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3)_7
태식은 남은 밥을 털어 넣고 일 어났다.
“이거 먹고 가.”
미주가 한 잔 가득 희멀건 한 주스를 들이밀었다.
“뭔데?”
“마즙.”
“어마마마. 소자 환골탈태를 거 쳐 신체가 재정립되었기에 자양 강장 따위는 필요치가 않사옵나
이다.”
“아이고, 도련님. 애미가 해 주 면 좀 그냥 처 자시면 안 되시옵 니까?”
“마즙 싫어. 맛없어.”
“좋은 말로 할 때 자셔요, 아들. 이거 팩으로 사 온 거 아니야. 엄마가 다 손질해서 한 거야.”
미주가 고리눈을 뜨며 잔을 내 민다. 버틸 재간이 없다.
태식은 숨을 꼭 참고 꾹꾹 들이 켰다.
“다음부턴 좀 양이라도 줄여 줘. 마즙 진짜 싫어.”
“이게 싫으면 어서 독립을 하세 요.”
왜 모르겠나.
요즘 들어 바쁘게 돌아다니니 기운 차리라고 해 주는 것이다.
그거 조금 먹는다고 몸에 활력 이 도는 것도 아니다만, 자식 건 강 챙겨 주고 싶어 하는 미주의 만족만을 위해서라도 마실 만하 긴 하다.
“그럼 출근합니다.”
가게로 넘어온 태식은 식후땡으 로 입안에 남은 마 맛을 걷어 냈 다.
그러고는 소파에 늘어져 이린에 게 받았던 리스트를 훑었다.
숨 쉬는 것도 아까운 놈들. 살 려 두고 이용해야 할 놈들, 그 외에 죄목이 만천하에 드러나야 할 놈들.
그중에 TV 프로를 통해서 고발 한 부류는 죄목이 드러나야 하는 부류였다.
국민 대부분이 정치인은 부정하 다는 일반화를 하는 것은, 그들 이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일반화 될 정도의 악업을 쌓아 왔기 때 문이다.
그러니 딱히 일반화라고 할 것 도 없다.
길 가다가 맨홀에 빠져 죽어도 업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 신을 떨궈 놔야 한다.
워낙 겁이 없는 부류라 그 정도 상황은 되어야 겁을 집어먹지 않 겠나 싶다.
“일단 이 두 놈은 다음 시즌 1 순위로 보내야겠구만.”
부정 입학과 관련된 사학 비리 연관자는 미리 찍어 내는 게 낫 지 싶었다.
고등학생이 교수 논문의 제1저 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부터가 말 이 안 되는 일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아주 뻔뻔하게 질 러 놨다.
이걸로 대학은 들어갔으니 입시 비리 먼저 걸리고, 대학교에서도 말도 안 되는 전과를 해 대며 로 스쿨까지 간 걸 보면 그렇게 끌 어 주고 땅겨 주는 모습이 눈물 겨울 정도다.
톡 까뒤집어서 고졸로 만들어 버려야, 자리를 빼앗긴 다른 학 생이 분이라도 좀 풀리지 않겠 나.
태식은 살생부의 순위를 조절하 는 것으로 리스트를 접었다.
잘 묵혀 놨다가 정치에 대한 피 로도가 조금 회복되었을 때, 그 즈음 다시 터트려 줄 참이다.
띠리링-.
“어서 오십시오. 아, 안녕하세 요!”
유성이 높은 톤으로 인사를 했 다.
“무슨 일 있어요? 연락도 없이 직접 왔어요?”
이린이었다.
“바쁜 거 아니죠? 잠깐 들렀어 요.”
되지도 않는 소리다. 잠깐 들르 는데 옷까지 위장용으로 갈아입 고 왔을까.
그래도 그런 건 지적하지 않기 로 하자.
“사장님, 앉으시죠. 바로 차 내 오겠습니다.”
“아니에요, 전해 드릴 게 있어 서 잠깐 들린 거예요. 금방 나갈 거예요.”
이린은 소파 끝에 간단히 엉덩 이를 걸쳤다.
“어머님 생신, 아직 안 지났 죠?”
그게 무슨 큰 비밀이라고 목소 리를 낮춘다.
“다 알고 온 거 아니에요?”
“알고 오다뇨?”
“내 신상명세 가지고 있을 거 아니에요.”
“아이, 참—.”
이린은 딴소리 못 하고 봉투를 꺼내 놓았다.
“뭔데요?”
“대호백화점 VIP 초대권과 상품 권 조금요.”
태식은 대놓고 봉투를 열어 봤 다.
김홍도 화백의 홍하맹호도가 바 탕으로 그려진 초대권에는 큼지 막하게 VIP라고만 쓰여 있을 뿐 따른 설명이 없었다.
“뭐, 설명이 없네. 어떻게 쓰는 건데요?”
