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72
재회 (4)
꺄아아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천하를 진동시켰고.
촤아아아악!
피가 강을 이루며, 그 시체가 산이 되어 천하가 재정립될 때, 그 중심에 독고룡이 있었다.
“이놈!”
“사특한 마교도들을 모조리 죽여라!”
정파 무림인들이 그의 걸음을 막으려고 했으나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
천하에 이름을 날린 고수들도 고금제일을 다투는 독고룡의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괴, 괴물 같은···. 너 같은 악귀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촤아아아악!
“어차피 죽을 놈들이 말이 많구나.”
무영단을 이끌고 섬서성 연안에 도착했을 때, 보인 것은 ‘생지옥’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할 다른 말이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달라는 어린아이의 외침에도 독고룡의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눈이었다.
푹.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이들을 무참히 학살했고 끝내 나를 만났다.
감정이 없는 차가운 눈빛.
그 눈빛을 보자 걸음이 멎었고 싸울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두려움.’
독고룡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느낌.
스윽.
스윽.
스윽.
그렇게 독고룡을 바라보는 그때, 땅을 기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다리가 잘렸으면서도 피를 토하며 떨리는 손으로 내 다리를 잡았다.
“…..”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살려주세요.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사흘 밤낮으로 싸우기 전, 내 감정을 뒤흔든 그때를.
어린아이가 숨이 끊어지면서 두려움이 사라졌고 난 그대로 독고룡에게 달려들었다.
너만 없었다면.
너만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들 또한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
독고룡을 마주하니 잠시,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네 놈이 정녕 천하 십 대 고수가 맞느냐.”
독고룡의 말을 듣고선.
휘익.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내공을 두르며 푸른 빛으로 빛나는 검이 독고룡을 향했고 독고룡은 맨손으로 내 검을 잡았다.
“내가 묻지 않았느냐. 천하 십 대 고수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것이 그리 중요하오?”
검을 빠른 속도로 돌려 독고룡의 손에서 빼냈다.
검에 베이며 손에서는 피를 흘렸으나 독고룡은 아무렇지 않으며 나를 보며 웃었다.
“그것도 그렇구나, 어차피 죽을 놈이거늘.”
광오한 살기, 그 기운이 퍼지며 나를 짓눌렀으나 버텼다.
검을 오른쪽 허리춤에 가져간 뒤에 횡으로 베는 기술.
‘천무 2식 일도양단.’
독고룡은 위로 뛰어오르더니 내 검날 위로 올라서서 나를 내려다보더니 손에 탁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퍼어어어억!
내 가슴팍으로 쇄도하는 장법을 검으로 막으려고 했으나 무형의 기운이 발현되며 대신 막아줬다.
카아아아앙!
독고룡이 쓰는 천마신공.
그것의 위력은 아직 완전히 만개하지 않았으나 전 무림을 벌벌 떨게 할 만큼 강대했다.
“… 그 장벽은 대체 무엇이냐. 천마 신공으로도 흠집이 가지 않는다니.”
“대답은 당신이 죽기 전에 해주겠소.”
“오냐, 들어와보거라.”
저번 삶에서 사흘 내내 싸운 적이 있어서 독고룡이 쓰는 무공이 어떤 것인지는 알았으나 묘하게 달랐다.
반각.
합을 겨룬 건 잠깐이었으나 수준이 느껴졌다.
‘적어도 나와 같은 경지다. 그렇다면.’
스르르르륵.
‘독고룡이 현경의 경지로 넘어가기 전, 이 자리에서 목을 베어야 한다.’
전쟁을 막을 기회가 이렇게 빨리 생길 줄은 몰랐다.
독고룡을 이 자리에서 없앤다면 훗날 흑사회가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정도 무림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천무 7식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따라 거대한 파도를 베어나갔다.
독고룡은 피하지 않고 천마신공을 펼치며 정면으로 내 검을 막으려고 했다.
카가가가가각.
거대한 기운의 충돌, 검날이 갈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거둘 순 없었다.
거뒀다간 독고룡의 손끝이 내 목을 꿰뚫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콰아아아앙!
우리의 거리는 열다섯 장으로 멀어졌고 어느새 주변은 싸움을 멈추고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천하 십 대 고수라고 하더니 헛소문이 아니었군.”
“마교인이 어찌 강호에 나타났소.”
