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83
혈심경 (5)
“정말···. 백의검룡이군, 어찌 유령곡에서 살아남은 거요?”
“이곳까지 이리 빠르게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지간히 급하셨던 모양입니다.”
“내가 급할 것이 뭐가 있겠소.”
송삼현은 품에서 혈심경을 꺼냈다.
“이걸 노리고 오신 거 아닙니까?”
그것을 보자 천뇌의 눈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우리보다 한발 빨랐구려.”
“자리에 앉아서 명령하는 것과 직접 행동하는 것의 차이지요.”
“어째서 또 우리의 앞을 막는 거요? 무덤은 또 어떻게 들어온 것이고?”
“그러는 당신들은 왜 항상 제 앞을 막는 겁니까?”
“… 그대가 나타나면 언제나 흑사회의 일을 방해하지 않소.”
“흑사회가 제 일을 방해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송삼현은 말을 한 뒤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천뇌를 비롯해 흑사회 인원은 스무 명.
초절정은 두 명에 절정은 열 명, 나머지는 일류 수준.
“한 가지 묻겠습니다.”
“말하시오.”
스릉.
“정녕 그대들이 제 걸음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
송삼현은 흑사회주는 물론 마교 소교주와도 일전을 벌였었다.
천뇌 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저 이들을 이끌고 왔다기엔 무언가가 부족했다.
흠칫.
곧 느껴지는 광오한 기운.
숨이 턱턱 막혔으나 천뇌는 기운을 뿌리치며 말했다.
“백의검룡은 회주님과 일전을 벌일 수 있는 고수, 우리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소.”
화경의 끝자락에 오른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천뇌가 준비한 것은 송삼현을 죽일 뻔한 벽력탄이었다.
“그래서 이것을 준비해봤소.”
“올바른 세상을 원한다면서 하는 짓은 이리 비도덕적이라니···.”
“원하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내 손에 얼마든지 더러운 오물을 묻힐 수 있소.”
천뇌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행동만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대의는 대의가 아니라 욕심입니다.”
“결국에는 이기는 자의 뜻이 대의가 되는 것이고 지는 자의 뜻이 사사로운 욕심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소.”
그 말이 맞았다.
언제나 역사에 기록되는 것은 패자가 아닌 승자의 기록이니까.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송삼현은 청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검법을 배울 때, 그런 말이 있습니다.”
스윽.
“검을 잡을 때는 의지를 담고.”
스릉.
“검을 발도할 때는 목적을 담고.”
척.
“검을 검집에 넣을 때는 책임을 져라.”
가만히 자신을 보는 천뇌에게 송삼현이 계속해서 말했다.
“전 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있는데 당신은 당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천뇌는 그 말을 듣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리 다시 대화를 나누니 더욱이 아쉽구려, 나와 그대가 뜻이 맞았다면 천하를 지배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천뇌는 진심으로 송삼현의 자질을 아까워했다.
신념이 같았다면 이보다 든든한 아군은 없었으니까.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천하는 지배하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거라고.”
“….”
“이제 헤어질 때가 온 거 같소.”
“그게 무슨.”
빠지지직.
미리 벽에 새겨놓은 검흔 때문에 벽의 틈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푹!
벌어지는 틈새에 검을 꽂아 넣었다.
“제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계책을 세울 때는 여러 가지의 길을 세워두라고.”
콰아아아아아아앙!
검을 꽂아 넣은 곳에 내공을 흘려 한 번에 베어버리자 무덤의 벽면이 갈라지며 무수히 많은 지하수가 쏟아졌다.
그 지하수에 흑검대들은 당황했고 천뇌는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나를 노려봤다.
“어디 살아나와 보시오. 나처럼.”
“백의검룡!!!”
지하수가 차오르는 것을 본 나는 마훈의 뒷덜미를 잡고 어기충소를 펼치며 무덤의 천장 부분으로 도약했다.
“천장에 부딪힙니다!”
천장에 닿기 직전.
스르르르르륵.
검에는 푸른 연기가 휘감겼다.
‘천무 7식, 승풍파랑(乘風破浪).’
콰과과과과과광!
천장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벽이 깨지며 검격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겹겹이 쌓인 돌벽.
