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1
프롤로그 : 모험의 끝
태식의 검이 마왕의 심장을 꿰 뚫었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다섯 개의 뿔을 모두 자르고, 위상의 상징 이던 세 쌍의 날개도 모두 뽑았 다.
드디어 놈의 육신이 허물어진 다.
“더는 부활하지 못할 거다.”
“용사여, 기뻐하지 마라. 다음은 너다.”
“기뻐한 적 없다.”
태식은 무심히 검을 뽑았다.
끝내 마왕을 참했다.
이 세상에 소환되어 마왕을 참 하여 세상을 구할 용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때는 참 어이가 없었는데, 결 국 이렇게 해냈다.
“용사님! 경하드립니다! 용사님 께서 마침내 신탁을 이루어 내셨 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호가 가증 스럽다.
마왕군을 무찌를 때 따라붙던 환호는 한 번 패퇴하면 그대로 비난으로 바뀌어 쏟아졌었다.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다.
마음 같아서는 싹 다 갈아엎어 버리고 싶다만, 그래서야 마왕이 말한 그대로다.
다음 차례라는 것.
“용사님, 드디어 숙명을 이루셨 습니다.”
원로원장의 어투는 미묘했다.
“그러니 이제 왔던 곳으로 돌아 가야겠지?”
“험험,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옵고……
속이 빤히 보인다.
사냥이 끝났으면 사냥개를 삶는 법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담스러운 태식을 그냥 두고 볼 인간들이 아니다.
그들이 태식을 소환한 것은 그 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칼이 필요했던 것이지, 다스림을 위한 왕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아니긴 뭘. 니들 하는 짓이 그 렇지. 알고 있었다, 너희가 날 불 편해한다는 것도. 정말 마왕을 무찌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는 것도.”
“아니요, 그럴 리가요!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그러면 눌러앉을까?”
“거봐. 그냥 알아서 꺼져 줄 테 니까 성의 표시나 두둑하게 해.”
“성의 표시라 하심은……
“그러면 아무 상관도 없는 놈 끌어다가 개고생을 시켰는데 이 대로 그냥 가라고? 성의를 보여 야 할 거 아냐.”
태식도 이곳에 눌러앉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배신당한 기억.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억.
치욕스러운 패배를 겪었던 기 억.
수십만의 시체 더미 속에서 혼 자 살아남은 기억.
어딜 가든 그런 기억들뿐이다.
그래서 싫다.
집으로 돌아갈 거다.
여기서 한몫 두둑이 챙겨 가서 건물을 살 거다.
그 건물들 관리하는 사업체를 하나 내고 명함은 사장, 아니 회 장으로 파야지.
그리고 노는 거다. 평생 할 고 생을 다 했으니 평생 놀고먹을 거다.
“아, 예. 알겠습니다. 논의하여 서운치 않으시도록 양껏 준비하 겠습니다.”
“그래, 괜히 서운하게 만들지 말라고. 그러면 콱 눌러앉아 버 릴 테니까.”
“용사님, 준비를 끝냈습니다.”
원로원장이 손가락을 튕기자 몇 개의 차원문이 열렸다. 그 안에 서 금은보화들이 수두룩하게 쏟 아져 나왔다.
태식은 그림자 보다 짖은 어둠 을 펼쳐 황금을 걷어 들였다.
그렇게 한데 모은 황금을 한 덩 이로 압축하니 집채만 한 금덩이 가 만들어졌다.
웬만한 국가의 금 보유량을 넘 는 양이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태식은 금덩이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손을 털었다.
“준비한다고 했는데 마음에 드 십니까?”
“서운하지는 않네.”
“그러시다니 참으로 다행입니 다. 환송식은 언제쯤 거행하는 게 좋겠습니까?”
“마법진에 마력 충전까지 다 해 놓고 언제쯤이냐고 묻고 있는 거 야?”
태식은 피식 웃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뭐 있어. 서로 받을 거 받고 줄 거 줬으니 빨리 끝내 자고. 나도 여기 지긋지긋하니 까.”
