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3)_3
확실히 기세가 남다르다.
하지만 마대호 보다는 못하다.
“그럴 리가요. 우습지 않으니 제가 이렇게 나온 거죠.”
“됐어요. 할 이야기는 다 했고 확인할 것도 다 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렇게 만날 일은 없을 거 요.”
권태욱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 다.
“그렇다면 더욱더 앉으세요. 저 는 총장님만이 유일한 답이라 생 각해서 총장님을 선택한 게 아니 에요. 단지 총장님의 순번이 제 일 빨라서 선택한 거죠.”
마이린은 작은 병 하나를 꺼내 놨다.
“그러니 앉으세요. 그리고 들어 보세요. 오늘 듣지 않고 나가시 면 이게 뭔지 밤잠을 설칠 정도 로 궁금해지실 테니까요.”
마이린은 앉은자리에서 고개만 치켜들고 이야기했다.
허리는 꼿꼿했고 어깨는 바르 다.
흔들림은 일절 없었다.
권 총장 (2)
“그까짓 게 뭐라고.”
권태욱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 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마이린 도 가뿐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건 정해준 수석께 가야겠네요.”
“뭐?”
“이제 조금 관심이 생기세요?” 정해준.
그 또한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 이다. 지금은 청와대의 민정수석 으로 가 있다.
이런 대외적인 정보는 권태욱에 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에게 중요한 정보는 정해준이 자신을 이끌어 줄 직속 선배라는 주관적인 사실이다.
“그분이라면 이미 부와 권력, 명예를 전부 가지셨으니 이걸 마 다하실 리가 없거든요.” 마이린은 작은 유리병을 들어 약을 올리듯 그 앞에 흔들어 보 였다.
“그러니까 앉으세요. 들어 보고 나서 행동하셔도 늦지 않아요. 들어 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일어나셔도 충분하실 거예요. 약 속드려요. 어쭙잖은 말은 안 해 요. 대호인걸요.”
마이린은 나긋나긋 은쟁반 옥구 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타일렀다.
할머니가 한 번씩 노래를 부르 면 이런 음색으로 노래했었다. 그녀의 무릎에서 그 노래를 따 라 불렀던 이린에게 이 정도 음 색은 딱히 어렵지 않다.
“허, 거참. 그까짓 게 얼마나 대 단한 거라고.”
권태욱은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대호생명에서 신약 개발 이슈 가 있는 건 아시죠?”
“소문만 들었소.”
“그 신약의 모태가 되는 약이에 요. 그야말로 영약이고 신비의 엘릭서죠.”
“훗!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삼 류 약장사나 하자는 거요? 대호 가 전자나 알아주지, 생약은 볼 품없잖소.”
“볼품없다고요?”
“대호전자야 세계 그룹이라 하 지만, 생약은 그만한 실적이 없 잖소. 내 말이 틀리오?”
“이 약으로 아버지께서 깨어나 셨어요.”
이린은 미사여구 없이 간단하고 담백하게 말했다.
시선은 피하지 않는다.
권태욱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이래도 실적이 없어요?”
마대호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관심 없는 사람도 소문은 들었 을 것이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데, 대 호 측에서 안정적인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해 억지로 숨을 붙여 놓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물론 그 이유인 안정적인 경영 승계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회 생 가능성이 아주 낮은 상태에서 억지로 연명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에는 부정할 말이 없다.
그런 마대호가 깨어난 것이다.
마대호가 깨어났다는 소문 또 한, 지금에 와서는 알 만한 사람 들은 거진 알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진 그것이 겨 우 의식을 차리는 정도 수준이라 고 알려졌었다.
깨어난 마대호가 대외 활동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 다.
대회 활동은 고사하고 병실 밖, 병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봤 다는 사람도 사실상 없었다.
그러니 겨우 의식을 차린 상태. 딱 거기까지가 예상하던 수준이 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요즘에 와서 는 의구심을 가지게 할 만했다.
그룹의 3세들이 주축이 되어 벌 이기에는 너무 거창한 일들이 줄 줄이 이어지는 중이라서 말이다. “이 약은 처음부터 아버지를 회 복시키기 위해서 만든 거예요. 대호의 모든 저력이 응집된, 그 야말로 대호의 결집체라고 할 수 있어요.”