그것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마침내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
약조했던 엿새째 날이 되자 정파와 사파가 광천혈마의 무덤 앞으로 모였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
그것이 신호가 되며 일제히 서로에게 달려 들었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충돌하기 직전.
두두두두두두!
땅이 울리며 정파와 사파 사이에 있는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냐!”
“모두 오 장 밖으로 물러나라! 땅이 갈라진다!”
콰과과과과과광!
갈라진 땅은 쩍 벌어지며 물이 솟구쳤고 곧 신형 하나가 물과 함께 나오자 모두가 놀랐다.
“어? 송 대협!”
“백의검룡 대협입니다!”
“어째서 백의검룡 대협이 저곳에서 나타난단 말이냐!”
허공답보를 펼치며 땅으로 내려온 송삼현에게 당수향이 다가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이 십니까?”
“안에서 일이 좀 있었소.”
“일이라면···.”
“어떤 성질 고약한 늙은이에게 제대로 걸렸소.”
그리곤 제갈우가 송삼현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백의검룡 대협.”
“무림 후학이 제갈우님을 뵙습니다.”
“혈심경은 회수했소?”
“예.”
그 말에 당수향을 비롯해 정파인 모두가 놀랐다.
태허진인이 두 눈이 커지며 말했다.
“…. 정녕 혈심경을 회수한 것이오?”
스윽.
품에 있는 혈심경을 꺼내 보여주자 태허진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맹주께 들은 대로 정말 기상천외 일을 하시는구려! 홀로 혈심경을 회수하다니!”
“약조를 했으니 지켜야지요.”
“백의검룡 대협께 진심으로 예를 표하는 바요.”
“태허진인께서 어찌 이러십니까. 이러면 제가 얼굴을 들지 못합니다.”
태허진인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파 무사 한 명이 송삼현과 같이 땅에서 나온 마훈을 봤다.
‘눈에 익는 자로군. 내가 어디서 봤더라.’
긴가민가하더니 주변 무사들과 무언가 이야기를 했고 점점 마훈을 본 그들의 시선이 변해갔다.
“자, 잠깐만요! 태허진인! 이 자는 북검입니다!”
“맞습니다! 삼 년 전! 적도 어르신을 벤 그 녀석입니다!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검! 네 이놈!”
북검 마훈.
그 이름은 강호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돈을 준다면 정파 고수들도 죽였기에 무림 공적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자신을 향하는 무수히 많은 검에 마훈은 뒷걸음질을 쳤고 정파인들은 마훈을 벨 기세를 마구 뿜어댔다.
“멈추세요.”
그들의 앞을 막은 것은 송삼현이었다.
“… 백의검룡, 그대는 북검과 무슨 사이요?”
태허진인의 말에 송삼현은 솔직하게 답했다.
“제 벗입니다.”
벗이라는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북검이라는 자가 어떤 자인지 정녕 모르는 거요?”
“이 사람이 벤 사람이 적도 왕소 어르신이지요.”
“알고 있지 않소!”
“그러면 그 왕소 어르신이 한 일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태허진인께서는.”
적도 왕소.
오십이 넘은 고수로 주로 호남성 상덕에서 활동했다.
도를 사용하는 ‘화귀도법’은 많은 사파를 척살하기도 했으나 많은 양민을 겁박하기도 했다.
“후기지수들은 잘 모를 겁니다. 술을 좋아하고 호탕한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있겠지요. 허나 제가 아는 사실은 다릅니다. 적도 왕소! 그는 협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많은 아녀자를 겁간했습니다!”
“….”
“반항하는 사람들은 죽이고! 사실을 고변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던 이들은 당황했고 사실을 아는 태허진인과 제갈우는 두 눈을 감았다.
“그래서 호남성 인근의 사람들이 현상금을 걸었지요. 마훈은 그래서 그자를 벤 것입니다. 그것이 죄가 된다면 죄겠으나 옳고 그름을 명확히 따지고 비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파 사람이라고 모두가 옳은 것이 아닌 것처럼.”
내 말에 패기 넘치는 후기지수 한 명이 발끈했다.
“그것이 무슨 소리요! 우리가 모두 옳지 않다는 거요?”
“숭산파의 도사는 멈추거라! 말하기 전에 먼저 백의검룡께 예를 갖추지 못하겠느냐!”