“예, 준비는 모두 끝나 있습니 다. 마법진에 오르시지요.”
이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이다.
금의환향.
금실로 짠 옷은 아니지만 집채 만 한 금덩이를 들고 돌아간다.
부모님이 어떤 얼굴을 하실지 궁금하다.
“연성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법진에서 빛무리가 쏟아진다.
원로원장의 얼굴이 묵은똥을 싼 것처럼 시원하다.
‘너구리 같은 새끼.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해피 엔딩이겠 지.’
“만나서 엿 같았고,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예, 두 번 다시 모시지 않겠습 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렇게 태식의 모험은 끝이 났
반값전당포 (1)
“흐아아악!”
유성은 피를 토하며 검을 내질 렀다.
목숨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지 막 한 톨 남은 힘까지 뽑아 올렸 다.
크아아아악-!
발록이 울부짖었다.
심계 6층의 군주이자 7층을 막 고 있는 수문장이다.
발록은 이미 양 날개가 뜯겨 나 갔고 팔 하나가 잘렸다.
원거리 딜러인 제이슨과 존슨은 모든 공격을 다 퍼붓고 기력이 다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건 서포터인 사혁도 마찬가지 다.
그들 덕에 여기까지 몰아붙였 다.
아직 채찍을 든 팔과 꼬리가 건 재했지만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할 것 같으냐!”
유성은 자신의 피를 폭발시켰 다.
그의 특형 혈수본이다.
유성이 뿜은 피가 그의 검이 되 어 솟아올랐다.
“죽어-!”
유성이 십수 미터로 솟아오른 검을 내질렀다.
카라라락!
바위 갈리는 소리와 함께 발록 의 가슴이 쩍 갈라졌다.
크어어억! 크아아아-!
용암 같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손에 감기는 느낌이 가볍다.
‘ 얕다.’
퓌리리리릭-.
발록의 화염 채찍이 대기를 찢 어발기며 휘갈겨진다.
피해야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막아야 하는데 팔이 올 라가질 않는다.
유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죽는구나!’
파앙!
대기가 찢어발겨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몸엔 어떠한 충격도 없었다.
“워워! 잠깐 그대로 좀 가만히 있어라. 거, 잡종 놈이 성가시게 하네.”
유성은 감았던 눈을 떴다.
서른 남짓 되었을까?
아니, 얼굴은 아무래도 상관없 다.
그는 삼선 슬리퍼에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집 앞 슈퍼 갈 때도 저렇게는 안 입지 싶다.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으러 갈 때. 그래, 그럴 때나 입는 복장이 다.
“여- 고생이 많아.”
그가 유성에게 반색하며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인지 발록은 얌전히 엎 드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누, 누구……?”
“지금 상황에서 내가 누구인지 가 중요해? 중요한 건 그게 아니 라, 우리가 서로에게 아주 윈윈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지.”
“대체 무슨 말을……. 아니, 그 보다 여긴 어떻게 있는 겁니까? 고작 그런 차림으로……
남자는 유성의 말을 들어 줄 생 각이 없었다.
“자, 자. 보라고.”
남자는 허공에 손을 쓱 집어 넣 더니 유리병을 꺼내 바닥에 아무 렇게 깔았다.
“한 번만 설명할 테니까 잘 들 어. 이 보라색 포션이 초재생 포 션이야. 잘려 나간 팔도 24시간 이면 접합할 수 있어. 이건 초회 복 포션. 지금 기술 생명력까지 끌어 쓴 거지? 그럴 때는 이것만 한 게 없거든.”
남자가 유성의 손목을 덥석 잡 았다.
그의 힘이 흘러들어 옴에도 유 성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 다.
“지금 너 정도 상처면 요거 절 반만 마시고 딱 4시간만 쉬어. 그러면 충분히 회복돼. 자, 그리 고 이건 초활성화 포션. 쉽게 설 명해서 레드불 같은 거라고 보면 돼. 2시간 동안 두 배의 능력치 를 끌어내 줘. 물론 반동은 있어. 2시간 이후부터 4시간까지 효과 가 차츰 감소하고, 그다음엔 24 시간 쉬어 줘야 해.”