“프런트에 제시하시면 돼요.”
“아무 때나 가서 쓰면 되는 거 예요?”
“VIP 쇼핑은 마감 시간 이후에 요. 일찍 가도 상관없지만, 편히 쇼핑하시려거든 마감 시간대에 맞춰 가시면 될 거예요.”
태식은 초대권을 물끄러미 쳐다 봤다.
엄마가 좋아할까 싶다.
“태식 씨가 사 드리는 거로 하 면 어머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이린은 밑에 둔 봉투를 슬쩍 밀 었다.
태식은 그 봉투도 단번에 열어 봤다. 1천만 원짜리 상품권이 열 장이었다.
“약소하게 준비했어요.”
“약소하게?”
눈빛이 불편하다.
이린은 금세 낌새를 차렸다.
“오해하시면 안 돼요. 저, 재벌 이라고 재벌 티 낸 거 아니에요. 이제 알잖아요. 저, 그런 사람 아 닌 거.”
“재벌 맞잖아요. 대놓고 재벌인 데 뭘 아닌 척을 그렇게 해요. 이게 약소해요?”
“제 기준으로 생각한 거 아니에 요. 태식 씨 기준으로 생각한 거 예요. 태식 씨가 워낙 효자에 손 도 크잖아요.”
태식은 효자라는 말에 괜히 볼 을 긁적였다. 딱히 자신이 효자 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 말이 다.
“그래도 너무 많아요. 마마님한 테 분명 잔소리 들을 거예요.”
“어머님께서 태식 씨 능력, 어 느 정도 알고 계시지 않으세요?”
“그렇기야 한데……
“그러면 이 정도 괜찮지 않을까 요?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잘 키운 아들이랑 백화점 쇼핑하는 걸 어느 어머니가 싫어하겠어 요.”
“그러긴 하기야 하겠지만……. 이런 개인 선물 받아도 되나 모 르겠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저 도 선물 받았는데.”
이린은 인식 변환 목걸이를 꺼 내 보였다.
“그건 일 편하자고 한 거고요.”
“홍시도 있잖아요.”
“그건 떠넘긴 거고요.”
“흐음-.”
이린은 쀼루퉁하게 입술을 내밀 더니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 다.
“그럼 줄 거 줬으니까 가 볼게 요.”
그러곤 후다닥 가게를 나가 버 렸다.
“하-. 거참.”
태식은 선물을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받는 게 싫었으면 억지로라도 돌려줬으면 그만이긴 했다.
“이거, 너무 친해졌어.”
이런 큰돈이 별로 꺼림칙하지 않을 걸 보면 친해 지긴 친해졌 나 보구나 싶었다.
엄마의 생일
“엄마, 엄마. 준비 다 했지?”
“보채지 좀 마라. 뭐, 얼마나 근 사한 곳을 잡아 놨길래.”
“가 보면 압니다요.”
태식은 어둠을 일으켜 날개를 펼쳤다.
미주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는 그대로 하늘로 올라갔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은 고도다.
“아후! 왜 이렇게 높이 날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 아들이 슈퍼맨이야. 노을 지는 것 좀 봐. 풍경 얼마나 이뻐.”
태식은 잠시 하늘을 휘돌았다.
“잠깐 멈춰 봐.”
“왜? 속 안 좋아?”
“아니. 사진 좀 찍게.”
미주는 핸드폰을 꺼내 노을 몇 장 사진으로 담았다.
그러다 셀카 모드를 한다.
태식은 슬쩍 고개를 피했다.
“뭐야? 왜 피해?”
“응? 셀카 찍는 거 아니야?”
“아들이랑 같이 찍는 거지. 얼 굴 가져와.”
미주는 태식의 턱을 끌어왔다.
굳이 사진까지.
“웃어.”
“아하하.”
대학교에 다닐 때는 취업 준비 한다고 바빠서 몇 년간 가족 여 행다운 여행을 가지 못했고, 그 다음은 실종이었다.
실종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집에 서 빈둥거리는 꼴이었으니, 모자 가 이렇게 같은 앵글에 들어온 게 근 10년 만인 것 같기도 하 다.
“됐네.”
미주는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흐 뭇하게 웃었다.
태식은 미주와 함께 만옥정으로 들어섰다.
예약된 방은 별채의 안쪽 방이 다.
“여긴 한옥 스타일인데도 화려 하네.”
벽면까지 자개로 장식을 해 놨 으니 그럴 만하다.
“여기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움 직이지요.”
“ 으응?”
“밀담 나누러 많이 오는 곳이라 고. 여기 아무 방이나 열어도 TV 나오는 사람이 밥 먹고 있을 걸.”
“그럼 여기가 요정이야?”
“요정? 무슨 5공화국이야? 요정 이 왜 나와.”
