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84
혈심경 (6)
백의검룡 송삼현을 본 사파인들 가운데 섣부르게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백의검룡이라면 회주님과도 일전을 벌이는 고수가 아닌가.’
‘우리가 정말 저자를 이길 수 있을까? 괜히 죽는 거 아니야?’
사파의 정점에 있는 흑사회주 철패흉과 일전을 벌이는 고수.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모두 내 뒤를 따라! 안하무인인 정파 놈들을 도륙하라!”
천수마검이 제일 일선에 서며 그들을 지휘했다.
일제히 사파의 무리가 튀어나왔고 정파가 대열을 갖추는 사이, 송삼현은 그들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송 대협!”
당황한 당수향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스르르르르륵.
오른손에 쥔 청월이 푸르게 빛났다.
“내가 원한 건 혈심경이었으나 다른 것도 있었소.”
“….”
“그대들이었소.”
앞에 보이는 사파 무리.
그들은 훗날 일어날 전쟁에서도 봤던 이들이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여, 훗날 일어날 참상을 막겠소.”
강대한 기운이 검 끝에 모이는 것을 본 태허진인은 깜짝 놀랐다.
‘맹주께 듣긴 했지만···. 저 나이에 저런 무공이라니, 강호에 홍복이로구나.’
검 주위를 휘감는 푸른 검강.
검강은 연기의 형태로 변했고 연기는 곧 온몸에 옷처럼 둘러졌다.
‘천무 6식 검뢰.’
검격이 벼락처럼 땅으로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일선에 있던 이들 수십 명이 단숨에 목이 베어나갔다.
장평하 또한 검을 들어서 막았으나 검격에 밀렸고 검을 내리자 보이는 얼굴에 깜짝 놀라 당황했다.
“백의검룡!”
송삼현이 진각을 하며 장평하의 품으로 달려든 거였다.
“동굴 안이 아니니, 이제야 마음껏 검을 휘두를 수 있겠다.”
“…. 으아아아아아!”
장평하는 기합을 지르며 검에 검강을 둘러 송삼현의 목을 노렸으나 통하지 않았다.
카가가가가각.
검은 그저 송삼현의 몸을 휘감은 기막을 훑을 뿐이었다.
‘호신강기(護身罡氣)!’
장평하의 검강으로는 송삼현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그렇게 송삼현은 장평하의 가슴께에 검을 꽂아 넣으려고 했으나 장평하는 뒤로 잽싸게 몸을 날리며 피했다.
“허억···. 헉···.”
신법을 펼치며 내공 소모가 극심한 나머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분명한 격차를 느꼈지만, 물러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천뇌님의 옷깃에 너의 검이 닿지 않게 하겠다.”
그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송삼현의 신형이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일렁이더니 어느새 장평하의 뒤에서 나타났다.
“이···. 이것이 무슨···. 커 헉!!!”
촤악.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쾌검에 장평하의 목이 베어졌다.
흑사회의 검수들만 모인 흑검대주인 장평하는 ‘흑랑검(黑狼劍)’이라고 불리며 강호에 명성이 자자했는데 그의 목이 허무하게 떨어지는 것을 본 후기지수들은 웅성거렸다.
“단목영 소저, 백의검룡의 공적이 부풀려졌다고 하지 않았소?”
“그, 그것이.”
약관이 되지 않은 나이.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의 공적이 부풀려졌다고 여겼다.
직접 본 사람들은 강함을 인정했으나, 직접 보지 않은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가 도와준 거 아닌가?’
이 마음이 컸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목도하고 있었다.
홀로 사파 진영의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송삼현을.
촤아아아악!
그의 검에 쓰러져가는 사파인들.
촤아아아악!
망설임 없이 베어 넘기더니, 송삼현은 잠시 뒤로 물러나더니 자세를 잡았다.
‘천무 1식 개벽.’
동굴 안에서는 간격을 정했으나 지금은 굳이 정할 필요가 없었다.
협소한 공간이 아닌, 광활하게 열린 공간.
나아가는 대로.
온 힘으로 베면 그뿐.
콰과과과과과과광!
사파 진영 가운데 커다란 파도가 지나간 것처럼 파였고 하늘의 구름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끄으으으윽.”
“젠장!!!”
“저런 괴물 같은 놈!”
쓰러져서 거동하지 못하는 이들이 거친 말을 쏟아부었으나 송삼현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곤 죽어가는 사파인 한 명이 피를 토하며 절박하게 외쳤다.
