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1)
포션 (1)
이린이 나서고 하루.
폭행범에 대한 구속 수사와 함 께 체포가 진행되었고 대략적인 형량까지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무려 7년이다.
살인죄가 7년 형인 걸 감안하면 정말 이것저것 끌어다 붙일 수 있는 것은 다 끌어다 붙였다 해 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정식 재판이 진행되어 봐 야 알겠지만, 그 결과는 크게 달 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니다.
“사장님, 배우 섭외는 끝났습니 다. 구치소 들어가면 바로 작업 할 수 있습니다.”
방우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 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해 놨다는 뜻이다.
“그래, 수고했다. 일단 마킹만 해 두고. 그놈이 그 일을 훈장인 양 떠들면, 그때 혓바닥을 뽑아 버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그래그래. 후우-.”
태식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고 는 불똥을 튕겼다.
이번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 는다. 나무에만 신경 쓰면 숲을 돌보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
“그럼 나는 외근 간다.”
“예, 사장님. 다녀오십시오.”
태식은 용주에게 테스트를 끝낸 장갑을 챙겨 이린에게 갔다.
미리 만나자고 약속이 되어 있 었던 것이니, 이린은 일찍부터 태식을 맞을 준비를 한 채였다.
“한번 보세요.”
태식이 내민 아이템이 김 팀장 에게 넘겨진다.
김 팀장은 꼼꼼하게 둘러보고 직접 능력을 사용해 보기도 했 “팀장님, 어때요?”
“밸런스가 아주 좋습니다. 출력 에 비해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고 할까요.”
“팀장님, 물건 좋은 거야 당연 한 거고. 일반인이 사용해도 문 제가 없을지를 봐야지.”
“아, 예. 게오르그 반발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분명 적정 수치 이하입니다.”
“우와. 태식 씨-!”
“귀 안 먹었어요〜.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게오르그 반발을 잡은 거잖아 요! 이건 지금 국과심에서도 특 급으로 놓고 연구 중인 거란 말 이에요.”
심계가 열리고 5년.
종로 한복판에서 아이템이 거래 될 정도로 개방된 지금에도 아이 템이 헌터들의 전유물인 것이 바 로 게오르그 반발, 혹은 게오르 그 파동 때문이다.
아이템에서 뽑아낸 기술을 활용 하는 것을 떠나, 아이템 그 자체 가 사회 저변으로 확장되지 못하 는 이유도 이것이다.
게오르그 반발을 잡아야만 심계 의 기술 그 자체를 민간에 다방
면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목을 맬 만한 이유다.
“그게 뭘 놀랄 일이라고. 누가 준비한 건데.”
“아이, 참! 태식 씨 능력이 놀 랍다는 게 아니잖아요. 농담할 거예요?”
“심각할 건 또 뭐예요. 물건이 잘 나왔으면 좋은 거지. 어때요, 이쯤이면 죄책감 없이 일반인한 테 아이템 지급해 줄 수 있겠 죠?”
“그거야 그런데, 그보다도 국과 심의 압박을 막는 게 더 걱정이 란 생각이 드네요.”
“뭐가 걱정이에요. 이게 그냥 이 아이템 특성이라고 하면 되 지.”
“게오르그 반발을 잡는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아이템 이 그런 거다? 그렇게 잡아떼라 고요?”
“네, 잡아떼면 되죠. 어쩔 거예 요. 이 아이템을 어떻게 만들었 는지 상상도 못 할 텐데. 애당초 만들었다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아아, 그러네요. 잡아떼면 되긴 하겠네요. 당분간은요.”
아이템이 이것 하나로 끝날 게 아니다.
시민 영웅의 명단이 늘어날수록 아이템의 명단도 늘어나게 될 거 다.
그때가 되면 잡아떼는 것만으로 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될 것이 다.
“나중 일은 지금부터 차차 준비 해서 대비하면 되는 거구요.”
“알겠어요. 그래도 부작용이 없 는 안전한 아이템이라고 확신시 키진 않을게요. 그래야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건강검진을 통한 관 리도 가능할 테니까요.”
“그렇게 해야죠. 그리고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느낌이어야 의인이란 타이틀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테니까 자긍심 고취에도 좋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허영심을 자극하 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이 프로 젝트의 목적은 몇 명의 영웅을 키우는 게 아니라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는 거잖아요. 헌터가 되고 싶지만 헌터가 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히어로는 제법 달콤 한 대리 만족이 될 거예요.”
“허영심을 자극해서 사람을 돕 게 만들겠다?”
“수단이 순수하지 않다고 해서 그 도움까지 가치가 없는 건 아 니잖아요.”
정의로움이나 순수한 호의로서 의 가치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현실보다 이상에 가까운 개념이다.
태식은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전쟁터에 서는 영웅이면 다들 환 영했다.
일단은 전선을 막을 병력이 필 요했으니까, 누가 되었든 마족을 참할 칼이 필요했으니까.
“네, 재벌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기부한다지만, 그 기부를 받는 사람들에겐 어찌 되 었든 실질적인 도움이거든요. 행 동의 근원이 허영심이든 어쨌든, 도움은 도움이라고 봐요.”
