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77
재출발 (1)
금호장 상공.
삐이이이익.
하얀 매가 허공을 날아다녔고 청월각을 청소하던 소월이가 고개를 들어 매를 발견했다.
“뭐지? 웬 매가.”
매는 갑자기 낮게 날기 시작하더니 소월이에게 서신을 하나 떨어트린 뒤, 사라졌다.
소월이는 땅에 떨어진 서신을 주워서 펼쳐봤다.
“이, 이건!”
서신을 본 소월이는 황급히 달려 대연각으로 향했다.
“유화야! 장주님은?”
“침소에 계십니다.”
“고마워!”
침소에 누워 있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곳으로 갔고 앞은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청월각을 관리하는 아이가 아니냐. 네가 이곳에는 어쩐 일로 왔느냐?”
“장주님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급히 드릴 말씀이 있다는 말과 함께 뒤에서 말이 들려왔다.
“그게 무엇이냐?”
호법당주 이윤이었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장주님께 급히 드릴 말이라는 게 뭐지?”
“여기요!”
손에 꽉 쥔 서신을 건네줬다.
이윤은 그것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이, 이것이 정녕 사실이더냐! 서신은 어디서 낫느냐?”
“매가 주고 갔습니다. 분명히 공자님이 보내신 매일 겁니다!”
이윤은 송삼현의 필체를 알았기에 서신이 진짜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 새겨진 문양.
이것은 금호장의 직계들만 가지고 다니는 은패의 문양이었다.
“알았으니 어서 가보거라!”
소월이에게 서신을 받은 이윤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침소 안에는 송우태가 서찰을 읽으며 차를 한 잔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장주님, 이걸 보십시오!”
이윤은 긴말하지 않고 서신을 건네줬다.
서신을 건네받은 송우태는 그것을 읽더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보러 가지는 않으십니까?”
“뭣 하러 그러냐. 이리 살아있다는 것만 알았으면 된 거지.”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꾹 참았다.
금호장의 장주로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뿐더러 아들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그저 살아있다는 소식이 제일 반가운 소식이었다.
*
이윤에게 서신을 주고 난 뒤에 소월이가 간 곳은 규화각이었다.
“우영아, 아가씨는 안에 계셔?”
“응, 지금 안에 계시지 왜?”
“알았어!”
소월이는 침소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청월각 시녀 소월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오거라.”
송연화는 송삼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을 앓아누워 안색이 좋지 않았고 그런 그녀의 곁에는 군주 주홍연이 있었다.
“구, 군주마마를 뵙습니다!”
“그래. 급한 일이라면 잠시 내가 나가야겠구나. 금호장과 관련된 일을 외부인인 내가 들을 수 없으니.”
주홍연 또한 기운이 없어 보였다.
십 월초에 진왕의 요양차 금호장을 찾아온 그녀는 송삼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금호장이 아니라 삼 공자님에 대한···.”
“삼현이? 삼현이라고 했느냐!”
삼 공자라는 말에 송연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 삼 공자님이 살아계신다는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 그것이 사실이냐?”
“예! 제가 서신을 직접 받았고 지금 막 장주님께 전해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서신에는 무엇이라고 적혀 있었느냐!”
죽었다던 동생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송연화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말했고 소월이가 서신의 내용을 말했다.
“저는 무사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훗날, 찾아뵐 터이니 그때까지 모두 건강히 지내세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확실한 것은! 자제분들만 가지고 계신 은패의 문양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눈물이 흘렀다.
“마마.”
“그래, 내가 뭐라 했느냐. 송 공자는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주홍연은 울먹이는 송연화를 안아 등을 토닥여줬다.
“그나저나 참으로 대단한 자다.”
“예?”
“북경 진왕부에서 백의검룡의 소문을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그 이야기만 했지, 강호에 협객이 나타났다고.”
주홍연 또한 송삼현의 행보를 알고 있었다.
듣지 않아도 들려오는 소식.
무엇보다 강호에 관심이 많은 아우 덕분에 매일 같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누구를 도와줬는지.”
“오늘은 어떤 문파를 없앴는지.”
“오늘은 어떤 일을 했는지.”
