으세요?”
“누님이 좋은 분께 가는 거니 기쁜 마음이오.”
남궁효우는 수십 년 뒤에도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가는 거니 기쁠 수밖에.
“그리고 대협도 대협의 누이만큼 많은 시선을 받고 있어요.”
스윽.
주위를 보니 많은 이들을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랑 같이 앉은 사람들 때문이겠지.
삼호 오화.
남궁효우와 송연화를 제외하고 팽도형, 모용두.
그리고 당수향, 제갈소소, 남궁유유, 팽유화가 있었으니까.
“… 나 혼자 앉아 있는 곳에 뭐 이리들 많이 오셨소.”
“대협 혼자 쓸쓸할 거 같아서요.”
“이리 관심을 받는 게 더 신경 쓰이오.”
“에이, 그런 분이 혁련서권 같은 자와 일대일로 싸우십니까? 관심을 받기 싫으셨다면 애초에 나서지 않으셔야 정상이지요.”
“….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랬던 거요.”
내 말을 들은 주변인들이 일제히 나를 봤고 제갈소소가 물었다.
“대협.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왜 그리 몸을 험히 다루시는 겁니까? 자칫 용천회주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용천회주의 손에 죽을 뻔한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무학을 익힌 무인이라면 누구나 죽음의 위기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아무리 높은 경지에 있는 고수라 할지라도 죽음 앞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몸에 생채기 하나 남는 것이 무서워 어찌 무학을 배우겠습니까. 제가 검을 휘둘러 살릴 수 있는 목숨이 있다면 적이 누가 되었든 맞서야지요.”
제갈소소는 가만히 내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대협이 죽는다고 해도요?”
죽음이라.
난 죽음의 공포를 한 번 경험했었다.
저번 삶에서 천마 독고룡의 손에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내가 겪은 것은 죽음에 대한 순수한 공포보다는 내가 죽으면서 더 많은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죽으면 그게 제 운명이니 받아들여야지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을 이겨내는 방식이 서로가 다를 뿐이지.
“…. 열다섯이 맞으신 거지요?”
“예.”
“이곳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 높은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제갈소소를 비롯해 여기 모인 모두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남궁효우와 송연화가 나란히 우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다가오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췄다.
“누님과 매형의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천하 십 대의 반열에 오른 백의검룡의 축하라니, 그 어떤 축하보다 뜻깊네.”
남궁효우에게 웃어준 뒤에 송연화를 바라봤다.
“누님, 여기 있는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습니다.”
“고맙구나, 그리고 앞으로 몸을 함부로 대하지 말거라, 피를 많이 흘렸으니 음식도 조심해서 먹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덧날 수 있으니 치료도 꾸준히 받고···.”
또 잔소리가 시작되자 난 급히 말을 돌렸다.
“아! 혼례는 여섯 달 뒤가 맞지요?”
“말을 돌리는 것이냐?”
“누님의 잔소리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으니까요.”
“… 알았다, 여기까지만 하마. 대신 다음에도 다치면 그때는 이보다 더 많은 잔소리를 할 것이야.”
“예! 그리고 혼례는 여섯 달 뒤에 올리시는 거지요?”
“그래, 여섯 달 뒤 남경에서 올릴 거니 너도 꼭 참석하거라.”
“그때 축하선물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뭐 가지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너의 배필이 될 사람.”
“… 예?”
“네 곁에 너를 지켜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구나.”
송연화는 항상 내 걱정뿐이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인이 생기면 제일 먼저 누님의 허락부터 받을게요.”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자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입구 쪽에 제일 가까운 후기지수가 소리치는 게 귓가에 들려왔다.
“매, 맹주님이시다!”
호화회는 후기지수들의 모임이라 무림맹주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세가지연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리 찾아오니 후기지수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정도 무림의 정점에 서 있는 구창룡에게 모두가 예를 올렸고 구창룡은 후기지수들에게 웃어주며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꽤 즐기고 있구나.”
“맹주님도 드시겠습니까?”
내가 다과를 하나 집어서 내밀자 구창룡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다 늙어서 애들 자리에 끼는 건 아니지.”
“그러면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이곳에 올 일이 너밖에 더 있겠느냐?”
“즐기라고 하실 때는 언제고 벌써 데리러 오셨습니까.”
“호화회도 거의 마무리가 됐으니 가자꾸나, 너와 할 이야기가 있다.”
우리 두 사람이 하는 대화에 모든 이들의 기감이 집중됐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효우와 송연화에게 포권을 올렸다.
“곧 따로 인사를 드리러 가겠습니다.”
“… 알겠다. 맹주님께 무례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구창룡의 뒤를 따라 천등각을 나가는 나에게 숱한 시선이 쏟아졌다.
*
천등각에서 나와 무림맹의 정원을 거닐었다.
“환골탈태를 할 준비는 됐느냐?”
“예.”
“그러면 따라오거라.”
구창룡의 뒤를 따라가는 곳은 무림맹에서도 엄히 출입이 금해지는 ‘도원림’을 지나 기암괴석이 즐비한 절벽이었다.
“….”
기억이 난다.
이곳에는 동굴이 있었다.
그것도 이 주변 영기가 모여드는 신성한 동굴이.
“이 동굴은 천지굴(天地窟)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맞물린 신성한 곳이지.”
“….”
“맹주가 된 이들이 수련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네가 환골탈태를 할 곳이기도 하지.”
“예.”
“자 받거라.”
구창룡은 품에서 작은 목함을 건네줬다.
그 안에는 흰색 단약이 있었다.
“용심단이다.”
용심단은 영물인 이무기의 내단이었다.
이것을 먹으면 능히 40년 이상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영약이었다.
“그 정도면 환골탈태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거다.”
“… 이리 귀한 것을 저에게 주셔도 됩니까?”
“나보다는 네가 필요하니 주는 거다. 난 더는 영약을 먹을 필요가 없거든.”
“감사합니다.”
“그러면 들어가거라. 네가 나올 때까지 호법은 내가 서주마.”
구창룡은 동굴 입구에 있고 난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영험한 기운.
이 동굴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던데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물이 고인 연못 가운데는 돌 봉우리가 있었다.
탓.
몸을 날려 돌 봉우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럼, 해보자.”
이미 한 번 걸어봤던 길.
그렇기에 그 길을 어떻게 가는지 알았다.
구창룡이 준 용심단을 입에 넣었다.
꿀꺽.
뜨거운 열기를 담은 내단이 안으로 들어가 몸 중심에 자리를 잡았고 심장으로 뜨거운 기운이 몰리기 시작했다.
스르르르르륵.
이걸 사방으로 보낸다.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으니까.
막혀 있던 혈을 뚫고 뼈를 감싼 후에.
빠각.
뼈를 부순다.
그 과정에서 기맥에 쌓인 탁기가 느껴졌다.
이 탁기가 쌓이고 쌓이면 기맥이 막혀 나중에 내공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환골탈태를 할 때, 기맥을 청소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었다.
파아아앙!
마치 혈관이 터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건 기맥에 쌓인 탁기가 밀려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때.
‘뭐지?’
천지굴이 ‘우우우웅’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언가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동굴 깊은 곳에서 기운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험하고 정순한 기운.
그 기운은 내가 운기하는 내공과 맞물려 아름다운 공명음을 냈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용?’
기운은 어느덧 용의 형상을 갖췄고 꿈틀거리더니 나에게 날아왔다.
내 가슴으로 들어오며 영험한 기운이 몸 전체로 퍼졌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엄청난 기운.
그 기운은 내 몸속에 있는 내공과 합쳐지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