“가, 가족이 있소! 제발 살려주시오!”
가족이 있다는 말에 송삼현의 검은 순간 멈칫했다.
허나 그 순간을 노렸는지 피를 토하던 흑의인은 품에서 암기를 꺼내 송삼현에게 날렸다.
극독이 발라진 비수였다.
챙!
검으로 튕겨낸 뒤에.
푹.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주, 죽어서도 너를 저주할 것이다!”
그 말을 내뱉고 숨이 멎었다.
이러한 저주는 저번 삶에서도 지겹도록 들었었다
아무렇지 않았다.
이들을 살려두면 어떤 미래가 벌어질지 송삼현은 직접 경험했으니까.
촤아아아아악!
해야 하는 건 그저 죽일 뿐.
*
송삼현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본 정파 무인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당수향이 신형을 날렸다.
“사천당가는 백의검룡의 뒤를 따른다!”
“진주 언가도 뒤를 따른다!”
“곤륜파 도사들은 백의검룡을 따라 사특한 무리들을 곤륜의 땅에서 몰아내라!”
사천당가를 시작으로 정파 세력이 서서히 전장의 한복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천뇌는 그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어차피 이곳까지 온 이상,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혈심경을 회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정파에 씻을 수 없는 치명상을 남겨야 했다.
“지금이다! 벽력탄을 쓴다!”
그래서 천뇌는 가져온 벽력탄으로 송삼현이 아닌 정파 무사들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신호가 떨어졌음에도 벽력탄은 폭발하지 않았다.
“불이 붙지 않습니다!”
“뭐라?”
“여기도 붙지 않습니다!”
“이것도요!”
가져온 벽력탄 다섯 개 모두 불이 붙지 않았다.
“아, 아니.”
천뇌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벽력탄에 불을 붙여도 붙지 않은 이유는 송삼현이 천뇌에게 다가가며 설명해줬다.
“물에 젖은 벽력탄을 어디에 쓰겠다는 거지요?”
물에 젖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일부러 그곳의 물을 터트린 것이냐!”
광천혈마의 무덤에서 송삼현이 지하수를 쏟아부은 이유 중, 첫 번째는 이들을 수장시킬 목적이었으나 그게 아니더라도 벽력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벽력탄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나 물에 빠지면 쓰지 못하지요.”
벽력탄이 없다면 송삼현을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천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스윽.
찰나의 순간, 주변을 보는데 사파의 희생이 너무나도 컸다.
정파에서는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였으나 사파는 무분별하게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이대로는 우리의 희생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적어도 내가 백의검룡의 발을 묶어둬야 한다.’
천뇌는 급하게 진법을 펼치며 흑매에게 말했다.
“흑매! 넌 지금 즉시, 각 세력의 우두머리에게 가서 내가 알려주는 대로 행동하라 이르라!”
“존명!”
말을 하지 않고 전음으로 무언가를 말해주자 흑매는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척!
척!
척!
척!
그리고 천뇌는 품에서 부적을 꺼내 송삼현의 사방에 붙였다.
준비할 필요 없이 부적 몇 장으로만 쓸 수 있는 진법.
‘천낙암극진(天落暗戟陳).’
하늘에서 어두운 창이 벼락처럼 떨어지며 시야가 점차 흐려졌다.
스르르르르륵.
시야가 점차 흐려지더니 어느덧 보이지 않게 됐다.
휘이이이이이익!
귓가에서는 무수히 많은 암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암기가 피부를 찢고 지나갈 때는.
촤아아아악!
그 고통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둠뿐인 세상.
그 세상에 암기가 비처럼 떨어졌다.
질끈.
두 눈을 감고 기감에 집중했다.
그 틈을 천뇌는 놓치지 않았다.
송삼현의 걸음이 진법 안에서 잠시 멈춘 사이, 손을 들어 신호를 내렸다.
“지금이다! 일제히 백의검룡을 공격하라!”
“흑검멸겁진을 펼쳐라!”
“목숨을 걸고 백의검룡의 목을 벤다!”
흑검대 열 명, 수색대 열다섯 명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각자의 절기를 꺼내며.
송삼현을 베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송삼현은 청각에 집중했다.
‘시야는 속일 수 있을지언정 청각은 속일 수 없지.’
비처럼 내리는 암기의 소음 사이에 들리는 미묘한 바람 소리.