권태욱으로서는 알아야 했다.
지금 정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거센 폭풍의 시발점이 과연 누구 에게 있는지.
마미윤인지, 아니면 마이린을 방패막이 삼은 마석우인지. 설마 그것도 아니면 깨어난 마대호인 지.
이걸 제대로 아는 것만 해도 상 대의 패를 열어보는 것과 같았 다.
그러니 권태욱은 이린의 말이 끝난 다음에도 일어날 수 없었 다.
“그럼 식사하시죠. 차려진 게 있는데 버릴 순 없잖아요.”
마이린은 한결 여유롭게 약병을 테이블 가운데로 밀어 놨다. 그 러곤 사뿐사뿐 젓가락을 놀렸다.
권태욱은 그것이 기 싸움을 하 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받아 줄 수밖에 없었다.
“영 드시질 못하시네요. 다른 메뉴를 시킬까요?”
“적당히 하세요. 알 만한 사람 끼리 장난 그만 칩시다.”
“후훗, 담배도 한 대 태울까 했 는데, 그렇게까지 하면 총장님께 서 화가 많이 나시겠죠?”
아린은 담배를 꺼내 올려놨다.
권태욱의 표정에 불편함이 어린 다.
그렇다고 판을 깰 분위기는 아 니다. 피우려면 피워도 된다.
하지만 놀리는 것은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했다.
그 앞에서 담배까지 피우기엔 자신의 이미지가 아까워서 말이 다.
“그쯤하고 말해요. 말하려고 하 던 거 다 꺼내 보라 이 말이에 요.”
“복잡한 의약 용어 같은 건 빼 고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약이면 수명을 30% 정도 늘릴 수 있어요.”
권태욱의 미간이 바짝 조여들었 다.
시장바닥 약장수나 할 만한 멘 트였다만, 그 말을 내뱉는 사람 이 너무 크다.
“무턱대고 그렇게 말하면 어떻 게 믿어요?”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세포 재생 능력을 올려 주는 효 과거든요. 인간의 노화도 결국 세포의 노화에서 오는 것인 건 아시죠? 그것에 영향을 주는 거 죠. 물론 다른 기능 저하에도 좋 은 효과를 보이죠. 예를 들 면……. 남성성이랄까?”
마이린은 은근한 눈빛으로 잔을 들었다.
그 높이가 어쩐지 낮다.
“총장님은 여전하시죠?”
“뭐, 뭐가 여전하다는 거요!”
“꺄르르르! 하기야 아직 한창일 나이이신데 정정하시겠죠. 그런 데 수석님은 예전 혈기가 아니실 거예요. 연세가 연세이시니.”
마이린은 고개를 지켜 들어 술 을 넘겼다.
“권력이고 돈이고 명예고. 사내 가 손아귀에 움켜쥔다고 한들, 건강을 잃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겠어요?”
이마에서부터 콧등을 지나는 선 은 요염했고, 턱선에서 목을 타 고 내려와 쇄골로 흐르는 선은 야릇했다.
“역사를 봐도 그렇잖아요. 내시 가 아무리 큰 권력을 쥐었다고 해 봐야 칭송받는 위정자가 된 사례가 있나요? 수백 수천 년이 흘러도 내시 소리를 면치 못하 죠. 사내에게 건강이란 그런 거 죠.”
권태욱의 표정은 떪은 감을 씹 은 것처럼 썼다.
하지만 대꾸가 없다. 마땅히 할 말이 없는지, 속으로 머리를 굴 리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상관없다.
답을 듣길 바란 게 아니라, 말 을 하려는 자리다. 상대가 입을 닫고 있다면 내 할 말이나 잘 쏟 아 내면 그만이다.
“이건 놓고 가도록 할게요. 나 라에 좋은 일 하시는 분께서 건 강 생각하셔야겠죠.”
이린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러곤 어설픈 붙잡을 타이밍 따윈 주지 않곤 단숨에 방을 나 왔다.
“별…… 허, 별 같잖은 것한테.”
태욱은 불쾌한 기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데 발이 쉬이 떨어지질 않 는다.
