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68
북검을 잡아라 (3)
요도현 재문당.
마훈이 말 위에서 내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북검’이라는 별호로 무인들에게 익히 이름을 알렸기에 무사들은 마훈을 향해 포권으로 예를 갖췄다.
“오셨습니까.”
“당주는 어디 계시는가?”
“안에서 서찰을 보고 계십니다.”
마훈은 안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무사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집무실로 들어갔다.
드르르륵.
“재문당주.”
늦은 시각까지 서찰을 보던 재문당주는 마훈을 보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북검께서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앉으시지요.”
재문당주는 시녀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했고 마훈과 나란히 앉았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재문당주는 이렇게 북검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게 백의검룡의 걸음을 멈출 수 있는 대책을 가져왔다고 생각했으나 곧 그의 입에서 들려오는 말은 그의 기대를 산산이 부숴놨다.
“… 난 이제 더는 이곳에 못 있을 거 같소.”
미소를 짓다가 북검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예? 그게 무슨.”
“우리는 길을 떠날 터이니 당신도 무고한 이들에게 빼앗은 재물을 돌려주시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의 안가를 벗어나시면 다시 흑사회의 추적이 시작될 겁니다.”
재문당의 안가가 안전하다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재문당이 언제 배신을 해 흑사회에 알릴지도 모르니까.
“결정한 일이오, 그러니 재문당은 부디 백의검룡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라오.”
“아무리 머리가 나쁜 짐승이라도 은혜는 잊지 않는 법입니다!”
재문당주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분노가 차오르는 그를 보며 마훈은 미동도 하지 않고 말했다.
“… 내가 길을 잘못 걸었소, 그저 가족들이 안전하다면 어떤 오물이라도 발을 담그려고 했으나 내 생각이 짧았소. 내 검으로 시작된 그릇된 길을 다시 올바른 길로 바로잡고 싶소.”
이대로 마훈을 보낸다면 재문당의 무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고리대금을 운영할 때도 큰 차질이 생기기에 그를 잡아야 했다.
‘어떻게서든 잡아야 한다.’
재문당주는 마훈에게 말했다.
“약재는 어찌할 겁니까? 부인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하여 더 많은 약재가 필요할 겁니다.”
“제가 감내할 문제입니다.”
이미 확고한 의지를 다졌기에 재문당주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이, 이러면 서로 득 될 것이 없습니다! 북검께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흑사회의 추적대가 분명히 꼬리를 잡을 것입니다!”
여전히 흑사회의 추적대와 정파의 무사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기에 이러한 결정은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결정일 수 있었다.
“난 다른 길을 걸을 거요. 그리고.”
스릉.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라도 그대들을 살려둘 순 없소.”
마훈이 검을 뽑자 주변의 공기는 차가워졌다.
검에서 나오는 기운.
그 기운에 재문당주는 압도당해 몸을 떨었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어, 어찌 이러십니까.”
“당신들이 우리를 보살펴준 은혜는 고맙소, 그러나 이대로 당신들을 살려놓으면 흑사회에 나에 대해 알리겠지.”
마훈의 말이 맞았다.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흑사회에 알려 조금이라도 이윤을 챙겨야 하니까.
“다, 당장 흑사회에 알려라! 마훈이 이곳에 있다고!”
사방으로 신형들이 사라졌지만, 마훈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들에겐 그래선 안 됐소.”
이러한 길을 걸어오면서 단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만난 송삼현.
그와 나눈 대화와 거리의 상황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고 마침내 부인과 딸의 말에 마음이 확고해졌다.
촤아아아악!
재문당주의 앞을 막는 무사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대도 겪어봐야 할 거요. 그들의 고통을.”
*
“주군! 재문당이 불타고 있습니다!”
객잔에서 무조와 대화를 나누던 난 선무정의 말에 급히 재문당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곳은 연기가 자욱했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 이건 우리 재물이잖아!”
불타는 재문당 앞에 여러 재물이 한 아름 있었다.
“수가 적긴 해도 분명히 우리 재물이야.”