“이눔이! 엄마가 무슨 말만 하 면 꼬투리 잡고 놀려.”
미주가 태식의 귓불을 확 잡아 당겼다.
태식은 아야야 엄살을 피우며 별실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이미 예약을 해 놓은 상 태다.
종업원은 한복을 입고 서빙을 했고, 음식은 여덟 명이 족히 앉 을 상을 가득 채웠다.
“뭐가 이렇게 거창하니.”
“접시만 크지 알맹이는 얼마 없 잖아. 맛보는 식으로 자셔 봐. 먹 다 보면 은근히 배부르다.”
태식은 간장게장 접시를 먼저 밀어 줬다.
게장 하나 맛을 본 미주의 눈동 자가 제법 굵어졌다.
“맛있지? 맛있지?”
“웬만큼 하네.”
“아하하하, 엄마만큼은 하지?”
그다음은 찹쌀 육전을 밀어 주 고, 그다음은 단호박찜을, 그다음 은 육회와 도라지 튀김을.
“그만하고 너나 먹어. 신경 사 납게.”
“울 마마님, 맛난 거 많이 자시 라는 거지.”
“어이구! 평소에 잘해라, 이놈 아. 평소에.”
핀잔을 주지만 그래도 얼굴은 웃는다.
그러게 평소에 잘할 걸 그랬다.
“내가 딱히 못 하는 건 또 뭐 있다고.”
연포탕이 나오고 갈비찜과 함께 소고기구이가 나왔다.
“뭐 이렇게 많니? 둘이 먹을 거 생각하고 시킨 거야?”
미주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듯이 수저를 놓았다.
“먹다 남기면 되지, 뭘. 입맛대 로 드셔요.”
“얘가! 돈 좀 만진다고 돈 아까 운 줄 몰라.”
“그럼 내가 먹지, 뭐.”
암만 양이 많은 태식이라고 해 도 많은 양이긴 했다. 소고기를 먼저 먹고 나니 갈비찜이 고스란 히 남았다.
“엄마 다 먹었어? 더 먹지.”
“명치까지 먹었어, 이것아. 너 먹어.”
“나도 거진 먹었는데.”
“이건 손도 안 댔잖아. 이것도. 여기 포장되니?”
“ 응?”
“포장되냐고. 손 하나도 안 댔 는데.”
“아이고, 마마님. 아이고, 마마 님.”
“이눔이 왜 곡소리를 내. 가만 있어 봐. 봉지는 있을 거 아니 야.”
미주가 호출 벨을 누르려 했다.
태식은 덥석 미주의 손을 잡았 다.
“뭐 하려고?”
“봉지 달라고 하게.”
“아이고, 마마님. 잠깐 기다려 보옵소서.”
태식은 아공간을 뒤적거려 철제 케이스를 꺼냈다.
잠금장치가 되어 있고 형태는 김치통과 흡사하다.
이걸 개발할 때 김치통을 생각 하며 디자인 초안을 잡아서 그렇 다.
“내가 이걸 꺼낼 줄은 몰랐네.”
“뭔데 그게?”
“침투용 반합.”
“반합? 도시락?”
“그냥 아이스박스 같은 거라고 생각해.”
반합을 여니 칸칸이 나뉜 것이, 화장품을 담는 뷰티 박스와 비슷 했다.
“자, 양껏 담아.”
“별게 다 있네, 진짜.”
미주는 남은 음식을 반합에 차 곡차곡 쟁여 넣었다.
“아, 좀! 먹고 남은 건 넣지 말 고. 안 건드린 거만 넣어.”
“안 건드린 거잖아. 베어 문 것 도 아니구만.”
“아니, 둘이 와서 이거 다 먹고 가면 푸드 파이터인 줄 알아.”
“너, 엄마가 궁상이니? 다 이렇 게 아껴서 키웠어, 이눔아.”
“아빠 돈 잘 버는 거 뻔히 아는 구만.”
“니 아빠 외항선 타는 게 좋냐? 좋아? 너 대학 보낸다고 외항선 타기 시작한 거 몰라?”
“아니, 어어! 엄마 여기 부각 남았다. 부각도 넣어.”
“허이구, 지랄한다. 치워.”
미주는 반합을 닫았다.
태식은 냉큼 반함을 갈무리했 다.
“그럼 다음은 백화점 가자.”
“백화점? 문 닫을 시간 다 됐는 데‘?”
“가면 얼추 맞아.”
태식은 미주를 안아 들고 대호 백화점으로 갔다.
마감 준비가 한창이다.
“봐라, 마감하잖아.”
“괜찮다니까.”
안내데스크로 가서 이린에게 받 은 VIP 초대권을 내보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VIP 대기실 로 모시겠습니다.”
안내원은 냉큼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그러곤 인이어로 소곤거 리며 무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