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9
진왕 전하 납시오! (5)
사마묘는 돌로 이뤄진 수산 정상에 있는 곳으로 수백 년 전, 천하를 공포에 떨게 한 ‘기묘혈난’의 악귀 추혼마귀 사마추영의 묘였다.
그의 추혼마공은 아녀자와 어린아이의 혼을 빼앗으면 더 강해지는 사특한 마공이라 분류되며 많은 이들이 흔적을 찾아서 없애려고 애썼다.
하지만 흑사칠견이 그 무공을 발견하며 다시 중원을 추혼마공의 공포에 몰아넣었었다.
탓.
‘이번 삶에서는.’
탓.
‘그것을 막아내야 한다.’
기해혈에서 내공을 끄집어내 필사적으로 경공을 펼쳤다.
그것이 흑사칠견의 손에 들어가 그들이 마공을 익히면 훗날 어떻게 되는지 머릿속에 생생했기에 더 간절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풀 위를 달리며 빠르게 수산으로 입산했다.
비가 내려 돌이 미끄러웠지만, 발에 내공을 집중시켜 능숙하게 돌산의 정상에 오르는데 무언가 보였다.
‘부적?’
돌에 붙은 사특한 기운을 내뿜는 부적이 보였다.
‘설마 이것이 진법을 무너트린 건가.’
사마묘가 있는 정상까지 가려면 여러 진법을 뚫고 가야 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적으로 진법을 깨트리다니 흑사칠견 말고도 뒤에 누군가 배후가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설마.
흑사회주?
머릿속에 여러 생각을 하는 사이, 난 진법이 파훼 된 틈을 타 정상에 올랐다.
‘저기다!’
돌산 정상에 기이하게 생긴 동굴이 있었다.
‘抽’라고 새겨진 글자가 동굴 입구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추혼마귀 사마추영의 묘, 그리고 신형을 쏘아 막 사마묘의 묘에서 나오는 칠견 사추도의 앞으로 갔다.
“흑사칠견 사추도.”
사추도는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는지 허리춤에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말려진 구절편을 꺼내 들었다.
옆으로 쭉 찢어진 눈과 입가에 길게 그어진 검흔, 그리고 손목에 있는 녹색띠.
내가 아는 사추도가 맞았다.
“… 누구냐!”
스릉.
검집에서 검을 꺼내 사추도를 겨눴다.
거센 비바람이 불며 쓰고 있던 삿갓이 바람에 날아갔다.
아직도 그때의 피바다가 잊히지 않고 뇌리에 박혀있었다.
아녀자들이 울부짖고 아이들이 초주검이 되어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토악질이 나올 만큼 고통스러웠다.
으득.
사추도를 보니 그때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비바람을 타고 그때의 피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십 년 뒤부터 십 오 년간 이어질 참극을 이 자리에서 막겠노라.”
*
사추도는 복면을 쓴 채, 갑자기 나타난 송삼현을 보고 말했다.
“누구길래 이곳을 아는 거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얼굴인데 어찌 내 본명을 아는 것이냐.”
자신의 주 무기인 흑색 구절편을 늘어트리며 살기를 내뿜었다.
송삼현은 저번 삶의 기억 때문에 잠시 올라온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검을 쥐며 사추도에게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자세를 취했다.
“오랜 시간이었다.”
“뭐라?”
“너희들이 무참히 도륙했던 마을의 아이가 하반신이 없는 채, 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떠오른 것이 저번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눈을 감으면 매 순간 떠올랐다.”
질끈.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아직도 잊히지 않은 그 지옥도.
마교도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마을에서 진동하는 피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참혹한 현장을 바라봤고 입에서는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사람이 어찌 이리 잔혹할 수 있단 말이냐!
도저히 사람이 한 짓이 아닌 짐승들이 한 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시산혈해(屍山血海)의 광경, 힘겹게 발을 떼고 다시 길을 떠나려고 할 때, 발목을 붙잡은 그 바들거리는 손의 감촉은 회귀한 지금도 생생했다.
- 사, 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이는 점혈을 당했는지 하체가 없어도 살아있었고 기어 다녀서 팔이 다 까져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 아이를 편하게 해주자 마지막에 아이는 웃음을 머금으며 눈을 감았다.
번쩍.
다시 눈을 뜨자 그 참혹한 지옥을 만든 악귀가 내 눈앞에 있었다.
“저번 삶에서 들어주지 못했으니 이번 삶에서는 그 아이의 부탁을 들어줘야겠다.”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하는구나! 내 너의 두 다리를 분질러놓고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쿵!
사추도가 진각을 밟자 그 주위에 있는 돌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땅을 박차며 놀라운 경공으로 송삼현을 향해 날아갔고 구절편을 휘둘렀다.
쇠의 마디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아홉 마디로 이어진 기다란 쇠채찍이 송삼현이 있는 곳으로 벼락같이 떨어졌다.
콰아앙!
끝에 추가 달려있어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했고 송삼현은 경공을 펼치며 옆으로 피했다.
“내 일격을 피하다니 예사 몸놀림이 아니구나, 혹여 금호장의 사람이더냐? 아니면 진왕의 사람이더냐?”
