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88
아미의 여승들 (3)
“저에게 하실 말이라도?”
“손속이 과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속이 과하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자기가 먹을 음식에 극독을 탄 이들을 아미파 여스님들은 어찌 처리하실 거요?”
“아무리 점소이가 잘못했다곤 하지만 신체를 상하게 하는 건 손속이 과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그녀들은 산에서만 생활하기에 강호의 규율은 잘 몰랐다.
정파의 영역에서 항상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으니 그런 것이겠지.
저벅.
송삼현은 걸어서 아미파 여승들이 먹고 있던 식탁으로 갔다.
“손속이 과하다? 물론 그렇게 여길 수 있습니다.”
“….”
“허나.”
푹.
역시나 아미파 여승들이 먹고 있던 음식에 꽂은 침도 색이 변했다.
“사파의 소굴에서 여인들은 쉬운 사냥감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주의해야지.”
“그, 그것이.”
송삼현은 품에서 꺼낸 해독단을 꺼냈다.
“이것을 드십시오. 우리의 음식에 탄 것은 즉살이 가능한 극독이나 그대들에게 탄 독은 의식만 잃게 하는 미약이니 지금 해독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겁니다.”
독곡을 떠날 때, 영령이가 준 해독단이었다.
아미파 여승 여섯 명이 그것을 잘게 나눠서 같이 먹었다.
“만약 제가 아니었으면 그대들은 오늘 저들에게 욕을 봤을 겁니다. 이래도 손속이 과하다고 여기십니까?”
주영약을 말을 잇지 못했다.
송삼현의 말이 전부 맞다는 걸 인정하는 거였다.
드르르륵.
점소이가 피가 흐르는 손을 부여잡곤 문을 열며 앉아 있는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분명 귀한 집 자제일 테니 어서 공격하십시오! 아미파의 여승들은 미약에 산공독까지 섞어놨으니 지금 바로 무공을 펼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이 맞았는지 아미파 여승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리곤 적수방이 관리하는 객잔인 만큼 서른 명의 무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겁 없는 놈들이 감히 적수방의 보호를 받는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느냐?”
한쪽 눈에 검흔이 간 불량한 이가 거들먹거리며 다가왔다.
적수방 무사들의 시선은 아미파 여승들에게 향했다.
“호오, 아미파의 여승들은 미색이 곱다더니 그게 정말이었군.”
“여섯 명이나 되다니! 이거 횡재했습니다!”
아미파 여승들은 주먹을 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마훈.”
촤아아아아악!
내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마훈의 검은 제일 앞에 있는 비리비리한 자의 목을 베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적수방 무사들이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송삼현이 한 걸음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서 덤비거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의 목은 반각도 지나지 않아 다 떨어질 터이니.”
“이, 이놈이!”
스윽.
송삼현은 눈에 검흔이 간 이가 휘두르는 검 끝에 손을 가져다 댔다.
‘파검(破劍).’
검이 끝부터 갈라지며 검날 전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너희들 전부 들어오는 것이 어떠냐.”
저벅.
“무리를 지어서 공격하는 것이 사파의 법도가 아니더냐.”
*
콰아아아아앙!
객잔에서 일어나는 소음은 주변에도 퍼져나갔다.
저자의 사람들은 쭈뼛거리며 객잔을 살폈고.
“끄어어억!”
비명을 지르며 객잔 문을 부수며 날아오는 사람을 보며 놀랐다.
“저, 저 사람은 적수방의 묘호잖아!”
“저 악랄한 놈! 얼마 전에 구 씨가 돈을 안 갚으니까 돈의 수대로 매질을 해 결국 죽게 한 자야!”
“그런데 누가 저들을 몰아세우는 거지?”
객잔에서 뒷짐을 지고 걸어 나오는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송삼현을 보고 모두가 궁금증에 빠졌다.
흑천오방은 필주에서도 절대적인 존재들이었다.
관아에도 연줄이 닿아 있어 그들을 건드리는 것은 무림인들도 꺼리는 일이라 외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은 이가 악명높은 흑천오방과 싸우고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했다.
“쿨럭.”
그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은 저자의 사람들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커헉. 네, 네놈! 감히 흑천오방이 다스리는 이곳에서 적수방을 건드린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천무장을 가슴께에 맞은 묘호가 피를 토하며 말하는 것을 본 송삼현은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알다마다, 그래서 점소이가 달려가는 것을 그냥 뒀다.”
조금 전, 충돌이 벌어지자마자 객잔의 점소이는 왼팔을 헝겊으로 감싸곤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으나 송삼현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 서, 설마.”
왜 그런 것인지 눈치를 챈 무사는 눈이 동그래졌다.
