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70
재회 (2)
늦은 밤.
섬서성 운성 죽문현에 있는 객잔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선무정과 마훈이 객잔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렇게 밖에 나와 있으면 흑사회에 발각될 겁니다.”
내가 다가가자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주군!”
“아이는 무사하지?”
“예! 생채기도 나지 않게 제가 안전하게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마훈을 쳐다봤다.
“다친 곳은요?”
“없습니다. 덕분에 제 가족이 살았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지요.”
객잔 안으로 들어가 선무정이 미리 잡아놓은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 방에는 가족들이 지내게 하고 다른 방에서 우리 세 사람은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
“흑사회 쪽은 이미 우리가 가는 길을 알고 있을 겁니다.”
흑사회가 나에게 꼬리를 붙여놨으니 어디로 가는지 파악해서 함정을 파놓았을 공산이 있었다.
“백의검룡이 계시는 데 그들이 섣부르게 공격할까요?”
“회주가 나선다면 가능하지요.”
흑사회주 철패흉.
“… 그것은 너무 희박한 확률입니다. 흑사회 본산에서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자입니다. 그자가 나올까요?”
“정확한 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호에서는 때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곤 하지요.”
저번 삶부터 경험한 강호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단 하루 사이에 정세가 뒤바뀌기도 하는 곳이 바로 강호였다.
그러니 믿기 힘든 일이 간혹가다 일어나 그것이 많은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일단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
마훈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는지 내 눈을 보더니 말했다.
“사실 이 나라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이곳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니까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협의 손을 보고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저희를 구해준 분의 손을 놓고 갈 정도로 매정한 사람은 못 됩니다.”
씨익.
“앞으로 잘해봅시다.”
내 말에 마훈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검을 나에게 바치는 자세를 취했다.
“저는 앞으로 대협을 주군으로 모시며 주군의 검이 되어 앞을 가로막는 적을 가차 없이 벨 것입니다.”
“…”
“주군이 산을 베라고 하면 벨 것이고 세상을 베라고 하면 능히 벨 것을 이 검 앞에 맹세하겠습니다.”
훗날 흑사회주의 오른팔로 정파 무인들을 무참히 베었던 북검, 아니 그때는 ‘수라’라고 불렸던 자가 드디어 내 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무무야.”
스르르륵.
어둠 속에 은신해있던 무무가 나타났다.
“이 서찰을 화산 유산해 대협께 전하거라.”
*
이른 새벽 우리는 길을 나섰다.
흑사회가 우리가 가는 길을 미리 알아내서 함정을 파 놓을 공산이 크니 길을 우회할 심산이었다.
탓!
나무 위로 경공을 펼치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기감을 넓히며 주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청력을 키우자 풀벌레가 지저귀는 소리까지 세밀하게 들렸다.
반 시진 후.
원래 가려던 퉁천현이 아닌 운성의 남쪽, 완구현으로 갔다.
퉁천현과는 족히 이틀거리였다.
얼마나 갔을까.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쐐애애애액!
내 정면으로 화살이 날아왔고 그것을 맨손으로 낚아챘다.
걸음을 멈추자 주변에 일제히 신형들이 퍼치며 포위망을 만들었고 누군가가 삿갓을 쓰고 태연하게 걸어왔다.
“찾느라 애 좀 썼소, 백의검룡.”
“손등에 새겨진 흑사회의 문양과 노인인 걸 보니 그대는 천뇌겠군요.”
“어린 대협이 제법 눈썰미가 있소.”
“그러니 이리 강호에서 살아남은 거 아닙니까?”
천뇌의 옆에는 그를 지키는 무사들이 있었다.
한 명은 초절정, 다른 한 명은 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인물이었다.
“퉁천현으로 간다는 미끼를 흘렸는데 안무셨군요.”
“원래 계책이란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호, 내가 앞을 막을 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이오?”
“그러니 이리 침착한 거 아닙니까.”
“설마···.”
천뇌는 무언가 눈치를 챈 표정으로 내 뒤에 있는 자들을 봤고 난 소리쳤다.
“산(散)!”
그 말에 내 뒤에 있던 이들이 외투를 벗자 선무정과 마훈의 가족들이 아닌 무조의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라고 얌전히 호랑이 굴로 들어온 건 아닙니다.”
흑사회가 노리는 것이 구할 이상이라고 여겼기에 일부러 선무정과 마훈을 다른 길로 향하게 했다.
“…. 발칙한 짓을 저질렀군.”
“저도 한 개의 계책만 있는 게 아니라서요.”
천뇌가 한 말을 되돌려줬다.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거라.”