내 입에서 나온 마교인이라는 말에 화산파 도사들은 모두가 놀랐고 웅성거렸다.
“내가 마교인이라는 건 어찌 알았지?”
“이리 진득한 살기를 내는 이들은 마교인말곤 없지 않소?”
“호오, 기운만으로 알아차린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구나.”
쿠구구구구웅.
독고룡 주위에 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어떤 것을 펼치려는 지 눈치챘다.
‘천마등공(天魔登空)!’
그 돌들은 마치 탄환처럼 나에게 날아왔다.
캉!
캉!
캉!
검을 휘둘러 튕겨냈고 곧 독고룡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주위의 기운이 그곳으로 소용돌이쳤고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천마회격(天魔回激)’
소용돌이치던 기운이 거대한 창처럼 변했고 그것이 내가 있는 곳을 덮쳤다.
난 잽싸게 어기충소(御氣衝溯)를 펼치며 하늘로 솟구쳤다.
탓.
독고룡도 따라서 어기충소로 신형을 날리더니 나에게로 손을 쭉 뻗었다.
난 허공에서 자세를 잡았다.
‘천무 1식 개벽.’
평소처럼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는 검격.
독고룡이 슬쩍 옆으로 피하자 검격은 그대로 땅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다시 거리를 벌리며 땅으로 내려온 나는 독고룡을 바라봤고 독고룡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검마의 검보다도 뛰어나다고 인정하마.”
“아직 멀었소.”
우리로 싸움으로 인해 주변 일대는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늘 당신을 죽여, 미래에 다가올 혈겁을 막겠노라.”
*
매섭게 펼쳐지는 송삼현과 독고룡의 공방전, 보는 시선이 많았다.
“….산해야.”
“예.”
“저자의 검은 참으로 놀랍구나···. 나는 다 늙어서야 들어선 깨달음의 영역을 저 나이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섰어.”
“저번에 봤을 때는 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못 본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군요.”
유산해 또한 놀라는 건 매한가지였다.
독곡으로 가는 당시, 흑사회 잔당과 싸울 때는 초절정 수준의 무위였기에 지금 펼치는 무위와 비교 자체가 안 됐다.
“과연 맹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무림의 홍복이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짓는 화산의 후기지수들.
그들은 화산파에서도 인정받는 매화검수 수준의 도사들이었다.
“와···.”
그저 입에서 나오는 건 감탄.
무형은 무철에게 다가갔다.
“사형, 어떻습니까?”
“내가 감히 넘보지 못할 분이다.”
“그때도 그러신 분이었지요.”
“네가 말해주지 않았더냐. 네가 강호에서 나가 만난 사람 중, 제일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제가 그랬나요?”
“그랬지. 그리고 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구나···.”
콰아아아아앙!
빛의 속도로 신형을 날리며 허공에서 격돌하던 두 사람은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고 송삼현의 호흡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철패흉과 일전을 벌이고 이어서 독고룡이라니.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스르르르륵.
그런데도 그의 눈빛과 검을 두른 기운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맹해져 독고룡을 향해 쇄도했다.
*
오른쪽 상단.
왼쪽 하단.
계속해서 검로에 변화를 줬다. 허초를 숨기며 속임수도 썼으나 독고룡은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쾅!
충돌하면서 뒤로 조금 밀려났지만,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다음 초식을 이어갔다.
‘해무천뢰(海霧天雷)’
용천회주 혁련서권의 팔 하나를 잘라버린 초식.
독고룡의 오른쪽 어깨를 노렸으나 옷깃만 베고 빗나가고 말았다.
“이토록 날카로운 검이라니, 집중하지 않았다간 팔 하나를 잃었겠구나.”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 팔 하나는 베었을 터인데 아쉽소.”
천무신검의 초식과 유운검법의 초식을 적절하게 배합하며 예측하지 못할 공격을 펼치고 있지만, 독고룡의 재능도 가히 하늘에서 내린 재능이었다.
계속해서 초식을 쫓아왔고 반격까지 하니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더는 나도 보고만 있을 수 없구나, 내가 가진 무공이 강호에서 얼마나 통하는지 너를 통해 증명해 보이겠다.”
화르르륵.
천마신공을 익힌 자들만 발현할 수 있는 ‘심화(心火)’.
그것을 기초로 한 모든 것을 불태우는 ‘천마광염참(天魔光炎斬)’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주변 풀들이 말라 비틀어지는 열기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 천마신공의 세 가지 절초 중 하나였다.