“이것 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주신 전낭이 있어!”
“어째서 이게 여기 있는 거지?”
“여기 봐봐, 글이 있는데? 누구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좀 읽어봐!”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이 쌓인 재물을 마구잡이로 집어 가려고 했으나 내가 막아섰다.
스윽.
그리고 마훈이 남긴 글을 봤다.
참으로 고지식한 사람이다.
이런 재물을 이렇게 늘어놓으면 남들이 가져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건가.
어쨌든.
마음을 고쳐잡았구나.
하지만 나에게 오지 않은 걸 보니 혼자서 길을 떠난 것이 분명했다.
“모두 재물에 함부로 손을 대지 마시오.”
내 말에 주변 모인 이들이 반발했다.
모인 이들은 거리에 내앉은 이들은 소수고 대부분이 이 근처에서 잘 사는 이들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 명부에 적힌 이름대로 재물을 돌려줄 것이니 줄을 서시오!”
내 말을 듣고서 움직이지 않다가 선무정이 큰소리를 쳤다.
“이분은 백의검룡이십니다! 어서 줄을 서세요!”
백의검룡이라고 밝히자 모인 사람 모두가 놀랐고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대협을 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됐으니 어서들 일어나시오.”
이 재물을 나눠주다가 보면 마훈을 놓칠 수 있었다.
얼른 나눠줘야 하는데.
‘어.’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한 여인과 노인.
그들은 전에도 봤던 이들이었다.
난 그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랜만이오.]
[… 역용을 했는데도 알아보시네요.]
[루주만 있다면 모를까, 노인이 같이 있으니 알아본 거요.]
명월루주는 노인을 쳐다봤다. 왜 역용을 안 했냐고 타박하는 것이겠지.
[길게 말을 나눌 시간이 없소.]
[알고 있어요. 마훈을 쫓으려는 거지요?]
[잘 아는군.]
[어서 가야 할 거예요. 재문당에서 살아나온 한 명이 흑사회 추적대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그건 또 언제 알아냈습니까?]
[명월루의 눈과 귀는 모든 곳에 있으니까요.]
전음을 마치고 명월루주에게 다가가 명부를 건네줬다.
“부탁하오, 이 명부에 적힌 이들에게 재물이 온전히 돌아가게 해주오.”
“흐음. 어렵지 않지만, 그러면 저에게 무엇을 해주실 거지요?”
“무엇을 원하오? 돈이라면 원하는 대로 주겠소.”
“돈은 됐어요. 이 일이 끝나면 차나 한잔해요. 제가 잘 아는 곳이 있거든요.”
“… 좋소. 그렇게 하겠소.”
가려고 하자 명월루주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허나 이 명부에 적힌 재물은 현령이 절반은 가져가서 제대로 돌려주기는 힘듭니다.”
스윽.
“무정아.”
“예! 여기 제가 그린 약도입니다.”
“약도요?”
“현령의 곳간을 좀 털었거든요. 그 약도에 적힌 곳으로 가면 재물이 좀 있을 겁니다.”
명월루주는 놀란 눈빛으로 선무정을 봤다.
“… 이런 재주도 있으셨습니까?”
나도 선무정이 경공이야 뛰어난 걸 알았지만, 이렇게 훔치는 것도 잘할 줄은 몰랐다.
며칠에 걸쳐서 현령의 곳간에 든 재물을 다 털어왔으니 거기도 지금쯤 난리가 났을 거다.
“예전에 만두 몇 개 훔쳐먹었더니 요령이 붙어서요.”
만두랑 재물을 동일선상에 놓은 건가.
뭐 어쩌면 선무정에게는 먹지 못하는 재물보다 먹는 음식인 만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부탁하겠소.”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곳은 명월루주에게 맡겨 놓으면 되겠지.
난 나와 루주를 번갈아 보는 이들에게 말했다.
“이분은 제 벗입니다. 명부에 적힌 대로 재물을 공평하게 나눠줄 것이니 이분의 말을 잘 따르시길 바랍니다.”