“일일이 찾아갈 필요가 있느냐. 볼 일이 있는 놈들이 찾아와야지.”
“흑천오방 천 명의 무사들을 너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성싶으냐!”
사방에서 신형들이 날아오며 인기척이 늘어갔다.
저자에 구경을 나온 이들은 그들의 정체를 알곤 바들바들 떨었고 송삼현은 살기를 풍기는 이들을 바라봤다.
“물론.”
스릉.
“흑사회와 비교하면 너희들은 그저 어린 애에 불과하거든.”
그제야 드러나는 청월.
검집에 담겨 있을 때는 평범한 검이었으나 검날이 나타나면 그 신비한 모습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 신비한 검을 휘두르는 백의의 무인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백의에 청색 검! 백의검룡이다!”
인파 사이에서 백의검룡이라는 별호가 들리자 흑천오방의 무리들은 당황했다.
스르르르르르륵.
검 주위에 일렁이는 푸른 연기.
그 연기는 곧 송삼현은 몸을 휘감았다.
탓!
진각을 하며 뛰어오른 뒤에 검을 횡으로 눕혔다. 몸을 휘감은 연기는 곧 주위로 퍼져나갔다.
‘천무 2식 일도양단.’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며 날린 검격.
그 검격은 그대로 날아가 지붕 위에 있던 흑천오방의 무사들을 베었다.
“피해라!”
촤아아아아악!
무공이 뛰어난 이들은 도약하며 간신히 피했으나 그러지 못한 삼류들은 검격에 휘말려 절명하고 말았다.
탓.
공중에 있다가 땅에 착지한 송삼현은 살아남은 이들을 바라봤다.
흑천오방의 무인들은 손에 무기를 들었으나 백의검룡이라는 걸 알았으니 나설 수가 없었다.
“잠시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흑천오방의 무리 중, 제일 연장자인 자가 걸어 나왔다.
“청랑귀군요.”
*
“… 저분이 백의검룡 대협이라고?”
아미파가 있는 아미산 금정봉(金頂峰)의 복호사(伏虎寺)에도 강호에 소문이 자자한 백의정룡 송삼현의 이름이 알려졌다.
“백의에 청색 검···. 소문에 들리던 인상착의가 맞습니다.”
“저분을 여기서 볼 줄이야.”
“사저! 어찌합니까?”
“백의검룡을 도와 사파를 척결한다!”
해독단의 효과가 돌며 내공 운용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그녀들이 나서려는 그때.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송삼현의 검이 흑천오방의 무사들은 도륙했다.
절반가량의 무사들을 단 한 합에 베어 버리는 압도적인 강함.
아미파 여승들은 가세하기 위해 움직이다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아미파 여승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송삼현은 손짓했다.
더 다가와서 들어도 된다는 허락이었다. 아미파 여승들이 한 걸음 다가가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백의검룡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리 나오시는 겁니까?”
“원하는 것? 난 그저 내 음식에 독을 탄 이를 벌했을 뿐인데 그것이 잘못이오?”
강호에서 무림인의 음식에 하독을 한다는 건 목이 베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중대한 죄였다.
“난 목이 아닌 손을 베었소.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지, 그것으로 저 자에게 은을 베풀었다고 보오.”
맨 뒤에서 흠칫 놀라는 점소이를 본 청랑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고수라면 모를까, 백의검룡 송삼현이라면 말이 달랐다. 그래서 포권을 올리며 말했다.
“…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청랑귀가 돌아가려고 하자 송삼현이 말했다.
“누가 가도 좋다고 했소?”
검을 고쳐잡고 흑천오방을 겨누었다.
그 검을 본 청랑귀는 송삼현을 보며 말했다.
“정녕 흑천오방과 전쟁이라도 할 참이오? 혼자서?”
“그런 각오도 없이 이러지는 않소. 그리고 난 그냥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먼저 시비를 건 것은 그대들이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행동은 명분이 있소.”
흑해도문.
용천회.
흑사회.
광천혈마의 무덤까지.
그들과 비교하면 흑천오방의 수준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흑천오방의 주인인 흑천오방주의 경지도 초절정의 중간에 머물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니 도망치지 마시오. 오늘 흑천오방의 하늘이 무너질 테니.”
송삼현이 신형을 날리는 것을 아미파 여승들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촤아아아악!
소문대로였다.
그의 검을 눈으로 쫓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고 수준이 높았다.
‘장문인···. 아니 그 이상의 검술이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송삼현의 검은 명확한 검로가 있었고 자신들이 개입했다가 폐만 끼칠까 봐 아미파 여승들은 자리에 굳어 있기만 했다.
“마 무사!”
“왜 그러시오?”
