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10
‘게이트 실종자 수색 지원 센터’ 란 텍스트가 불현듯 뇌리에 떠올 랐다.
아까 용주가 보여 준 대호호텔 그룹에서 하는 사회 지원 프로그 램 중 하나다.
“쓸데없이 기억력만 좋아서는.”
태식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아들. 왜?
“나 예전에 실종됐을 때 말이 야. 그때 엄마도 대호에서 했던 지원 프로그램 같은 거 덕 봤어? 그러니까 실종자 수색 센터 같은 거 말이야.”
-말이라고. 우리 같은 사람 중 에 거기 이름 안 올린 사람 없 지. 그리고 너 집에 오고 대호병 원 가서 정밀 검사 받았잖아. 그 검사도 그 센터 지원받아서 한 거야.
“아…… 그래?”
-그럼. 게오르그 수치 검사비가 한두 푼이니. 해준다는데 받아야 지. 그런데 갑자기 왜?
“아니야, 용주 형이랑 이야기하 다가 말 나와서. 알았어.”
태식은 통화를 끝냈다.
담배가 영 텁텁하다.
“히휴- 사람이 좀 뻔뻔하고 그 래야 빚지고도 발 뻗고 자는 건 데, 쯧.” 태식은 담뱃불을 툭툭 튕겨 끄 고는 마대호를 찾아갔다.
대호병원의 직계 가족만이 이용 하는 특별 병동이다.
그중에서도 마대호는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봐도 뭔지 모르겠을 온갖 장비 들이 덕지덕지 달려 있다.
그런 것을 보지 않아도 마대호 가 죽어 가고 있음은 한눈에 알 아볼 수 있었다.
“어디 보자……
태식은 아공간을 뒤적거려 생명 력 표시기를 꺼내 마대호의 심장 부근에 꽂았다.
생명력 게이지에 숫자 7이 표시 되었다.
10 이하로 뜨면 생명력의 원정 이 손상되었다고 봐야 한다.
딱히 신체상의 손상이 있는 건 아니다. 노환이다.
이건 포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죽을 사람 억지로 붙들고 있구 만.”
다시 아공간을 뒤적거린다.
긴급전투유지기.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큰 부상을 입은 병사가 전투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물건이다.
그리고 그 전투는 마왕군의 대 장군을 염두한 전투다. 그만큼 성능이 발군인 물건이다.
그리고 큰 부상을 입은 공훈자 들에 대한 재활과 생명유지장치 로도 사용 되기도 했었다.
“전장에 설 일은 없으니까 한 10년은 버티겠지.”
태식이 긴급전투유지기를 마대 호의 코를 통해 주입한 후 안정 적으로 착생할 수 있도록 도와줬 다.
띠-. 띠—. 띠—.
생명력 표시기의 게이지가 점차 상승했다.
마대호의 손가락 끝이 꿈틀거린 다 싶더니 어렵사리 실눈을 떴 다.
“이, 이보시오. 거기 누구 있소? 누구시오?”
표시기의 게이지가 30을 넘겼 다. 이 정도면 평범한 일상생활 을 할 수준은 된다.
“누구긴. 당신 데리고 갈 저승 사자지.”
“그, 그렇소……
깜짝 놀라서 다시 숨이 넘어가 나 했는데 그러진 않았다.
“저승사자 양반. 몇 달만, 하다 못해 한 달이라도 미뤄 주면 안 되겠소? 나 아직 할 일이 있 소……. 이렇게는 못 죽소.”
“살 만치 산 양반이 무슨 미련 이 있다고? 왜, 쌓아 둔 돈 생각 하면 죽기 억울해서 그래?”
“내 살면서 가진 원한은 다 갚 았는데, 아직 은혜는 다 못 갚았 소. 그 은혜 다 갚고 가야겠소이 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호란 이 름에 똥칠을 하는 격 아니오.”
“누구 닮았나 했더니만……. 보 쇼, 회장님. 당신 같은 재벌들이 누리고 사는 것들. 그거 전부 이 나라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해 준 거요. 한 10년 살려 줄 테 니까, 그 은혜 얼마나 잘 갚는지 한번 봅시다.”
태식은 마대호를 잠재운 후 병 실을 나왔다.
마대호 (2)
마대호는 부스스 눈을 떴다.
“내가…… 내가 꿈을 꾸었 나……
꿈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다.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울 리는 것 같다.
“허허허. 거, 오래 살고 볼 일이
구만.”
마대호는 상체를 일으켰다. 몸 이 가뿐했다. 마대호는 그대로 창가에 걸어가 밖을 보았다.
“많이 변했구먼.”
병원의 풍경이 변했다. 못 보던 건물이 하나 새로 올라갔고 자신 이 직접 준공식에 참여한 본관 건물도 기억과 달라져 있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단 뜻 이리라.
“회장님! 회장님! 깨어나셨습니 까!”
박준상 교수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어어, 박 교수. 오랜만이구먼.”
“회장님, 일단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습니다. 침대에 누우시지 요.”
“괜찮아.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잘 알지.”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는 그 말. 마대호의 주치의인 박준상이 골 백번은 더 들은 말이다.