이들을 명월루주에게 맡긴 뒤, 난 걸음을 옮기며 선무정에게 말했다.
“무무에게 들어온 정보는?”
“현재 화령골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 마훈에게 붙여놓은 무무는 매 시각 매를 날려 보고를 해왔다.
“무조, 가서 내가 알린 흑사회에 어떤 마교인물이 합류했는지 알아보도록.”
“존명!”
무조는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고 난 선무정과 같이 숲길로 내달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고.
뚝.
뚝.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
“산개 대형을 유지하라.”
어느새 냄새를 맡은 흑사회의 살수들이 마훈과 그의 가족을 쫓았다.
비가 내리는 숲속.
마훈은 혼자서 도망갈 수 있었으나 가족들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
‘싸운다면 가족들이 휘말릴 수 있다.’
한 명 한 명, 각개격파는 가능했으나 가족들이 인질로 잡힐 우려가 있어 최대한 적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척.
흑사회 살수대 수십 명이 주변을 포위했다.
살수대를 이끄는 살수대주 황우철은 나무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훈! 그만하고 순순히 잡히거라, 네가 우리에게 온다면 너의 가족들도 그만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흑사회는 마훈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내가 속을 줄 아느냐. 너희들은 내 가족을 인질로 잡고 날 겁박하겠지···. 너희들의 상황도 그렇지 않으냐! 흑사회가 수하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흑사회의 악랄한 지배 방식은 ‘가족’이었다.
그들은 ‘화합’이 아닌 ‘공포’로서 모두를 다스렸다.
“그러니 나는 너희들과 손을 잡지 않는다!”
촤아아아악!
마훈의 검은 가장 가까운 흑의인의 심장을 꿰뚫었다.
검의 속도는 평범했으나 그 검을 두른 차가운 냉기는 마치 높은 산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상대는 초절정의 고수다! 절대 홀로 나서지 말고 살검진을 펼치며 상대하라!”
비가 내리는 어두운 숲속.
마훈의 딸인 마소연은 부인의 품에 안겼고 마훈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태산 검법’
높은 산맥을 보며 창안한 검법으로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의 검은 가차 없이 삼 장 이내로 들어오는 흑의인을 귀신처럼 베어버렸다.
검기를 발현하는 것만이 아닌 검기를 통제하는 거였다.
스르르르륵.
뱀처럼 기어가더니.
촤아아아악!
순식간에 적을 먹어치웠다.
태산 검법의 무서움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검’이었다.
“대주! 이대로라면 불필요한 희생만 많아집니다!”
북검이라는 별호다운 뛰어난 검술.
살수대주는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거리를 오장 이내로 벌리고 암기를 사용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흑의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목숨을 빼앗지는 말아라! 어디까지나 이 임무의 목적은 생포다!”
다섯 명의 적을 베었으나 아직 수십 명의 적들이 주변을 포진했다.
‘빌어먹을.’
혼자라면 이들을 모조리 도륙할 수 있었으나 가족들을 지키려면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장을 벌리다니, 내 검의 길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군.’
그때, 비수가 날아오며 부인을 노렸고 마훈이 검을 휘둘러 그것을 튕겨냈다.
챙!
챙!
챙!
수많은 암기가 비와 함께 쏟아졌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모든 암기를 막아냈으나 계속해서 가족들과 도주하고 싸우는 바람에 마훈의 호흡이 점점 차 올랐다.
그러자 빈틈이 나왔고 살수대주가 소리쳤다.
“지금이다!”
마훈의 신경이 한 곳에 쏠린 사이, 사각으로 신형을 빠르게 날리는 이가 있었다.
‘이런!’
순간 기운을 놓친 나머지 딸이 위험했다.
마훈이 뒤로 돌아서 막으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개입했다.
촤아아아악!
푸른 연기가 자욱하게 일렁이더니 흑사회 살수대원이 뻗은 검과 몸을 한 번에 두 동강을 내버렸다.
“지나가는 길에 소란스러워서 왔더니 그대가 있었군요.”
하얀 백의에 푸른 검을 든 송삼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