나이가 어리다곤 하지만 천하 십 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고수를 보고서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은 무례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예를 갖추는 게 순서였으나 그러지 않았다.
“진인, 됐습니다.”
그리고 송삼현은 태허진인을 막곤 숭산파의 도사에게 말했다.
“그대는 누구시오?”
“저는 숭산파의 일대 제자 유헌이라 하옵니다. 백의검룡께서는 이 모자란 놈의 결례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숭산파 도사 유헌은 뒤늦게 송삼현에게 포권을 하며 예를 올렸다.
“괜찮소, 그리고 그대의 말에 답을 해주자면 억측이 심하시오. 용천회 같은 이들도 있었으니 사건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옳고 그름을 나누자는 건데 왜 그리 생각하시오?”
송삼현이 그렇게 말해도 불편한 시선은 여전했다.
북검 마훈.
돈이라면 어떤 것이든 하는 인물로 유명했으니까.
웅성거리는 소리, 그 소리에는 송삼현에 대해 안 좋은 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것을 들은 마훈은 송삼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저 때문에 주군의 평판에 흠이 갈 거라고요···. 역시 전···.”
떨리는 마훈의 어깨를 감싸는 것은 송삼현의 손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사람들이 하는 말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고.”
송삼현의 말에 후기지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정파 무사들은 발끈했다.
“어차피 저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떠들 거다. 너에 대해서도 그렇고 나에 대해서도 안 좋은 이야기를 쏟아내겠지.”
“….”
“그런 거에 일일이 신경을 쓸 바에야 난 내가 믿고자 하는 걸 믿는다. 그리고 난 너를 믿고.”
송삼현은 이런 것을 저번 삶에서도 봐왔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무림 공적이 알고 보니 옳은 일을 하다가 시기 질투를 하는 세력 때문에 공적으로 몰린 것을.
그런 삶을 살아오니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사람들이 떠드는 말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믿음이 간다는 걸.
“나에게 맹세한 것을 벌써 잊지는 않았지?”
“예.”
“그럼 일어나거라, 너를 향한 검은 내가 모조리 부러트려 줄 터이니, 넌 내 앞을 적들을 베어라.”
누구도 쉽게 말을 하지 못할 때, 곤륜파 도사 한 명이 나섰다.
“백의검룡께서는 무림 공적을 감싸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지 않습니까!”
그것은 똑같이 무림 공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상관없소.”
“무림 공적이 된다고 해도 말입니까?”
“도사님! 대협께 무슨 무례입니까!”
당수향이 깜짝 놀라며 곤륜파 도사에게 말했으나 뒤이어 들리는 송삼현의 말에 더욱 놀랐다.
“그저 내가 믿고자 하는 것을 믿고 싶을 뿐이오, 사람들이 한쪽의 시선으로만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순간, 멀리서 신형 하나가 새처럼 빠르게 접근했다.
“주군! 무사하셨군요!”
그건 선무정이었다.
송삼현은 그를 보더니 품에서 혈심경을 꺼내 건네줬다.
“이것을 가지고 도망가거라, 그리고 내일 진시에 약조한 장소에서 보자꾸나.”
“예!”
선무정이 혈심경을 품에 갈무리하고 능공허도로 사라지려고 할 때, 사파에서도 반응했다.
“흑혈조!”
사파 측에서 경공이 가장 뛰어난 자였다.
진각을 하며 높이 도약해 능공허도로 쫓으려고 하는 그 순간.
스윽.
허공으로 도약한 송삼현의 검이 흑혈조의 목에 들어갔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
흑혈조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송삼현의 검은 그의 목 절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누가 가도 좋다고 허락했지?”
촤아아아아아악!
“너희들은 이곳에서 한 발짝도 못 간다.”
흑혈조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송삼현이 나온 틈새로 신형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끈질기네.”
물줄기를 타며 나오는 이들은 흑사회였다.
땅에 착지한 흑사회 틈에서 물에 빠진 쥐의 행색을 한 천뇌가 걸어 나왔다.
척.
그리곤 손가락으로 송삼현을 가리켰다.
“백의검룡이 혈심경을 가져갔다! 모두 백의검룡을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