은신에 능한 이들이었기에 흑사회가 펼친 포위망을 능히 벗어날 수 있을 터.
그들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스릉.
난 검을 빼 들었다.
“백의검룡.”
“왜 그러십니까.”
“무공만 믿고 너무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간 소리소문없이 강호에서 사라진다는 격언은 모르는 것이오?”
“잘 알지요.”
“그러면 우리의 목표가 마훈에서 당신으로 바뀐 것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마훈이 아닌 나를 노렸다고?
콰아아아앙!
거대한 신형이 삼 장 떨어진 거리에 떨어졌다.
연기가 걷히자 등장한 사람.
“우리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놈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반갑구나.”
오만한 말투, 그 말투의 주인은 흑사회주 철패흉이었다.
*
흑사회 본산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산군(山君)’이 눈앞에 나타났다.
“저 때문에 흑사회주께서 직접 오셨군요.”
“괜한 희생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으냐.”
그리고 뒤쪽에 있는 대열에서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그리도 꼬리 빠지게 내빼시더니 흑사회의 개가 되셨군요.”
혁련서권이었다.
“내가 준 선물은 어찌했느냐.”
“서문가후의 시체 옆에 잘 뒀습니다.”
“잘했구나, 곧 너의 목도 내 팔처럼 떨어질 것이니 서문가후에게 가서 전하거라. 뜻대로 될 것이라고.”
“제가 먼저 팔 다음 목을 베어드릴 테니 직접 가서 전하시지요.”
“여전히 오만하구나.”
“여전히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셨습니다.”
나 혼자서 이들을 모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협공을 펼치면 내가 이길 확률이 적다.’
흑사회주의 경지는 화경의 끝자락, 혁련서권도 팔을 잃었다고 해도 화경의 끝자락에 있는 인물이었다.
쐐애애애액!
그 순간, 내 뒤에 있던 흑의인이 기습으로 던진 암기가 날아왔다.
허나 그건 나에게 닿기 직전, 철패흉이 격공섭물로 잡았고 암기를 날아온 방향으로 다시 던지며 살수의 목을 꿰뚫었다.
“방해하지 마라. 저자와 무학을 겨루고 싶으니.”
무공을 겨루는 데 있어서 철패흉은 비겁하지 않았다.
“그러면 방해가 사라졌으니 시작하자꾸나, 용천회주의 팔을 베어버린 무학을 나에게도 보여줘보거라!”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쇄도했고 오른쪽 허리춤에서 검을 출수했다.
‘왼손잡이.’
철패흉이 휘두르려는 검로가 예측됐다.
내 왼쪽 뺨을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검막을 두른 검을 튕겨낸 뒤에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내 발차기에 맞은 철패흉은 뒤로 살짝 밀려났다.
“검수가 발을 쓴다?”
“검수라고 검만 쓰는 건 아니지요. 회주께서도 검이 아닌 암기도 다루시지 않습니까.”
“재미있구나. 어디 그 입이 일각 뒤에도 살아있는지 보자꾸나.”
철패흉의 검에는 검은 기운이 용솟음쳤다.
‘검강’
그것을 완전히 통제하며 거대한 검강을 만든 철패흉은 내가 있는 곳으로 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철패흉이 쓰는 검법은 ‘오룡검법’이었다.
상승 무공으로 최고의 절기에서는 다섯 마리의 용이 덮친다는 검법으로 그 위력은 현존하는 검법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후학에게 양보는 없으십니까?”
“같은 경지에 올랐는데 무슨 양보가 있겠느냐. 처음부터 전력으로 부딪쳐야지!”
첫 번째 초식이 빗나갔으나 이어서 들어오는 연계 동작이 빨랐다.
검의 형상이 춤을 추듯 꺾였고 마치 채찍처럼 내 오른쪽 허리를 벨 기세로 들어왔다.
카아아앙!
검을 눕히며 검을 흘렸다.
흘리면서 철패흉의 동작을 봤고 오른쪽 어깨로 검을 휘둘렀다.
휘릭.
내 검이 닿기 직전, 철패흉은 뒤로 몸을 날리며 피했고 난 검을 쉬지 않고 천무신검을 펼쳤다.
‘천무 6식 검뢰.’
내 몸이 허공으로 구름처럼 사라지고 어느새 철패흉의 앞에 도달했다.
철패흉의 두 눈은 놀랐으나 내 검은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벼락이 내리쳤다.
*
송삼현과 철패흉의 싸움을 지켜보는 수많은 흑사회 무사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치면서 불어오는 검풍에 흑의인들은 중심을 낮추며 버텼다.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싸움.