여러 가지를 알려줘서 송삼현의 행보를 잘 알았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뻤단다. 내 벗이 그리 인정받는다는 삶을 산다는 것이.”
함께 달을 구경했던 벗이 강호의 고수가 되어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기뻤다.
이야기를 듣던 송연화도 눈물을 닦으며 말을 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삼현이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무시당했지요.”
아직도 송연화의 뇌리에 선명했다.
송삼현이 첩의 자식이라며 사람들에게 멸시당하던 기억이.
“그리 힘들게 살았던 아이가 지금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사람이 된 게 정말···.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멸시를 당했던 삶.
그리고 그 삶을 지탱해줬던 어머니의 죽음.
엇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송삼현은 ‘협’을 내세우며 강호에 이름을 날렸다.
그래서 송연화는 송삼현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이야기를 듣던 주홍연은 미소를 지었다.
“너의 이야기를 들으니 꼭 다시 보고 싶구나. 내 벗이 얼마나 큰 사람이 되었는지.”
*
“허어, 놀랍구나. 그 나이에 현경이라니···. 넌 사람이 맞느냐? 어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 아니고?”
사부님은 내 몸속을 훑더니 놀라워했다.
“사람이지요.”
“… 아니, 넌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이리 경지가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 지금 내 나이에도 화경이 고작이고 현경은 수십 년은 더 지나야 하거늘.”
육십이 넘은 사람도 아직 닿지 못한 곳을 열다섯의 어린아이가 닿았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사부님도 곧 닿으실 겁니다.”
“이놈이, 아주 입바른 소리만 하는구나.”
내가 현경에 오르고 며칠 후, 천하봉선은 내 몸이 다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사월향도 옆에 서 있었고 천하봉선은 떠나기 전, 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을 봐왔지만, 당신은 참으로 특별합니다.”
“그런가요?”
“열다섯에 현경에 이르는 미친 사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아마 평생 살아도 만나지 못하겠지요.”
그것도 그렇다.
나의 나이의 평균 경지는 고작해야 이류, 많이 쳐줘도 일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저번 삶의 경험과 합쳐 경지를 빠르게 개척해나가니 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이상한 것이 당연했다.
“다 천하봉선님 덕분이지요. 천하봉선님이 아니었다면 평생 이루지 못할 경지였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오를 경지였지요.”
“그것을 천하봉선님을 만나 이뤘으니 더욱 기쁩니다.”
내 말에 천하봉선의 입꼬리는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
“훗날 또 만나지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천하봉선과 인사를 한 뒤에 사월향이 다가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협의 배려에 감사드려요.”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으셨다면 다행입니다.”
“저와 조모님은 당분간 어머니가 계신 광동 담강에 있을 겁니다. 혹여라도 그곳을 지나시게 된다면 ‘향월 객잔’으로 찾아오세요.”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면 또 뵈어요.”
“감사했습니다. 여정의 길이 평탄하길 빌겠습니다.”
“대협도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천하봉선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손녀가 다른 이에게 향월 객잔을 알려주는 건 처음이구나.”
“조모님!”
“아무튼, 손녀도 그렇지만, 저도 공자가 그곳에 오면 좋겠어요. 기다릴게요.”
“예.”
천하봉선은 사월향과 봉호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사월향이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봤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포권을 올렸고 사월향도 포권을 올리며 그렇게 멀어졌다.
두 사람이 봉호산을 완전히 나가자 봉호산을 감싸던 무형의 기운이 다시 길을 흩트려놓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우리도 슬슬 시작해보자꾸나.”
“시작이요?”
“천무신검은 대성을 했고 다른 것도 부족함이 없지만, 너의 천무신공을 더 다듬어주마.”
“예!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나의 천무신공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 완벽한 것이 없듯이 분명히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난 보다 완벽해질 거다.
천무신공의 창시자인 사부님과 함께.
*
반년 후.
열여섯의 해가 밝았다.
반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천무심법은 그저 허공에 떠도는 기운만 갈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기운과 동화되어 호흡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으니 명심하거라.’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천 개의 무 위에 검을 세우라고.’
매일 같이 검을 휘두르며 현경의 경지에 적응해갔다.
이기어검의 경지, 차차 적응되어 가자 사부님과의 비무에서도 내가 이기기까지 했다.
