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8
진왕 전하 납시오! (4)
오른쪽에 있는 흑의인이 진각을 밟더니 순식간에 도약해 내 머리를 노리며 검을 뻗었다.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찌르기에 슬쩍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검은 뱀처럼 나를 쫓았고 뒤로 도약하며 공격범위에서 벗어났다.
“뱀처럼 꺾이는 검이라.”
휙!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녀석의 중검이 내 허리를 베려고 무서운 기세로 들어왔다.
검을 휘둘러 중검의 아랫부분을 가격해 튕겨내자 두 흑의인은 나와 거리를 벌렸고 난 그들의 행동을 상세히 살폈다.
무거운 중검과 가벼운 쾌검.
두 녀석은 전에도 몇 번 호흡을 맞췄는지 서로의 공격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협공을 해왔다.
“유서야. 만만히 볼 자가 아니다. 어리다고 얕보지 말고 우리 위의 고수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네, 형님.”
“가자!”
탓!
챙!
챙!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같이 주변으로 퍼졌다.
‘오른쪽은 속도를 중시하는 쾌검, 왼쪽은 파괴력을 중시하는 중검. 성질이 다른 검술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세를 고쳐잡은 두 흑의인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왔다.
벼락같이 쇄도한 그들을 피해 난 경공을 펼치며 그들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내뱉는 호흡, 그들이 공격할 때 하는 버릇, 공격하고 나서 다음 공격이 들어올 때까지의 시각, 여러 정보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두 명은 계속해서 협공을 해왔고 쾌검이 나의 발을 묶어놓으려고 하면 중검이 나를 덮치는 동작이 주를 이뤘다.
“계속 도망칠 수 있다고 여기느냐!”
그러더니 중검을 휘두르는 흑의인이 바위를 부쉈고 그 잔해들을 나에게 쏘았다.
겁집을 한 손으로 회전시키며 돌을 다 튕겨냈고 그 틈에 쾌검의 검 끝이 우측 사각지대에서 나에게 쇄도해왔다.
“이놈!”
검로(劍路)가 눈에 훤히 보였다.
저번 삶에서 ‘검제’라는 별호로 천하제일 검에 올랐던 나에게 이들의 검술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였다.
스르르륵.
‘유운검법 5식 강무유파(强武流破)’
강한 공격을 부드럽게 깨트린다는 뜻으로 상대의 공격을 역이용해 기습하는 초식이었다.
검을 뉘여서 상대의 검날을 스치며 파했고 검에 내공을 흘려 검기를 만든 후, 가차 없이 검을 잡은 오른 손목을 베었다.
촤악-!
흑의인의 검과 손이 땅에 떨어졌고 흑의인의 입에서는 비명이 나왔다.
“아악!”
척.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흑의인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고 중검의 흑의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쾌검의 흑의인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잡고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 검기, 이 녀석 어린 나이에 성취가 벌써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더냐?”
이때 중검을 든 녀석의 검이 내 뒤로 쇄도했다.
쾌검의 속검도 나를 잡지 못했는데 중검의 느린 일격은 피하고 반격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휙.
중검이 내 얼굴 옆으로 지나갔고 왼손으로 내공을 집중시켰다.
기해혈에서 시작된 내공의 흐름은 왼쪽 손바닥을 가득 채웠다. 왼쪽으로 회전하는 내공으로 흑의인의 복부를 타격했다.
‘천무장(千武掌)’
내공의 흐름을 역행하며 상대의 내공 운용을 방해하는 장법.
“끄억!”
그 녀석은 삼 장 정도 밀려나며 무릎을 꿇었고 복부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퍼지는 고통에 고개를 땅에 처박고 일어나지 못했다.
난 검으로 손목이 잘린 녀석의 어깻죽지에 ‘푹’하고 검을 꽂았다.
“사추도는 어디 있느냐.”
“커헉, 모른다!”
“두 번은 묻지 않는다. 사추도는 지금 어디 있느냐.”
“모른다!”
촤악-!
목에 검흔이 새겨졌고 곧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어차피 한 놈 남았다.”
벌벌 떠는 이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걸 본 흑의인이 입에 독단을 머금고 자결하려고 하자 신형을 날려 재빨리 아혈을 눌렀다.
“어딜.”
이것들은 뭐만 하면 자결하려고 한단 말이지.
“바로 말할 눈빛이 아니니 고통 좀 당해야겠구나.”
혈도를 짚었고 곧 흑의인의 얼굴은 고통으로 번졌다.
분근착골(分筋錯骨), 저번 삶에서 배운 것으로 사람을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가 실토하게 만드는 고문법이었다.
톡.
독단을 제거한 뒤에 다시 아혈을 점해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자, 독단도 없으니 어서 말해보거라. 사추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 퉤.”
내 얼굴로 침을 뱉었지만, 피했다.
퍽!
주먹을 쥐어 얼굴을 때렸고 흑의인에게 검을 겨누며 다시 물었다.
“다시 묻는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사추도는 너희들에게 왕세자를 맡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
“너희는 자기들이 미끼가 된 줄도 모르고 무청산을 빠져나가려 했을 것이고.”
푹.
“죽지는 않을 것이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뿐이지.”
끄아아아아악!
무청산에 흑의인의 고통스러운 비명만이 가득 울려 퍼졌다.
일각 동안 이어진 고문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던 녀석은 결국, 포기하고 행선지를 말해줬다.
“수, 수산으로 갔다. 말했으니 제발···. 제발 그만하고 죽여다오.”