그때, 송삼현이 철패흉의 검을 흘리며 출수한 검이 철패흉의 복부 쪽 옷을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악!
상처가 났는지 피가 살짝 새어 나왔다.
잠시 합을 멈추고 거리를 벌려 서로를 바라봤고 철패흉의 상처를 본 송삼현의 입이 먼저 열렸다.
“일각이 지났는데도 입이 살아있습니다.”
“…. 이놈!”
철패흉은 이를 바득 갈면서 신형을 날렸다.
검은 기운을 담은 그의 검과 푸른 기운을 담은 송삼현의 검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채애애앵!
검이 울렸고 송삼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허공답보로 몸을 살짝 틀면서 변화를 준 초식.
‘유운 15식 강호연파(江湖煙波)’
잔잔한 물결에서 나오는 검.
연계 동작은 물 흐르듯이 됐고 강호연파의 초식은 철패흉의 눈 아래를 베었다.
촤아악!
철패흉은 검을 거두며 나와 거리를 오 장 이상 벌렸다.
탓!
그러나 놓치진 않았다.
철패흉의 진짜 무학은 암기를 다룰 때 나오니까 암기를 꺼내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휘이이익!
‘운룡회천’
검강으로 이뤄진 얇은 검사들이 철패흉의 몸을 휘감았다.
얇은 검사들이 마침내 그의 몸을 전부 휘감았을 때.
휘익!
검사들이 하늘로 용솟음쳤다.
그 검사들은 철패흉의 피부에 생채기를 냈고 급소는 철패흉이 검으로 막아내며 피해를 최소한 했다.
“… 용천회주가 고전할 만하구나.”
“이 초식은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막히니.”
“나도 진심으로 해야겠구나.”
검을 거두고 품 속에 손을 넣었다.
쐐애애애액!
한 개의 비수가 정면으로 날아오다가 두 개로 나누어져 양옆으로 날아왔다.
휘릭.
허공에서 몸을 돌리며 피했고 그다음은 땅에서 솟구치는 철 사슬이었다.
미처 땅에 착지하기 전에 습격하는 철 사슬이었으나 검강을 두른 검으로 튕겨냈다.
“호오, 이것도 다 피한단 말이냐! 용천회주의 팔을 베어버린 것이 순전히 운은 아니었구나!”
“회주의 암기도 날카롭습니다.”
암기로는 천하제일을 다투는 만큼 한시라도 방심했다간 심장이 꿰뚫릴 위험이 있었다.
‘천무 1식 개벽.’
땅에 묻힌 암기도 모조리 베어버리며 철패흉에게 쇄도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송삼현의 걸음이 내디뎌질수록 철패흉의 걸음은 뒤로 물러났다. 암기술을 펼치기 위해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거였다.
철패흉의 품에서 암기가 꺼내졌고 그것을 허공에 뿌렸다.
내공으로 통제를 하는 암기.
그리고 그 암기는 곧 별처럼 송삼현에게 쏟아졌다.
‘비선유성’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암기들을 ‘운무빈첩’의 초식을 펼치며 막아냈다. 그러나 완벽하게 막진 못했다.
그의 옷깃이 찢기고 피부를 뚫고가며 피가 나기 시작했다.
철패흉의 암기는 빠르고 잔혹했다.
계속해서 허공에서 암기의 위치를 바꿨고 반응이 늦는 사각만 노렸다.
퍼어억!
촤아악!
푸우욱!
일각이 지나는 동안, 그의 암기는 송삼현의 몸 곳곳을 가격했다.
저번 삶에서 겪었던 암기술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 자의 암기술이야 말로 천하제일이로다.
“지쳤느냐? 몸놀림이 느려졌구나.”
“아직입니다.”
호흡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철패흉의 암기는 멈추지 않으며 송삼현을 공격했다.
그러나 철패흉도 무수히 많은 암기를 다루면서 호흡이 올라온 상태였다.
‘지금이다.’
빈틈을 발견하고 송삼현이 초식을 이어가려고 할 때, 철패흉의 품에서 수많은 암기가 허공에 떠올랐다.
‘이건.’
송삼현은 저번 삶에서 이러한 장면을 봤었다.
철패흉이 펼치는 암기술에서도 세 손가락에 드는 초식.
‘만성연철(萬星連鐵)’
만 개의 철이 모여서 별처럼 쏘아지는 암기술이었다.
암기술의 최고봉이라 알려진 만천화우(滿天花雨)와 같은 종류의 암기술.
“어디 막아보거라.”
만 개의 암기들이 일제히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