테이블의 병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은 크리스탈로 만들어졌기 때 문일까, 아니면 환상처럼 보여서 그러는 것일까.
“수명이 30%가 늘어나? 지랄하 고……. 그런 약이면 노벨상을 받아도 열댓 번은 더 받았게
흐 99
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말 꼬리가 아침나절 아랫도리처럼 고개를 들질 못했다.
그러고 보면 대호생명의 주식이 그렇게 올랐다고 했던가.
듣기에 마민우는 비즈니스로 해 외 여러 나라를 순방 중이라고 하긴 했었다. 그게 이 약 때문인 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그룹이 이랬으면 이렇게 고민할 것도 없다.
대호에서 주는 떡이라 이러는 게 아니다. 대호에서 개발한 약 이라 이런 거다.
그러고 보면 국과심과 협업으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 다.
요즘 들어선 자체적인 헌터팀을 보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까짓 게 뭐라고. 하.” 말은 그리해도 시선이 벗어나질 못한다.
손은 이미 병을 쥐고 있었다.
냄새를 맡아 본다. 어린아이 감 기약 같은 냄새가 났다.
살짝 맛을 봤다. 뭐가 딱히 느 낌이 오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럼 그렇지. 이딴 게 뭐 별거 라고.”
권태욱은 마개를 잠그곤 병을 다시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곤 방을 나왔다.
마이린이 다시 와서 병이 사라 졌나 아닌가 확인할 게 뻔하지 싶어서 말이다.
권태욱은 뭐에서 도망치듯 집으 로 갔다.
어지러운 마음을 샤워로 씻어 내고 서재로 갔다. 봐야 할 일이 아직 많다.
12시쯤이나 되었을까.
붉은 달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아랫도리가 근질거린다.
요의가 왔나 싶어 화장실을 갔 바지춤을 내리고 보니 웬걸, 어 쭙잖게 꿀렁거린다.
“풋! 이런 화냥년 같은 것이. 고작해야 이런 비아그라 같은 약 으로 누굴 속이려고.”
권태욱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그렇지, 사람 생명력을 30%나 늘려 주는 약이 가당키나 한가. 90살을 산다고 치면 30년 을 더 늘려 주는 거 아닌가.
그럼 120살이다.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령자가 120살이 안 될 거다. 114살인지
116살인지.
그게 무슨 상관이랴.
백세 시대니 어쩌니 해도, 정말 100세가 넘어가면 그야말로 최 장수다.
“말이 100살이지, 반송장으로 100살이나 살아서 뭐 한다고. 그 러느니 적당할 때 호상으로 가는 게 낫지.”
투르르르륵.
“허어, 흠.”
웬걸.
오줌발이 평소와 다르다.
매가리 없이 떨어져야 할 놈이 괜히 기세를 부린다고 날뛰어서 변기 뚜껑에까지 튀어 버렸다.
“강장제로 팔면 잘 팔리긴 하겠 네. 그렇지, 비아그라만 해도 주 식이 꽤 올랐을 거니까. 입술만 살짝 대었는데 이 정도 효과 면…… 생명 주식이 그 정도 오 를 만해.”
권태욱은 별 시답잖은 것으로 자신을 속이려 했다 여겼다.
화장실을 나오고 나니 분신도 그대로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서재에서 업무를 마무리하는 중 에 심장이 조금 빨리 뛴다 싶었 다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누굴 속이려고. 아주 모양 빠질 뻔했어.”
태욱은 자신의 선택이 끝내 현 명한 선택이었다고 여기며 잠자 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랫도리 가 뻐근한 느낌으로 잠에서 깨었 다.
“흐으? 어허?” 권태욱은 깜짝 놀라 바지춤에 손을 넣어 봤다.
불끈불끈 아주 성이 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검사가 되어 수십 년.
대검찰청에 들어와 오직 출세를 위해 달려온 나날.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청한 적이 없다. 그야말로 목숨을 쥐 어짜 헌신했다.
그렇게 너무 빨리 달렸던가.
머리카락이 달려 나가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가라며 굳게 잡고 있던 손을 놓았을 그쯤.
그즈음부터 분신도 예전만큼 기 운을 내지 못했더랬다.