그 소리는 진법을 나가는 곳으로 불었고 송삼현은 그곳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설마! 진법을 벤 것이냐!”
천낙암극진은 천뇌가 펼칠 수 있는 상승의 진법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급하게 펼쳤다곤 해도 단번에 틈새를 찾아 벤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이런 진법쯤은 총 군사님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무림맹을 떠나기 전, 제갈귀호에게 배운 진법.
그때 진법을 깨트리는 법에 대해 배웠고 그가 준 가르침이 있었다.
‘시선으로 보일 때는 진법의 틈새를 찾아 벨 수 있지만, 안 보일 때는 어찌합니까?’
‘시야가 차단되는 암흑진의 같은 경우에는 억지로 보려고 하지 말거라, 눈을 제외한 다른 곳에 감각을 집중하고 바람의 소리에 집중해라.’
‘바람의 소리요?’
‘그래, 인식이 뒤틀려지는 진법의 안이라도 바람은 진법 밖과 안에서 달라지지 않고 올곧게 불거든.’
그렇게 바람이 부는 곳으로 검을 휘둘러 진법을 깨트린 거였다.
스르르르르륵.
그리곤.
다시 시야가 돌아오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흑검대와 수색대의 사이를 휘저었다.
촤아아아악!
한 호흡에 한 명씩. 정확하게 목을 베었다.
열 장.
오 장.
삼 장.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천뇌와의 거리를 좁혔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허공으로 도약해 천뇌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해무천뢰(海霧天雷)’
천무신검과 유운검법이 합쳐진 초식.
용천회주의 왼팔을 떨어트린 초식이었다.
촤아아아아악!
닿기 직전, 흑매가 다급하게 천뇌를 뒤로 당기면서 목이 아닌 오른쪽 어깨에 깊은 검흔이 새겨졌다.
하지만 송삼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둥.
검 한 자루가 허공에 뜨자 천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기어검의 경지!!!”
그 검이 매섭게 날아들며 천뇌의 심장을 노렸으나 흑의인 한 명이 몸을 날리며 대신 그 검에 맞았다.
푹!
“천뇌시여!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벽력탄이 통하지 않는다면 백의검룡을 이길 방도는 없습니다! 어서요!”
송삼현의 휘두르는 검에 천뇌를 보호하던 사파들은 무참하게 죽어갔다.
“천뇌시여!”
오른쪽 어깨를 크게 다친 천뇌는 내상까지 입으며 홀로 경공을 펼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흑매와 청매의 도움을 받으며 허공으로 도주하려고 했다.
송삼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내공을 끄집어내 검 열 자루가 허공에 떠 올랐다.
검들은 허공을 가르며 천뇌에게 갔고 청매는 흑매의 등을 밀었다.
“주군을 모셔라!”
“…. 예!”
그리고 자신의 무학의 절기를 썼다.
청매는 선천지기(先天眞氣)까지 모두 끌어 쓰며 목숨을 걸어 송삼현의 검을 막았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열 개의 검이 그의 몸에 꽂혔다.
자신의 측근인 청매가 죽는 것을 보는 천뇌는 울부짖었다.
“…. 대체 저자를 막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단 말이냐!”
열 개의 검 중 하나가 청매의 몸을 뚫고서 천뇌를 향해 날아갔다.
꽉.
“끄어어억!”
하지만 청매가 검이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검파를 잡았다.
검파를 잡은 손은 더 많은 피를 흘렸고 손목이 잘려나갔다.
쐐애애애애액!
그렇게 날아가는 검.
천뇌의 곁에 있는 흑매가 몸을 날려 막으려고 했으나 송삼현이 순간적으로 검로를 틀어버렸다.
“아, 안 돼!!!”
가까워지는 검을 본 천뇌는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억지로 내공을 운용했다.
‘홍화신장(紅火神掌)’
붉게 물들어가는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검을 부수려고 했다.
휘이이이익!
그러나 검로는 장법을 피하며 다시 한번 틀어졌다.
천뇌의 앞이 아닌 뒤로 이동한 검, 몸이 허공에 떠 있어 피하지도 못하는 상태라 천뇌는 쓴웃음을 지었다.
‘…. 이렇게 당하는 건가.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보지도 못한 채?’
천뇌의 등에 꽂힌 검은 이내 복부를 뚫고 나왔다.
푸우우우욱!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오며 천뇌는 의식을 잃었고 축 늘어진 천뇌를 들쳐 맨 흑매는 눈물을 흘리며 더 빠르게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