“어차피 죽을 놈에게 그걸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
“어린 놈이 참으로 건방지구나! 감히 이 몸 앞에서!”
사추도의 살기가 폭발했고 구절편이 다시 한번 허공을 날아 송삼현을 덮쳤다.
워낙 변화가 많고 어디로 올지 모르는 무기기에 상대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저번 삶에서 구절편의 고수들과 합을 겨뤘던 경험을 통해 송삼현은 어떻게 상대할지 판단이 내렸다.
구절편을 상대할 때, 가장 기본은 거리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이었기에 틈을 보며 사추도에게 접근했다.
탓.
단숨에 거리를 좁혀갔지만, 사추도도 뒤로 물러나며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고 일 장의 거리를 유지하며 구절편을 휘둘렀다.
휘릭-!
춤을 추는 듯 유려하면서도 끝에는 독을 품은 독사처럼 목을 노리는 날카로움에 송삼현은 구절편을 검으로 튕겨내며 자세를 잡았다.
“… 추혼마공은 너희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비급이다.”
송삼현의 입에서 나온 추혼마공이라는 말에 사추도의 미간은 움찔했다.
“그렇구나 너도 이 비급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군!”
“그런 사특한 마공은 나에게 필요 없다. 단지 그 마공으로 이뤄질 훗날의 혈겁을 막으려는 것뿐이다.”
“혀가 길구나! 무림인이라면 힘으로서 행하는 법이거늘!”
사유용공의 초식인 상산사세(常山蛇勢).
맹렬한 기세의 구절편이 송삼현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송삼현은 구절편의 흐름을 읽었다.
‘추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고 그 뒤에 있는 구절편의 움직임이 판단을 어지럽히고 있다.’
공격하는 방향은 단 하나지만, 여러 갈래로 오는 구절편의 마디마디는 판단을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허초고 정초는 단 한 곳이기에 구절편의 끝에 달린 추에 집중하자 추가 날카롭게 송삼현의 가슴께로 날아왔다.
송삼현은 검 등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검막(劍膜), 검에 내공을 단단하게 둘러 막아내는 방법이었다.
콰앙!
구절편과 검이 충돌하며 커다란 소리를 냈다.
사추도는 구절편을 잡은 손끝으로 전해오는 진동을 느끼고 황급히 뒤로 네 보를 물러났다.
탓.
그러나 송삼현은 틈을 주지 않고 진각을 밟으며 사추도에게 새처럼 날아들어 몰아세웠다.
유운검법의 초식은 쉬지 않고 사추도의 급소를 노렸다.
사추도도 그에 지지 않고 구절편을 원형으로 휘둘러 검격을 힘겹게 막아냈다.
부드러움을 상대하는 부드러움.
유운검법의 검은 사추도의 목에 닿을 듯하면서 닿지 못했다.
두 사람의 승부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여러 번의 합이 오가며 사추도의 호흡이 꽤 올라왔지만, 구절편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송삼현을 은밀하게 노렸다.
챙!
챙!
챙!
송삼현도 지지 않고 구절편의 흐름을 읽고 검막을 펼쳐 구절편을 튕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사추도에게 다가갔다.
‘구절편은 변화가 다양해 아직 유운검법의 깨달음이 낮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유운검법의 묘리는 부드러움에 있지만, 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구절편을 상대로 지지부진했다.
아직 대성을 이루지 못한 탓도 있지만, 상성이 맞지 않았다.
‘… 그렇다면 역시 그것뿐인가.’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아껴놨던 것이 하나 있었다.
부드러움으로 능히 강함을 제압하듯이 강함으로 능히 부드러움을 제압하는 것이 천무신검의 묘리였다.
유운검법의 깨달음과 달리 천무신검의 깨달음은 저번 삶에서 거의 끝에 도달했었다.
사추도의 부드러움을 깨려면 더한 부드러움이 아닌 단 한 번에 가를 강함이 필요했다.
스윽.
올바른 검의 파지법이 아닌 검을 거꾸로 쥐는 ‘반검(反劍)’의 동작을 취했다.
“같은 경지에도 격의 차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마.”
“죽어라!”
사추도는 사유용공의 마지막 초식인 용사비등(龍蛇飛騰)을 펼쳤다.
구절편이 회오리치며 뱀처럼 송삼현의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고 송삼현은 날카로운 구절편에 옷이 찢겨져도 내공을 검 끝에 집중했다.
‘천무 1식 개벽(開闢)’
구절편이 마침내 송삼현의 몸 전체를 뱀이 먹이를 사냥하는 것처럼 휘감았지만, 그 안에서 일순간 빛이 나오며 구절편이 산산조각이 났다.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 검기는 그대로 사추도에게 쇄도했고 그를 지나쳐 뒤에 있는 바위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땅부터 시작해 바위를 지나 하늘에 닿는 검기.
촤아아아악-!
사추도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곧 고간부터 머리 위까지 갈라지며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흑사칠견의 칠견, 사추도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땅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이제야 밝아지는구나.”
하늘에 있는 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먹구름으로 가려진 해가 땅을 향해 다시금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