저번 삶에서 칠견이 왜 안 잡혔나 했는데 다른 곳으로 가서 이곳에서 잡히지 않은 것이구나.
한데 무청산에서 이십 리 밖에 안 떨어진 수산으로 왜? 그곳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난 저번 삶에서 흑사칠견과 수산에 관련된 지식을 끄집어내 하나하나 조합했다.
흑사칠견이 수산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수산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건가?
저번 삶에 있었던 일들을 끄집어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그들이 저번 삶에서 전쟁 때 아녀자들과 아이들을 무참히 죽이는 사건을, 그리고 그것이 행해진 이유도.
“추혼마공(抽魂魔功)이 그곳에 있는 것이냐!”
내 물음에 흑의인은 깜짝 놀라며 두 눈이 커졌다.
“네, 네 놈이 그걸 어찌!”
“역시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것은 기밀이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어찌 네가···!”
“다시 물으마. 사추도가 마공서를 회수하고 만나기로 한 곳이 어디냐.”
“…..”
촤악!
“끄아아아아! 이 미친놈! 난 진짜! 그것밖에 모른다! 나머지는 사추도님이 하시는 일이라 우리 같은 놈들은 정말 몰라!”
“사마묘.”
움찔.
“모르는 녀석이 이 묘의 이름을 듣고서 왜 움찔하는 것이냐.”
“그, 그것이···.”
“사마묘, 추혼마귀 사마추영의 묘, 진법이 있어서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지만, 너희들은 진법을 파훼할 무언가가 있었군.”
이것으로 사추도의 행방이 파악됐다.
전쟁 때, 흑사칠견이 정파의 고수들을 죽이고 자유롭게 중원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추혼마공’ 때문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혼을 흡수하는 사특한 마공을 익힌 탓에 그들이 가는 마을은 언제나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될 추혼마귀의 비급이 강소성 남경 인근 수산의 ‘사마묘’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흑사칠견이 술을 먹고 한 말이 퍼지며 무림맹에도 전해졌었으니까.
촤악!
흑의인의 목을 베며 죽였다.
“기다리거라. 이번 삶에서는 너희들의 뜻대로 그 무공이 순순히 너희들이 손에 들어가지 않을 터이니.”
저번 삶의 인연이 나를 이끌었다.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 나는 경공을 펼쳐 수산으로 향했다.
*
정화원은 깊은 침묵이 흘렀다.
진왕과 송우태는 전각에서 당주들과 이 일에 대해 자지도 않고 계속 논의 중이었고 왕비와 군주도 왕세자의 신변이 걱정이 되어 늦은 밤에 자지 않고 소식을 기다렸다.
쾅!
그때 전각의 문이 열리며 비에 흠뻑젖은 무사가 들어왔다.
“호법당 일월대 소속 장덕원! 진왕 전하를 비롯해 금호장주님을 뵙습니다!”
“예는 됐으니 어서 일어나 보고를 하시게. 어찌 됐나?”
“추격 일조에서 왕세자 마마와 둘째 공자를 찾았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두 분 모두 무사하고 다친 곳은 없다고 하옵니다!”
오오오오오!
두 사람이 무사하다는 소식은 전각 안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왕비는 안심했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 앉았고 군주가 그 옆을 보필했다.
송우태는 기쁜 것도 잠시, 장덕원에게 물었다.
“범인들은 어찌 됐나! 그 천인공노할 대죄를 저지른 놈들은!”
송우태의 말에 장덕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보고를 올렸다.
“그것이···. 포박하려고 할 때, 독단을 씹어 자결했다 하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독단이라니. 극도로 훈련된 자객들이구려.”
“망설임 없이 죽을 정도면 배후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흑사회의 소행이 확실하다면! 이것은 무림맹에 알려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당주들이 웅성거리며 말했고 진왕은 가만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왕을 보자 모두 말을 멈추고 진왕에게 예를 갖췄고 송우태도 한 걸음 물러나 진왕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진왕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장덕원에게 말했다.
“어찌 찾은 것인가? 비 오는 날이라 추적이 힘들 거라는 걸 보고 받았는데.”
“그것이···. 둘째 공자가 스스로 손에 상처를 내 피를 떨어트려 길을 알려줬습니다. 혈향을 맡고서 견대(犬隊)가 꼬리를 잡았습니다.”
“혈향? 비에 씻기지도 않고? 향이라면 비가 많이 오는 지금, 분명히 향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 근데 어찌?”
“그것이···. 둘째 공자께서 독을 드셔서 피의 향을 짙게 만들었다 하옵니다.”
“독?”
송우태가 발끈했고 장덕원은 다시 말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미약한 수준의 독으로 그 자리에서 해독 후, 무사히 오는 중이라 하옵니다.”
송이현이 포박된 상태에서도 스스로 상처를 내어 길을 알려줬다는 걸 알자 전각에서 작은 감탄이 나왔다.
“금호장주.”
진왕은 송우태를 바라봤다.
“네. 전하.”
“실로 훌륭한 자제를 두었어. 일 공자만이 아니라 이 공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니···. 내 진심으로 고맙네. 내 이번 일은 절대 잊지 않고 꼭 보답할 것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게.”
“아닙니다. 모든 것이 전하의 덕이고 공이옵니다. 소인은 그저 옆에서 손을 거들었을 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자네도 참···.”
금호장은 진왕의 사병부대와 같이 왕세자와 송이현을 무사히 구출했고 납치를 한 자객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면서 이 일은 일단락났다.
허나.
아직 송삼현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맹렬히 내리는 빗속을 뚫고 후일에 일어날 혈겁의 일부분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