‘어떻게 막을까.’
천무신검의 10초식 검해로 날려버리려고 했으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개의 초식이 마구 충돌했다.
어떻게 하면 벨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너머에 있는 독고룡의 목을 벨 수 있을까.
수많은 방법이 찰나의 순간에 머릿속에서 충돌하고 또 사라져갔다.
검해의 초식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다른 방법을 찾았다. 더 확실하고, 더 완벽한 방법을.
천무신검.
유운검법.
두 검법이 가지는 경계가 흐려졌다.
머릿속에서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생각이 정리됐고 오른손에 들린 검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검이란 무엇일까.’
‘그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인가? 아니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무기인가?’
검은 그저 휘둘러서 적을 베려는 무기가 아닌 내 뜻을 관철하는 또 다른 나였다.
마음속에서 사물과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자유’
그 어떤 것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나아갈 수 있는 한 걸음이 보였다.
‘신검합일(身劍合逸)의 경지’
스르르르륵.
오른쪽 대각선으로 치켜든 검에 푸른 연기가 모여들었다.
이 순간 청월은 그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청월은 나였고 내가 곧 청월이었다.
모든 것들의 경계가 사라지고 내가 곧 검이 되면서 떠오른 새로운 초식.
‘풍표전격(風飄電激)’
푸른 바람으로 얽힌 소용돌이 안에 검강들이 벼락처럼 담겼다.
파파파파파팟!
풍표전격이 천마광염참을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독고룡의 온몸을 휘젓고 지나갔고 동시에 독고룡의 몸 곳곳에서 피가 튀었다.
푹.
내가 풍표전격의 초식을 펼치는 사이, 독고룡이 기습적으로 날린 권격이 내 가슴께를 뚫었다.
*
독고룡은 바닥에 누웠고 난 검을 바닥에 꽂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왔으나 주변에서 보는 이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의 영역을 넘은 이들의 싸움.
그렇기에 그들은 다리가 굳었고 오로지 눈만 움직이며 우리의 싸움을 지켜봤다.
“하하하하하! 천마광염참이 이런 식으로 파훼 될 줄이야!”
바닥에 누운 독고룡은 하늘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수많은 검흔이 그의 몸에 새겨졌으나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스윽.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치명상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천하 십 대 고수? 내가 만난 이들 가운데 내 스승님 다음으로 네가 제일 강하구나!”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철패흉과의 일전 이후에 격한 싸움을 했고 내공을 모두 쏟아부은 초식까지 썼으니 내공도 거의 바닥이 났다.
‘한 번의 초식으로 목을 벤다.’
후우.
호흡하며 내공을 진정시켰다.
허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천뇌의 입이 열렸다.
“지금이다!”
천뇌의 말이 떨어지자 경공이 빠른 이가 나에게 순식간에 접근했다.
그 움직임을 읽었는지 곽수환이 순식간에 경공을 펼쳐 내 앞으로 왔고 검을 휘둘렀다.
“이놈이 어딜!”
촤아아악!
흑의인은 곽수환의 검에 한쪽 팔이 잘리면서도 나와 거리를 좁혔다.
독고룡이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여는 그때, 내 코로 맡아지는 냄새.
킁킁.
이 냄새는 화약이었다.
내 품으로 파고든 이가 장포를 벗자 그 안에는 작은 벽력탄들이 여러 개가 있었다.
자폭을 하려는 거였다.
“이렇게 목숨을 버려도 되겠느냐?”
“흑사회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오.”
흑의인이 짓는 표정은 저번 삶에서도 숱하게 봐왔다.
이미 죽음을 결심한 표정.
퍽!
난 장법을 날려 가까이 있던 곽수환을 화산파 도사들 쪽으로 날리며 소리쳤다.
“화산의 도사님들! 모두 피하시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내가 서 있는 지대가 모두 날아갔고 나도 뒤로 날아갔다.
“대협!”
유산해가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나를 잡으려고 했으나 거리가 멀었다.
쿨럭.
아무리 무형의 기운이 감싸고 있다곤 하지만 벽력탄의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다.
내공을 집중해 허공답보를 펼쳐 유산해가 뻗은 손을 잡으려고 했으나 독고룡에게 당한 부분이 욱신거려 내공이 모이지 않았다.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
그렇게 난 끝도 모르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