남자는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 냈다.
“다 들었지?”
“에, 예.”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얼마에 살래?”
“ 예‘?”
“못 알아들었어? 다시 설명해 줘?”
“아니, 아닙니다. 알아들었습니 다.”
“그러니까 얼마에 살래? 초회 복, 초재생 각 네 개씩 여덟 개. 초활성화 두 개 해서 깔끔하게 30억. 딱 보면 사이즈 나오잖아.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무리 성능이 그렇다고 해도 소모품에 30억은……
“그래서 싫어? 너 정도 실력이 면 지금 상황에서 이 포션이 어 떤 의미인지 알 텐데?”
“호, 혹시 발록은 처리하신 겁 니까?”
“말 돌리지 말고. 살 거야, 말 거야‘?”
사야 한다.
남자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목숨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 료들도 살릴 수 있다. 거기에 심계 7층 다이브도 가능 하다.
7층 다이브만 가능하면 30억, 만회하고도 남는다.
포션 성능에 대한 증명은 필요 없다.
겁먹은 강아지처럼 꼼짝 못 하 고 있는 발록이 이미 그 증거다.
“사겠습니다.”
“ 선불.”
“30억을요? 지금 30억을 어떻 게 드립니까? 어음을 써 드리겠 습니다.”
“어떻게 믿고 외상 장사를 해. 길드 창고 열쇠 있잖아. 줘.”
“예?”
“길드 창고 열쇠 달라고. 딱 30 억만 빼 갈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길드 창고에도 현금이 30억이나 있진 않습니다. 현금은 20억 정도 “내가 알아서 챙겨 갈 테니까 그런 건 걱정 말고.”
유성은 흥정 없이 창고 열쇠를 내어 줬다.
“시원시원하네. 서비스로 3종 세트 하나씩 더 줄게.”
남자가 포션 13개를 유성 앞에 밀어 놓았다. 그러곤 미련 없이 일어선다.
“저, 귀인분께선 위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위명? 백수가 위명은 무슨.”
남자는 휘리리릭 사라졌다.
미주는 자신이 그다지 특별하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들 사는 만큼.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남들 하는 만큼 고단했지만 또 남들 쉬는 만큼 쉬어 온 일상.
거기에 튈 것 없는 외아들.
딱히 자랑할 건 없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콧대 높이며 자랑하던 그런 하나뿐인 자식.
평균적이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웃을 수 있는 일상이었다.
그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 난 차원 균열로 인해 산산이 부 서졌다.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이 사라졌 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유별난 일은 아니었다.
그땐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 까.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고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포기하고 가슴에 묻은 아들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처음에야 몸 건강히 돌아온 것 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몸에 좋은 음식은 물론이고 보 약까지 달여 먹였다.
쉬고 싶은 대로 푹 쉬라고 했 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다.
태식이 늦잠을 자면 청소기는 물론이고 거실 TV도 틀지 않았 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벌써 반년 이 지나 8개월째를 향하고 있다.
해를 넘겨 아들의 나이도 올해 서른둘이다.
그 아들이 집 밖으로 나갈 생각 을 안 한다.
종일 소파에 붙어 있는 통에 이 제는 소파가 아들인지 아들이 소 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아흐,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태식이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소파로 나동그라졌다.
발가락을 더듬더듬해 리모컨을 집어 왔다.
그 모습에 미주는 눈앞이 깜깜 해졌다.
하루가 지날수록 아들의 게으름
이 심해졌다.
그래도 처음엔 샤워는 꼬박꼬박 했는데, 요즘은 세수도 언제 하 는지 보질 못했다.
이젠 아들놈 숨 쉬는 것만 봐도 울화통이 터진다.
“야이— 화상아. 리모컨을 손으 로 잡는 것도 귀찮냐? 내가 사람 새끼를 키우는 거야, 소 새끼를 키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