“그러자고요. 목적을 혼동하면 안 되니까. 도움에 인색하지 않 은 사회라는 것도 사실 과정이 죠. 그것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 한 사람이 적절히 도움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니까. 그리 고 그게 헌터들을 끌어오기 더 좋을 거고요.”
“그럼요. 의인이라고 해봐야 일 반인인데, 그리 대우 받는걸 보 면 헌터들도 혹 할거에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네, 그럼 이 건도 마케팅팀에 서 함께 묶어서 가는 걸로 할게 요.”
지금 말하는 마케팅팀은 대호의 홍보팀이 아니라 여론대응팀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태식과 함께한 프로젝 트는 전부 이곳에서 관리하니, 의인단에 대한 것도 함께 물려 유기적으로 도는 게 옳다.
“자, 그러면 아이템도 됐고, 지 원 법률팀은 만들어질 거고. 그 죠?”
“네, 그 건은 준비 중이에요. 정 확한 법리 규모가 나와야 인선을 정하니까요. 가이드라인만 정해 지면 팀 꾸리는 건 반나절도 안 걸려요.”
“그것도 넘어가고. 그러면 구급 약만 나오면 큰 준비는 다 끝나 는 거죠.”
“네, 군산팀 보고서는 준비되어 있어요.”
“직접 가서 보죠. 군산인 거 죠?”
새만금 간척지에 있는 산업 단 지 내의 위치다.
위치를 알면 건너가는 것은 문 제가 아니다.
“그럼 소장에게 보고를 받으시 겠어요?”
“그럴게요.”
웬일로 태식이 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중히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린은 미리 준비를 해 두라고 하길 잘했다 생각하며 소장을 불 렀다.
보고는 한국말이 불가한 알렉산 드리에가 아닌 팀장 조영식이 맡 았다.
태식은 별 미동 없이 보고를 들 었다. 기대한 것 이상도 아니었 고, 염려한 것 이하도 아니었다.
“가지는 풍성한데 기둥이 아직 부실하네요.”
“예, 그 점 유념하면서 작업하 고 있습니다.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할 건 없고요. 이 정 도 속도만 해도 적절하다고 보긴 하거든요. 수고하셨어요.”
일이 느리고 빠르고는 별문제가 아니다.
급하다 싶으면 직접 해도 되고, 그게 귀찮으면 마약을 만들고 있 는 월터를 당분간 빼 와 지원을 시키면 그만이다.
태식이 보고를 받은 목적은 일 의 진척도가 아니라 저들의 태도 를 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이곳엔 여느 연구 기관과는 다 른 특별한 실험 대상이 있어서 말이다.
“그럼 그 녀석 좀 불러 줘요.”
“예, 알겠습니다.”
조 팀장이 이현을 불러왔다.
“여, 똥개. 얼굴이 훤해졌다?” 태식은 어쩔 수 없이 시골로 내 려보낸 강아지를 보듯 이현을 맞 이했다.
이현도 태식이 불편한 얼굴이 아니었다.
“왜 안 오시나 했습니다.”
“나 기다리고 있었냐?”
“그걸 말이라고요.”
의외였다.
실험체로 팔아 버렸다며 이를 갈고 있었을 줄 알았는데 말이 다.
“허이구. 왜?”
“왜긴요. 약속하셨잖습니까. 신 약 하나 개발될 때마다 발작 주 기 늘려 주는 걸로.”
“신약 나왔어?”
“안 나왔습니까? 방금 보고 들 으셨잖아요.”
“안 나왔다는데?”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실험한 게, 제가 센 거만 40번이 넘어갑 니다. 하루에 다섯 번씩 약물을 투입한 경우도 있고, 피 뽑은 건 하루에 70번도 뽑아 봤습니다. 그 정도 했으면 뭐가 나와도 나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현이 조 팀장을 노려봤다.
“이사님, 아닙니다. 보고드렸다 시피 수치상의 보완을 거쳐야 할 요소가 남아 있습니다. 일반인에 게 적용하기엔 아직 불안합니다. 보세요, 이현 씨. 왜 그러십니까. 지금까지 서로 잘 지내 왔는데.”
“조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공 과 사는 구분해야지. 나 냉동시 켰다가 깨운 거만 열다섯 번이 넘잖아. 그러면 냉동인간을 해동 하는 건 성공한 거 아니야? 그것 만 해도 성공이지.”
“그거야 귀하의 특형 능력의 영 향이지, 공법이나 약의 효과라고 단정하기엔 부족한 게 많습니 다.”
“거, 더러워서 진짜. 사장님, 이 놈들 센터 한번 탈탈 털어주십시 오. 분명 숨기는 거 있습니다. 상 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내 몸 에 바늘 자국이 안 남아서 그렇 지, 남았으면 나는 걸레 쪼가리 였을 겁니다.” 태도는 울분을 토하는 것 같긴 한데, 영 심심하다.
표정도 좋고 볼살도 피둥피둥 잘 올랐다.