“별일이구만. 별일이야.”
이렇게 아랫도리가 뻑뻑한 기분 이 얼마 만인지.
한창 셋째를 낳으려 힘을 쓸 때 도 이렇지가 않았었다.
“거, 이거 참.”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 안에도 이놈이 툭 불거진 채로 시위하고 있다.
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여간 불 편한 게 아니다.
성난 놈 대충 얼러서 바지춤에 욱여넣고 벨트를 차고 나니 아랫 도리가 빵빵하다.
왜 은연중에 어깨가 펴지는 걸 까.
가만 거울을 보니 왠지 피부 결 도 좋아진 것 같고, 퀭했던 눈도 조금 밝아진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항상 눈이 뻑뻑 했는데, 그런 느낌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뒤꿈치가 저린 느 낌도 없지 않나.
태욱은 긴가 민가 싶어 하며 출 근을 했다.
막히는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페달을 밟는 오른 무릎이 살짝살 짝 저리곤 했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다.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 주 좋아 보이십니다!”
“어-. 그래그래. 수고해.”
“예, 총장님!”
좋아 보인단 말을 얼마 만에 들 었더라.
그냥 하는 입에 발린 인사말이 라고 치기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던 말 아니었나.
괜히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 올라본다.
숨이 차질 않는다.
원래 이 정도 계단 걸었다고 숨 찰 정도 체력은 아니긴 했다만, 이게 기분이 그래서 그런가, 왠 지 더 활력이 도는 것 같다.
왜, 그런 거 있잖나.
몸을 좀 쓰다 보면 열이 올라 몸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 말이 다.
괜히 싱숭생숭하다. 업무가 눈 에 들어오질 않는다.
“이게 대체 무슨 약이야, 이거. 그렇구먼. 내가 이거 덜컥 이상 한 약을 먹어 버린 거 아닌가? 이거, 이거!”
권태욱은 차를 몰고 나갔다.
어제 마이린을 만났던 식당으로 차를 몬다. 마침 그 시간이 점심 시간인 것은 겸사겸사라고 하자.
“흠흠, 저, 이봐요. 어제 국화방 에서 식사한 사람인데. 방에 뭐 하나 나오지 않았어요? 이만한 작은 병인데.”
“예, 손님. 어제 습득하여 보관 중이었습니다.”
카운터 종업원이 유리병을 꺼내 보였다. 내용물이 준 것처럼 보 이진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게 중요한 증거라서.”
“즈, 증거요?”
“그래요, 그래. 신경 쓸 거 없어 요.”
권태욱은 유리병을 품에 넣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왔다. 별달리 켕기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다리는 급하고 핑계는 조악했을 까.
권태욱은 주차장에서 유리병을 열었다.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피가 도는 느낌이다.
“하아-. 이거 글렀어.”
자신이야 그렇다 하자.
이게 정말 그런 약이라면 정해 준은 이걸 절대 포기하지 못한 철이면 철마다 보약을 챙겨 먹 는 데다가, 전국 낚시꾼들이 잉 어, 가물치, 쏘가리를 잡았다는 소리만 들으면 업무시간에도 짬 을 내서 다녀올 정도인 인물이 다.
오죽하면 형수가 죽으면 시체도 안 썩을 거라고 했겠나.
“이번 판은 글렀어.”
권태욱은 탄식했다.
권 총장 (3)
“YH001 샘플이에요. 임상 끝냈 고 효과도 입증되었어요. 게오르 그 수치가 조금 있긴 하지만 통 과 이내고요.”
태식은 마이린이 내보인 샘플 약을 들이켰다.
눈으로 살피는 것보다야 직접 마셔서 효과를 보는 게 확실하 다.
단순히 대략적인 느낌만 살피는 게 아니다.
태식은 만독불침의 경지를 이루 었다.
몸에 어떠한 기운이 침투했을 때, 태식의 몸은 능동적으로 그 기운에 대응한다.
물론 자의적인 대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대응의 상황에서 태식은 해 당 기운에 관한 분석을 할 수 있 다.
“괜찮네. 레드콤보 칵테일하고 비슷한 효과네요.”
“레드콤보 칵테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