“그리 말씀하시다가 쓰러지셨습 니다. 제발 자리에 누워 주십시 오. 간단한 검사 먼저 진행하겠 습니다.”
“됐다니까 그래! 누굴 뒷방 늙 은이로 보나!”
마대호는 크게 호통을 쳤다. 원 래 울림통이 큰 사람이다.
“가서 최 팀장이나 들어오라고 해.”
“최 팀장에겐 이미 연락이 가 있습니다. 금방 올 겁니다. 그리 고 자제분들께도……
“애들한테는 아직 알리지 말 어.”
“알겠습니다.”
“그럼 답답하게 하지 말고 나가 봐.”
박준상은 말 한마디 더 붙이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최 팀장이 들어왔다.
큰 키에 날카로운 인상의 그는 피부 톤도 적갈색이었다. 검은 슈트를 입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 로 저승사자 같다.
“회장님, 쾌유를 축하드립니다.”
“다 자네가 걱정해 준 덕분이 지. 그간 별일 없었고?”
“예, 회장님께서 걱정하실 일은 없었습니다.”
걱정할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없게 만든 것이다. 대호의 적통 들에게 3팀이 있다면 마대호에겐 그 3팀을 관리하는 2팀이 있다.
창립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1 팀을 자신의 손발이 되도록 담금 질하고 정련하여 만든 조직이다.
“그보다 몸은 어떠십니까?”
“팔팔해. 소싯적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도 검사는 한번 받아 보시 는 게 어떻습니까?”
“괜찮대도. 내 몸은 내가 잘 알 지. 10년은 너끈해.”
“그 말씀 하시다 쓰러지셨습니 다.”
“박 교수랑 똑같은 소리 하는구 만. 말이 나와 말이지, 그땐 내심 오늘내일 쓰러지겠구나 싶었었 어. 말만 그리했던 거지.”
“회장님-.”
“거, 됐대도. 그보다 말이야. 내 가 저승사자를 봤지 뭐야.”
“ 저승사자요?”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최 팀 장도 대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투루라도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게 혹여 나 머리에 이상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그래, 저승사자. 내가 그랬지. 억울해서 못 죽는다고 말이야. 내가 원한은 다 갚았는데, 아직 못 갚은 은혜가 있다고. 한 달만 말미를 달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저승사자가 뭐라고 한 줄 아나?”
“뭐라고 했습니까?”
“이 나라 국민에게 보은하라 하 더구만.”
“하하. 그 저승사자 참, 입바른 말 좋아하는 저승사자였나 봅니 다.”
“근데 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딱히 틀린 말 같지가 않아.”
“그러십니까?”
쓰러지기 전의 마대호는 이 나 라를 먹여 살리는 게 대호라고 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국가
GDP의 8%를 대호가 감당한다. 하청 업체까지 더하면 20%에 육 박한다.
대호가 한 분기 실적을 죽쓰면 국가 성장률이 휘청거린다.
마대호는 그것에 있어서 굉장한 자부심을 가졌었다.
가장의 덕목이야말로 가족들 배 곯지 않게 해 주는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야말로 이 나라 의 가장이라고. 그렇게 말하던 게 마대호였다.
“그래. 십시일반 도와줬다고 하 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고. 정말 받아먹는 게 있더라니까.”
“받아먹는 것이라니요?”
“왜, 우리 세금 수혈 두 번 받 았었잖아. 지금 있는 반도체 공 장 부지도 편하게 가져왔고
“그거야……
“그거 말고도 꽤 있었어. 베트 남 공장에 불났을 때 기억나나? 그때 죽은 친구들 말이야. 보상 해 준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 해도 목숨값의 열 배는 아닌 것 같아.”
“그 일은 명백한 사고였습니다. 공장 관리 미흡이었고요.”
“그 타지 가서 힘든 일 시켰잖 아. 그만큼 챙겨 준 것 같진 않 단 말이야. 사우디에서 공사할 때도 그랬고. 가만 생각해 보면 인건비 많이 줄였지.”
“그때는 값싼 노동력이 기업 의…… 아니, 한국의 성장 동력 이었습니다. 기술 없는 나라가 팔 수 있는 건 싼 노동력뿐이라 고 말씀하셨었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그런데 자네도
알잖아. 나는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 게 아니었어. 어쩔 수 없다는 티를 내기가 싫어서 그렇 게 허세를 떨었던 거지.”
최 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 목소리에서 느꼈던 감정은 그 도 기억한다. 울분에 가까운 호 통이었다.
억울하고 분해서.
기술이 없기에 내세울게 싼 노 동력 밖에 없다는 것이. 그게 분 해서.
그 당시 마대호의 호통은 그런 울분의 호통이었다.
“그런데 잊어버렸더라 이거야. 그게 은혜인 건데, 그냥 잊고 지 나갔어. 지나간 일이라서. 잊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회장님께선 잊지 않으셨습니 다. 현존하는 그룹 중 대호만큼 협력 업체의 신뢰도가 좋은 그룹 은 없습니다. 직원 대우도 가장 좋습니다. 신규 구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이 바로 대호입니 다.”