‘무학으로서 너를 이기는 것은 안 되겠구나.’
허나 사부님의 검도 예사롭지 않았다.
내가 이기긴 했으나 사부님의 검도 언제나 내 옷깃을 찢으며 치명상을 남길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반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현경의 경지에 익숙해졌다.
봉호산의 봉우리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운기조식을 마쳤다.
“후우.”
호흡을 내뱉자 자연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
기운을 흘려 봉호산 일대를 한 번 훑었다.
벌레가 지저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짐승들의 울음소리.
갖은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눈을 뜨고 내려와서 서고에 있는 천무신검 비석으로 갔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비석에서 나오는 형상.
그 형상이 천무신검의 결을 알려준 덕분에 반년 동안 많은 성취가 있었다.
아직 극성에 이르진 못했으나 극성까지 가는 길을 얻었으니 된 것이지.
스르르륵.
비석에 손을 가져다 대자 푸른 기운이 휘감기며 내 내공과 공명했다.
“고맙습니다.”
비석의 모든 것을 습득했으니 이제 이 방을 나갈 때였다.
서고의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자 천유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형!”
같은 스승을 모시게 됐으니 천유현과도 관계 정립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했으나 사부님이 명확하게 정리해줬다.
‘경지나 인성, 모든 면에서 삼현이가 위니 삼현이가 사형이고 유현이 너는 사제다.’
탄생일로 따지자면 천유현이 나보다 석 달은 빨라 사형이 되어야 했으나 사부님의 계산법은 달랐다.
그래서 내가 바로잡으려고 했으나.
“네! 알겠습니다! 사형! 사제의 절을 받으십시오!”
천유현은 곧바로 받아드리며 나에게 절을 했다.
그렇게 난 원래 나의 사형이 됐다.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천유현의 뒤를 따라 평상으로 갔다.
그곳에는 사부님이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이만 강호로 나가보겠습니다.”
“어디로 갈 참이냐.”
“운남으로 갈까 합니다.”
“… 운남이라, 지금 그곳에는 여러 세력이 모여든다고 하던데?”
“예, 광천혈마의 무덤이 발견됐거든요.”
내가 떠나기 며칠 전, 광천혈마의 무덤이 있다는 것이 공개됐다.
“광천혈마라···. 그러면 혈심경을 얻으려고 발광을 하겠구나.”
광천혈마의 혈심경.
사파들은 그것을 얻어 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정파들은 그것을 없애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서로가 추구하는 다른 이익 때문에 운남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갈 참이었다.
흑사회가 짜놓은 판에 놀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형!”
원래의 나에게 사형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 그래, 너는 사부님의 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거라, 네가 강호행을 나설 날을 기다리고 있으마.”
“예! 사형! 꼭 사형 만큼 강해져서 찾아뵙겠습니다!”
꽁.
“네가 삼현이를 따라가려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될 거다.”
“사부님!”
“이 멍청이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길을 나서거라, 봉호산 초입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역시 사부님도 그들의 기운을 느낀 것이구나.
척.
난 사부님께 절을 올렸다.
“그간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영원히 안 볼 사이처럼 말하는구나, 부자의 연처럼 사제의 연도 천륜으로 얽매여져 끊어지지 않는 법, 너의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터이니 그만하고 가거라.”
이곳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천무신공의 진전을 제대로 배웠고 천무신검의 검결이 새겨진 비석을 보곤 보다 검을 갈고 닦았다.
무엇보다.
‘현경.’
신의 경지에 발을 들인 것이 가장 컸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삼현아.”
내려가려던 내 발을 잡은 것은 사부님이었다.
“너는 이미 나보다도 높은 경지에 이르렀으니 무학의 면에서는 내가 너에게 더는 할 말이 없다. 허나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거라.”
사부님은 나에게 무언가를 던져줬다.
그것은 갖은 단약이 든 작은 함이었다.
“이익은 남보다 뒤에 얻고, 책임은 남보다 앞에서 메거라. 그리하면 모든 이들이 너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부님의 조언에 난 포권지례를 올렸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이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다시 인사를 드리러 오겠습니다.
그렇게 봉호산을 내려가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