일단 얼굴에 피곤함이 없다. 짜 증스러움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별 근심 없이 즐거 운 표정이었다.
뭔가 약이 오른다.
태식이 여기에 이현을 넣은 것 은 공익적인 목적과 동시에 벌의 개념이었다.
불사의 존재가 지은 죄에 대한 그에 맞는 방식의 징벌 말이다.
“너, 여기 살 만하냐?”
“예‘?”
“생각보다 표정이 너무 좋아. 피곤한 기색도 없고. 다크서클도 다 없어진 거 같은데.”
“그거야 뭐. 잘 먹고 잘 쉬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팀장님, 어떻게 된 거죠?”
마이린이 조영식에게 물었다.
조영식은 난처한 듯 안경을 고 쳐 썼다.
“의학적 처방으로 투약된 약에 의해 그런 것 같습니다. 굉장한 고통을 호소하는 통에 마취 처방 을 하였습니다.”
“아-. 얘 아파할 때마다 마약 놔 줬구나? 그렇죠?”
태식의 눈매가 날카롭다.
조 팀장은 쩔쩔매며 이린의 눈 치를 봤다. 이린의 눈매는 더 앙 칼졌다.
“예, 예, 그, 그렇습니다.”
“똥개, 이 새끼. 너 요령 피워?”
“아니, 사장님. 그럼 어떻게 합 니까. 이게 아파서 절로 막 비명 이 나오는데. 저는 제가 발작할 때 제가 무슨 말 했는지도 모릅
니다.”
아프다고,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을 것 이다.
그거야 뭐 흔히 봐 온 것이니 잘 아는 부분이다.
피를 토하고 거품을 물고, 자해 를 하기도 할 거다. 아니면 주변 사물을 우그러트리거나.
연구원들이야 소중한 실험체가 그 지경이 되면 뭐 어쩌겠나. 약 으로라도 재워 줘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살이 많이 올랐는데? 너 또 뭐 있지? 바른대로 말해라. 분쇄기 에 매달아 놓는다.”
“말씀 또 살벌하게 하십니다. 저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는데.”
“이 자식이, 웃으면서 이야기하 니까 화기애애한 줄 아네. 너 같 은 놈은 인권이 없어. 바른대로 말해. 뭐야? 뭐가 그렇게 즐거 워? 머리 뚜껑 한 번 열어 줘?” 태식이 씨익 웃으며 농담조로 뱉어 냈다.
그것만 해도 조금은 옅어졌었던 태식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금 이 현을 집어삼켰다.
“그러니까. 일단 마음이 편하고. 그리고 실험한다고 주입하는 약 물들이 몸에 잘 맞는 거 같습니 다. 뭐라고 해야 하지? 몸이 깨 끗해졌다고 해야 합니까? 제가 중독 증상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없으니 까. 이게 밥도 맛있고. 근심 걱정 도 딱히 없고.”
“그렇지? 발작이 올 때마다 잠 재워 주고? 때 되면 밥 주고, 졸 리면 자고. 팔자 좋아.”
“마냥 팔자가 좋은 건 아니고 요. 저도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 다. 3일에 한 번은 액체질소에 들어가는 고통을 사장님께서 아 십니까.”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하는 데, 이놈한테는 가래침을 뱉어 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뭘 해도 죄책감 같은 게 들지 않을 것 같 아서 말이다.
태식은 그대로 어둠을 뻗어 이 현의 왈칵 집어삼켜 크로우에게 제물로 던져 줬다.
까득거리는 뼈마디 부러지는 소 리만 날 뿐, 이현의 비명은 전해 지지 않았다. 크로우가 태식이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걸 아 는 탓이다.
‘크로우. 어때?’
‘좋은 영약이다. 네 요람에서도 이런 영약을 구할 수 있는 거 크로우가 영약이라고 한다. 그 러면 진짜 영약이다.
이현의 몸은 마약에 절여져서 신체가 망가져 있었다.
힐링팩터로도 고쳐지지 않았던 것은, 마약으로 인한 신체의 변 화를 이현이 받아들였기 때문이 다.
지금도 몸이 이렇게 변한 것은 이현이 지금까지 있었던 투약들 을 거부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 고, 그것으로 인해 이현의 육체 가 어떠한 변형을 일으켰다.
그것은 분명 좋은 쪽이었다.
태식은 로아에서, 부릴 수 있는 마족은 권속으로 부리고 이용할 수 있는 마족은 도구로서 이용했 다.
힐링팩터를 가지고 있는 마족도 그와 마찬가지다.
태식이 들고 다니는 포션의 기 본 재료가 바로 무한 재생 능력 을 가진 마족의 피였으니 말이 다.
태식은 넝마가 된 이현을 다시 꺼내 놓았다.
“야, 똥개야. 축하한다. 너, 투 플러스 등급이란다.”
“쿨럭, 쿨럭, 이런 미친……. 이 게 축하받을 일입니까?”
“그럼 인마. 니가 인류의 구원 자가 되는 건데, 축하할 일이지.”
태식은 우렁찬 박수로 축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