“그때 그 사람들한테 빚을 진 거라고. 지금 오는 아가들 말고, 그때 그 사람들. 목숨 걸고 피땀 흘려서 일해 준 그때 그 사람들. 내가 그 사람들을 그냥 잊어버렸 단 말이야.”
최 팀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 크 게 변한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는구나 생각할 뿐이다.
“여하튼 그렇다는 게야. 그보다 그간 얘들은 어떻게 지냈나, 그 래‘?”
“그 부분은 서류로 준비되어 있 습니다.”
“그럼 바로 올려 줘. 누가 제일 잘 맞나 봐야지.”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최 팀장은 바로 서류를 준비해 줬고, 마대호는 힘든 기색도 없 이 그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직 접 검토했다.
“사장님, 대호병원 VIP실입니 다!”
박 실장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 이린은 철렁하는 가슴을 부여 쥐 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바꿨습니다.”
-사장님! 저 김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마이린의 전담 주치 의이면서 대호 일가의 주치의 중 한 명이다.
“네, 김 교수님.”
-지금 바로 병원으로 와 주셔 야 할 것 같습니다.
“설마, 아버지께서…… 아버지 께서……
-예-! 회장님께서 깨어나셨습 니다!
“네에-!”
마이린은 화들짝 놀라 일어나다 그만 뒤로 넘어져 엉덩이를 찧었 다. 마이린은 얼른 다시 수화기 를 들었다.
“아버지께서 깨어나셨다고요?”
-예. 금일 새벽 3시 20분경에 시그널이 한 번 잡혔었고, 7시 30분에 깨어나셨습니다. 8시경에 조식도 다 드셨습니다.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해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회장 님께서 말씀하시기 전까지 함구 하라고 하여서…….
“그래도 저한테는 알리셨어야 죠! 교수님, 제 사람 아니었나 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마이린 이 불같이 화를 냈다. 김 교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고개를 조아리 며 잘못을 빌었다.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래 도 지금 다른 형제분들보다 제일 먼저 연락드리는 것입니다. 다른 분께는 한 30분 뒤에 연락하도 록 하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버 지께서 불렀으면 다 불러야죠!”
-예, 예. 바로 다른 형제분들께 도 연락하겠습니다.
마이린은 다급히 전화를 끊었 다.
“박 실장님, 오늘 오후 일정은 전부 취소예요. 그리고 차 대기 시켜주세요. 지금 바로 대호병원 으로 가겠어요.
“예, 사장님.”
마이린은 바로 대호병원 별관으 로 향했다.
그녀의 오빠이자 대호의 장남인 석우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왜 이제야 와.”
“연락받고 바로 온 거야. 오빠 는 언제 왔는데?”
“나는 1시간 전에 왔다.”
“이 사람들이 진짜!”
“화내지 마라. 그러게 평소에 병원 사람들한테 신경 좀 써.”
“아빠는 봤어?”
“아직 안 올라갔다.”
“그럼 올라가자.”
“기다려. 우리 셋 함께 오라고 했어. 민우 오면 같이 올라가.”
“무사하긴 한 거지? 오빠는 먼 저 확인했을 거 아냐.”
“아침도 두 그릇이나 드셨댄다. 그럼 무사한 거지, 뭘.”
“오빠는 진짜-! 이게 심드렁해 할 일이야!”
마이린이 발을 구르며 화를 내 려는 찰나, 마민우가 도착했다.
“민우! 일찍 일찍 안 다녀?”
“누나. 오랜만에 봤는데 왜 이 렇게 소리를 질러. 대호 이름 달 고 기품 없이 행동하지 마.”
민우는 모델처럼 걸으며 병원 로비를 가로질렀다.
“요요, 싸가지 없는 막둥이. 일 로 와, 인마. 어디 하늘 같은 누 님한테 시건방을 떠나?”
석우가 민우의 귓불을 잡아당겼 다.
“아아, 형, 나도 이제 전무이사 인데 이런 것 좀 하지 마-.”
“이놈이 레슬링을 한번 해야 안 까불지.”
석우는 조카와 놀아 주는 삼촌 처럼 민우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 었다. 아주 가차 없다.
“형! 형!”
“진짜 언제 철들어!”
마이린은 둘의 등짝을 후려치며 계단 쪽으로 밀었다.
“올라가! 얼른! 아빠 기다리겠 어!”
“야야, 니가 그렇게 계속 오냐 오냐 하니까 이놈이 날이 갈수록 건방이 늘잖아. 야 인마, 이린이 가 니 똥기저귀를 갈아 줬는데 나이 좀 찼다고 건방을 떨어?”
“됐어, 좀. 오빠야말로 나잇값 좀 해.”
“너 자꾸 나이 이야기 한다? 너 야말로 아줌마……
“죽어, 진짜.”
“흠흠.”
“이건 형이 실수했다.”
“눈치 없는 오라버니는 지금 즉 시 계단을 올라갑니다. 실시-.”
“실시〜.”
석우는 민우의 귀를 잡아끌며 계단을 올랐다.
셋은 대호의 병실 앞에 서서 함 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몸은 괜 찮으신 거죠?”