어느덧 객잔 안을 정리하고 나오는 선무정은 손에 만두를 들고 있었고 마훈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들을 본 아미파 여승들이 물었다.
“… 그대들은 백의검룡 대협의 수하가 아니십니까? 안 도우시나요?”
“예?”
“보십시오. 저희가 도왔다가는 주군의 호흡만 방해할 뿐입니다.”
“….”
“마 무사, 우리 내기하지 않겠습니까?”
“내기요?”
“주군이 저놈들을 일각에 처리한다는 것에 두 푼을 걸겠소.”
“쩨쩨하게 그게 뭡니까? 저는 주군이 반각 안에 끝낸다는 것에 은자 한 냥을 걸겠소!”
아미파의 여승들은 그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
반 각도 지나지 않아 흑천오방의 무리가 무참하게 깨지고 청랑귀는 한쪽 다리를 잃은 채, 바닥을 기어 다녔다.
스윽.
송삼현의 검이 그의 목에 겨눠졌다.
싸우다가 저번 삶에서 청랑귀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무공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에 십혈귀라는 세력을 만들어 양민들을 무참하게 죽이며 정파 세력을 흔들었다. 그렇게 청성파의 장원을 불태웠던 자였지.’
호남성 장사 참변.
훗날 전쟁이 한창 벌어지던 때, 수천 명의 양민을 구덩이에 넣고 생매장했던 사건.
무영단의 단원으로 현장에 도달했을 때, 봤던 것들이 보였다.
‘무수히 많은 손.’
땅속에서 나오기 위해 내민 손.
그러나 그들은 질식해서 죽었다.
그 사건의 주동자들이 ‘십혈귀’였고 그자들 중에 청랑귀가 있었다.
‘반드시 죽어야 할 자 중 한 명.’
송삼현이 잠시 저번 삶의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청랑귀가 말했다.
“그대가 아무리 뛰어난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천여 명의 무사들을 한 번에 상대할 순 없을 겁니다.”
“궁금한 게 있었소.”
“… 그게 뭐요?”
“청랑귀, 원래의 별호는 청호, 청성파의 푸른 호랑이라고 불렸던 당신이 어찌 사파의 소굴에서 양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일에 앞장을 서는 것이오?”
청랑귀는 정파의 피가 흐르는 자였다. 원래 그의 본은 청성파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적수방의 무사로 양민들을 겁박하는 데 앞장을 서는 형국이 됐으니 송삼현은 씁쓸했다.
“출신성분을 따지더이다.”
“출신성분?”
“무공을 배우는 데에도 출신성분으로 파를 가르고 핍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이곳으로 온 거요.”
“….”
“내가 이름을 날릴수록 시기하는 자들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니까.”
청랑귀는 원래 청성파의 제자였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무공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시기 질투를 받았다.
그래서 오해를 많이 샀고 청성파에서 도망치며 이곳으로 온 거였다.
“그게 이유요? 고작?”
“고작이라니! 나는! 나는!”
푹.
오른쪽 어깨에 검을 꽂았다.
“그러한 이유라면 더더욱 아이들을 고통에 빠트리지 말았어야지!”
“우리가 아니면 길거리에서 진즉 버림받아 죽었을 아이들이요! 그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살려줬다면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소!”
“…. 아이들이 버림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
“정녕! 그게 한 때 정도를 걷던 이가 할 말이라고 보시오!”
송삼현의 격분한 말투가 이곳에 모여든 모두에게 들렸다.
“무공을 배웠다면! 빼앗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어찌 정파의 검을 익혔으면서 이리도 악한 길을 걸으려 하시오!”
청랑귀는 그런 송삼현을 보며 말했다.
“그대처럼 하늘이 내린 재능이 아닌 평범한 범인인 나는···. 그리 올곧게 살지 못합니다.”
청랑귀도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 것을 봐왔으나 외면했다.
“나도 정당한 피라면! 명문가의 자제라면! 이리 살지 않았을 겁니다!”
“명문가의 자제···. 그게 그리 중요하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금호장의 자제인 그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모를 겁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저번 삶에서 밑바닥 인생을 겪었기에 누구보다 그러한 삶을 잘 안다.
‘출신성분.’
그것으로 사람을 나누는 건 아마 평생을 가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허나.
“그것이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데 이유가 된다고 보오?”
흑천오방의 일원이 되어 그가 저지른 죄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가 양민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도 있었다면 북검처럼 기회를 줬겠으나 이미 청랑귀는 발을 빼지 못할 만큼 사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청랑귀는 송삼현을 뚫어져라 봤고 송삼현의 검은 그의 목을 그었다.
촤아아아아악.
“고작 그런 이유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선택했다면 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